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강제집행 길 열린 ‘상주본’…공방 2라운드?

입력 2019.07.22 (08:31) 수정 2019.07.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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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글 창제 원리 등을 상세히 기록한 세계 유일의 문자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된 건 간송미술관에 보관 중인 '간송본'과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주본'입니다.

문화재청의 강제집행 가능 판결에 그동안 천억 원에 내놓겠다던 현재 소장자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 걸까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주본 소장자를 뉴스따라잡기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

취재진을 만난 배 씨는 한 서류를 보여 줬습니다.

며칠 전 문화재청에서 보내온 상주본 반환 요청 공문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은) 재판 결과에 따라 (상주본) 그것을 자기들한테 내놓으라는 입장이고, 원래 거기 있던 것도 아니니까 제가 반환할 이유가 없으려니와 저는 그것을 수호해야 하는 입장이고요."]

상주본의 소유권이 법적으로 국가에 있으니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판결인데요, 배 씨 입장은 단호합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이 주장하는 그런 소유권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지금 그거를 상의, 검토 중입니다. (상주본이 선생님 것이라는 법적대응인가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소유가 국가라는 상주본은 어떻게 지금 배 씨에게 있게 됐을까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 7월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에 2008년 7월 26일인가 국보지정에 관한 신고를 한 게 있어요. 신고하고 답이 안 오기에 며칠 뒤인 30일 (상주본) 그것을 방송에 공개했던 거죠."]

당시 공개 현장에서 상주본을 직접 살펴본 학자는 지금까지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합니다.

[임노직/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관장 : "아 진본이라는 것은 딱 알 수 있었고, 그날 책의 어떤 그 재질이라든가 촉감 같은 거. 폐쇄된 상태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던 것 같아요.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 고서 특유의 냄새가 그 당시에 지금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렬했어요. 복장 유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국보급 보물의 발견에 당시 마을도 떠들썩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당시) 여기 동네 사람들 다 알아요. 모르는 사람이 없죠."]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게 귀중한 해례본이라더라, 진짜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라더라. (동네 사람은) 그걸 아무도 본 사람은 없어. 소문만 무성했지."]

그런데 직후, 상주본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골동품상 조 모 씨가 나타났습니다. 배 씨가 자기 가게에서 고서적들을 사 가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가져갔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두 사람이 싸움이 붙은 거야. 내 놔라. 돌려 놔라, 내 거 왜 훔쳐 갔냐, 절도했네 싸움이 붙어서……."]

배 씨는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증거부족으로 절도 혐의를 벗었지만, 그 사이 상주본 소유권은 조 씨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집니다.

결국 조 씨는 사망 전인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는데요. 이렇게 상주본이 국가 소유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소장자인 배씨는 상주본을 숨겨 놓고 소재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 어디에 보관하고 있나요?) 그걸 말한다면 심히 어리석은 일이 되겠죠."]

다시 2015년입니다. 당시 배씨 집에 원인불명의 불이 났고, 가옥과 보관 중이던 고서적들이 불타 버렸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여기서부터 (불이) 시작이 돼서 전소됐죠. (상주본은 어디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 일부 이 방에 있었는데 그렇게 불이 났습니다. (상주본을 지켜 내서 나왔으니까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당시 상주본이 모두 불에 타버렸을지 모른다는 일부 우려가 있었는데요, 2년 뒤 배 씨는 아랫부분이 불탄 흔적이 있는, 낱장 형태의 '상주본' 일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천억 원을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배 씨,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이미 소송을 십몇 년 이러고 (있는데) 제가 그러면 1조 원 이상 가는 것을 10분의 1 을 받겠다는데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 사람) 머릿속에 오로지 천억 원만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법원 패소하고 자기 것도 아닌 걸 만약에 돈 주면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전우용/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인류의 보편 유산을 가둬 두고 돈을 요구하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하고) 유물 보존도 중요하지만, 유물과 관련한 선례를 남기는 일로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 씨가 생각하는 상주본의 가치는 1조원 이상. 때문에 자신이 더 잘 보존하기 위해 양보한 거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버티다가 서로 간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 (상주본을) 넘겨줄 수도 있다. (문화재청) 자신들이 판단한 (1조 원) 거기에서 최소한 10분의 1 정도는 나에게 남겨 달라 이런 양보안을 냈던 겁니다."]

최근에는 제3의 독지가가 국가 대신 배 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반환하는 방법도 얘기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저나 하늘이 참고 기다리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결국 기본적으로 쉽게 말해 천억 원을 기본적으로 못 박아둔 (상황입니다)."]

[전우용/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이 문화재가 손상되지 않도록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문화재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인류의 보물이다. 이걸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법적조치보다는 일단 배 씨와의 대화, 설득을 통해 먼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화재청.

