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평등’ 강조·‘장소’ 바꾸기…중국의 대미 전략 먹힐까?
입력 2019.07.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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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교착 상태에 빠진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화요일, 즉 30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은 오랜만에 다시 머리를 맞댑니다. 지난 5월 초 무역협상 결렬 이후 거의 석 달 만입니다.
협상 전망은 기본적으로 밝지 않습니다. 기존에 무역협상을 결렬시켰던 이유가 지금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양측의 주장 역시 현재까지 평행선이기 때문입니다.
협상하는 내용이 그대로이면 사람이라도 바뀌어야 할 텐데 이마저 그대로입니다. 미국 백악관은 24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상하이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측 카운터파트는 류러 부총리 그대로입니다.
중국 '평등' 원칙 강조...왜?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주례 브리핑에서 "평등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힘의 논리로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제제나 관세 폭탄 등을 무기로 말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은 무역 질서를 바로잡는다며 중국 국내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같은 밀어붙이기는 양국이 동등한 선에서 하는 협상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는 것처럼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상황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가오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측이 진정으로 약속을 이행하고 국가의 힘을 동원해 중국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행동을 멈추기 촉구한다"고 같은 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26일 논평에서 "중국은 평등한 대화와 양자 간 무역에 존재하는 문제를 실사구시의 태도로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에서 "평등의 원칙을 현재의 긴장 국면을 타개하는 열쇠로 삼아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평등'을 내세웠습니다.
협상 장소는 바뀌었다...상하이는 어떤 의미?
협상 장소만 상하이로 변했습니다. 가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다른 장소에서 협상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로 상하이는 협상에 양호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양국은 정치 수도인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무역협상을 벌여왔습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장소를 바꾼 것도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상하이에서 열리는 것은 '중국의 전략 변화'를 시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5일 분석했습니다.
상하이는 경제, 특히 국제 금융의 중심지입니다. 센젠광 중국 경제학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은 무역, 정치는 정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 이라면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 미국의 중국 농산물 구매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 우선하여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습니다.
창 젠 바클레이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상하이로 협상 장소가 바뀐 것은 목표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면적·구조적 변화보다는 수출입 조정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적인 작은 문제부터 풀어나가기 위해 상하이를 선택했다는 풀이입니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통 큰 결단은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만 먼저 한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센젠광은 "이번 상하이 회담의 결실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손을 내민 중국…미국산 대두 관세 면제
그럼에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미·중 무역 협상이 자칫 잘못되면 중국의 피해가 훨씬 큽니다. 3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철회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먼저 성의 표시를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산둥보하이실업 등 5개 기업에 최대 300만t까지 미국산 대두를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무역 협상에 따라 중구 정부가 2차 관세 면제를 승인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를 25%까지 올렸는데, 그 결과 지난해 말에는 수입량이 전혀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 일련의 미국 농산물 구매 계약에 대해 "관련 구매는 해당 기업들의 자체적인 결정으로 미·중 무역 협상 재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읽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작은 결과 목표…그마저 쉽지 않은 협상
중국 관영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이번 상하이 협상에서 중국 측의 기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힘든 담판이 될 것"이라고 관영 글로벌 타임즈는 분석했고, 환구시보도 "무역 협상이 단기간 달성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5월 미·중 양측은 당초 130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만들었다가 중국이 27페이지를 일방적으로 덜어내 103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미국에 돌려주면서 결렬됐습니다.
여기에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부터 중국의 무역 약속을 이행하는지 미국이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요구까지 들어가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협상 장소의 변경은 양국 협상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랴오췬 중국 시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로 봤습니다.
서로 주고받기식이 돼야 협상이 한걸음이라고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양국은 자신들의 주장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강요하는 사랑이 이뤄지기 만무한 것과 같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27일, 미·중이 합의를 못 하고 관세를 예정대로 다 부과하면 세계 경제는 2021년 말까지 1조 2천억 달러(1천388조 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 양국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경제 대국의 공급 사슬에서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제2의 임진왜란, 경제 왜란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무역 공격도 결국 피해는 전 세계가 볼 수밖에 없는 구조는 같습니다.
