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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길조 아닌 불청객 된 ‘백로’…김해에 무슨 일이?
입력 2019.07.17 (08:32) 수정 2019.07.17 (09:01)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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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하얀 꽃잎 같아보이시죠.

소나무 숲 위에서 쉬는 백로 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을 나기위해 찾은 백로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길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도 많이 오는 백로 때문에 골칫덩이인 지역이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에게 백로는 시청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한번 보시죠.

[리포트]

가야의 왕, 김수로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경남 김해의 구지봉입니다, 드넓게 펼쳐진 소나무 숲에 백로 떼가 앉아있는 모습이 장관인데요.

순백색의 백로들이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니고, 둥지 안에서 새끼를 돌보기도 합니다.

[아파트 주민 : "아우 진짜 처음에는 몇 마리씩 날아다니고 우리 집에 누가 오면 '어머나, 경치 좋네, 새들도 날아다니고.'"]

백로의 방문을 반겼던 주민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파트 주민 : "지금은 완전 원수가 됐어요."]

백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주민들,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아파트 주민 : "처음에는 '아이고 예쁘다.' 이랬는데 요새는 냄새 독하거든요. 시끄러워. 내내 짹짹 소리 나니까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요."]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나무들이 페인트를 칠한 것같이 하얀색으로 덮여있습니다.

나뭇잎도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페인트가 아니라 백로들의 배설물입니다.

대나무는 색이 검게 변했습니다.

산성인 배설물에 죽어가는 겁니다.

소나무 숲과 아파트 단지와의 직선거리는 30미터 남짓, 그러다 보니 배설물은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네, 바로 냄새입니다.

주차장 바닥, 차량에도 이렇게 묻어있는데요.

[아파트 주민 : "흐리고 장마가 오는 날에는 저녁에 창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는 도저히 냄새가 나서 생활하기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아파트 주민 : "냄새가 너무 심해서 지나가면서 코를 막고 갈 정도예요. 제가 하루는 코 막고 가는데 뒤에 아저씨가 오면서 '어머, 쓰레기 냄새야. 도대체 뭐야?' 그러는데 '아저씨. 새 냄새에요.' 그랬더니 '어휴, 여기서 어떻게 살아.'"]

여름 철새인 백로 떼가 이곳을 찾기 시작한 건 4년 전쯤입니다.

[정진영/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2015년에 백로가 처음 김해시에 왔을 때 그때는 홈페이지에 길조가 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지내동 쪽과 허황후릉 쪽에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서식환경이 안 좋아져서 한쪽으로 몰린 것 같습니다."]

구지봉 옆으로 천이 흘러 먹이가 풍족하다 보니 백로 떼가 이곳을 서식지로 삼은 겁니다.

동시에 주민들과의 악연도 시작됐다고 합니다.

숲과 마주 보는 단지 주민들은 더 괴롭다고 하는데요.

소나무 숲 풍경 때문에 인기 단지로 꼽혔지만 이제는 창문에 백로의 깃털과 배설물이 덕지덕지 묻어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 "새가 없을 때는 공기 좋고 앞이 확 트이고 나무들이 있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냄새는 진짜 뭐 말도 없이 들어오죠. 지금 많이 보이잖아요. 촘촘한 방충망인데도 털이 많이 보여요."]

무더운 한여름에도 창문을 꽁꽁 닫아둘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 : "이게 다 깃털. 냄새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15분 열어놓고 그다음에는 못 열어놔요. 동물원에 가면 조류장에서 냄새나는 거 있죠. 그거랑 똑같아요. 베란다는 빨래 너는 용도로만 사용하지 아무것도 못해요."]

그렇다면, 이곳은 왜 유독 냄새가 심한 걸까요?

[조삼래/공주대학교 명예교수 : "백로 종류가 먹는 음식이 어류, 양서류, 파충류, 곤충류까지 여러 가지를 먹어요. 그래서 배설물 자체 냄새도 있고, 먹다가 떨어뜨리는 동물 사체 같은 것이 합쳐져서 냄새가 나죠."]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지자체는 소방차까지 동원해 청소에 나섰는데요.

