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 유력 용의자 무죄…검찰의 다음 카드는?

입력 2019.07.12 (08:20) 수정 2019.07.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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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명대사죠.

잠시 보시겠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장기 미제 살인사건을 풀려는 한 형사가 유력 용의자의 혐의를 입증하려고 애썼지만 끝내 용의자가 풀려나자, 허탈함과 분노를 느끼며 내뱉은 말입니다.

어제 제주지검의 일부 검사들도 영화 속 송강호 씨처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에서 일어난 장기 미제 살인사건을 두고 용의자 혐의 입증에 분투했지만, 1심 법원이 피고인을 무죄로 풀어줬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지난 2009년 2월에 일어났습니다.

피고인 박모 씨는 택시에 탄 27살 여성, 보육교사 A씨를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치자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농로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여러 이유로 장기 미제 사건이 됐다가 지난 2016년 2월 경찰 수사가 재개됐습니다.

경찰과 검찰, 증거 수집에 사활을 걸고 하나 하나 찾아나섰습니다.

찾아낸 증거 하나씩 보겠습니다.

우선 경찰은 피의자 박 씨의 차량 운전석과 좌석, 트렁크와 옷 등에서 피해자가 당시 입었던 옷과 유사한 실오라기를 다량 발견해 증거로 삼았습니다.

이후에 검찰은 피해자의 피부와 소지품에서도 피고인 박 씨가 당시 착용한 것과 유사한 셔츠의 실오라기를 찾아 이것도 증거로 채택했습니다.

또 CCTV를 증거로 내세워 거리와 시간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탄 택시는 피고인의 택시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증거들을 종합해 사건 당일 박씨가 차에서 피해자와 신체 접촉을 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박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자 증거들이 이렇게 있는데, 법원은 왜 무죄를 선고한 걸까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정황 증거일 뿐, 직접 증거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증거들로만 봐서는 피고인이 진범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원의 판단,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죠.

법원은 일단 피고인이 모순된 주장을 하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정황들이 있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검찰이 제출한 미세섬유가 대량으로 생산, 사용되는 면섬유의 특성상 누구의 옷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며 이걸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입니다.

변호인 이야기 들어보시죠.

[최영/피고인 측 변호사 : "미세섬유 관련 감정 결과만으로 유죄가 나올 수 있겠나 이런 생각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재판부에서도 저희 주장을 그대로 받아 주신 것 같고요."]

택시 이동 경로가 찍힌 CCTV영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법원은 영상의 해상도가 떨어져 이 영상만 봐선 영상 속 차량이 피고인의 택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검찰이 문제의 택시가 이렇게 이동했을 것이다~고 추정했는데, 그 추정한 경로 중간에 다른 도로들이 많기 때문에 검찰의 추정대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사건 당시에 피해자와 인상 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태웠다는 다른 택시기사의 제보를 감안하면, 문제의 택시에 피해자가 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정황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애초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검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2심에선 어떤 보완된 카드를 꺼내들까요, 유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진범이 잡혀야 한다는 건 모두의 바람일 겁니다.

친절한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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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판 살인의 추억’ 유력 용의자 무죄…검찰의 다음 카드는?
    • 입력 2019-07-12 08:24:47
    • 수정2019-07-12 08:35:18
    아침뉴스타임
영화 살인의 추억 명대사죠.

잠시 보시겠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장기 미제 살인사건을 풀려는 한 형사가 유력 용의자의 혐의를 입증하려고 애썼지만 끝내 용의자가 풀려나자, 허탈함과 분노를 느끼며 내뱉은 말입니다.

어제 제주지검의 일부 검사들도 영화 속 송강호 씨처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에서 일어난 장기 미제 살인사건을 두고 용의자 혐의 입증에 분투했지만, 1심 법원이 피고인을 무죄로 풀어줬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지난 2009년 2월에 일어났습니다.

피고인 박모 씨는 택시에 탄 27살 여성, 보육교사 A씨를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치자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농로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여러 이유로 장기 미제 사건이 됐다가 지난 2016년 2월 경찰 수사가 재개됐습니다.

경찰과 검찰, 증거 수집에 사활을 걸고 하나 하나 찾아나섰습니다.

찾아낸 증거 하나씩 보겠습니다.

우선 경찰은 피의자 박 씨의 차량 운전석과 좌석, 트렁크와 옷 등에서 피해자가 당시 입었던 옷과 유사한 실오라기를 다량 발견해 증거로 삼았습니다.

이후에 검찰은 피해자의 피부와 소지품에서도 피고인 박 씨가 당시 착용한 것과 유사한 셔츠의 실오라기를 찾아 이것도 증거로 채택했습니다.

또 CCTV를 증거로 내세워 거리와 시간 등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탄 택시는 피고인의 택시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증거들을 종합해 사건 당일 박씨가 차에서 피해자와 신체 접촉을 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박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자 증거들이 이렇게 있는데, 법원은 왜 무죄를 선고한 걸까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정황 증거일 뿐, 직접 증거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증거들로만 봐서는 피고인이 진범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원의 판단,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죠.

법원은 일단 피고인이 모순된 주장을 하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정황들이 있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검찰이 제출한 미세섬유가 대량으로 생산, 사용되는 면섬유의 특성상 누구의 옷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며 이걸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입니다.

변호인 이야기 들어보시죠.

[최영/피고인 측 변호사 : "미세섬유 관련 감정 결과만으로 유죄가 나올 수 있겠나 이런 생각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재판부에서도 저희 주장을 그대로 받아 주신 것 같고요."]

택시 이동 경로가 찍힌 CCTV영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법원은 영상의 해상도가 떨어져 이 영상만 봐선 영상 속 차량이 피고인의 택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검찰이 문제의 택시가 이렇게 이동했을 것이다~고 추정했는데, 그 추정한 경로 중간에 다른 도로들이 많기 때문에 검찰의 추정대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사건 당시에 피해자와 인상 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태웠다는 다른 택시기사의 제보를 감안하면, 문제의 택시에 피해자가 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정황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애초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검찰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2심에선 어떤 보완된 카드를 꺼내들까요, 유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진범이 잡혀야 한다는 건 모두의 바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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