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1년간 8% 수익금 보장”…‘수익형 호텔’ 투자가 위험한 이유

입력 2019.07.12 (10:18) 수정 2019.07.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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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 모 씨는 2015년 11월 12일 집에서 TV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다가 솔깃한 상품 설명을 들었습니다. 인천 영종도에 지을 예정인 호텔을 분양받으면 수익금을 나눠 매달 주고, 1년간은 건설사가 투자금액의 8%를 수익금으로 보장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른바 '수익형 호텔' 분양 광고였습니다.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건설사가 1년 동안은 보장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은 김 씨는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했습니다. 김 씨는 홈쇼핑 광고대로 인천 영종도에 호텔 용지가 공급됐고, 건설사도 이름이 있는 곳이어서 믿을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호텔을 분양받아 수익금을 매달 정기적으로 받으면 노후자금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또, 대출도 가능하다는 말에 김 씨는 대출까지 받아서 호텔 객실 1개를 1억 5천여만 원에 분양을 받습니다. 계약 당시 건설사가 1년간 8%의 수익금을 약속한다는 보증서도 함께 받았습니다.


호텔 문 열었지만…. 1억 5천만 원에 분양받았는데 고작 50여만 원 받아

이 호텔은 지난해 3월 드디어 문을 엽니다. 약속한 준공날짜보다 미뤄졌지만 이제 정기적으로 수익금을 받을 생각에 김 씨는 들떴습니다. 그러나 김 씨에게 첫 달 입금된 금액은 562,300원입니다. 운영사가 미리 선수관리비를 떼고 수익금을 지급한 겁니다. 이것까지는 참을만했다고 합니다. 이후가 문제입니다.

김 씨는 첫 달 이후로 수익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호텔 건설사와 운영사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호텔이 문을 연 지 1년이 넘었습니다. 1년 동안 김씨가 받아야 할 금액은 1천2백여만 원에 이르지만 김 씨에게 돌아온 건 고작 50여만 원뿐입니다.

김 씨처럼 이 호텔을 분양받은 사람은 2백 명이 넘습니다. 이들은 '사기분양'을 당했다며 건설사와 운영사를 상대로 1년 보장 수익금에 대해 항의를 해왔고, 자신들의 재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호텔 운영사마저 바뀌었고, 운영권을 놓고 법적 분쟁까지 벌어졌습니다.


수익형 호텔은 왜 수익이 나지 않을까?

취재진은 해당 건설사와 호텔 운영 관계자에게 보장까지 한 수익금을 왜 주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건설사 대표는 분양 당시만 해도 관광객이 몰려들어 8% 수익을 보장할 수 있었는데,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어 예상이 빗나갔다는 겁니다. 정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익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분양자들에게 도의적 책임으로 다른 지역의 건설 중인 호텔 공사비로 받을 채권이 있어서 이것을 분양자들에게 양도해주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이를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노후자금으로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현금을 기대한 분양자들에게 채권으로 대신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분양자들은 "건설사가 제시한 채권은 언제 회수할지도 모르는 제주도의 한 수익형 호텔이다. 그리고 이미 시행사는 부도가 난 상태여서 부실채권으로밖에 볼 수 없어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투자 붐을 타고 인천과 제주 등 전국에서 130여 개의 수익형 호텔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분양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건 극히 드물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호텔 건물에 서로 다른 두 사업자가 영업 신고를 해 운영되면서 소유권과 운영권 다툼이 생겨 민·형사상 소송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도 취재진에게 전국에서 제대로 수익금을 회수하는 '수익형 호텔'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들도 수익형 호텔 건립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퇴직금을 털어 분양받았다"
"쌈짓돈 모아 투자한 호텔, 기대했건만.."
"늙어서 자식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아 생활비로 쓰려고 투자했다"
"대출금에 관리비, 명도비용까지 떠안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대한 구제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건설사 혹은 호텔 운영에 나선 이들은 소유권 등기를 분양받은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수익이 나면 챙기고, 수익 안 나면 분양자들에게 피해를 감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수익형 호텔'은 이뿐만 아니라 건축과정에서 생긴 하자 문제로 법적 분쟁이 생기는 등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분양을 고민한다면, 미리 위험성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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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1년간 8% 수익금 보장”…‘수익형 호텔’ 투자가 위험한 이유
    • 입력 2019-07-12 10:18:06
    • 수정2019-07-12 10:18:13
    취재후·사건후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 모 씨는 2015년 11월 12일 집에서 TV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다가 솔깃한 상품 설명을 들었습니다. 인천 영종도에 지을 예정인 호텔을 분양받으면 수익금을 나눠 매달 주고, 1년간은 건설사가 투자금액의 8%를 수익금으로 보장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른바 '수익형 호텔' 분양 광고였습니다.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건설사가 1년 동안은 보장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은 김 씨는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했습니다. 김 씨는 홈쇼핑 광고대로 인천 영종도에 호텔 용지가 공급됐고, 건설사도 이름이 있는 곳이어서 믿을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호텔을 분양받아 수익금을 매달 정기적으로 받으면 노후자금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또, 대출도 가능하다는 말에 김 씨는 대출까지 받아서 호텔 객실 1개를 1억 5천여만 원에 분양을 받습니다. 계약 당시 건설사가 1년간 8%의 수익금을 약속한다는 보증서도 함께 받았습니다.


