불매운동·맞대응…꼬여가는 한일관계

입력 2019.07.05 (08:05) 수정 2019.07.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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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입니다.

'NO'라는 영문에 'O'를 일장기로 표현했고, 그 아래엔 '보이콧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일본 기업 90여 개 목록을 쭉 나열하며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했고, 사전에 계획한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는 이른바 '인증샷'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예고한대로 일본이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우리나라에 대한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들어가자 반일 감정이 다시 불붙는 양상인데요.

정치권도 시끄럽습니다.

어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당내 대표적인 일본통인 강창일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강창일/더불어민주당 의원 : "아베 정부는 간교하고 치졸합니다. 정치 문제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켰습니다."]

비판의 화살은 이내 우리 정부의 대응을 향했습니다.

[강창일/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국 정부도 명분에 집착하다 보니까 시기를 놓쳐버린 부분이 있습니다."]

보다 못한 이해찬 대표 '그만 좀 하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들어 'X' 자 표시를 합니다.

들끓는 여론 속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발언 수위를 높였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CBS 김현정의 뉴스쇼 : "한국 정부가 그런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건 당연하다.) 당연히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입니다."]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 정부 당국자 입에서 '맞대응'이라는 강한 표현이 나온 건데요.

입장이 강경해진 건 일본이 규제 품목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섭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이른바 '백색 국가' 명단서 빼버릴 수도 있다고 예고했기 때문이죠.

백색 국가, 즉 화이트 국가라는 건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우방 국가라는 뜻입니다.

독일, 영국 등 유럽 21개 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 아시아에서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서로 안보 문제가 불거질 게 없으니 핵심 물자나 기술, 소프트웨어 등 수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들입니다.

여기서 제외한단 건, 지금까지는 옆집과 담장 없이 모든 걸 터놓고 친하게 지냈는데, 앞으로는 담도 쌓고, 철조망까지 두르고 감시도 하겠다는 얘깁니다.

조금이라도 안보에 영향이 있겠다 싶은 건 어느 것도 쉽게 수출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일본이 맘 먹고 '안보상 위험하다’는 꼬리표만 붙이면 우리나라는 해당 물품을 수입하는게 어렵게 됩니다.

재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 등은 재일동포 3세 기업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습니다.

민감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손 회장은 말을 아꼈습니다.

[손정의/일본 소프트뱅크 회장/회동 전 : "(소프트뱅크나 삼성같은 회사가 관계 회복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알려진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쓰는 고품질 부품은 거의 일본산입니다.

지금 출시가 연기되고 있는 삼성 갤럭시폴드, 휘어지는 화면이 핵심이죠.

이 갤럭시폴드 화면에 쓰려고 했던 투명 폴리이미드란 필름은 100% 일본산을 씁니다.

극단적으로 이 재료들이 다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삼성도 SK도 반도체랑 접는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부품을 다른 데서 사오면 되지 않냐 싶지만 반도체가 워낙 초정밀성이 요구되는 공정이라 갑자기 대체품 투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제부터 규제에 들어간 이들 세 가지 품목, 재고가 두세 달 치 정도 있긴 합니다만 안심이 되는 양은 아닙니다.

90일 정도 걸리는 심사를 통해서 건건이 수출을 허가하겠다는데, 실제 그 절차를 얼마나 까다롭게 할지 모르는 상태에선 불안한 양입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8월에 중단될 수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맞는데 일본 발등도 성하기 힘든 조치라 좀더 지켜봐야 한단 전망도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돈을 벌듯이 일본 역시 우리한테 고급 소재 팔아 버는 돈이 큽니다.

한마디로 공생의 관계인 셈이죠.

실리를 따졌을 때 일본도 오래 끌 수 있는 조치는 아니란 기대섞인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과거사가 뒤섞여 바닥부터 흔들리는 한일 관계는 어쨌든 이 여름이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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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매운동·맞대응…꼬여가는 한일관계
    • 입력 2019-07-05 08:09:12
    • 수정2019-07-05 09:50:33
    아침뉴스타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입니다.

