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 시작…펄펄 끓는 유럽, 우리는?

입력 2019.07.30 (13:20) 수정 2019.07.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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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인 6월부터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왔던 유럽에 최근 또다시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닥쳤습니다. 최대 고비는 지난주였는데 7월 25일 프랑스 파리의 최고기온이 42.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7월 기온으로는 최고였던 1947년 40.4도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찾아온 유럽의 극한 폭염지난 7월 25일 찾아온 유럽의 극한 폭염

독일에서도 같은 날 42.6도까지 올라가 관측 이후 가장 높았고, 영국도 38.7도를 기록해 2015년 7월에 세워진 36.7도를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지금껏 38도를 넘은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기록이 역사상 두 번째가 됐습니다.

유럽의 폭염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라는 점입니다. 6월 말부터 이미 유럽 대륙에 관측 사상 최고의 더위가 찾아와 열파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는데요. 폭염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웃돌자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지난 6월 말 유럽의 최고기온지난 6월 말 유럽의 최고기온

다들 지난 2003년 유럽에서 7만여 명의 초과 사망자를 불러온 최악의 폭염을 떠올렸습니다. 올여름 폭염으로도 이미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강이나 호수에서 수영하다가 익사하는 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유럽 두 차례 폭염 원인은 북반구 대기 '블로킹'

유럽에 찾아온 두 차례 폭염의 원인은 바로 대기의 정체(블로킹)에 있습니다. 지난 7월 한 달간 북반구 상공의 대기 흐름을 보여주는 5km 상공의 일기도를 볼까요.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평년보다 뜨겁고 푸른색은 차갑다는 뜻인데요. 붉은색으로 보이는 뜨거운 공기가 주기적으로 유럽에 밀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랄산맥 부근과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붉은색으로 보이는 뜨거운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강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지역은 키가 큰 고기압이 발달하는 곳인데, 우랄 블로킹과 알래스카 블로킹이 발생해 정상적인 대기의 순환을 막게 되면 결과적으로 비정상적인 공기의 흐름을 초래하고 주변에 폭염을 불러옵니다.

북반구 5km 상공, 붉은색으로 보이는 영역이 뜨거운 공기를 의미한다북반구 5km 상공, 붉은색으로 보이는 영역이 뜨거운 공기를 의미한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다행인 것은 올여름 폭염은 지난해 여름처럼 오래가는 '장파성' 폭염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주기가 짧고 강도가 센 '단파성' 폭염이 지속하고 있고 그래서 유럽에도 두 차례의 '짧고 굵은' 극한 폭염이 찾아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도 본격 무더위, 앞으로 전망은?

참고로 우리나라 부근을 보면 7월 중순까지도 푸른색으로 보이는 선선한 공기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순에 접어들면서 붉은색이 본격적으로 확장했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온 건데요. 장마가 끝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습니다.

다행히 유럽과 달리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올여름 북반구 블로킹을 아직 피해가고 있습니다. 김동준 과장은 "블로킹이 어느 지역에 발달할지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며 "무더위만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1일 찾아온 우리나라 극한 폭염지난해 8월 1일 찾아온 우리나라 극한 폭염

지난해 여름, 관측 이후 두 번째로 짧게 끝난 장마 이후 극한 수준의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한 달 넘게 지속했고 8월 1일 강원도 홍천에서 41도라는 역대 최고기온이 기록됐습니다. 그날 서울도 39.6도까지 올라가 111년 만에 최고였는데요. 올해는 북반구 블로킹의 영향이 덜한 것뿐만 아니라 찜통더위를 불러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도 약한 편입니다. 기상청이 지난해 같은 폭염은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낮 동안의 일사와 지형적 효과로 더해지는 푄 현상만으로도 35도에서 38도 정도의 폭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올여름은 8월 상순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겠고 서울에서도 35도 안팎까지 점차 기온이 오르겠습니다. 지난해에는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4,526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도 48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무더위 쉼터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폭염 취약계층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는 않은지 사전 점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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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30 13:20:05
    • 수정2019-07-30 15:29:08
    취재K
초여름인 6월부터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왔던 유럽에 최근 또다시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닥쳤습니다. 최대 고비는 지난주였는데 7월 25일 프랑스 파리의 최고기온이 42.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7월 기온으로는 최고였던 1947년 40.4도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찾아온 유럽의 극한 폭염
독일에서도 같은 날 42.6도까지 올라가 관측 이후 가장 높았고, 영국도 38.7도를 기록해 2015년 7월에 세워진 36.7도를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지금껏 38도를 넘은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기록이 역사상 두 번째가 됐습니다.

유럽의 폭염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라는 점입니다. 6월 말부터 이미 유럽 대륙에 관측 사상 최고의 더위가 찾아와 열파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는데요. 폭염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에서 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웃돌자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지난 6월 말 유럽의 최고기온
다들 지난 2003년 유럽에서 7만여 명의 초과 사망자를 불러온 최악의 폭염을 떠올렸습니다. 올여름 폭염으로도 이미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에서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했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강이나 호수에서 수영하다가 익사하는 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유럽 두 차례 폭염 원인은 북반구 대기 '블로킹'

유럽에 찾아온 두 차례 폭염의 원인은 바로 대기의 정체(블로킹)에 있습니다. 지난 7월 한 달간 북반구 상공의 대기 흐름을 보여주는 5km 상공의 일기도를 볼까요.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평년보다 뜨겁고 푸른색은 차갑다는 뜻인데요. 붉은색으로 보이는 뜨거운 공기가 주기적으로 유럽에 밀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랄산맥 부근과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붉은색으로 보이는 뜨거운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강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지역은 키가 큰 고기압이 발달하는 곳인데, 우랄 블로킹과 알래스카 블로킹이 발생해 정상적인 대기의 순환을 막게 되면 결과적으로 비정상적인 공기의 흐름을 초래하고 주변에 폭염을 불러옵니다.

북반구 5km 상공, 붉은색으로 보이는 영역이 뜨거운 공기를 의미한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다행인 것은 올여름 폭염은 지난해 여름처럼 오래가는 '장파성' 폭염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주기가 짧고 강도가 센 '단파성' 폭염이 지속하고 있고 그래서 유럽에도 두 차례의 '짧고 굵은' 극한 폭염이 찾아왔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도 본격 무더위, 앞으로 전망은?

참고로 우리나라 부근을 보면 7월 중순까지도 푸른색으로 보이는 선선한 공기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순에 접어들면서 붉은색이 본격적으로 확장했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온 건데요. 장마가 끝나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습니다.

다행히 유럽과 달리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올여름 북반구 블로킹을 아직 피해가고 있습니다. 김동준 과장은 "블로킹이 어느 지역에 발달할지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며 "무더위만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1일 찾아온 우리나라 극한 폭염
지난해 여름, 관측 이후 두 번째로 짧게 끝난 장마 이후 극한 수준의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폭염이 전국적으로 한 달 넘게 지속했고 8월 1일 강원도 홍천에서 41도라는 역대 최고기온이 기록됐습니다. 그날 서울도 39.6도까지 올라가 111년 만에 최고였는데요. 올해는 북반구 블로킹의 영향이 덜한 것뿐만 아니라 찜통더위를 불러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도 약한 편입니다. 기상청이 지난해 같은 폭염은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낮 동안의 일사와 지형적 효과로 더해지는 푄 현상만으로도 35도에서 38도 정도의 폭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올여름은 8월 상순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겠고 서울에서도 35도 안팎까지 점차 기온이 오르겠습니다. 지난해에는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4,526명이나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도 48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무더위 쉼터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폭염 취약계층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지는 않은지 사전 점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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