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멀쩡했던 내 공장, 하루 아침에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입력 2019.07.22 (16:13) 수정 2019.07.2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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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공장 임대 후 각종 폐기물 버려놓고 도망치는 사례 잇따라
‘바지사장’ 내세워 계약…어렵게 찾아도 피해 복구 어려워
돌아서면 늘어나는 폐기물에 환경부도 지자체도 ‘난감’

"불법 폐기물의 전국적인 유통 현황과 그 범죄 조직, 각 역할 분담 등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접수된 제보 내용은 이게 전부였습니다. 쓰레기로 뒤덮인 공장 사진도 몇 장 있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개인이 직접 '범죄 조직'을 파헤치게 된 걸까, 제보자에게 바로 연락을 했습니다.

전화로 들은 사연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바지사장과 브로커, 자금주로 얽힌 거대 폐기물 투기 조직이 자신의 공장에 쓰레기 8천여 톤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겁니다. 피해자는 자신 말고도 더 있고, 치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며칠 뒤, 경북 영천시의 공장 앞에서 제보자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본업도 제쳐놓고 두 달 넘게 이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던 이 씨는 한눈에도 무척 지쳐 보였습니다.

공장은 입구부터 처참했습니다. 마당 곳곳에는 쓰레기 산이 만들어져 있었고, 건물 4개 동에도 쓰레기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각종 목재와 비닐, 석면 뭉치 같은 건설현장 폐기물부터 쓰고 버린 어망과 페트병, 세탁기까지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먼지와 악취도 심했고,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침출수가 흘러나온 흔적도 보였습니다.

“공장 좀 빌릴게요” 평범한 계약인 줄 알았다

이 씨가 공장 임대차 계약을 맺은 건 올해 3월입니다. 대구에 주소를 둔 40대 후반의 남성 A씨가 '금속 등을 보관하는 자재 창고를 운영하려 한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신분도 확실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1년, 보증금 3천만 원에 매달 월세 5백만 원을 받기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약 두 달 후, 이 씨는 인근 공장 관계자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내 공장이 쓰레기 무단 투기 피해를 당했는데, 지나가면서 보니 당신 공장도 같은 상황인 것 같다'는 겁니다. 뒤늦게 찾은 공장은 이미 쓰레기장이 돼 있었고, 투기를 한 일당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습니다.

공장을 임대한 두 달 동안 이들 일당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밤 10시 이후 시간대를 이용해 트럭으로 폐기물을 갖다 버렸습니다. 밖에서 안을 볼 수 없게 하려고 공장 주변에 철판 울타리를 둘렀고, 건물에 난 창문도 모두 가리는 등 투기는 치밀하게 진행됐습니다.

계약했던 사람은 ‘바지사장’…인근 공장 4곳 동시다발 피해

이 씨는 영천경찰서를 찾아 신고했지만 경찰에서 '민사로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답을 듣게 됐습니다. 곧이어 변호사를 선임해 대구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피해자와 함께 직접 투기 일당을 찾아 나섰습니다.

임대차 계약서에 남아있는 주소지를 찾아가 계약자 A 씨의 가족을 만나 설득한 끝에 다시 연락이 닿았습니다. A 씨는 일정한 주거지 없이 폐기물 투기 일당과 지방 모텔을 전전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피해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이 씨에게 돌아온 답은 "나는 명의만 빌려준 속칭 '바지사장'이라 가진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파악한 폐기물 불법 투기 구조는 복잡했습니다. 불법 폐기물 처리를 주도하는 운영자(실소유주)가 있고, 그 아래에 전국적인 규모로 쓰레기 투기를 중개하는 브로커가 있습니다. 브로커들은 지역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환경 기자' 등으로 활동하며 영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물류업체 대표에 '건수'를 물어다 그 아래 중간 전달책에게 전달합니다. 중간 전달책은 다시 A 씨 같은 바지사장에게 지시를 내리고, 이들이 피해 공장과 접촉합니다.

불법 폐기물 처리를 중개해주고 돈을 받은 기록이 남아있는 브로커의 통장 내역. 피해자들이 직접 확보했다.불법 폐기물 처리를 중개해주고 돈을 받은 기록이 남아있는 브로커의 통장 내역. 피해자들이 직접 확보했다.

폐기물을 버리는 업체로부터 '싸게 처리해주겠다'며 물건 확보한 뒤 공터 등에 몰래 버리고 도망가는 수법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골의 빈 공장을 노려 투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 명목으로 받은 돈은 고스란히 이들 일당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애꿎은 땅 주인들만 날벼락을 맞는 겁니다.

피해 구제 막막한 공장주들 “복구 비용 공장마다 수십 억대”

이 씨 사례의 경우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잠복까지 하며 투기 조직원들을 찾아냈지만 대부분 책임을 회피하거나, 처리해주겠다는 말만 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들을 검거하더라도 이들의 범죄 행위가 재판 등으로 최종 확정된 후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또, 그 전에 자치단체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쓰레기를 치운다고 해도 이들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구상권을 청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심지어는 땅 주인이 직접 치워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번 쓰레기 투기가 발생하면 해결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 사이에 피해자들의 손해는 점점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 씨의 경우만 봐도 공장에 버려진 쓰레기 만 톤을 치우는 데만 최소 14억, 최대 18억 원까지 드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쓰레기 투기로 인해 터지고 무너진 건물 등을 수리하는 비용도 3~4억 원이 더 든다고 합니다.

