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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외교장관 회담 취재도 치열한 ‘한일전’
입력 2019.08.04 (18:48) 수정 2019.08.04 (23:33) 취재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해마다 아세안 10개 국가에서 돌아가면서 열립니다. 올해는 태국 순서였습니다. 이를 취재하기 위한 미디어 센터가 7월 30일 방콕 센타라 그랜드 호텔 22층에 차려졌습니다. 미디어 센터는 300석 규모로,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아세안 10개 국가는 물론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북한 등의 외교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취재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일본 취재진 간의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올해 ARF 취재에는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이 가장 많았습니다. 미디어 센터는 자율석 구조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기자들은 곳곳에서 섞여 앉아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동향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일 관계가 최악인 만큼 한일 기자들 사이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8월 1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양자 회담을 했습니다. 이를 생중계 할지 여부는 한일 당국 간에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한 방송사에 생중계를 하기 위해 중계용 케이블을 꽂은 사실이 우리 취재진에 확인이 됐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일 외교 장관의 첫 만남이 일본 방송에만 중계될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취재진은 일본 방송사에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을 관리하던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방송사 직원에게 케이블을 뽑으라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결국 일본 방송사는 회담 직전, 중계용 케이블을 뽑았습니다.


8월 2일 오전,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 결정을 발표하자 분위기는 더 악화됐습니다. 각의 발표 사실이 1보로 나오자, 한국과 일본 기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1시간 뒤, 강경화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참석하는 ASEAN+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습니다. 양국 취재진 모두 미디어 센터에 설치된 대형 TV를 통해 회의를 실시간으로 지켜봤습니다. 백색국가 제외 결정 이후 양국 외교장관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할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고노 다로 외무상은 모두 발언에서 강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다른 아세안 친구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한국 강 장관만 불만이라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자 회의에서 한 나라의 외교 수장을 직접 겨냥해 비판하는 건 외교적 결례입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의 말이 끝나자 곳곳에서 한국 기자들 사이에선 낮은 탄식이 나왔습니다. 다소 격한 표현으로 외무상의 발언을 지적하는 한국 언론인도 있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일본 언론인은 조용히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한국 취재진은 고노 외무상 발언의 의미와 배경이 무엇인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이 먼저 모두 발언에서 일본의 조치를 비판하자, 원고도 없이 즉석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정무적 고민 없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발언이 거칠었고, 결과적으로 백색국가 명단에 없는 다른 아세안 국가를 자극하는 셈이 됐습니다. 싱가포르 외교 장관은 "우리가 백색국가 명단에 없다는 사실을 고노 외무상의 말을 듣고 처음 알게 됐다"면서, 다자 외교 무대에서는 이례적으로 일본을 직접 비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 방송사 기자는 "일본 언론도 한일 관계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한국 언론 만큼은 아닌 것 같다"면서 "한국 기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일 간에 입장 차이가 너무 크고, 대화도 시작되지 않아, 앞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 [취재후] 외교장관 회담 취재도 치열한 ‘한일전’
    • 입력 2019-08-04 18:48:02
    • 수정2019-08-04 23:33:44
    취재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해마다 아세안 10개 국가에서 돌아가면서 열립니다. 올해는 태국 순서였습니다. 이를 취재하기 위한 미디어 센터가 7월 30일 방콕 센타라 그랜드 호텔 22층에 차려졌습니다. 미디어 센터는 300석 규모로,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으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아세안 10개 국가는 물론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북한 등의 외교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취재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일본 취재진 간의 신경전이 치열했습니다. 올해 ARF 취재에는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이 가장 많았습니다. 미디어 센터는 자율석 구조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기자들은 곳곳에서 섞여 앉아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동향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일 관계가 최악인 만큼 한일 기자들 사이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8월 1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양자 회담을 했습니다. 이를 생중계 할지 여부는 한일 당국 간에 협의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한 방송사에 생중계를 하기 위해 중계용 케이블을 꽂은 사실이 우리 취재진에 확인이 됐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한일 외교 장관의 첫 만남이 일본 방송에만 중계될 상황이었습니다. 한국 취재진은 일본 방송사에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을 관리하던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방송사 직원에게 케이블을 뽑으라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결국 일본 방송사는 회담 직전, 중계용 케이블을 뽑았습니다.


8월 2일 오전,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 결정을 발표하자 분위기는 더 악화됐습니다. 각의 발표 사실이 1보로 나오자, 한국과 일본 기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1시간 뒤, 강경화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참석하는 ASEAN+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습니다. 양국 취재진 모두 미디어 센터에 설치된 대형 TV를 통해 회의를 실시간으로 지켜봤습니다. 백색국가 제외 결정 이후 양국 외교장관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할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고노 다로 외무상은 모두 발언에서 강 장관을 직접 거론하며 "다른 아세안 친구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한국 강 장관만 불만이라고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자 회의에서 한 나라의 외교 수장을 직접 겨냥해 비판하는 건 외교적 결례입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의 말이 끝나자 곳곳에서 한국 기자들 사이에선 낮은 탄식이 나왔습니다. 다소 격한 표현으로 외무상의 발언을 지적하는 한국 언론인도 있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일본 언론인은 조용히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한국 취재진은 고노 외무상 발언의 의미와 배경이 무엇인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이 먼저 모두 발언에서 일본의 조치를 비판하자, 원고도 없이 즉석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정무적 고민 없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발언이 거칠었고, 결과적으로 백색국가 명단에 없는 다른 아세안 국가를 자극하는 셈이 됐습니다. 싱가포르 외교 장관은 "우리가 백색국가 명단에 없다는 사실을 고노 외무상의 말을 듣고 처음 알게 됐다"면서, 다자 외교 무대에서는 이례적으로 일본을 직접 비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 방송사 기자는 "일본 언론도 한일 관계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한국 언론 만큼은 아닌 것 같다"면서 "한국 기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일 간에 입장 차이가 너무 크고, 대화도 시작되지 않아, 앞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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