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여성 합창단…노래로 찾은 희망

입력 2019.07.06 (08:20) 수정 2019.07.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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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분들 많으시죠. 노래를 부르면 우울함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악치료에도 많이 사용되는데요.

이런 장점을 잘 살린 합창단이 있습니다.

마흔 명 넘는 탈북여성으로 이뤄진 물망초 합창단인데요.

노래를 부르면서 본인들은 힘든 과거를 극복하고, 또 듣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에서 특별한 공연도 선보였다는데요.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이른 아침, 외출 준비에 한창인 정선 씨를 만났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손꼽아 기다리는 날인데요.

바로 5년 째 활동 중인 합창단 연습에 가는 날입니다.

[최정선/75세/탈북민·물망초합창단 총무 : "(연습실까지 얼마나 걸리세요?) 한 시간 십분, 이십 분 정도 걸려요. (연습 안 힘드세요?) 힘들지 않죠. 정말 즐겁게 하니까 그렇죠."]

연습실에 들어서자 단원들이 정선 씨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곳에서 정선 씨는 약 40명으로 이뤄진 합창단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자매 같은 존재입니다.

[한옥숙/탈북민·물망초합창단원 : "(최정선 씨는) 우리 총무님이신데요. 정말 따뜻하고 온 물망초 합창단원들을 한 품에 품어 안아주는 리더세요. 엄마 같기도 하고. 맏언니 같기도 하고."]

4년 전, 한 민간단체 주도로 만들어진 이 합창단은 40대 이상의 탈북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탈북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잠시 후 연습이 시작되고,

[박창석/물망초합창단 지휘자 : "음 주에 있는 공연 마지막 연습인데 다들 힘차게 집중해서 멋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연습을 해볼게요."]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내기까지, 정선 씨와 단원들에겐 각자의 아픔이 있었습니다.

[최정선/75세/탈북민·물망초합창단 총무 : "북한에서 딸이 사고 났다고 그러더라고요. (복장 때문에) 규찰대에 걸려서 애가 이가 두 대가 부러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맞아서) 이가 두 대가 부러졌다니까 사실 막 그때 분노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탈북하게 됐어요."]

2007년. 결국 딸과 함께 한국으로 왔지만,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는 정선 씨.

4년 전, 지인의 소개로 합창을 시작하면서부터 힘들었던 한국 생활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원들은 합창단 활동이 힘겨운 일상에 작은 돌파구가 되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안소영/가명/탈북민·물망초합창단원 : "(탈북한 지)한 1년 8개월 만에 가게를 해서 4년 동안 언제 한 번 쉬는 날도 없고 명절도 못 쉬고 입술도 다 터지고 고생만 했어요. 그러다가 물망초 들어오고 나서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

단원들 간의 서먹했던 관계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 건데요.

[조경희/물망초합창단 실장 : "(처음 합창단에) 오셔서는 서로 말투라든지 시선, 이런 것 때문에 약간 다툼도 많았어요.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점점 화요일날 자주 모이고 친해지고 하면서 굉장히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습, 또 연습을 이어오고 있는 정선 씨와 단원들 이번엔 특별한 무대에 초청됐다는데요.

어떤 노래로 감동을 전할지 궁금해집니다. 그 현장, 함께 가보실까요?

며칠 뒤, 제주도에서 정선 씨와 단원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다들 설렌 모습인데요.

[최정선/75세/탈북민·물망초합창단 총무 : "(제주도 오시니까 어떠세요?) 정말 좋죠. 한 5년 만에 와요. (힘들진 않으세요?) 아니요. 힘들지 않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우리 친구들 다 이렇게 정말 좋아하잖아요. 어젯밤에 잠을 못 잤데요."]

한 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제주의 한 특수학교.

이곳 학생들을 위해 제안한 무료 공연이 성사되면서 무대를 열기로 한 겁니다.

[김효숙/영송학교 교사 : "합창단들과 저희 학교 학생들이 만남으로서 남과 북, 그리고 장애와 비장애를 아우르는 그런 자리가 마련될 것 같아서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공연, 드레스 차림의 단원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집니다.

그간 연습한 기량을 맘껏 발휘하는데요.

영어로 뮤지컬 노래까지 소화해냅니다.

다양한 형식으로 꾸며진 공연.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학생들의 앵콜 요청이 이어지고, 한국 가요를 끝으로 모든 공연이 마무리 됐습니다.

학생들은 공연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박은영, 김민지/영송학교 3학년 : "가슴이 뭉클했어요 (노바디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어요?) 노바디노바디 벗츄~"]

[장호윤/영송학교 1학년 학생 : "(오늘 공연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사진 찍은 거예요?) 네 (왜 찍었어요?) 예뻐서요."]

공연을 마친 단원들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김효숙/물망초합창단원 : "열렬히 환호해주고 우리와 교감이 잘 되니까... (제가)북에 다 자식들 두고 왔잖아요. 자식들 그리게 되면서 너무 마음도 아프고 기분도 좋았어요."]

정선 씨는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최정선/75세/탈북민·물망초합창단 총무 : "우리가 기량도 높이고 인성도 높이고 어디 가서 공연하던 간에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들어야 되잖아요. 아직 젊은 사람 못지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같이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잘 하겠습니다."]

탈북민의 힘들었던 몸과 마음에 큰 힘이 되어준 노래.

