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홍콩 경제…‘블랙스완’ 되나?

입력 2019.08.19 (08:05) 수정 2019.08.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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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홍콩은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1980년대 청춘을 보낸 분들이라면, 성냥개비를 물고 트렌치 코트를 휘날리던 주윤발, 기함을 내지르던 이소룡, 책받침 속 왕조현 등등 추억의 스타들 떠오르실 겁니다.

젊은 여행객들에게는 홍콩 하면, 뭣보다 관광과 쇼핑의 천국입니다.

특히 화려한 홍콩의 야경은 관광이 홍콩 경제의 한 축임을 실감케 하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이런 홍콩의 관광업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두 달 넘게 이어진 대규모 시위 여파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곳 홍콩섬 북단에 위치한 대표적 쇼핑 타운 코즈웨이베이입니다.

평소같으면 구름처럼 몰리던 관광객과 홍콩의 젊은이들 발길이 최근 뜸해졌습니다.

[관광객 : "시위하는 동안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 우리 계획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진짜 홍콩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 수가 줄면서 당장 소매업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6월 홍콩의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 넘게 줄었습니다.

최근 두 달여 간 홍콩 국내 총생산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경기 부진의 신호는 증시 급락으로 나타났습니다.

홍콩항셍지수는 시위 이후 8%나 하락했습니다.

지난 4월 고점과 비교하면 낙폭이 15%에 달합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 주가가 폭락하면서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자산가치만 30억 달러, 우리 돈 약 3조6천억 원을 날렸습니다.

보다 못한 리 회장 특별 광고까지 내고 "사랑의 이름으로 분노와 폭력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광고는 '홍콩 주민 리카싱'이라는 명의로 게재했지만 관심은 굵은 글씨로 쓰여진 'Violence' 폭력이란 단어에 모아졌습니다.

홍콩 시위대는 '폭력'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가 홍콩을 넘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발빠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한 명 미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의 펀드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먼입니다.

이 사람,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지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했던 인물이죠.

아이스먼은 "홍콩의 상황이 더 악화되면 세계 경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 ‘블랙스완’이 있다면 바로 홍콩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랙스완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전개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유행어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홍콩의 2030 젊은이들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근들어 인근 타이완으로의 이민 문의가 부쩍 늘었단 소식도 들립니다.

[우자잉/홍콩 이민회사 직원 : "6월 초부터 타이완 이민에 관한 문의가 3~5배 증가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기획기사에서 홍콩 젊은이들의 좌절감을 “돈도 없고, 아파트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다”는 말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홍콩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라는 명성에 금이 갈 거란 우렵니다.

홍콩은 그동안 중국과 다른 국가를 잇는 관문, 즉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허브로 여겨져 왔습니다.

실제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정국 불안으로 이런 다국적 기업들 고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콩에 계속 아시아 본부를 둘지 고민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금융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안전과 신뢰가 기본인데, 불안정한 홍콩에서 신용 거래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인 것입니다.

이번 홍콩 사태 우리 경제와도 결코 무관치 않습니다.

우리에게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큰 수출 대상국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홍콩 무역액은 480억 달러(58조1280억원) 이 가운데 460억 달러가 수출액입니다.

특히 반도체가 주요 수출품으로 지난해 홍콩에 수출한 금액의 60%나 차지했습니다.

비즈니스와 관광,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홍콩의 옛 모습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이 사상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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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홍콩 경제…‘블랙스완’ 되나?
    • 입력 2019-08-19 08:06:59
    • 수정2019-08-19 13: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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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홍콩은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1980년대 청춘을 보낸 분들이라면, 성냥개비를 물고 트렌치 코트를 휘날리던 주윤발, 기함을 내지르던 이소룡, 책받침 속 왕조현 등등 추억의 스타들 떠오르실 겁니다.

젊은 여행객들에게는 홍콩 하면, 뭣보다 관광과 쇼핑의 천국입니다.

특히 화려한 홍콩의 야경은 관광이 홍콩 경제의 한 축임을 실감케 하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이런 홍콩의 관광업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두 달 넘게 이어진 대규모 시위 여파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곳 홍콩섬 북단에 위치한 대표적 쇼핑 타운 코즈웨이베이입니다.

평소같으면 구름처럼 몰리던 관광객과 홍콩의 젊은이들 발길이 최근 뜸해졌습니다.

[관광객 : "시위하는 동안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 우리 계획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진짜 홍콩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 수가 줄면서 당장 소매업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6월 홍콩의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 넘게 줄었습니다.

최근 두 달여 간 홍콩 국내 총생산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경기 부진의 신호는 증시 급락으로 나타났습니다.

홍콩항셍지수는 시위 이후 8%나 하락했습니다.

지난 4월 고점과 비교하면 낙폭이 15%에 달합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 주가가 폭락하면서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자산가치만 30억 달러, 우리 돈 약 3조6천억 원을 날렸습니다.

보다 못한 리 회장 특별 광고까지 내고 "사랑의 이름으로 분노와 폭력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광고는 '홍콩 주민 리카싱'이라는 명의로 게재했지만 관심은 굵은 글씨로 쓰여진 'Violence' 폭력이란 단어에 모아졌습니다.

홍콩 시위대는 '폭력'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가 홍콩을 넘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발빠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한 명 미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의 펀드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먼입니다.

이 사람,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지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했던 인물이죠.

아이스먼은 "홍콩의 상황이 더 악화되면 세계 경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 ‘블랙스완’이 있다면 바로 홍콩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랙스완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전개되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유행어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홍콩의 2030 젊은이들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근들어 인근 타이완으로의 이민 문의가 부쩍 늘었단 소식도 들립니다.

[우자잉/홍콩 이민회사 직원 : "6월 초부터 타이완 이민에 관한 문의가 3~5배 증가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기획기사에서 홍콩 젊은이들의 좌절감을 “돈도 없고, 아파트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다”는 말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홍콩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라는 명성에 금이 갈 거란 우렵니다.

홍콩은 그동안 중국과 다른 국가를 잇는 관문, 즉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허브로 여겨져 왔습니다.

실제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홍콩 정국 불안으로 이런 다국적 기업들 고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콩에 계속 아시아 본부를 둘지 고민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금융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안전과 신뢰가 기본인데, 불안정한 홍콩에서 신용 거래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인 것입니다.

이번 홍콩 사태 우리 경제와도 결코 무관치 않습니다.

우리에게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로 큰 수출 대상국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홍콩 무역액은 480억 달러(58조1280억원) 이 가운데 460억 달러가 수출액입니다.

특히 반도체가 주요 수출품으로 지난해 홍콩에 수출한 금액의 60%나 차지했습니다.

비즈니스와 관광,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진 홍콩의 옛 모습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이 사상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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