자유세계 무역 질서가 다시 확립되는데 또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갈 길은 멀지만, 꼭 가야 할 길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화요일, 즉 30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은 오랜만에 다시 머리를 맞댑니다. 지난 5월 초 무역협상 결렬 이후 거의 석 달 만입니다.
협상 전망은 기본적으로 밝지 않습니다. 기존에 무역협상을 결렬시켰던 이유가 지금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양측의 주장 역시 현재까지 평행선이기 때문입니다.
협상하는 내용이 그대로이면 사람이라도 바뀌어야 할 텐데 이마저 그대로입니다. 미국 백악관은 24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상하이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측 카운터파트는 류러 부총리 그대로입니다.
중국 '평등' 원칙 강조...왜?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주례 브리핑에서 "평등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힘의 논리로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제제나 관세 폭탄 등을 무기로 말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은 무역 질서를 바로잡는다며 중국 국내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같은 밀어붙이기는 양국이 동등한 선에서 하는 협상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는 것처럼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상황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가오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측이 진정으로 약속을 이행하고 국가의 힘을 동원해 중국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행동을 멈추기 촉구한다"고 같은 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26일 논평에서 "중국은 평등한 대화와 양자 간 무역에 존재하는 문제를 실사구시의 태도로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에서 "평등의 원칙을 현재의 긴장 국면을 타개하는 열쇠로 삼아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평등'을 내세웠습니다.
협상 장소는 바뀌었다...상하이는 어떤 의미?
협상 장소만 상하이로 변했습니다. 가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다른 장소에서 협상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로 상하이는 협상에 양호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양국은 정치 수도인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무역협상을 벌여왔습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장소를 바꾼 것도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상하이에서 열리는 것은 '중국의 전략 변화'를 시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5일 분석했습니다.
상하이는 경제, 특히 국제 금융의 중심지입니다. 센젠광 중국 경제학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은 무역, 정치는 정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 이라면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 미국의 중국 농산물 구매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 우선하여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습니다.
창 젠 바클레이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상하이로 협상 장소가 바뀐 것은 목표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면적·구조적 변화보다는 수출입 조정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적인 작은 문제부터 풀어나가기 위해 상하이를 선택했다는 풀이입니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통 큰 결단은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만 먼저 한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센젠광은 "이번 상하이 회담의 결실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손을 내민 중국…미국산 대두 관세 면제
그럼에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미·중 무역 협상이 자칫 잘못되면 중국의 피해가 훨씬 큽니다. 3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철회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먼저 성의 표시를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산둥보하이실업 등 5개 기업에 최대 300만t까지 미국산 대두를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무역 협상에 따라 중구 정부가 2차 관세 면제를 승인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를 25%까지 올렸는데, 그 결과 지난해 말에는 수입량이 전혀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 일련의 미국 농산물 구매 계약에 대해 "관련 구매는 해당 기업들의 자체적인 결정으로 미·중 무역 협상 재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읽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작은 결과 목표…그마저 쉽지 않은 협상
중국 관영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이번 상하이 협상에서 중국 측의 기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힘든 담판이 될 것"이라고 관영 글로벌 타임즈는 분석했고, 환구시보도 "무역 협상이 단기간 달성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5월 미·중 양측은 당초 130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만들었다가 중국이 27페이지를 일방적으로 덜어내 103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미국에 돌려주면서 결렬됐습니다.
여기에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부터 중국의 무역 약속을 이행하는지 미국이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요구까지 들어가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협상 장소의 변경은 양국 협상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랴오췬 중국 시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로 봤습니다.
서로 주고받기식이 돼야 협상이 한걸음이라고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양국은 자신들의 주장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강요하는 사랑이 이뤄지기 만무한 것과 같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27일, 미·중이 합의를 못 하고 관세를 예정대로 다 부과하면 세계 경제는 2021년 말까지 1조 2천억 달러(1천388조 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 양국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경제 대국의 공급 사슬에서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제2의 임진왜란, 경제 왜란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무역 공격도 결국 피해는 전 세계가 볼 수밖에 없는 구조는 같습니다.
