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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BMW 수십 대 불 탔는데…대책은 국회 못 넘었다
입력 2019.08.01 (14:35) 취재K
■BMW 사태 1년, 개정안 처리는 감감무소식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달리던 차들이 잇따라 불 탔다. 소위 독일 명품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BMW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소방청을 통해 확인된 BMW 차량 화재는 지난해 최소 80건이 넘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운행 중인 BMW 차량 1만 5천 대를 대상으로 유례 없는 '운행정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민관합동조사 결과에서는 EGR 모듈의 결함이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EGR 관련 결함을 BMW가 은폐하려고 한 정황도 포착됐다.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도 움직였다. 제2의 BMW 화재 사태를 막겠다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0개가 넘는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늘(1일) 국회 본회의에 140여 건의 법안이 올라왔지만, BMW 관련 법안은 한 건도 포함되지 못했다.


'BMW 법안' 심의한 교통소위에서 무슨 일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달 12일 국회 국토교통위는 소위원회를 열어 BMW 화재 관련 법안들을 심사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방향은 크게 3가지다. (1)결함이 발견될 경우 리콜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2)제조사에 결함 유무의 입증 책임을 지우는 대신 (3)처벌과 보상은 강화하는 방향이다. 모두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논의는 리콜 요건을 낮추는 것에서부터 난항을 겪었다. 현재 자동차관리법에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으로 되어 있는 조문을 구체화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윤관석 의원(민주당) 안은 '설계, 제조 또는 성능상의 문제로 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 발생 시 사망이나 중상에 이를 수 있는 등 안전에 지장을 주는 결함', 신창현 의원(민주당) 안은 '부품의 결함 건수 또는 결함 비율이 대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를 리콜 요건으로 제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박희석 전문위원은 이 사안을 '쟁점'안으로 분류했다. 리콜 대상 차량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의견과, 심각한 결함이 나오더라도 발견된 사례가 부족해 시정조치 의무가 즉시 발생하지 않게 될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업계 의견 고려해 '결함 입증·징벌적 손배' 반대

결함의 입증 책임과 관련해서는 더 큰 반발이 이어졌다.

박순자 의원(한국당)은 차량 화재가 빈발할 때 자동차 제조사가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결함으로 추정한다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현재 의원(한국당)도 비슷한 개정안을 냈다.

정부는 업계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반발과 법조계의 이견 제기 등을 감안해, '입증자료'가 아니라 결함이 없다는 '소명자료'로 대체하는 다소 완화된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절충안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반대는 계속됐다.

송석준 의원(한국당)은 "결함의 입증책임은 제작사가 아니라 조사 권한을 가진 국가에 있고, 결함의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자가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했다.

김상훈 의원(한국당)도 "국토부가 책임을 회피할 목적에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규정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의 범위 내에서 해달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고 거들었다.

과징금 상향과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용호 의원(무소속)과 강병원 의원(민주당) 등이 제출한 법안은 현재 매출액 1%인 리콜 미이행 과징금을 2~3% 수준까지 높이자는 내용이다. 결함은폐 및 늑장리콜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 제작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자동차제작사가 결함을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거나 거짓으로 공개해 생명이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에서 8배까지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도 박순자 의원(한국당) 등에 의해 제출됐다.

정부도 찬성했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과징금을 매출의 3% 정도로 상향하는 게 국가현안정책조정회의에 보고된 정부 대책이라면서, 업계 역시 큰 이견이 없다고 보고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역시 손해액의 5배 수준으로 하는 게 정부 대책이었고 업계에서도 큰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 박희석 전문위원은 이 부분에 대해 업계의 반발이 있는 '쟁점' 사안이라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민경욱 의원(한국당)은 "법 개정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다뤄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쟁점이 없다고 넘어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문제 삼았다.

송석준 의원(한국당)도 "너무 특정 목소리만 과잉으로 대변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또 어떤 시스템의 붕괴가 온다"면서 사실상 관련 법안 통과에 대해 반대했다.

이미 합의된 것까지 처리 연기…이달 통과될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업계가 아닌 소비자의 시각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박재호 의원(민주당)은 "BMW 화재가 1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수많은 법이 하나도 논의가 안 됐다" 면서 "국토부가 결함과 관련해 제조사에 자료 제출을 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권한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위원회는 쟁점 법안에 대해 '다시 심의'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때문에 운행제한 차량에 대한 판매 중지, 결함시정 착수일 단축, 시정률 저조시 결함 사실 재공개 등 여야와 국토부 간의 합의가 이뤄진 내용까지 함께 연기됐다.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화재 사건 당시 우리나라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 것 아니냐는 분노와 자조가 국민들 사이에 팽배했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소비자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법적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BMW 화재 사건 이후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면서 "여야 의원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단 다음 국회 일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 화재 사태를 거치면서 리콜 관련 규정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사실상 지난 달 12일에 처음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진 것" 이라면서 "자동차업계와 소비자 보호 측면을 고르게 고려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 [취재K] BMW 수십 대 불 탔는데…대책은 국회 못 넘었다
    • 입력 2019-08-01 14:35:27
    취재K
■BMW 사태 1년, 개정안 처리는 감감무소식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달리던 차들이 잇따라 불 탔다. 소위 독일 명품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BMW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소방청을 통해 확인된 BMW 차량 화재는 지난해 최소 80건이 넘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운행 중인 BMW 차량 1만 5천 대를 대상으로 유례 없는 '운행정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민관합동조사 결과에서는 EGR 모듈의 결함이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EGR 관련 결함을 BMW가 은폐하려고 한 정황도 포착됐다.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도 움직였다. 제2의 BMW 화재 사태를 막겠다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0개가 넘는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늘(1일) 국회 본회의에 140여 건의 법안이 올라왔지만, BMW 관련 법안은 한 건도 포함되지 못했다.


