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 길 열린 ‘상주본’…공방 2라운드?

입력 2019.07.22 (12:37) 수정 2019.07.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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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글 창제 원리 등을 상세히 기록한 세계 유일의 문자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된 건 간송미술관에 보관중인 '간송본'과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주본'입니다.

문화재청의 강제집행 가능 판결에 그동안 천억 원에 내놓겠다던 현재 소장자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걸까요?

상주본 소장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

취재진을 만난 배 씨는 한 서류를 보여줬습니다.

며칠 전 문화재청에서 보내온 상주본 반환요청 공문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은) 재판 결과에 따라 (상주본) 그것을 자기들한테 내놓으라는 입장이고, 원래 거기 있던 것도 아니니까 제가 반환할 이유가 없으려니와 저는 그것을 수호해야 하는 입장이고요."]

상주본의 소유권이 법적으로 국가에 있으니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판결인데요, 배 씨 입장은 단호합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이 주장하는 그런 소유권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지금 그거를 상의, 검토 중입니다. (상주본이 선생님 것이라는 법적대응인가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소유가 국가라는 상주본은 어떻게 지금 배 씨에게 있게 됐을까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 7월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에 2008년 7월 26일인가 국보지정에 관한 신고를 한 게 있어요. 신고하고 답이 안 오기에 며칠 뒤인 30일 (상주본) 그것을 방송에 공개했던 거죠."]

당시 공개 현장에서 상주본을 직접 살펴본 학자는 지금까지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합니다.

[임노직/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관장 : "아 진본이라는 것은 딱 알 수 있었고. 그날 책의 어떤 그 재질이라든가 촉감 같은 거. 폐쇄된 상태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던 것 같아요.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 고서 특유의 냄새가 그 당시에 지금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렬했어요. 복장 유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국보급 보물의 발견에 당시 마을도 떠들썩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여기 동네 사람들 다 알아요. 모르는 사람이 없죠."]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게 귀중한 해례본이라더라, 진짜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라더라. (동네 사람은) 그걸 아무도 본 사람은 없어. 소문만 무성했지."]

그런데 직후, 상주본이 자기거라고 주장하는 골동품상 조 모 씨가 나타났습니다.

배 씨가 자기 가게에서 고서적들을 사가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가져갔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두 사람이 싸움이 붙은 거야. 내놔라. 돌려놔라, 내 거 왜 훔쳐 갔냐, 절도했네 싸움이 붙어서……."]

배 씨는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증거부족으로 절도혐의를 벗었지만, 그 사이 상주본 소유권은 조 씨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집니다.

결국 조 씨는 사망 전인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는데요, 이렇게 상주본이 국가 소유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텁니다.

소장자인 배씨는 상주본을 숨겨놓고 소재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 어디에 보관하고 있나요?) 그걸 말한다면 심히 어리석은 일이 되겠죠."]

다시 2015년입니다.

당시 배씨 집에 원인불명의 불이 났고, 가옥과 보관 중이던 고서적들이 불 타 버렸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여기서부터 (불이) 시작이 돼서 전소됐죠. (상주본은 어디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 일부 이 방에 있었는데 그렇게 불이 났습니다. (상주본을 지켜내서 나왔으니까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당시 상주본이 모두 불에 타버렸을지 모른다는 일부 우려가 있었는데요, 2년 뒤 배씨는 아랫부분이 불 탄 흔적이 있는, 낱장 형태의 '상주본' 일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천억 원을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배씨,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이미 소송을 십몇 년 이러고 (있는데) 제가 그러면 1조 원 이상 가는 것을 10분의 1 을 받겠다는데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 사람) 머릿속에 오로지 천억 원만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법원 패소하고 자기 것도 아닌 걸 만약에 돈 주면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전우용/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인류의 보편 유산을 가둬두고 돈을 요구하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하고) 유물 보존도 중요하지만, 유물과 관련한 선례를 남기는 일로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씨가 생각하는 상주본의 가치는 1조원 이상. 때문에 자신이 더 잘 보존하기 위해 양보한 거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버티다가 서로 간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 (상주본을) 넘겨줄 수도 있다. (문화재청) 자신들이 판단한 (1조 원) 거기에서 최소한 10분의 1 정도는 나에게 남겨 달라 이런 양보안을 냈던 겁니다."]

최근에는 제3의 독지가가 국가대신 배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반환하는 방법도 얘기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저나 하늘이 참고 기다리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결국 기본적으로 쉽게 말해 천억 원을 기본적으로 못 박아둔 (상황입니다.)"]

[전우용/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이 문화재가 손상되지 않도록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문화재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인류의 보물이다. 이걸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법적조치보다는 일단 배 씨와의 대화, 설득을 통해 먼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화재청.

상주본은 언제쯤 다시 대중에게 공개돼 그 가치가 빛을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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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집행 길 열린 ‘상주본’…공방 2라운드?
    • 입력 2019-07-22 12:45:53
    • 수정2019-07-22 13: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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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글 창제 원리 등을 상세히 기록한 세계 유일의 문자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입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공개된 건 간송미술관에 보관중인 '간송본'과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주본'입니다.

