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美 ‘충격 테러’ 공포…증오 범죄인가

입력 2019.08.10 (21:40) 수정 2019.08.1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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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사회가 또 다시 총격 테러로 공포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만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무려 서른 두명이나 목숨을 잃었는데요.

아무리 총기 사건이 일상화됐다지만,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 이번엔 꽤 커 보입니다.

보도본부 국제부로 가봅니다.

송영석 기자 전해주시죠.

[리포트]

네, 지금까지 총기 난사로 희생된 미국인, 몇명이나 될까요?

지난 53년 동안 169명의 총격범에 의해 1200명 가까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중 190명은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폭력 조직의 분쟁이나 단순 강도, 또 개인적인 총기 사고를 뺀 수칩니다.

모든 총기 사고를 통틀어 보면, 매일 미국인 100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벌어진 총격 사건은 한층 잔혹해진 수법 뿐 아니라,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그 동기가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지난 4일 오하이오주 데이턴시 유흥가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불과 1분 밖에 안되는 사이에 9명이 숨졌고, 백인 남성 용의자도 경찰에 사살됐습니다.

용의자 24살 코너 배츠는 당시 방탄복과 마스크, 귀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요.

특히 방탄복에 탄환 100발을 소지한 것으로 확인돼 대량 살상을 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목격자 : "두 번째 총성이 울린 후부터 (총소리가) 빨라졌습니다. 그 때 알았죠. 총기 난사가 벌어졌다는 것을요."]

이로부터 13시간 전인 3일 새벽, 텍사스주 엘패소의 대형마트에 난입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22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습니다.

범행 당시 총격음을 들어보면 연속적으로 나지 않고 한발 씩 끊겨 들리죠.

한 전문가는 이를 근거로 "용의자가 정확히 표적을 겨냥해 총을 쏜 것 같다.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이미 에르파르자/엘페소 지역 검사 : "희생이 너무 컸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25살의 조던 안촌도 씨는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온 몸으로 총탄을 막아냈습니다.

아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안촌도 씨는 처참하게 희생됐습니다.

그녀는 새학기를 앞두고 자녀들의 학용품을 사러왔다 변을 당했는데요.

충격에 빠진 미국 사회는 이 사건의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범행 전 온라인에 올린 글에 또 한번 경악했습니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엔 "히스패닉이 텍사스를 장악할 것이다" 등등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패트릭과 텍사스 총기 사건 용의자 코너 배츠 두 총격범 모두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에잇챈' 사용자로 알려져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유대교회당에 총을 난사한 존 어니스트도 에잇챈에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이 사이트에서는 어떤 내용이든 게시가 가능한데, 백인우월주의를 찬양하고 유색인종을 혐오하는 게시물이 유독 많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혐오글'로 넘쳐난다는 비판 속에 이 사이트 폐쇄 여론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미 정치권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유색인종 출신 민주당 여성의원들에게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한 것을 놓고, 이게 인종차별이냐 아니냐 논쟁이 뜨거운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이민자를 겨냥한 백인 용의자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해 증오 범죄를 부추겼다며, 트럼프 때리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까지 발표해 보호막을 쳤습니다.

먼저,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내놨는데요.

증오 범죄자, 총기난사 등 대량 살상 범죄자의 사형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 추진을 지시했고, 위험 인물의 총기 소지를 규제하는 법안 처리를 의회에 요구했습니다.

관련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백인우월주의도 비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는 한 목소리로 인종차별과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합니다. 사악한 이데올로기는 반드시 물리쳐야 합니다."]

하지만 바로 몇시간 뒤,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공포와 증오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지도자들의 말을 배격해야 한다."

누가봐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바 대통령 집권 기간 32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선거가 다가오자 민주당 진영은 '인종차별 프레임'을 계속 밀고 나가길 원한다"고 반박해 전·현직 대통령 간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는데요.

미국에서 총기 규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막강한 로비를 펼치는 전미총기협회 앞에선 워싱턴 정가마저 무력하다는 냉소적 시선이 팽배합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은 정치권이 이번만큼은 총기 규제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울 거라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총기 규제 법안 처리를 위해 여름 휴회를 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한데요.