'BMW 법안' 심의한 교통소위에서 무슨 일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달 12일 국회 국토교통위는 소위원회를 열어 BMW 화재 관련 법안들을 심사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방향은 크게 3가지다. (1)결함이 발견될 경우 리콜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2)제조사에 결함 유무의 입증 책임을 지우는 대신 (3)처벌과 보상은 강화하는 방향이다. 모두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논의는 리콜 요건을 낮추는 것에서부터 난항을 겪었다. 현재 자동차관리법에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으로 되어 있는 조문을 구체화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윤관석 의원(민주당) 안은 '설계, 제조 또는 성능상의 문제로 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 발생 시 사망이나 중상에 이를 수 있는 등 안전에 지장을 주는 결함', 신창현 의원(민주당) 안은 '부품의 결함 건수 또는 결함 비율이 대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를 리콜 요건으로 제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박희석 전문위원은 이 사안을 '쟁점'안으로 분류했다. 리콜 대상 차량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의견과, 심각한 결함이 나오더라도 발견된 사례가 부족해 시정조치 의무가 즉시 발생하지 않게 될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업계 의견 고려해 '결함 입증·징벌적 손배' 반대

결함의 입증 책임과 관련해서는 더 큰 반발이 이어졌다.

박순자 의원(한국당)은 차량 화재가 빈발할 때 자동차 제조사가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결함으로 추정한다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현재 의원(한국당)도 비슷한 개정안을 냈다.

정부는 업계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반발과 법조계의 이견 제기 등을 감안해, '입증자료'가 아니라 결함이 없다는 '소명자료'로 대체하는 다소 완화된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절충안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반대는 계속됐다.

송석준 의원(한국당)은 "결함의 입증책임은 제작사가 아니라 조사 권한을 가진 국가에 있고, 결함의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자가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했다.

김상훈 의원(한국당)도 "국토부가 책임을 회피할 목적에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규정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의 범위 내에서 해달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고 거들었다.

과징금 상향과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용호 의원(무소속)과 강병원 의원(민주당) 등이 제출한 법안은 현재 매출액 1%인 리콜 미이행 과징금을 2~3% 수준까지 높이자는 내용이다. 결함은폐 및 늑장리콜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 제작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자동차제작사가 결함을 의도적으로 은폐·축소하거나 거짓으로 공개해 생명이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에서 8배까지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도 박순자 의원(한국당) 등에 의해 제출됐다.

정부도 찬성했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과징금을 매출의 3% 정도로 상향하는 게 국가현안정책조정회의에 보고된 정부 대책이라면서, 업계 역시 큰 이견이 없다고 보고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역시 손해액의 5배 수준으로 하는 게 정부 대책이었고 업계에서도 큰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 박희석 전문위원은 이 부분에 대해 업계의 반발이 있는 '쟁점' 사안이라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민경욱 의원(한국당)은 "법 개정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다뤄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쟁점이 없다고 넘어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문제 삼았다.

송석준 의원(한국당)도 "너무 특정 목소리만 과잉으로 대변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또 어떤 시스템의 붕괴가 온다"면서 사실상 관련 법안 통과에 대해 반대했다.

이미 합의된 것까지 처리 연기…이달 통과될까?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업계가 아닌 소비자의 시각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박재호 의원(민주당)은 "BMW 화재가 1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수많은 법이 하나도 논의가 안 됐다" 면서 "국토부가 결함과 관련해 제조사에 자료 제출을 하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권한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위원회는 쟁점 법안에 대해 '다시 심의'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때문에 운행제한 차량에 대한 판매 중지, 결함시정 착수일 단축, 시정률 저조시 결함 사실 재공개 등 여야와 국토부 간의 합의가 이뤄진 내용까지 함께 연기됐다.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화재 사건 당시 우리나라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 것 아니냐는 분노와 자조가 국민들 사이에 팽배했다"면서 "국민의 안전과 소비자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법적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BMW 화재 사건 이후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면서 "여야 의원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단 다음 국회 일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 화재 사태를 거치면서 리콜 관련 규정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사실상 지난 달 12일에 처음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진 것" 이라면서 "자동차업계와 소비자 보호 측면을 고르게 고려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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