[김재희/김해동부소방서 북부119안전센터장 : "나무에 묻어있는 배설물하고, 바닥에 있는 부분들을 희석해서 악취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소방 호스에서 거센 물줄기가 쏟아지지만 백로의 배설물, 이렇게 딱딱하게 굳어서 좀처럼 깨끗해지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다음날이면 또 덮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밤에는 어떨까요?

[아파트 주민 : "저녁에 이상한 소리 다 내요. 이상한 소리를 내요. 괴물 같아. 어떤 때는 막 무서워."]

[아파트 주민 : "한 (새벽) 3시 반 정도 되면 자기들이 소리를 내고 시끄럽습니다. 3시 반부터 천 마리가 울어대는데 안 시끄럽겠습니까. 시끄럽죠."]

사람들이 모두 잠든 새벽 3시가 넘자,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백로 특성상 새벽부터 활동을 시작하는데 새벽 3시에 이런 소리가 울립니다.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다 보니 주민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백로는 유해조수가 아니기 때문에 물대포나 공포탄을 쓸 수 없다고 하는데요, 대신 빈 둥지를 없애고 백로의 천적인 매의 모형을 딴 경음기를 하늘로 띄우는 방법이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4년 전, 100마리 남짓이던 백로 떼는 올해 1000여 마리로 늘었습니다.

오는 9월이면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겠지만, 내년엔 더 많은 숫자의 백로 떼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조삼래/공주대학교 명예교수 : "거기서 번식한 게 점점 늘어난 거죠. 봄에 올 때보다도 개체 수가 지금이 제일 많아요. 지금부터 한 8월 말까지 제일 많죠. 이 새들이 동남아로 월동을 하러 가거든요, 월동을 마치고 무사히 오면 더 많아지죠."]

일단 지금으로선 지속적인 소나무 숲 청소와 관리, 대체 서식지 마련이 주민들의 불편을 그나마 없애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우리 이웃이 되고 있는 백로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 [뉴스 따라잡기] 길조 아닌 불청객 된 ‘백로’…김해에 무슨 일이?
    • 입력 2019-07-17 08:46:24
    • 수정2019-07-17 09:01:55
    아침뉴스타임
[기자]

하얀 꽃잎 같아보이시죠.

소나무 숲 위에서 쉬는 백로 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을 나기위해 찾은 백로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길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도 많이 오는 백로 때문에 골칫덩이인 지역이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에게 백로는 시청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한번 보시죠.

[리포트]

가야의 왕, 김수로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경남 김해의 구지봉입니다, 드넓게 펼쳐진 소나무 숲에 백로 떼가 앉아있는 모습이 장관인데요.

순백색의 백로들이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니고, 둥지 안에서 새끼를 돌보기도 합니다.

[아파트 주민 : "아우 진짜 처음에는 몇 마리씩 날아다니고 우리 집에 누가 오면 '어머나, 경치 좋네, 새들도 날아다니고.'"]

백로의 방문을 반겼던 주민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파트 주민 : "지금은 완전 원수가 됐어요."]

백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주민들,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아파트 주민 : "처음에는 '아이고 예쁘다.' 이랬는데 요새는 냄새 독하거든요. 시끄러워. 내내 짹짹 소리 나니까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요."]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나무들이 페인트를 칠한 것같이 하얀색으로 덮여있습니다.

나뭇잎도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페인트가 아니라 백로들의 배설물입니다.

대나무는 색이 검게 변했습니다.

산성인 배설물에 죽어가는 겁니다.

소나무 숲과 아파트 단지와의 직선거리는 30미터 남짓, 그러다 보니 배설물은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네, 바로 냄새입니다.

주차장 바닥, 차량에도 이렇게 묻어있는데요.

[아파트 주민 : "흐리고 장마가 오는 날에는 저녁에 창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는 도저히 냄새가 나서 생활하기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아파트 주민 : "냄새가 너무 심해서 지나가면서 코를 막고 갈 정도예요. 제가 하루는 코 막고 가는데 뒤에 아저씨가 오면서 '어머, 쓰레기 냄새야. 도대체 뭐야?' 그러는데 '아저씨. 새 냄새에요.' 그랬더니 '어휴, 여기서 어떻게 살아.'"]