상주본은 언제쯤 다시 대중에게 공개돼 그 가치가 빛을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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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강제집행 길 열린 ‘상주본’…공방 2라운드?
    • 입력 2019-07-22 08:33:36
    • 수정2019-07-22 15: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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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한글 창제 원리 등을 상세히 기록한 세계 유일의 문자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된 건 간송미술관에 보관 중인 '간송본'과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주본'입니다.

문화재청의 강제집행 가능 판결에 그동안 천억 원에 내놓겠다던 현재 소장자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 걸까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주본 소장자를 뉴스따라잡기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

취재진을 만난 배 씨는 한 서류를 보여 줬습니다.

며칠 전 문화재청에서 보내온 상주본 반환 요청 공문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은) 재판 결과에 따라 (상주본) 그것을 자기들한테 내놓으라는 입장이고, 원래 거기 있던 것도 아니니까 제가 반환할 이유가 없으려니와 저는 그것을 수호해야 하는 입장이고요."]

상주본의 소유권이 법적으로 국가에 있으니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판결인데요, 배 씨 입장은 단호합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이 주장하는 그런 소유권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지금 그거를 상의, 검토 중입니다. (상주본이 선생님 것이라는 법적대응인가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소유가 국가라는 상주본은 어떻게 지금 배 씨에게 있게 됐을까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 7월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에 2008년 7월 26일인가 국보지정에 관한 신고를 한 게 있어요. 신고하고 답이 안 오기에 며칠 뒤인 30일 (상주본) 그것을 방송에 공개했던 거죠."]

당시 공개 현장에서 상주본을 직접 살펴본 학자는 지금까지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합니다.

[임노직/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관장 : "아 진본이라는 것은 딱 알 수 있었고, 그날 책의 어떤 그 재질이라든가 촉감 같은 거. 폐쇄된 상태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던 것 같아요.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 고서 특유의 냄새가 그 당시에 지금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렬했어요. 복장 유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국보급 보물의 발견에 당시 마을도 떠들썩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당시) 여기 동네 사람들 다 알아요. 모르는 사람이 없죠."]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게 귀중한 해례본이라더라, 진짜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라더라. (동네 사람은) 그걸 아무도 본 사람은 없어. 소문만 무성했지."]

그런데 직후, 상주본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골동품상 조 모 씨가 나타났습니다. 배 씨가 자기 가게에서 고서적들을 사 가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가져갔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두 사람이 싸움이 붙은 거야. 내 놔라. 돌려 놔라, 내 거 왜 훔쳐 갔냐, 절도했네 싸움이 붙어서……."]

배 씨는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증거부족으로 절도 혐의를 벗었지만, 그 사이 상주본 소유권은 조 씨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집니다.

결국 조 씨는 사망 전인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는데요. 이렇게 상주본이 국가 소유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소장자인 배씨는 상주본을 숨겨 놓고 소재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 어디에 보관하고 있나요?) 그걸 말한다면 심히 어리석은 일이 되겠죠."]

다시 2015년입니다. 당시 배씨 집에 원인불명의 불이 났고, 가옥과 보관 중이던 고서적들이 불타 버렸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여기서부터 (불이) 시작이 돼서 전소됐죠. (상주본은 어디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 일부 이 방에 있었는데 그렇게 불이 났습니다. (상주본을 지켜 내서 나왔으니까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당시 상주본이 모두 불에 타버렸을지 모른다는 일부 우려가 있었는데요, 2년 뒤 배 씨는 아랫부분이 불탄 흔적이 있는, 낱장 형태의 '상주본' 일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천억 원을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배 씨,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이미 소송을 십몇 년 이러고 (있는데) 제가 그러면 1조 원 이상 가는 것을 10분의 1 을 받겠다는데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 사람) 머릿속에 오로지 천억 원만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법원 패소하고 자기 것도 아닌 걸 만약에 돈 주면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전우용/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인류의 보편 유산을 가둬 두고 돈을 요구하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하고) 유물 보존도 중요하지만, 유물과 관련한 선례를 남기는 일로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 씨가 생각하는 상주본의 가치는 1조원 이상. 때문에 자신이 더 잘 보존하기 위해 양보한 거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버티다가 서로 간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 (상주본을) 넘겨줄 수도 있다. (문화재청) 자신들이 판단한 (1조 원) 거기에서 최소한 10분의 1 정도는 나에게 남겨 달라 이런 양보안을 냈던 겁니다."]

최근에는 제3의 독지가가 국가 대신 배 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반환하는 방법도 얘기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저나 하늘이 참고 기다리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결국 기본적으로 쉽게 말해 천억 원을 기본적으로 못 박아둔 (상황입니다)."]

[전우용/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이 문화재가 손상되지 않도록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문화재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인류의 보물이다. 이걸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법적조치보다는 일단 배 씨와의 대화, 설득을 통해 먼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화재청.

상주본은 언제쯤 다시 대중에게 공개돼 그 가치가 빛을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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