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환율전쟁 격화…우리 금융시장 파장은?

입력 2019.08.06 (08:18) 수정 2019.08.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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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증시 못잖게 우리 금융 시장도 어제 하루 그야말로 패닉, 대혼돈을 겪었습니다.

코스피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코스닥은 무려 7% 넘게 떨어지면서 600선이 무너졌습니다.

불과 하루 만에 시가총액 50조 원이 사라졌습니다.

말 그대로 검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주식 시장에는 공포가 공포를 낳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일본이 한국을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장 초반부터 일단 '팔고 보자'는 매도 심리가 확산됐습니다.

특히 코스닥은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보니 투매 현상이 더 극심했습니다.

일시적 거래 중단 조치,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7% 넘는 급락세를 막지 못했습니다.

더 큰 충격은 외환 시장이었습니다.

유학생 자녀 둔 가정이나 외국에 물건값 줘야하는 수입업체들 환율 변동에 민감하시죠.

거래 시작 부터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수직 돌파하더니 1,215.30원에 마감됐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우리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인데요.

무엇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바로 '포치'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으면 파칠 1달러에 7위안 벽이 깨졌다는 중국식 표현입니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달러당 환율을 직접 고시하죠,

어제 6.92 위안으로 고시하자 시장에서 환율이 수직상승 하더니 11년 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바꿔 말해 위안화 가치는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뜻인데요,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원화가 위안화 움직임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만큼 위안화 급락은 우리 외환시장에 결정타였습니다.

[왕신/중국 인민은행 연구국장 : "지금은 복잡한 국제정세와 불확실성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위안화 가치는 왜 이렇게 곤두박질친걸까.

한동안 잠잠했던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름을 부은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다음 달 1일 이렇게 시점까지 콕 박아서 중국 3천 개 품목에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며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지금이야말로 상황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중국이 우리와 더는 무역을 원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좋습니다. 미국은 많은 돈을 아끼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대폭 내려 환율을 고시하자, 당장 이를 두고 미국에 대한 정면 대응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은 조금 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미중이 관세 전쟁에 이어 사실상 환율 전쟁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각 나라 입장에선 딱 '수출'만 놓고 본다면 자국의 통화 가치 하락, 그러니깐 환율 상승은 호재일 수 있습니다.

수출 기업 입장에선 똑같이 1달러 어치를 팔아도 더 많은 돈이 들어오니 기업의 수익성이나 상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건 일본,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숨은 전략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엔화 가치를 최대한 떨어뜨려 수출 기업을 도와, 경제를 지탱했던 아베 정부 최근의 엔화 급등이 오히려 달갑지만 않을 수 있단 의미입니다.

일본과 중국, 미국까지 여러 변수를 만난 우리 금융시장 앞으로 전망은 어떨까요.

반도체 부진에 수출, 투자, 소비 등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당분간은 불확실성의 장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정치적 사안에서 촉발된 상황인만큼 국내 경제와 증시에 미칠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엔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달에 이어 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겠냐,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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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6 08:20:02
    • 수정2019-08-06 13: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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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증시 못잖게 우리 금융 시장도 어제 하루 그야말로 패닉, 대혼돈을 겪었습니다.

코스피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코스닥은 무려 7% 넘게 떨어지면서 600선이 무너졌습니다.

불과 하루 만에 시가총액 50조 원이 사라졌습니다.

말 그대로 검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주식 시장에는 공포가 공포를 낳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일본이 한국을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장 초반부터 일단 '팔고 보자'는 매도 심리가 확산됐습니다.

특히 코스닥은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보니 투매 현상이 더 극심했습니다.

일시적 거래 중단 조치,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7% 넘는 급락세를 막지 못했습니다.

더 큰 충격은 외환 시장이었습니다.

유학생 자녀 둔 가정이나 외국에 물건값 줘야하는 수입업체들 환율 변동에 민감하시죠.

거래 시작 부터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을 수직 돌파하더니 1,215.30원에 마감됐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우리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인데요.

무엇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바로 '포치'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으면 파칠 1달러에 7위안 벽이 깨졌다는 중국식 표현입니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달러당 환율을 직접 고시하죠,

어제 6.92 위안으로 고시하자 시장에서 환율이 수직상승 하더니 11년 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바꿔 말해 위안화 가치는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뜻인데요,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원화가 위안화 움직임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만큼 위안화 급락은 우리 외환시장에 결정타였습니다.

[왕신/중국 인민은행 연구국장 : "지금은 복잡한 국제정세와 불확실성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위안화 가치는 왜 이렇게 곤두박질친걸까.

한동안 잠잠했던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름을 부은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다음 달 1일 이렇게 시점까지 콕 박아서 중국 3천 개 품목에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며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지금이야말로 상황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중국이 우리와 더는 무역을 원하지 않는다 해도 나는 좋습니다. 미국은 많은 돈을 아끼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대폭 내려 환율을 고시하자, 당장 이를 두고 미국에 대한 정면 대응이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은 조금 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미중이 관세 전쟁에 이어 사실상 환율 전쟁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각 나라 입장에선 딱 '수출'만 놓고 본다면 자국의 통화 가치 하락, 그러니깐 환율 상승은 호재일 수 있습니다.

수출 기업 입장에선 똑같이 1달러 어치를 팔아도 더 많은 돈이 들어오니 기업의 수익성이나 상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건 일본,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숨은 전략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엔화 가치를 최대한 떨어뜨려 수출 기업을 도와, 경제를 지탱했던 아베 정부 최근의 엔화 급등이 오히려 달갑지만 않을 수 있단 의미입니다.

일본과 중국, 미국까지 여러 변수를 만난 우리 금융시장 앞으로 전망은 어떨까요.

반도체 부진에 수출, 투자, 소비 등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당분간은 불확실성의 장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정치적 사안에서 촉발된 상황인만큼 국내 경제와 증시에 미칠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엔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난달에 이어 금리를 추가로 내리지 않겠냐,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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