'인종차별' 논란과 맞물려 대선 이슈로 부상한 총기 규제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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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 美 ‘충격 테러’ 공포…증오 범죄인가
    • 입력 2019-08-10 21:50:57
    • 수정2019-08-10 22: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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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사회가 또 다시 총격 테러로 공포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만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무려 서른 두명이나 목숨을 잃었는데요.

아무리 총기 사건이 일상화됐다지만,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 이번엔 꽤 커 보입니다.

보도본부 국제부로 가봅니다.

송영석 기자 전해주시죠.

[리포트]

네, 지금까지 총기 난사로 희생된 미국인, 몇명이나 될까요?

지난 53년 동안 169명의 총격범에 의해 1200명 가까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중 190명은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폭력 조직의 분쟁이나 단순 강도, 또 개인적인 총기 사고를 뺀 수칩니다.

모든 총기 사고를 통틀어 보면, 매일 미국인 100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벌어진 총격 사건은 한층 잔혹해진 수법 뿐 아니라,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그 동기가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지난 4일 오하이오주 데이턴시 유흥가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불과 1분 밖에 안되는 사이에 9명이 숨졌고, 백인 남성 용의자도 경찰에 사살됐습니다.

용의자 24살 코너 배츠는 당시 방탄복과 마스크, 귀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있었는데요.

특히 방탄복에 탄환 100발을 소지한 것으로 확인돼 대량 살상을 노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목격자 : "두 번째 총성이 울린 후부터 (총소리가) 빨라졌습니다. 그 때 알았죠. 총기 난사가 벌어졌다는 것을요."]

이로부터 13시간 전인 3일 새벽, 텍사스주 엘패소의 대형마트에 난입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22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습니다.

범행 당시 총격음을 들어보면 연속적으로 나지 않고 한발 씩 끊겨 들리죠.

한 전문가는 이를 근거로 "용의자가 정확히 표적을 겨냥해 총을 쏜 것 같다.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이미 에르파르자/엘페소 지역 검사 : "희생이 너무 컸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25살의 조던 안촌도 씨는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온 몸으로 총탄을 막아냈습니다.

아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안촌도 씨는 처참하게 희생됐습니다.

그녀는 새학기를 앞두고 자녀들의 학용품을 사러왔다 변을 당했는데요.

충격에 빠진 미국 사회는 이 사건의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범행 전 온라인에 올린 글에 또 한번 경악했습니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엔 "히스패닉이 텍사스를 장악할 것이다" 등등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패트릭과 텍사스 총기 사건 용의자 코너 배츠 두 총격범 모두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에잇챈' 사용자로 알려져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유대교회당에 총을 난사한 존 어니스트도 에잇챈에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이 사이트에서는 어떤 내용이든 게시가 가능한데, 백인우월주의를 찬양하고 유색인종을 혐오하는 게시물이 유독 많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혐오글'로 넘쳐난다는 비판 속에 이 사이트 폐쇄 여론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미 정치권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유색인종 출신 민주당 여성의원들에게 "당신들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한 것을 놓고, 이게 인종차별이냐 아니냐 논쟁이 뜨거운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이민자를 겨냥한 백인 용의자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해 증오 범죄를 부추겼다며, 트럼프 때리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까지 발표해 보호막을 쳤습니다.

먼저,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내놨는데요.

증오 범죄자, 총기난사 등 대량 살상 범죄자의 사형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 추진을 지시했고, 위험 인물의 총기 소지를 규제하는 법안 처리를 의회에 요구했습니다.

관련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백인우월주의도 비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는 한 목소리로 인종차별과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합니다. 사악한 이데올로기는 반드시 물리쳐야 합니다."]

하지만 바로 몇시간 뒤,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공포와 증오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지도자들의 말을 배격해야 한다."

누가봐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바 대통령 집권 기간 32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선거가 다가오자 민주당 진영은 '인종차별 프레임'을 계속 밀고 나가길 원한다"고 반박해 전·현직 대통령 간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는데요.

미국에서 총기 규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막강한 로비를 펼치는 전미총기협회 앞에선 워싱턴 정가마저 무력하다는 냉소적 시선이 팽배합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은 정치권이 이번만큼은 총기 규제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울 거라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총기 규제 법안 처리를 위해 여름 휴회를 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한데요.

'인종차별' 논란과 맞물려 대선 이슈로 부상한 총기 규제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핫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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