“안 막는 건 아닌데…” 환경부도 지자체도 ‘골머리’

불법 폐기물 문제는 사실 환경부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환경부는 불법 투기나 방치 사례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하에 올해 초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2월에는 불법 폐기물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전국에 있는 불법 폐기물이 120만 톤의 불법 폐기물을 2022년 안에 모두 치우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계획은 심지어 앞당겨졌습니다. 경북 의성에 있는 쓰레기 산이 CNN에 방송돼 국제적 망신을 사면서 '올해 안에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지자체 행정대집행 등을 통해 열심히 치워도 돌아서면 또 쌓이는 상황이라 '연내 처리'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돈을 더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폐기물 처리 예산은 추경 예산을 포함해 555억이나 됩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불법 폐기물을 투기한 사람이나 운반자 등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처리 책임을 강화한 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갈수록 범죄화, 조직화 되는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해서 불법 폐기물 특별 수사단을 발족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의 공장 인근에 있는 다른 피해 공장 모습. 쓰레기를 무단 투기로 인해 건물 벽이 모두 터져 나와 있다.이 씨의 공장 인근에 있는 다른 피해 공장 모습. 쓰레기를 무단 투기로 인해 건물 벽이 모두 터져 나와 있다.

상대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 씨의 공장이 있는 경북 영천시의 경우 자체적인 폐기물 처리 대책본부를 가동해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관내에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버려져 있는지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연이어 벌어지는 폐기물 투기 사건으로 졸지에 '투기의 메카'라는 오명을 얻게 된 지역 시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단기간에는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힘든 만큼 발생하는 폐기물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폐기물들이 불법적인 경로로 빠지게 되는 이유는 높은 수익 때문"이라며 "폐기물 처리 과정에 대한 감시, 감독 강화와 함께 처벌 수위를 더 강화해 범죄 욕구를 눌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불법 폐기물 투기로 업자들이 호주머니를 채우고, 그 손해를 다시 세금으로 메우는 황당한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봉태 씨의 인터뷰 중 일부로 <취재후>를 마무리합니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상대를 완전히 죽이고 하는 행위니까. 말하자면 ‘간접적 살인’이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에서 강한 대책을 좀 세워줘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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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멀쩡했던 내 공장, 하루 아침에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 입력 2019-07-22 16:13:42
    • 수정2019-07-22 19:24:59
    취재후·사건후
공장 임대 후 각종 폐기물 버려놓고 도망치는 사례 잇따라<br />‘바지사장’ 내세워 계약…어렵게 찾아도 피해 복구 어려워<br />돌아서면 늘어나는 폐기물에 환경부도 지자체도 ‘난감’
"불법 폐기물의 전국적인 유통 현황과 그 범죄 조직, 각 역할 분담 등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접수된 제보 내용은 이게 전부였습니다. 쓰레기로 뒤덮인 공장 사진도 몇 장 있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개인이 직접 '범죄 조직'을 파헤치게 된 걸까, 제보자에게 바로 연락을 했습니다.

전화로 들은 사연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바지사장과 브로커, 자금주로 얽힌 거대 폐기물 투기 조직이 자신의 공장에 쓰레기 8천여 톤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겁니다. 피해자는 자신 말고도 더 있고, 치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며칠 뒤, 경북 영천시의 공장 앞에서 제보자 이 모 씨를 만났습니다. '본업도 제쳐놓고 두 달 넘게 이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던 이 씨는 한눈에도 무척 지쳐 보였습니다.

공장은 입구부터 처참했습니다. 마당 곳곳에는 쓰레기 산이 만들어져 있었고, 건물 4개 동에도 쓰레기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각종 목재와 비닐, 석면 뭉치 같은 건설현장 폐기물부터 쓰고 버린 어망과 페트병, 세탁기까지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먼지와 악취도 심했고,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침출수가 흘러나온 흔적도 보였습니다.

“공장 좀 빌릴게요” 평범한 계약인 줄 알았다

이 씨가 공장 임대차 계약을 맺은 건 올해 3월입니다. 대구에 주소를 둔 40대 후반의 남성 A씨가 '금속 등을 보관하는 자재 창고를 운영하려 한다'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신분도 확실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1년, 보증금 3천만 원에 매달 월세 5백만 원을 받기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약 두 달 후, 이 씨는 인근 공장 관계자로부터 황당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내 공장이 쓰레기 무단 투기 피해를 당했는데, 지나가면서 보니 당신 공장도 같은 상황인 것 같다'는 겁니다. 뒤늦게 찾은 공장은 이미 쓰레기장이 돼 있었고, 투기를 한 일당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습니다.