여름 철새인 백로 떼가 이곳을 찾기 시작한 건 4년 전쯤입니다.

[정진영/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 "2015년에 백로가 처음 김해시에 왔을 때 그때는 홈페이지에 길조가 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지내동 쪽과 허황후릉 쪽에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서식환경이 안 좋아져서 한쪽으로 몰린 것 같습니다."]

구지봉 옆으로 천이 흘러 먹이가 풍족하다 보니 백로 떼가 이곳을 서식지로 삼은 겁니다.

동시에 주민들과의 악연도 시작됐다고 합니다.

숲과 마주 보는 단지 주민들은 더 괴롭다고 하는데요.

소나무 숲 풍경 때문에 인기 단지로 꼽혔지만 이제는 창문에 백로의 깃털과 배설물이 덕지덕지 묻어있습니다.

[아파트 주민 : "새가 없을 때는 공기 좋고 앞이 확 트이고 나무들이 있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냄새는 진짜 뭐 말도 없이 들어오죠. 지금 많이 보이잖아요. 촘촘한 방충망인데도 털이 많이 보여요."]

무더운 한여름에도 창문을 꽁꽁 닫아둘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민 : "이게 다 깃털. 냄새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15분 열어놓고 그다음에는 못 열어놔요. 동물원에 가면 조류장에서 냄새나는 거 있죠. 그거랑 똑같아요. 베란다는 빨래 너는 용도로만 사용하지 아무것도 못해요."]

그렇다면, 이곳은 왜 유독 냄새가 심한 걸까요?

[조삼래/공주대학교 명예교수 : "백로 종류가 먹는 음식이 어류, 양서류, 파충류, 곤충류까지 여러 가지를 먹어요. 그래서 배설물 자체 냄새도 있고, 먹다가 떨어뜨리는 동물 사체 같은 것이 합쳐져서 냄새가 나죠."]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지자체는 소방차까지 동원해 청소에 나섰는데요.

[김재희/김해동부소방서 북부119안전센터장 : "나무에 묻어있는 배설물하고, 바닥에 있는 부분들을 희석해서 악취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소방 호스에서 거센 물줄기가 쏟아지지만 백로의 배설물, 이렇게 딱딱하게 굳어서 좀처럼 깨끗해지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다음날이면 또 덮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밤에는 어떨까요?

[아파트 주민 : "저녁에 이상한 소리 다 내요. 이상한 소리를 내요. 괴물 같아. 어떤 때는 막 무서워."]

[아파트 주민 : "한 (새벽) 3시 반 정도 되면 자기들이 소리를 내고 시끄럽습니다. 3시 반부터 천 마리가 울어대는데 안 시끄럽겠습니까. 시끄럽죠."]

사람들이 모두 잠든 새벽 3시가 넘자,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백로 특성상 새벽부터 활동을 시작하는데 새벽 3시에 이런 소리가 울립니다.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다 보니 주민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백로는 유해조수가 아니기 때문에 물대포나 공포탄을 쓸 수 없다고 하는데요, 대신 빈 둥지를 없애고 백로의 천적인 매의 모형을 딴 경음기를 하늘로 띄우는 방법이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4년 전, 100마리 남짓이던 백로 떼는 올해 1000여 마리로 늘었습니다.

오는 9월이면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겠지만, 내년엔 더 많은 숫자의 백로 떼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조삼래/공주대학교 명예교수 : "거기서 번식한 게 점점 늘어난 거죠. 봄에 올 때보다도 개체 수가 지금이 제일 많아요. 지금부터 한 8월 말까지 제일 많죠. 이 새들이 동남아로 월동을 하러 가거든요, 월동을 마치고 무사히 오면 더 많아지죠."]

일단 지금으로선 지속적인 소나무 숲 청소와 관리, 대체 서식지 마련이 주민들의 불편을 그나마 없애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우리 이웃이 되고 있는 백로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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