자유세계 무역 질서가 다시 확립되는데 또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갈 길은 멀지만, 꼭 가야 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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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7-28 10:00:38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교착 상태에 빠진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화요일, 즉 30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은 오랜만에 다시 머리를 맞댑니다. 지난 5월 초 무역협상 결렬 이후 거의 석 달 만입니다.
협상 전망은 기본적으로 밝지 않습니다. 기존에 무역협상을 결렬시켰던 이유가 지금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양측의 주장 역시 현재까지 평행선이기 때문입니다.
협상하는 내용이 그대로이면 사람이라도 바뀌어야 할 텐데 이마저 그대로입니다. 미국 백악관은 24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상하이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측 카운터파트는 류러 부총리 그대로입니다.
중국 '평등' 원칙 강조...왜?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주례 브리핑에서 "평등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힘의 논리로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제제나 관세 폭탄 등을 무기로 말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은 무역 질서를 바로잡는다며 중국 국내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같은 밀어붙이기는 양국이 동등한 선에서 하는 협상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는 것처럼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상황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가오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측이 진정으로 약속을 이행하고 국가의 힘을 동원해 중국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행동을 멈추기 촉구한다"고 같은 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26일 논평에서 "중국은 평등한 대화와 양자 간 무역에 존재하는 문제를 실사구시의 태도로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에서 "평등의 원칙을 현재의 긴장 국면을 타개하는 열쇠로 삼아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평등'을 내세웠습니다.
협상 장소는 바뀌었다...상하이는 어떤 의미?
협상 장소만 상하이로 변했습니다. 가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다른 장소에서 협상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로 상하이는 협상에 양호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양국은 정치 수도인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무역협상을 벌여왔습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장소를 바꾼 것도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상하이에서 열리는 것은 '중국의 전략 변화'를 시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5일 분석했습니다.
상하이는 경제, 특히 국제 금융의 중심지입니다. 센젠광 중국 경제학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은 무역, 정치는 정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 이라면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 미국의 중국 농산물 구매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 우선하여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습니다.
창 젠 바클레이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상하이로 협상 장소가 바뀐 것은 목표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면적·구조적 변화보다는 수출입 조정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적인 작은 문제부터 풀어나가기 위해 상하이를 선택했다는 풀이입니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통 큰 결단은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만 먼저 한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센젠광은 "이번 상하이 회담의 결실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손을 내민 중국…미국산 대두 관세 면제
그럼에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미·중 무역 협상이 자칫 잘못되면 중국의 피해가 훨씬 큽니다. 3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철회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먼저 성의 표시를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산둥보하이실업 등 5개 기업에 최대 300만t까지 미국산 대두를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무역 협상에 따라 중구 정부가 2차 관세 면제를 승인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를 25%까지 올렸는데, 그 결과 지난해 말에는 수입량이 전혀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 일련의 미국 농산물 구매 계약에 대해 "관련 구매는 해당 기업들의 자체적인 결정으로 미·중 무역 협상 재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읽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작은 결과 목표…그마저 쉽지 않은 협상
중국 관영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이번 상하이 협상에서 중국 측의 기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힘든 담판이 될 것"이라고 관영 글로벌 타임즈는 분석했고, 환구시보도 "무역 협상이 단기간 달성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5월 미·중 양측은 당초 130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만들었다가 중국이 27페이지를 일방적으로 덜어내 103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미국에 돌려주면서 결렬됐습니다.
여기에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부터 중국의 무역 약속을 이행하는지 미국이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요구까지 들어가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협상 장소의 변경은 양국 협상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랴오췬 중국 시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로 봤습니다.
서로 주고받기식이 돼야 협상이 한걸음이라고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양국은 자신들의 주장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강요하는 사랑이 이뤄지기 만무한 것과 같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27일, 미·중이 합의를 못 하고 관세를 예정대로 다 부과하면 세계 경제는 2021년 말까지 1조 2천억 달러(1천388조 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 양국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경제 대국의 공급 사슬에서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제2의 임진왜란, 경제 왜란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무역 공격도 결국 피해는 전 세계가 볼 수밖에 없는 구조는 같습니다.
자유세계 무역 질서가 다시 확립되는데 또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갈 길은 멀지만, 꼭 가야 할 길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화요일, 즉 30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은 오랜만에 다시 머리를 맞댑니다. 지난 5월 초 무역협상 결렬 이후 거의 석 달 만입니다.