호텔 문 열었지만…. 1억 5천만 원에 분양받았는데 고작 50여만 원 받아

이 호텔은 지난해 3월 드디어 문을 엽니다. 약속한 준공날짜보다 미뤄졌지만 이제 정기적으로 수익금을 받을 생각에 김 씨는 들떴습니다. 그러나 김 씨에게 첫 달 입금된 금액은 562,300원입니다. 운영사가 미리 선수관리비를 떼고 수익금을 지급한 겁니다. 이것까지는 참을만했다고 합니다. 이후가 문제입니다.

김 씨는 첫 달 이후로 수익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호텔 건설사와 운영사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호텔이 문을 연 지 1년이 넘었습니다. 1년 동안 김씨가 받아야 할 금액은 1천2백여만 원에 이르지만 김 씨에게 돌아온 건 고작 50여만 원뿐입니다.

김 씨처럼 이 호텔을 분양받은 사람은 2백 명이 넘습니다. 이들은 '사기분양'을 당했다며 건설사와 운영사를 상대로 1년 보장 수익금에 대해 항의를 해왔고, 자신들의 재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호텔 운영사마저 바뀌었고, 운영권을 놓고 법적 분쟁까지 벌어졌습니다.


수익형 호텔은 왜 수익이 나지 않을까?

취재진은 해당 건설사와 호텔 운영 관계자에게 보장까지 한 수익금을 왜 주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건설사 대표는 분양 당시만 해도 관광객이 몰려들어 8% 수익을 보장할 수 있었는데,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어 예상이 빗나갔다는 겁니다. 정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익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분양자들에게 도의적 책임으로 다른 지역의 건설 중인 호텔 공사비로 받을 채권이 있어서 이것을 분양자들에게 양도해주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이를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노후자금으로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현금을 기대한 분양자들에게 채권으로 대신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분양자들은 "건설사가 제시한 채권은 언제 회수할지도 모르는 제주도의 한 수익형 호텔이다. 그리고 이미 시행사는 부도가 난 상태여서 부실채권으로밖에 볼 수 없어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투자 붐을 타고 인천과 제주 등 전국에서 130여 개의 수익형 호텔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분양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건 극히 드물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호텔 건물에 서로 다른 두 사업자가 영업 신고를 해 운영되면서 소유권과 운영권 다툼이 생겨 민·형사상 소송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건설사 관계자도 취재진에게 전국에서 제대로 수익금을 회수하는 '수익형 호텔'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들도 수익형 호텔 건립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퇴직금을 털어 분양받았다"
"쌈짓돈 모아 투자한 호텔, 기대했건만.."
"늙어서 자식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아 생활비로 쓰려고 투자했다"
"대출금에 관리비, 명도비용까지 떠안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대한 구제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건설사 혹은 호텔 운영에 나선 이들은 소유권 등기를 분양받은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수익이 나면 챙기고, 수익 안 나면 분양자들에게 피해를 감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수익형 호텔'은 이뿐만 아니라 건축과정에서 생긴 하자 문제로 법적 분쟁이 생기는 등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분양을 고민한다면, 미리 위험성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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