문화재청의 강제집행 가능 판결에 그동안 천억 원에 내놓겠다던 현재 소장자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걸까요?

상주본 소장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죠.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

취재진을 만난 배 씨는 한 서류를 보여줬습니다.

며칠 전 문화재청에서 보내온 상주본 반환요청 공문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은) 재판 결과에 따라 (상주본) 그것을 자기들한테 내놓으라는 입장이고, 원래 거기 있던 것도 아니니까 제가 반환할 이유가 없으려니와 저는 그것을 수호해야 하는 입장이고요."]

상주본의 소유권이 법적으로 국가에 있으니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판결인데요, 배 씨 입장은 단호합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이 주장하는 그런 소유권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지금 그거를 상의, 검토 중입니다. (상주본이 선생님 것이라는 법적대응인가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소유가 국가라는 상주본은 어떻게 지금 배 씨에게 있게 됐을까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 7월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문화재청에 2008년 7월 26일인가 국보지정에 관한 신고를 한 게 있어요. 신고하고 답이 안 오기에 며칠 뒤인 30일 (상주본) 그것을 방송에 공개했던 거죠."]

당시 공개 현장에서 상주본을 직접 살펴본 학자는 지금까지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합니다.

[임노직/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관장 : "아 진본이라는 것은 딱 알 수 있었고. 그날 책의 어떤 그 재질이라든가 촉감 같은 거. 폐쇄된 상태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었던 것 같아요.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 고서 특유의 냄새가 그 당시에 지금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렬했어요. 복장 유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국보급 보물의 발견에 당시 마을도 떠들썩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여기 동네 사람들 다 알아요. 모르는 사람이 없죠."]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게 귀중한 해례본이라더라, 진짜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라더라. (동네 사람은) 그걸 아무도 본 사람은 없어. 소문만 무성했지."]

그런데 직후, 상주본이 자기거라고 주장하는 골동품상 조 모 씨가 나타났습니다.

배 씨가 자기 가게에서 고서적들을 사가면서 상주본을 몰래 끼워 가져갔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두 사람이 싸움이 붙은 거야. 내놔라. 돌려놔라, 내 거 왜 훔쳐 갔냐, 절도했네 싸움이 붙어서……."]

배 씨는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증거부족으로 절도혐의를 벗었지만, 그 사이 상주본 소유권은 조 씨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집니다.

결국 조 씨는 사망 전인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는데요, 이렇게 상주본이 국가 소유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텁니다.

소장자인 배씨는 상주본을 숨겨놓고 소재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 어디에 보관하고 있나요?) 그걸 말한다면 심히 어리석은 일이 되겠죠."]

다시 2015년입니다.

당시 배씨 집에 원인불명의 불이 났고, 가옥과 보관 중이던 고서적들이 불 타 버렸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여기서부터 (불이) 시작이 돼서 전소됐죠. (상주본은 어디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 일부 이 방에 있었는데 그렇게 불이 났습니다. (상주본을 지켜내서 나왔으니까 있는 거잖아요?) 그렇죠."]

당시 상주본이 모두 불에 타버렸을지 모른다는 일부 우려가 있었는데요, 2년 뒤 배씨는 아랫부분이 불 탄 흔적이 있는, 낱장 형태의 '상주본' 일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미 천억 원을 주면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배씨,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이미 소송을 십몇 년 이러고 (있는데) 제가 그러면 1조 원 이상 가는 것을 10분의 1 을 받겠다는데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그 사람) 머릿속에 오로지 천억 원만 생각하고 있거든요. 대법원 패소하고 자기 것도 아닌 걸 만약에 돈 주면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전우용/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인류의 보편 유산을 가둬두고 돈을 요구하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하고) 유물 보존도 중요하지만, 유물과 관련한 선례를 남기는 일로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배씨가 생각하는 상주본의 가치는 1조원 이상. 때문에 자신이 더 잘 보존하기 위해 양보한 거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요.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버티다가 서로 간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이제 (상주본을) 넘겨줄 수도 있다. (문화재청) 자신들이 판단한 (1조 원) 거기에서 최소한 10분의 1 정도는 나에게 남겨 달라 이런 양보안을 냈던 겁니다."]

최근에는 제3의 독지가가 국가대신 배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반환하는 방법도 얘기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배익기/상주본 소장자 : "저나 하늘이 참고 기다리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결국 기본적으로 쉽게 말해 천억 원을 기본적으로 못 박아둔 (상황입니다.)"]

[전우용/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 "이 문화재가 손상되지 않도록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문화재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인류의 보물이다. 이걸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법적조치보다는 일단 배 씨와의 대화, 설득을 통해 먼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화재청.

상주본은 언제쯤 다시 대중에게 공개돼 그 가치가 빛을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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