합창단이 전하는 희망의 목소리가, 더 널리 퍼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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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 여성 합창단…노래로 찾은 희망
    • 입력 2019-07-06 08:43:19
    • 수정2019-07-06 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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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분들 많으시죠. 노래를 부르면 우울함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악치료에도 많이 사용되는데요.

이런 장점을 잘 살린 합창단이 있습니다.

마흔 명 넘는 탈북여성으로 이뤄진 물망초 합창단인데요.

노래를 부르면서 본인들은 힘든 과거를 극복하고, 또 듣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에서 특별한 공연도 선보였다는데요.

채유나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이른 아침, 외출 준비에 한창인 정선 씨를 만났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손꼽아 기다리는 날인데요.

바로 5년 째 활동 중인 합창단 연습에 가는 날입니다.

[최정선/75세/탈북민·물망초합창단 총무 : "(연습실까지 얼마나 걸리세요?) 한 시간 십분, 이십 분 정도 걸려요. (연습 안 힘드세요?) 힘들지 않죠. 정말 즐겁게 하니까 그렇죠."]

연습실에 들어서자 단원들이 정선 씨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곳에서 정선 씨는 약 40명으로 이뤄진 합창단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자매 같은 존재입니다.

[한옥숙/탈북민·물망초합창단원 : "(최정선 씨는) 우리 총무님이신데요. 정말 따뜻하고 온 물망초 합창단원들을 한 품에 품어 안아주는 리더세요. 엄마 같기도 하고. 맏언니 같기도 하고."]

4년 전, 한 민간단체 주도로 만들어진 이 합창단은 40대 이상의 탈북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탈북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잠시 후 연습이 시작되고,

[박창석/물망초합창단 지휘자 : "음 주에 있는 공연 마지막 연습인데 다들 힘차게 집중해서 멋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한번 연습을 해볼게요."]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내기까지, 정선 씨와 단원들에겐 각자의 아픔이 있었습니다.

[최정선/75세/탈북민·물망초합창단 총무 : "북한에서 딸이 사고 났다고 그러더라고요. (복장 때문에) 규찰대에 걸려서 애가 이가 두 대가 부러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맞아서) 이가 두 대가 부러졌다니까 사실 막 그때 분노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탈북하게 됐어요."]

2007년. 결국 딸과 함께 한국으로 왔지만,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는 정선 씨.

4년 전, 지인의 소개로 합창을 시작하면서부터 힘들었던 한국 생활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원들은 합창단 활동이 힘겨운 일상에 작은 돌파구가 되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안소영/가명/탈북민·물망초합창단원 : "(탈북한 지)한 1년 8개월 만에 가게를 해서 4년 동안 언제 한 번 쉬는 날도 없고 명절도 못 쉬고 입술도 다 터지고 고생만 했어요. 그러다가 물망초 들어오고 나서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

단원들 간의 서먹했던 관계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 건데요.

[조경희/물망초합창단 실장 : "(처음 합창단에) 오셔서는 서로 말투라든지 시선, 이런 것 때문에 약간 다툼도 많았어요.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점점 화요일날 자주 모이고 친해지고 하면서 굉장히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습, 또 연습을 이어오고 있는 정선 씨와 단원들 이번엔 특별한 무대에 초청됐다는데요.

어떤 노래로 감동을 전할지 궁금해집니다. 그 현장, 함께 가보실까요?

며칠 뒤, 제주도에서 정선 씨와 단원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다들 설렌 모습인데요.

[최정선/75세/탈북민·물망초합창단 총무 : "(제주도 오시니까 어떠세요?) 정말 좋죠. 한 5년 만에 와요. (힘들진 않으세요?) 아니요. 힘들지 않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우리 친구들 다 이렇게 정말 좋아하잖아요. 어젯밤에 잠을 못 잤데요."]

한 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제주의 한 특수학교.

이곳 학생들을 위해 제안한 무료 공연이 성사되면서 무대를 열기로 한 겁니다.

[김효숙/영송학교 교사 : "합창단들과 저희 학교 학생들이 만남으로서 남과 북, 그리고 장애와 비장애를 아우르는 그런 자리가 마련될 것 같아서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공연, 드레스 차림의 단원들이 등장하자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집니다.

그간 연습한 기량을 맘껏 발휘하는데요.

영어로 뮤지컬 노래까지 소화해냅니다.

다양한 형식으로 꾸며진 공연.

마지막 노래가 끝나자 학생들의 앵콜 요청이 이어지고, 한국 가요를 끝으로 모든 공연이 마무리 됐습니다.

학생들은 공연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박은영, 김민지/영송학교 3학년 : "가슴이 뭉클했어요 (노바디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어요?) 노바디노바디 벗츄~"]

[장호윤/영송학교 1학년 학생 : "(오늘 공연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사진 찍은 거예요?) 네 (왜 찍었어요?) 예뻐서요."]

공연을 마친 단원들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김효숙/물망초합창단원 : "열렬히 환호해주고 우리와 교감이 잘 되니까... (제가)북에 다 자식들 두고 왔잖아요. 자식들 그리게 되면서 너무 마음도 아프고 기분도 좋았어요."]

정선 씨는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을 위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최정선/75세/탈북민·물망초합창단 총무 : "우리가 기량도 높이고 인성도 높이고 어디 가서 공연하던 간에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들어야 되잖아요. 아직 젊은 사람 못지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같이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잘 하겠습니다."]

탈북민의 힘들었던 몸과 마음에 큰 힘이 되어준 노래.

합창단이 전하는 희망의 목소리가, 더 널리 퍼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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