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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이니까 ‘성적 모욕’도 허용된다고?…법원은 블랙넛에 “유죄”
입력 2019.08.12 (15:00) 수정 2019.08.12 (15:01) 취재K
법원, 여성 래퍼 ‘성적 모욕’ 블랙넛에 유죄 선고

"솔직히 난 키디비 사진 보고 XXXX" ( 곡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 中)
"과연 블랙넛은 어떤 여자랑 처음 잤을까요?" (2017년 7월, 공연 도중 키디비의 이름을 띄워놓고 한 말)


래퍼 블랙넛 김대웅 씨가 쓴 노랫말과 공연 퍼포먼스입니다. 여러분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예술로 보이시나요? 법원의 답은 "예술이 아니다" 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50형사부는 오늘(12일) 여성 래퍼 키디비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공연행위나 음반 발매행위의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일련의 행위는 모두 피해자를 직설적인 욕설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 역시 블랙넛이 저속한 성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특정 인물의 이름을 지칭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 블랙넛과 피해자 키디비가 아무런 개인적 친분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블랙넛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김 씨는 재판을 마치고, 앞으로도 법원이 모욕으로 판단한 종류의 가사를 계속 쓸 것인지, 피해자인 키디비에게 전할 말은 없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습니다.


■힙합 특수성 주장했지만…법원 “성적 모욕일 뿐”

블랙넛은 법정에서 힙합 문화의 특수성을 주장했습니다. 힙합은 '디스리스팩트(disrespect)' 즉 남을 비하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만큼 죄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김 씨 측은 재판 도중 "가사와 퍼포먼스가 자극적이고 직설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를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가사의 표현이 막연하거나 객관적인 의미를 전달하지 않아서 모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다투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문화 예술 행위와 달리 힙합 장르에서만 특별히 모욕 행위가 정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김 씨가 해당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함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힙합이라 하더라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성적 모욕인 것은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힙합도 법의 예외일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확인한 셈입니다.


■‘선정적 곡 발표 → 논란 → 사과’ 반복…피해자 특정하지 않으면 처벌 어려워

선정적인 노랫말로 논란을 일으킨 래퍼는 김 씨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룹 위너의 래퍼 송민호가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서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XXX"라는 내용이 담긴 랩을 했고, 래퍼 창모 역시 지난 2014년 발표한 '소녀'라는 곡에서 "그 덕소X 한번 XX 싶다고" "좀 XX봐, 나 이제 꽤 벌잖아"라며 여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습니다. 두 래퍼 모두 사과했지만, 청소년 등 대중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명인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노랫말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현행법상 모욕죄는 피해자를 특정해야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중 문화에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가 반복되면서, 힙합 문화 전반이 자정 노력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키디비의 변호를 맡은 김지윤 변호사는 "김 씨의 팬들로부터 온라인상에서 있지도 않은 사실로 공격을 받는 등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힙합이 과거와 달리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는 만큼, 래퍼들이 성희롱적인 가사를 쓰고 힙합 문화 뒤에 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 힙합이니까 ‘성적 모욕’도 허용된다고?…법원은 블랙넛에 “유죄”
    • 입력 2019-08-12 15:00:14
    • 수정2019-08-12 15:01:47
    취재K
법원, 여성 래퍼 ‘성적 모욕’ 블랙넛에 유죄 선고

"솔직히 난 키디비 사진 보고 XXXX" ( 곡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 中)
"과연 블랙넛은 어떤 여자랑 처음 잤을까요?" (2017년 7월, 공연 도중 키디비의 이름을 띄워놓고 한 말)


래퍼 블랙넛 김대웅 씨가 쓴 노랫말과 공연 퍼포먼스입니다. 여러분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예술로 보이시나요? 법원의 답은 "예술이 아니다" 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50형사부는 오늘(12일) 여성 래퍼 키디비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공연행위나 음반 발매행위의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일련의 행위는 모두 피해자를 직설적인 욕설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 역시 블랙넛이 저속한 성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특정 인물의 이름을 지칭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 블랙넛과 피해자 키디비가 아무런 개인적 친분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블랙넛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김 씨는 재판을 마치고, 앞으로도 법원이 모욕으로 판단한 종류의 가사를 계속 쓸 것인지, 피해자인 키디비에게 전할 말은 없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습니다.


■힙합 특수성 주장했지만…법원 “성적 모욕일 뿐”

블랙넛은 법정에서 힙합 문화의 특수성을 주장했습니다. 힙합은 '디스리스팩트(disrespect)' 즉 남을 비하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만큼 죄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김 씨 측은 재판 도중 "가사와 퍼포먼스가 자극적이고 직설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를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가사의 표현이 막연하거나 객관적인 의미를 전달하지 않아서 모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다투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문화 예술 행위와 달리 힙합 장르에서만 특별히 모욕 행위가 정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김 씨가 해당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함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힙합이라 하더라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성적 모욕인 것은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힙합도 법의 예외일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확인한 셈입니다.


■‘선정적 곡 발표 → 논란 → 사과’ 반복…피해자 특정하지 않으면 처벌 어려워

선정적인 노랫말로 논란을 일으킨 래퍼는 김 씨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룹 위너의 래퍼 송민호가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서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XXX"라는 내용이 담긴 랩을 했고, 래퍼 창모 역시 지난 2014년 발표한 '소녀'라는 곡에서 "그 덕소X 한번 XX 싶다고" "좀 XX봐, 나 이제 꽤 벌잖아"라며 여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습니다. 두 래퍼 모두 사과했지만, 청소년 등 대중에 큰 영향을 끼치는 유명인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노랫말을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습니다. 현행법상 모욕죄는 피해자를 특정해야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중 문화에 지나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가 반복되면서, 힙합 문화 전반이 자정 노력을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키디비의 변호를 맡은 김지윤 변호사는 "김 씨의 팬들로부터 온라인상에서 있지도 않은 사실로 공격을 받는 등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힙합이 과거와 달리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는 만큼, 래퍼들이 성희롱적인 가사를 쓰고 힙합 문화 뒤에 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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