협상 전망은 기본적으로 밝지 않습니다. 기존에 무역협상을 결렬시켰던 이유가 지금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양측의 주장 역시 현재까지 평행선이기 때문입니다.
협상하는 내용이 그대로이면 사람이라도 바뀌어야 할 텐데 이마저 그대로입니다. 미국 백악관은 24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상하이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측 카운터파트는 류러 부총리 그대로입니다.
중국 '평등' 원칙 강조...왜?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25일 주례 브리핑에서 "평등과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힘의 논리로 일방적으로 양보하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제제나 관세 폭탄 등을 무기로 말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은 무역 질서를 바로잡는다며 중국 국내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같은 밀어붙이기는 양국이 동등한 선에서 하는 협상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는 것처럼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상황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가오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측이 진정으로 약속을 이행하고 국가의 힘을 동원해 중국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행동을 멈추기 촉구한다"고 같은 날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26일 논평에서 "중국은 평등한 대화와 양자 간 무역에 존재하는 문제를 실사구시의 태도로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에서 "평등의 원칙을 현재의 긴장 국면을 타개하는 열쇠로 삼아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평등'을 내세웠습니다.
협상 장소는 바뀌었다...상하이는 어떤 의미?
협상 장소만 상하이로 변했습니다. 가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다른 장소에서 협상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로 상하이는 협상에 양호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양국은 정치 수도인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무역협상을 벌여왔습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장소를 바꾼 것도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상하이에서 열리는 것은 '중국의 전략 변화'를 시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5일 분석했습니다.
상하이는 경제, 특히 국제 금융의 중심지입니다. 센젠광 중국 경제학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은 무역, 정치는 정치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 이라면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 미국의 중국 농산물 구매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 우선하여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습니다.
창 젠 바클레이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상하이로 협상 장소가 바뀐 것은 목표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면적·구조적 변화보다는 수출입 조정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적인 작은 문제부터 풀어나가기 위해 상하이를 선택했다는 풀이입니다.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통 큰 결단은 결국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만 먼저 한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센젠광은 "이번 상하이 회담의 결실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손을 내민 중국…미국산 대두 관세 면제
그럼에도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미·중 무역 협상이 자칫 잘못되면 중국의 피해가 훨씬 큽니다. 3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철회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먼저 성의 표시를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산둥보하이실업 등 5개 기업에 최대 300만t까지 미국산 대두를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무역 협상에 따라 중구 정부가 2차 관세 면제를 승인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를 25%까지 올렸는데, 그 결과 지난해 말에는 수입량이 전혀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최근 일련의 미국 농산물 구매 계약에 대해 "관련 구매는 해당 기업들의 자체적인 결정으로 미·중 무역 협상 재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읽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작은 결과 목표…그마저 쉽지 않은 협상
중국 관영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이번 상하이 협상에서 중국 측의 기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힘든 담판이 될 것"이라고 관영 글로벌 타임즈는 분석했고, 환구시보도 "무역 협상이 단기간 달성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5월 미·중 양측은 당초 130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만들었다가 중국이 27페이지를 일방적으로 덜어내 103페이지짜리 합의문을 미국에 돌려주면서 결렬됐습니다.
여기에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부터 중국의 무역 약속을 이행하는지 미국이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요구까지 들어가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협상 장소의 변경은 양국 협상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랴오췬 중국 시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로 봤습니다.
서로 주고받기식이 돼야 협상이 한걸음이라고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양국은 자신들의 주장을 상대방이 받아들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강요하는 사랑이 이뤄지기 만무한 것과 같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27일, 미·중이 합의를 못 하고 관세를 예정대로 다 부과하면 세계 경제는 2021년 말까지 1조 2천억 달러(1천388조 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습니다. 양국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경제 대국의 공급 사슬에서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제2의 임진왜란, 경제 왜란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무역 공격도 결국 피해는 전 세계가 볼 수밖에 없는 구조는 같습니다.
자유세계 무역 질서가 다시 확립되는데 또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갈 길은 멀지만, 꼭 가야 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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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기자 jyh21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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