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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도 속았다”…50억 원대 투자 사기의 전말
입력 2019.08.14 (12:03) 사회
“의사들도 속았다”…50억 원대 투자 사기의 전말
해외 채권에 투자하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인 뒤 의사 등을 상대로 50억 원대 투자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35살 김 모 씨 등 3명을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김 씨와 함께 투자자들을 섭외하거나 투자금을 유치한 4명도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또는 이를 방조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피해자 85명으로부터 52억여 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수도권에 있는 종합병원 전공의들과 연구원, 공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피해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수십억 원대 사기를 칠 수 있었을까요?

■ 수첩 속 빼곡한 리스트…"다 알고 의사들만 노린거죠"

병원 근처 카페에서 만난 피해자 A씨와 피의자 김 모 씨. 김 씨는 의사 등 전문직들을 상대로 재무 상담을 해주며 신뢰관계를 쌓은 뒤, 해외 채권 투자를 유도했습니다.병원 근처 카페에서 만난 피해자 A씨와 피의자 김 모 씨. 김 씨는 의사 등 전문직들을 상대로 재무 상담을 해주며 신뢰관계를 쌓은 뒤, 해외 채권 투자를 유도했습니다.

시작은 병원에서 열린 재무설계 설명회였습니다. 자신을 모 보험회사 소속 재무설계사라고 소개한 38살 장 모 씨는 "하루빨리 종잣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에 따라 자산 증식 속도가 달라진다"며 재무 상담을 권유했습니다.

관심을 보인 의사들에겐 35살 재무설계사 김 모 씨를 소개해줬고, 김 씨는 보험 리모델링부터 비과세 상품 가입, 장기적인 재무관리 계획까지 꼼꼼한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차례 만나며 인간적으로 친해졌고, 신뢰도 쌓였습니다.

김 씨의 수첩에는 날짜별, 시간별로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재무설계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김 씨는 "큰 병원들이나 교수님들도 다 내가 담당하고 있다"며 "부동산 쪽으로도 좋은 물건이 있으면 소개해 준다"고 자랑스레 말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피해자들은 원금과 연이율 최대 12%를 보장해주겠다는 김 씨의 말을 믿고 많게는 1억 5천만 원의 투자금을 건넸습니다.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김 씨는 특히 의사들을 위한 대출 서비스인 '닥터론'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자신이 추천하는 해외 채권에 투자하면 대출 이자를 제하더라도 오히려 수익이 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에게 6천만 원을 투자한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의사 A 씨는 "김 씨가 우리 재무 상황을 다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하면서, 자신한테 맡기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도 증권 분야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집이 5채이고, 스포츠카를 계약했다는 등 관심 있을 만한 얘기를 던지니 혹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김 씨와 장 씨는 피해자들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알음알음 모인 피해자들이 이들에 대한 경찰 고소를 진행했지만, 투자한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피해자 병원에서 다시 열린 설명회…"막을 방법 없어 분통 터진다"

김 씨 등은 이러한 재무 상담 보고서를 제시하며, 종잣돈을 이용해 매달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습니다.김 씨 등은 이러한 재무 상담 보고서를 제시하며, 종잣돈을 이용해 매달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게다가 피의자들은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버젓이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김 씨에게 1억 2천만 원가량을 투자한 경기도의 종합병원 의사 B 씨는 지난 5월까지도 동료 전공의들에게서 "장 씨가 우리 병원에서 설명회를 열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장 씨는 심지어 피해자와 같은 병원의 같은 과에서도 다시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B 씨는 "경찰에 고소까지 했으니까 이 사람들의 죄가 밝혀지고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기대를 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걸 보니까 정말 화가 나고 일하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려면, 이들을 하루빨리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경찰도 지난 6월 김 씨와 장 씨 등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기각됐습니다. 첫 영장은 법원이 반려했고, 두 번째 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 씨 등은 실제로 투자액 대부분을 해외 채권에 투자했고, 서로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된 투자액은 '투자'를 했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애초에 투자금을 받아 챙겨 유용할 목적이었다고 판단한 경찰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에 이어 '사기죄'를 적용했습니다.

