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산악인 김홍빈 “‘절망과 삶’을 준 드날리 다시 갈 것이다”

입력 2019.07.26 (15:33) 수정 2019.07.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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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가셔브룸Ⅰ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김홍빈

'열 손락이 없는' 장애 산악인 김홍빈(55). 지난 7일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가셔브룸Ⅰ 봉우리 정상(8,080m)에 섰다. 그리고 23일 귀국했다.

김홍빈 씨는 이제 장애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산맥 8천m급 자이언트 봉 14개를 완등하는데 한 개만을 남겨놓았다. 내년 5월 원정에 나설 마지막 봉우리는 브로드피크(8,051m)다. 가셔브룸Ⅰ처럼 파키스탄 히말라야산맥에 있다.


고향 광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홍빈 씨는 이번 등정에서 폭설과 긴 코스로 고생했다고 한다.

"해발 5,000m 정도에 있는 베이스캠프로 가기 전 2m쯤의 눈이 내려 식량 조달이 잘 안 됐다. 포터와 당나귀들이 힘들어해 베이스캠프에 도착 못 하고 중간에 짐을 내려놓고 갈 정도였다."

"베이스캠프에서 캠프1로 올라가는데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가 워낙 많았다. 크레바스를 피해 빙빙 돌아가는 코스여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가 첫 팀이어서 루트를 뚫으며 올라갔다."

김홍빈 씨는 현재 발가락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동상까지는 아닌데 발에 얼음이 들어 있다. 더운 날인데도
발이 시린 느낌이다. 푹푹 빠지는 눈밭을 많이 너무 많이 걸었기 때문이다."

북미 최고봉 알래스카 드날리(Denali, 6,190m)북미 최고봉 알래스카 드날리(Denali, 6,190m)

김홍빈 씨는 1991년 드날리(당시 명칭은 매킨리) 등정 과정에서 동상으로 인해 열 손가락을 잃었다. 앵커리지의 한 병원에서 7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3개월이나 있다가 귀국했다. 산악인으로서 손가락 장애를 갖게 된 후 상실감과 좌절감은 너무 컸다.

김홍빈 씨는 "그래도 드날리에서 큰 사고를 당한 국내 산악인 중 살아남은 사람은 A 선배와 나밖에 없다. 드날리가 나에게 삶을 준 것이다. 내년 브로드피크를 올라 14좌 완등을 이루면 드날리를 찾을 예정이다. 꼭 정상 등반이 아니더라도 갈 것이다. 당시 돈으로 1억 5천만 원의 치료비를 받지 않았던 병원도 반드시 들러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날리가 한때 절망을 줬지만, 언제부터인가 삶을 주었다고 김홍빈 씨는 말한다. 그리고 내년 14좌 완등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14번째 산인 브로드피크는 가셔브룸Ⅰ보다 쉽다. 급경사 구간이 많아 전체 등정 코스가 가셔브룸Ⅰ의 반 정도다. 손에 장애가 있긴 하지만 암벽과 빙벽을 오르는 급경사 기술 등반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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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 산악인 김홍빈 “‘절망과 삶’을 준 드날리 다시 갈 것이다”
    • 입력 2019-07-26 15:33:09
    • 수정2019-07-26 15: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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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가셔브룸Ⅰ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김홍빈 '열 손락이 없는' 장애 산악인 김홍빈(55). 지난 7일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가셔브룸Ⅰ 봉우리 정상(8,080m)에 섰다. 그리고 23일 귀국했다. 김홍빈 씨는 이제 장애인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산맥 8천m급 자이언트 봉 14개를 완등하는데 한 개만을 남겨놓았다. 내년 5월 원정에 나설 마지막 봉우리는 브로드피크(8,051m)다. 가셔브룸Ⅰ처럼 파키스탄 히말라야산맥에 있다. 고향 광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홍빈 씨는 이번 등정에서 폭설과 긴 코스로 고생했다고 한다. "해발 5,000m 정도에 있는 베이스캠프로 가기 전 2m쯤의 눈이 내려 식량 조달이 잘 안 됐다. 포터와 당나귀들이 힘들어해 베이스캠프에 도착 못 하고 중간에 짐을 내려놓고 갈 정도였다." "베이스캠프에서 캠프1로 올라가는데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가 워낙 많았다. 크레바스를 피해 빙빙 돌아가는 코스여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가 첫 팀이어서 루트를 뚫으며 올라갔다." 김홍빈 씨는 현재 발가락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동상까지는 아닌데 발에 얼음이 들어 있다. 더운 날인데도 발이 시린 느낌이다. 푹푹 빠지는 눈밭을 많이 너무 많이 걸었기 때문이다." 북미 최고봉 알래스카 드날리(Denali, 6,190m) 김홍빈 씨는 1991년 드날리(당시 명칭은 매킨리) 등정 과정에서 동상으로 인해 열 손가락을 잃었다. 앵커리지의 한 병원에서 7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3개월이나 있다가 귀국했다. 산악인으로서 손가락 장애를 갖게 된 후 상실감과 좌절감은 너무 컸다. 김홍빈 씨는 "그래도 드날리에서 큰 사고를 당한 국내 산악인 중 살아남은 사람은 A 선배와 나밖에 없다. 드날리가 나에게 삶을 준 것이다. 내년 브로드피크를 올라 14좌 완등을 이루면 드날리를 찾을 예정이다. 꼭 정상 등반이 아니더라도 갈 것이다. 당시 돈으로 1억 5천만 원의 치료비를 받지 않았던 병원도 반드시 들러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날리가 한때 절망을 줬지만, 언제부터인가 삶을 주었다고 김홍빈 씨는 말한다. 그리고 내년 14좌 완등에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14번째 산인 브로드피크는 가셔브룸Ⅰ보다 쉽다. 급경사 구간이 많아 전체 등정 코스가 가셔브룸Ⅰ의 반 정도다. 손에 장애가 있긴 하지만 암벽과 빙벽을 오르는 급경사 기술 등반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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