'NO'라는 영문에 'O'를 일장기로 표현했고, 그 아래엔 '보이콧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일본 기업 90여 개 목록을 쭉 나열하며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했고, 사전에 계획한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는 이른바 '인증샷'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예고한대로 일본이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우리나라에 대한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들어가자 반일 감정이 다시 불붙는 양상인데요.

정치권도 시끄럽습니다.

어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당내 대표적인 일본통인 강창일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강창일/더불어민주당 의원 : "아베 정부는 간교하고 치졸합니다. 정치 문제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켰습니다."]

비판의 화살은 이내 우리 정부의 대응을 향했습니다.

[강창일/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국 정부도 명분에 집착하다 보니까 시기를 놓쳐버린 부분이 있습니다."]

보다 못한 이해찬 대표 '그만 좀 하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들어 'X' 자 표시를 합니다.

들끓는 여론 속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발언 수위를 높였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CBS 김현정의 뉴스쇼 : "한국 정부가 그런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건 당연하다.) 당연히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입니다."]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 정부 당국자 입에서 '맞대응'이라는 강한 표현이 나온 건데요.

입장이 강경해진 건 일본이 규제 품목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섭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이른바 '백색 국가' 명단서 빼버릴 수도 있다고 예고했기 때문이죠.

백색 국가, 즉 화이트 국가라는 건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우방 국가라는 뜻입니다.

독일, 영국 등 유럽 21개 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 아시아에서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서로 안보 문제가 불거질 게 없으니 핵심 물자나 기술, 소프트웨어 등 수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들입니다.

여기서 제외한단 건, 지금까지는 옆집과 담장 없이 모든 걸 터놓고 친하게 지냈는데, 앞으로는 담도 쌓고, 철조망까지 두르고 감시도 하겠다는 얘깁니다.

조금이라도 안보에 영향이 있겠다 싶은 건 어느 것도 쉽게 수출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일본이 맘 먹고 '안보상 위험하다’는 꼬리표만 붙이면 우리나라는 해당 물품을 수입하는게 어렵게 됩니다.

재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 등은 재일동포 3세 기업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습니다.

민감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손 회장은 말을 아꼈습니다.

[손정의/일본 소프트뱅크 회장/회동 전 : "(소프트뱅크나 삼성같은 회사가 관계 회복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알려진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쓰는 고품질 부품은 거의 일본산입니다.

지금 출시가 연기되고 있는 삼성 갤럭시폴드, 휘어지는 화면이 핵심이죠.

이 갤럭시폴드 화면에 쓰려고 했던 투명 폴리이미드란 필름은 100% 일본산을 씁니다.

극단적으로 이 재료들이 다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삼성도 SK도 반도체랑 접는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부품을 다른 데서 사오면 되지 않냐 싶지만 반도체가 워낙 초정밀성이 요구되는 공정이라 갑자기 대체품 투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제부터 규제에 들어간 이들 세 가지 품목, 재고가 두세 달 치 정도 있긴 합니다만 안심이 되는 양은 아닙니다.

90일 정도 걸리는 심사를 통해서 건건이 수출을 허가하겠다는데, 실제 그 절차를 얼마나 까다롭게 할지 모르는 상태에선 불안한 양입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8월에 중단될 수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맞는데 일본 발등도 성하기 힘든 조치라 좀더 지켜봐야 한단 전망도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돈을 벌듯이 일본 역시 우리한테 고급 소재 팔아 버는 돈이 큽니다.

한마디로 공생의 관계인 셈이죠.

실리를 따졌을 때 일본도 오래 끌 수 있는 조치는 아니란 기대섞인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과거사가 뒤섞여 바닥부터 흔들리는 한일 관계는 어쨌든 이 여름이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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