피해자들 역시 "김 씨 등이 처음부터 투자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일을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게 정말 소름 돋고 분통이 터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찰 고소로도 이들의 범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하다고 속상하다며, 주변 동료들은 이런 피해가 나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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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들도 속았다”…50억 원대 투자 사기의 전말
    • 입력 2019.08.14 (12:03)
    사회
“의사들도 속았다”…50억 원대 투자 사기의 전말
해외 채권에 투자하면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인 뒤 의사 등을 상대로 50억 원대 투자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35살 김 모 씨 등 3명을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김 씨와 함께 투자자들을 섭외하거나 투자금을 유치한 4명도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또는 이를 방조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피해자 85명으로부터 52억여 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수도권에 있는 종합병원 전공의들과 연구원, 공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피해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어떻게 수십억 원대 사기를 칠 수 있었을까요?

■ 수첩 속 빼곡한 리스트…"다 알고 의사들만 노린거죠"

병원 근처 카페에서 만난 피해자 A씨와 피의자 김 모 씨. 김 씨는 의사 등 전문직들을 상대로 재무 상담을 해주며 신뢰관계를 쌓은 뒤, 해외 채권 투자를 유도했습니다.병원 근처 카페에서 만난 피해자 A씨와 피의자 김 모 씨. 김 씨는 의사 등 전문직들을 상대로 재무 상담을 해주며 신뢰관계를 쌓은 뒤, 해외 채권 투자를 유도했습니다.

시작은 병원에서 열린 재무설계 설명회였습니다. 자신을 모 보험회사 소속 재무설계사라고 소개한 38살 장 모 씨는 "하루빨리 종잣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에 따라 자산 증식 속도가 달라진다"며 재무 상담을 권유했습니다.

관심을 보인 의사들에겐 35살 재무설계사 김 모 씨를 소개해줬고, 김 씨는 보험 리모델링부터 비과세 상품 가입, 장기적인 재무관리 계획까지 꼼꼼한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여러 차례 만나며 인간적으로 친해졌고, 신뢰도 쌓였습니다.

김 씨의 수첩에는 날짜별, 시간별로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재무설계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김 씨는 "큰 병원들이나 교수님들도 다 내가 담당하고 있다"며 "부동산 쪽으로도 좋은 물건이 있으면 소개해 준다"고 자랑스레 말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피해자들은 원금과 연이율 최대 12%를 보장해주겠다는 김 씨의 말을 믿고 많게는 1억 5천만 원의 투자금을 건넸습니다.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김 씨는 특히 의사들을 위한 대출 서비스인 '닥터론'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자신이 추천하는 해외 채권에 투자하면 대출 이자를 제하더라도 오히려 수익이 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에게 6천만 원을 투자한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의사 A 씨는 "김 씨가 우리 재무 상황을 다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하면서, 자신한테 맡기면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자신도 증권 분야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집이 5채이고, 스포츠카를 계약했다는 등 관심 있을 만한 얘기를 던지니 혹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 뒤 김 씨와 장 씨는 피해자들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알음알음 모인 피해자들이 이들에 대한 경찰 고소를 진행했지만, 투자한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피해자 병원에서 다시 열린 설명회…"막을 방법 없어 분통 터진다"

김 씨 등은 이러한 재무 상담 보고서를 제시하며, 종잣돈을 이용해 매달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습니다.김 씨 등은 이러한 재무 상담 보고서를 제시하며, 종잣돈을 이용해 매달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게다가 피의자들은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버젓이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김 씨에게 1억 2천만 원가량을 투자한 경기도의 종합병원 의사 B 씨는 지난 5월까지도 동료 전공의들에게서 "장 씨가 우리 병원에서 설명회를 열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장 씨는 심지어 피해자와 같은 병원의 같은 과에서도 다시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B 씨는 "경찰에 고소까지 했으니까 이 사람들의 죄가 밝혀지고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기대를 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걸 보니까 정말 화가 나고 일하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려면, 이들을 하루빨리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경찰도 지난 6월 김 씨와 장 씨 등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기각됐습니다. 첫 영장은 법원이 반려했고, 두 번째 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 씨 등은 실제로 투자액 대부분을 해외 채권에 투자했고, 서로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된 투자액은 '투자'를 했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미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애초에 투자금을 받아 챙겨 유용할 목적이었다고 판단한 경찰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에 이어 '사기죄'를 적용했습니다.

피해자들 역시 "김 씨 등이 처음부터 투자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일을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게 정말 소름 돋고 분통이 터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찰 고소로도 이들의 범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하다고 속상하다며, 주변 동료들은 이런 피해가 나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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