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의 고등학생, 소녀상 옆에서 ‘일제 불매’를 선언하다

입력 2019.07.26 (16:19) 수정 2019.07.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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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6개 고등학교 18명, ‘일본 제품 불매’ 선언

의정부고, 부용고, 발곡고, 송현고, 경민 비즈니스고, 호원고 등 경기도 의정부시 6개 고등학교 1~3학년 학생 18명은 오늘 아침 일찍 서울행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터 앞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선언하기 위해서입니다.

처음 이야기를 꺼낸 건 의정부고 2학년 김호성 군이었습니다. 지난 17일, 평소 친하게 지냈던 누나와 형에게 "일본이 과거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경제 보복을 하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시위라도 해야 하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선언'으로 뜻이 모였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으니 23명, 이 가운데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18명이 추려졌습니다.

26일로 날짜를 정했는데 마침 비가 쏟아졌습니다. 내부에선 "날을 미루자"는 말도 나왔지만 "강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그렇게 18명의 학생들은 위안부 소녀상 옆에 섰습니다.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다면 지금 고등학생인 우리가 기성세대가 되는 그때까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의정부의 고등학생들이 일본대사관까지 오게 된 속사정은 뭘지. 김호성(의정부고 2학년), 이종원(부용고 3학년), 박수경(부용고 3학년) 학생을 만나봤습니다.

학생들의 피켓에 ‘엄마아빠 걱정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세요. 미래는 우리가 책임질게요’라고 쓰여 있다.학생들의 피켓에 ‘엄마아빠 걱정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세요. 미래는 우리가 책임질게요’라고 쓰여 있다.

"사람 모이는 건 의외로 빨리 됐어요. 행동하기로 한 당일에 두세 시간 만에 모였던 것 같아요. 원래 학교에서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들이 안 된다고 하셔서 장소를 바꾸게 됐어요." 김호성 학생이 말했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거나 역사학자, 선생님을 꿈꾸는 학생들이 금세 모였답니다.

박수경 학생은 "이번에 나오는 거는 사실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설득해서 나왔어요. 우리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나서야 어른들도 한다고 설득을 해서요. 오늘 못 나올 뻔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원 학생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소 좋아하던 일제 술을 끊었고, 이번에 성명서 쓰는 데도 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3년 전 촛불집회처럼 日불매운동도 퍼졌으면….”

일본대사관 앞은 처음이냐고 묻자 박수경 학생은 "3년 전 촛불집회 때 온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촛불집회) 그때가 제가 중3이었는데, 그때 학교 선생님들이랑 학생들이랑 같은 뜻이어서 선생님들도 촛불집회를 가라고 하셨어요."

당시 촛불집회를 했던 경험은 지금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김호성 학생은 "(촛불집회가 지금 행동의)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비록 상대는 다르지만"이라고 대답했고, 박수경 학생도 "저도요. 그때 같이 앉아있었거든요. 그때 한마음 한뜻으로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해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 소녀상이 우비를 입고 앉아 있다.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 소녀상이 우비를 입고 앉아 있다.

한편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김호성 학생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만약에 사람들이 과거 역사로 가서 일본이 저희에게 한 짓을 보면 충분히 우리가 불매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일본이 과거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잖아요."

고3이자 내일 공군사관학교 시험을 보러 가는 이종원 학생은 "시간 없는데 여기 와도 되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이걸 해야죠. 어차피 나중에 군인이 될 건데요. 지금 이것도 나라를 위해 하는 건데요."라고 말했습니다.

김호성 학생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일본에 기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최근 일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둘러싸고 다양한 시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을 떠나서 오늘 의정부 고등학생 18명이 행동에 나선 것을 보면, 이번 불매 운동이 단순히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운동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우리 국민의 역사 인식 저변의 아주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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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7-26 16:39:33
    취재K
의정부 6개 고등학교 18명, ‘일본 제품 불매’ 선언

의정부고, 부용고, 발곡고, 송현고, 경민 비즈니스고, 호원고 등 경기도 의정부시 6개 고등학교 1~3학년 학생 18명은 오늘 아침 일찍 서울행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터 앞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선언하기 위해서입니다.

처음 이야기를 꺼낸 건 의정부고 2학년 김호성 군이었습니다. 지난 17일, 평소 친하게 지냈던 누나와 형에게 "일본이 과거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경제 보복을 하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시위라도 해야 하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선언'으로 뜻이 모였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으니 23명, 이 가운데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18명이 추려졌습니다.

26일로 날짜를 정했는데 마침 비가 쏟아졌습니다. 내부에선 "날을 미루자"는 말도 나왔지만 "강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그렇게 18명의 학생들은 위안부 소녀상 옆에 섰습니다.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다면 지금 고등학생인 우리가 기성세대가 되는 그때까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의정부의 고등학생들이 일본대사관까지 오게 된 속사정은 뭘지. 김호성(의정부고 2학년), 이종원(부용고 3학년), 박수경(부용고 3학년) 학생을 만나봤습니다.

학생들의 피켓에 ‘엄마아빠 걱정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세요. 미래는 우리가 책임질게요’라고 쓰여 있다.
"사람 모이는 건 의외로 빨리 됐어요. 행동하기로 한 당일에 두세 시간 만에 모였던 것 같아요. 원래 학교에서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들이 안 된다고 하셔서 장소를 바꾸게 됐어요." 김호성 학생이 말했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거나 역사학자, 선생님을 꿈꾸는 학생들이 금세 모였답니다.

박수경 학생은 "이번에 나오는 거는 사실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설득해서 나왔어요. 우리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나서야 어른들도 한다고 설득을 해서요. 오늘 못 나올 뻔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원 학생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소 좋아하던 일제 술을 끊었고, 이번에 성명서 쓰는 데도 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3년 전 촛불집회처럼 日불매운동도 퍼졌으면….”

일본대사관 앞은 처음이냐고 묻자 박수경 학생은 "3년 전 촛불집회 때 온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촛불집회) 그때가 제가 중3이었는데, 그때 학교 선생님들이랑 학생들이랑 같은 뜻이어서 선생님들도 촛불집회를 가라고 하셨어요."

당시 촛불집회를 했던 경험은 지금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김호성 학생은 "(촛불집회가 지금 행동의)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비록 상대는 다르지만"이라고 대답했고, 박수경 학생도 "저도요. 그때 같이 앉아있었거든요. 그때 한마음 한뜻으로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해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 소녀상이 우비를 입고 앉아 있다.
한편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김호성 학생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만약에 사람들이 과거 역사로 가서 일본이 저희에게 한 짓을 보면 충분히 우리가 불매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일본이 과거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잖아요."

고3이자 내일 공군사관학교 시험을 보러 가는 이종원 학생은 "시간 없는데 여기 와도 되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이걸 해야죠. 어차피 나중에 군인이 될 건데요. 지금 이것도 나라를 위해 하는 건데요."라고 말했습니다.

김호성 학생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일본에 기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최근 일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둘러싸고 다양한 시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을 떠나서 오늘 의정부 고등학생 18명이 행동에 나선 것을 보면, 이번 불매 운동이 단순히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 운동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우리 국민의 역사 인식 저변의 아주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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