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유니폼’때문에 국가대표 탈락

입력 2019.08.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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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이 국가대표 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알고 보니 국가대표 유니폼 후원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정현은 지난달 중순 대한테니스협회 강화위원회가 결정한 9월 데이비스컵 출전 선수 6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다. (KBS 뉴스 7월 18일 자 보도 참조) 하지만 협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최종 명단에 정현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유는 국가대표 유니폼 착용 문제 때문이었다. 대한테니스협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들은 협회 용품 후원사인 A사 제품을 착용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는 유니폼뿐 아니라 테니스 신발까지 후원사 용품을 써야 하는 계약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 대목에서 정현 측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은 지난해 1월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이룰 당시 심각한 발바닥 물집 부상을 당했다. 이후 부상이 끊임없이 계속되자 정현의 발 구조에 맞게 특별 제작된 B사의 맞춤형 테니스화를 신었다.

그런데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협회 규정에 따라 A사의 유니폼과 신발을 신어야 했고, 이 부분에서 정현 측과 협회의 이견이 있었다. 정현의 매니지먼트사 측은“데이비스컵 출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발바닥 부상 이후 특수 제작한 신발을 착용해온 정현은 협회 후원사의 테니스화를 신을 수 없어 부득이하게 데이비스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협회 측의 주장은 다르다.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은 “A사의 신발 착용을 정현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특수 제작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사정을 고려해, 다만 B사의 브랜드 로고가 드러나지 않게 검은색 테이프를 붙이면 된다고 했다”면서 “지난 2017년 데이비스컵 당시에도 정현은 상표를 가린 채로 자신의 테니스화를 신고 뛰었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A사와 용품 후원계약을 맺을 당시, 정현 등 세계 랭킹이 높은 선수는 개인 후원사의 유니폼을 착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세계 랭킹 60위 이내의 선수는 A사가 아닌 개인 후원사 복장을 착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 정현은 150위 밖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이지 않은가. 정현에게만 특별 대우를 해줄 수는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테니스 국가대표의 유니폼 후원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축구나 야구와 같은 단체 종목이 아닌 테니스, 골프 같은 개인 프로 스포츠의 경우는 태극마크를 달더라도 대회 출전 시 개인 후원사의 용품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비스컵 역시 국가별로 규정이 천차만별이다. 한국처럼 협회 공식 후원사의 유니폼을 일괄 착용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개별 선수들이 각자의 용품을 입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데이비스컵 대표팀의 경우, 간판스타인 로저 페더러와 스탄 바브린카는 각자 다른 브랜드의 유니폼과 신발을 착용했고 색깔만 통일했다.


후원사 유니폼 착용 문제로 데이비스컵 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정현뿐 아니라 국내 랭킹 1위 권순우(112위)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권순우 역시 또 다른 브랜드인 C사와 개인용품 후원 계약을 맺었고, 부상 방지를 위해 맞춤형 제작 테니스화를 신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간판스타 이형택의 경우처럼, 이런 혼선을 피하고자 협회가 먼저 나서 개인과 협회 후원사를 일치시켜 잡음을 미리 방지한 사례도 있다.

정현은 이번 데이비스컵 합류가 불발됨에 따라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국제테니스연맹(ITF) 규정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데이비스컵에 3회 이상 출전해야 올림픽에 나올 수 있는데, 아직 정현은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다. 정현이 빠진 데이비스컵 대표팀은 추석 연휴인 9월 13일부터 중국과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원정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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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 ‘유니폼’때문에 국가대표 탈락
    • 입력 2019-08-01 11:04:22
    스포츠K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이 국가대표 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알고 보니 국가대표 유니폼 후원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정현은 지난달 중순 대한테니스협회 강화위원회가 결정한 9월 데이비스컵 출전 선수 6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다. (KBS 뉴스 7월 18일 자 보도 참조) 하지만 협회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최종 명단에 정현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유는 국가대표 유니폼 착용 문제 때문이었다. 대한테니스협회 규정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들은 협회 용품 후원사인 A사 제품을 착용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는 유니폼뿐 아니라 테니스 신발까지 후원사 용품을 써야 하는 계약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 대목에서 정현 측은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은 지난해 1월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이룰 당시 심각한 발바닥 물집 부상을 당했다. 이후 부상이 끊임없이 계속되자 정현의 발 구조에 맞게 특별 제작된 B사의 맞춤형 테니스화를 신었다.

그런데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협회 규정에 따라 A사의 유니폼과 신발을 신어야 했고, 이 부분에서 정현 측과 협회의 이견이 있었다. 정현의 매니지먼트사 측은“데이비스컵 출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발바닥 부상 이후 특수 제작한 신발을 착용해온 정현은 협회 후원사의 테니스화를 신을 수 없어 부득이하게 데이비스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협회 측의 주장은 다르다.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은 “A사의 신발 착용을 정현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특수 제작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사정을 고려해, 다만 B사의 브랜드 로고가 드러나지 않게 검은색 테이프를 붙이면 된다고 했다”면서 “지난 2017년 데이비스컵 당시에도 정현은 상표를 가린 채로 자신의 테니스화를 신고 뛰었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A사와 용품 후원계약을 맺을 당시, 정현 등 세계 랭킹이 높은 선수는 개인 후원사의 유니폼을 착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세계 랭킹 60위 이내의 선수는 A사가 아닌 개인 후원사 복장을 착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 정현은 150위 밖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이지 않은가. 정현에게만 특별 대우를 해줄 수는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테니스 국가대표의 유니폼 후원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축구나 야구와 같은 단체 종목이 아닌 테니스, 골프 같은 개인 프로 스포츠의 경우는 태극마크를 달더라도 대회 출전 시 개인 후원사의 용품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비스컵 역시 국가별로 규정이 천차만별이다. 한국처럼 협회 공식 후원사의 유니폼을 일괄 착용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개별 선수들이 각자의 용품을 입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데이비스컵 대표팀의 경우, 간판스타인 로저 페더러와 스탄 바브린카는 각자 다른 브랜드의 유니폼과 신발을 착용했고 색깔만 통일했다.


후원사 유니폼 착용 문제로 데이비스컵 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정현뿐 아니라 국내 랭킹 1위 권순우(112위)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권순우 역시 또 다른 브랜드인 C사와 개인용품 후원 계약을 맺었고, 부상 방지를 위해 맞춤형 제작 테니스화를 신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간판스타 이형택의 경우처럼, 이런 혼선을 피하고자 협회가 먼저 나서 개인과 협회 후원사를 일치시켜 잡음을 미리 방지한 사례도 있다.

정현은 이번 데이비스컵 합류가 불발됨에 따라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국제테니스연맹(ITF) 규정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데이비스컵에 3회 이상 출전해야 올림픽에 나올 수 있는데, 아직 정현은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다. 정현이 빠진 데이비스컵 대표팀은 추석 연휴인 9월 13일부터 중국과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원정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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