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는 블라우스 입어라”…법시행도 못 막은 신입사원 괴롭힘

입력 2019.08.17 (06:23) 수정 2019.08.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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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요, KBS는 그동안 숨죽였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최근 한 중견기업에 입사했지만 야근 강요와 성희롱 등을 이유로 입사 2주 만에 퇴사한 한 신입사원의 사연을 정재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날인 지난달 15일 한 중견 제약회사에 입사한 이 모 씨.

출근 첫날부터 상사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직장 괴롭힘 피해자 : "술 전혀 못 마신다고 (했더니 상사가) 회사에 좋은 위염약이 있으니까... 처음에 장난치시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마셔야 된다고 소주 한 두 병? 최소한 한 병 정도 그렇게 마시라..."]

주 52시간제도 아랑곳없이 버젓이 야근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이○○/직장 괴롭힘 피해자 : "10시 11시까지 무조건 남아라. 한 3년 정도 그런 생활 할 걸 각오해라. 그걸 못하겠으면은 나가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임원으로부터는 성희롱에 가까운 외모에 대한 지적도 받았습니다.

[이○○/직장 괴롭힘 피해자 : "누구누구 ○○이처럼 그렇게 약간 비치는 블라우스 같은 거 있잖아. 젊은 여자 애들이 입는 거, 그리고 치마도 좀 두르고 그렇게 좀 상큼하고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보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피해 사실을 인사부에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퇴사 권유였습니다.

[이○○/직장 괴롭힘 피해자 :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그 사람들 그렇게까지 일한다는 거에서 증거 있어? 이미 찍혀서 너는 다시 들어가도 어차피 3개월 이내에 잘릴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뒤였지만 감독관청이 아닌 사업주에게 신고하게 돼 있고, 처벌조항마저 없어 이 씨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최혜인/'직장갑질 119' 노무사 :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조사를 하지 않거나 피해근로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노동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피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드러내서 시끄럽게 하기 보다는..."]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처벌 규정 신설 등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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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치는 블라우스 입어라”…법시행도 못 막은 신입사원 괴롭힘
    • 입력 2019-08-17 06:23:32
    • 수정2019-08-17 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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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요, KBS는 그동안 숨죽였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최근 한 중견기업에 입사했지만 야근 강요와 성희롱 등을 이유로 입사 2주 만에 퇴사한 한 신입사원의 사연을 정재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날인 지난달 15일 한 중견 제약회사에 입사한 이 모 씨.

출근 첫날부터 상사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직장 괴롭힘 피해자 : "술 전혀 못 마신다고 (했더니 상사가) 회사에 좋은 위염약이 있으니까... 처음에 장난치시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마셔야 된다고 소주 한 두 병? 최소한 한 병 정도 그렇게 마시라..."]

주 52시간제도 아랑곳없이 버젓이 야근을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이○○/직장 괴롭힘 피해자 : "10시 11시까지 무조건 남아라. 한 3년 정도 그런 생활 할 걸 각오해라. 그걸 못하겠으면은 나가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임원으로부터는 성희롱에 가까운 외모에 대한 지적도 받았습니다.

[이○○/직장 괴롭힘 피해자 : "누구누구 ○○이처럼 그렇게 약간 비치는 블라우스 같은 거 있잖아. 젊은 여자 애들이 입는 거, 그리고 치마도 좀 두르고 그렇게 좀 상큼하고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보라.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피해 사실을 인사부에 알렸지만, 돌아온 것은 오히려 퇴사 권유였습니다.

[이○○/직장 괴롭힘 피해자 :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그 사람들 그렇게까지 일한다는 거에서 증거 있어? 이미 찍혀서 너는 다시 들어가도 어차피 3개월 이내에 잘릴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뒤였지만 감독관청이 아닌 사업주에게 신고하게 돼 있고, 처벌조항마저 없어 이 씨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최혜인/'직장갑질 119' 노무사 :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조사를 하지 않거나 피해근로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노동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피해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드러내서 시끄럽게 하기 보다는..."]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처벌 규정 신설 등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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