공장을 임대한 두 달 동안 이들 일당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밤 10시 이후 시간대를 이용해 트럭으로 폐기물을 갖다 버렸습니다. 밖에서 안을 볼 수 없게 하려고 공장 주변에 철판 울타리를 둘렀고, 건물에 난 창문도 모두 가리는 등 투기는 치밀하게 진행됐습니다.

계약했던 사람은 ‘바지사장’…인근 공장 4곳 동시다발 피해

이 씨는 영천경찰서를 찾아 신고했지만 경찰에서 '민사로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답을 듣게 됐습니다. 곧이어 변호사를 선임해 대구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피해자와 함께 직접 투기 일당을 찾아 나섰습니다.

임대차 계약서에 남아있는 주소지를 찾아가 계약자 A 씨의 가족을 만나 설득한 끝에 다시 연락이 닿았습니다. A 씨는 일정한 주거지 없이 폐기물 투기 일당과 지방 모텔을 전전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피해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이 씨에게 돌아온 답은 "나는 명의만 빌려준 속칭 '바지사장'이라 가진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파악한 폐기물 불법 투기 구조는 복잡했습니다. 불법 폐기물 처리를 주도하는 운영자(실소유주)가 있고, 그 아래에 전국적인 규모로 쓰레기 투기를 중개하는 브로커가 있습니다. 브로커들은 지역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환경 기자' 등으로 활동하며 영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물류업체 대표에 '건수'를 물어다 그 아래 중간 전달책에게 전달합니다. 중간 전달책은 다시 A 씨 같은 바지사장에게 지시를 내리고, 이들이 피해 공장과 접촉합니다.

불법 폐기물 처리를 중개해주고 돈을 받은 기록이 남아있는 브로커의 통장 내역. 피해자들이 직접 확보했다.
폐기물을 버리는 업체로부터 '싸게 처리해주겠다'며 물건 확보한 뒤 공터 등에 몰래 버리고 도망가는 수법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골의 빈 공장을 노려 투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 명목으로 받은 돈은 고스란히 이들 일당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애꿎은 땅 주인들만 날벼락을 맞는 겁니다.

피해 구제 막막한 공장주들 “복구 비용 공장마다 수십 억대”

이 씨 사례의 경우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잠복까지 하며 투기 조직원들을 찾아냈지만 대부분 책임을 회피하거나, 처리해주겠다는 말만 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들을 검거하더라도 이들의 범죄 행위가 재판 등으로 최종 확정된 후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또, 그 전에 자치단체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쓰레기를 치운다고 해도 이들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구상권을 청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심지어는 땅 주인이 직접 치워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번 쓰레기 투기가 발생하면 해결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 사이에 피해자들의 손해는 점점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 씨의 경우만 봐도 공장에 버려진 쓰레기 만 톤을 치우는 데만 최소 14억, 최대 18억 원까지 드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쓰레기 투기로 인해 터지고 무너진 건물 등을 수리하는 비용도 3~4억 원이 더 든다고 합니다.

“안 막는 건 아닌데…” 환경부도 지자체도 ‘골머리’

불법 폐기물 문제는 사실 환경부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환경부는 불법 투기나 방치 사례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하에 올해 초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2월에는 불법 폐기물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전국에 있는 불법 폐기물이 120만 톤의 불법 폐기물을 2022년 안에 모두 치우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계획은 심지어 앞당겨졌습니다. 경북 의성에 있는 쓰레기 산이 CNN에 방송돼 국제적 망신을 사면서 '올해 안에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지자체 행정대집행 등을 통해 열심히 치워도 돌아서면 또 쌓이는 상황이라 '연내 처리'가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돈을 더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폐기물 처리 예산은 추경 예산을 포함해 555억이나 됩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불법 폐기물을 투기한 사람이나 운반자 등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처리 책임을 강화한 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갈수록 범죄화, 조직화 되는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해서 불법 폐기물 특별 수사단을 발족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의 공장 인근에 있는 다른 피해 공장 모습. 쓰레기를 무단 투기로 인해 건물 벽이 모두 터져 나와 있다.
상대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 씨의 공장이 있는 경북 영천시의 경우 자체적인 폐기물 처리 대책본부를 가동해 실태 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관내에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버려져 있는지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연이어 벌어지는 폐기물 투기 사건으로 졸지에 '투기의 메카'라는 오명을 얻게 된 지역 시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단기간에는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힘든 만큼 발생하는 폐기물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폐기물들이 불법적인 경로로 빠지게 되는 이유는 높은 수익 때문"이라며 "폐기물 처리 과정에 대한 감시, 감독 강화와 함께 처벌 수위를 더 강화해 범죄 욕구를 눌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불법 폐기물 투기로 업자들이 호주머니를 채우고, 그 손해를 다시 세금으로 메우는 황당한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봉태 씨의 인터뷰 중 일부로 <취재후>를 마무리합니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 상대를 완전히 죽이고 하는 행위니까. 말하자면 ‘간접적 살인’이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에서 강한 대책을 좀 세워줘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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