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히말라야서 잠들었던 ‘직지원정대’…10년 만의 귀향
입력 2019.08.19 (08:26)
수정 2019.08.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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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혹시 직지원정대라고 아십니까?
우리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히말라야를 누볐던 등반대원들입니다.
10년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에 나섰던 직지원정대, 두 대원이 돌아오지 못했는데요.
고 민준영, 박종성 두 대원의 유해가 1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두 대원을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토요일 새벽 6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고 민준영, 박종성 두 산악인이 유족의 품에 안겨 고국의 땅을 밟았습니다.
1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뤄진 두 사람의 귀향
[민규형/故 민준영 대원 유족 : "어머님이 많이 우셨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많이 담담해 하시고 우리 품으로 이제 돌아온다는 거죠. 좋은 일이라고 계속 이야기해줘서 다들 좀 편해졌어요."]
[박종훈/故 박종성 대원 유족 : "기약도 없었던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행복한 만남을 준비해준 우리 종성이가 정말 고맙습니다."]
고 박종성, 민준영 두 대원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결성된 민간 산악단체 직지원정대에서 활약한 산악인입니다.
2009년 9월 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을 오르다 실종됐습니다.
두 대원은 앞서 닦아진 길을 택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고 했고 이름도 '직지루트'로 불렀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금속활자본인 직지도 누군가에 의해서 새로운 창조, 도전, 개척을 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직지의 정신, 그리고 우리의 알파인 정신을 함께 전 세계에 알려보자는…."]
[배명석/동료 산악인 : "스스로 짐을 꾸리고 스스로 짐을 메고 모든 장비를 가지고 처음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가는 그런 등반을 알파인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형들은 항상 그 스타일을 고집했고…."]
도전 정신만큼이나 뛰어난 등반 실력으로 두 사람은 2008년에는 파키스탄 차라쿠사 지역의 한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에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가진 '직지봉'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직지루트'를 개척하려다 사고를 당했던 건데요.
이런 대화가 마지막 무전 됐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사고 당일) 아침, 새벽부터 날은 꽤 화창했고요. 8시 15분에 무전이 왔습니다. '지금 현재 컨디션은 매우 좋고 상태가 양호하다. 아마 등반 진행이 잘 될 거 같다.' 그리고 '등반 진행하는 중에 무전하기가 힘드니 등반이 끝나고 대장님께 무전을 드리겠다.'라고 무전이 왔고요."]
그렇게 맑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약속했던 무전은 오지 않았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열흘간 수색을 하면서 헬기 수색을 5번 했고요. 네팔의 수색대, 우리 등반팀 또 근처에 등반하러 온 사람들을 전방위적으로 저희들이 샅샅이 뒤졌는데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색은 중단됐지만 동료 산악인들은 그들을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인근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등반을 하며 시신 수색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배명석/동료 산악인 : "일 년에 한 번씩 추모대를 꾸려서 나갔었는데 그때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있는 분에게 그리고 현지 스태프들에게 항상 부탁을 드리고 왔어요. 조그마한 유품이라도 발견된다면 꼭 저희 쪽으로 연락을 달라고…."]
그러기를 10년, 지난달 23일 저녁 네팔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는데요.
[배명석/동료 산악인 : "양치기 목동이 그쪽에서 유해를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고 그쪽은 등반했던 게 저희밖에 없었던 거고 저희 형들이 확실하지 않나…."]
시신을 수습한 현지 경찰은 유품을 확인 한 뒤 연락을 해왔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시신은 두 구가 발견됐고 옷에는 한국 식량이 들어있고 입은 옷의 상표는 한국 상표다. 그 중엔 낯익은 물건도 있었습니다."]
[배명석/동료 산악인 : "종성이 형이 배낭 커버에다가 '나는 북벽을 오르겠다.'라는 그런 꿈을 적은 글귀가 있습니다. 그리고 종성이 형을 칭해서 불렀던 게 '철인 28호 깡통 로봇'(인데) 그 글씨가 적혀있었어요.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형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유족과 동료 산악인은 네팔로 향했고, 유전자 검사로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5년 이상 빙하 속에 있었고 지금이 노출돼서 지금 발견되지 않았으면 바로 부패하고 풍화되고 없어져서 못 찾았을 거다. (그리고) 빙하가 계속 녹아내려서 수습하러 갔을 때는 한참 내려가 있어서 지금 안 했으면 또한 발견 못 했을 거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 대원은 서로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부검의는 얼음 속에서도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비슷한 곳에 있을 수 있던 이유는 같이 줄에 연결돼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민규형/故 민준영 대원 유족 : "10년 동안 기다리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형과 종성이 형이 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향했습니다."]
10년 전 하지 못했던 하산 명령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영면에 들어갑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긴 과정의 등반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하산 명령 이제라도 들어줘서 고맙다. 집에 가서 편히 쉬어라."]
두 사람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한국 산악인은 100여 명, 가족과 동료들은 이번 기적이 마지막이 아니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혹시 직지원정대라고 아십니까?
우리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히말라야를 누볐던 등반대원들입니다.
10년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에 나섰던 직지원정대, 두 대원이 돌아오지 못했는데요.
고 민준영, 박종성 두 대원의 유해가 1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두 대원을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토요일 새벽 6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고 민준영, 박종성 두 산악인이 유족의 품에 안겨 고국의 땅을 밟았습니다.
1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뤄진 두 사람의 귀향
[민규형/故 민준영 대원 유족 : "어머님이 많이 우셨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많이 담담해 하시고 우리 품으로 이제 돌아온다는 거죠. 좋은 일이라고 계속 이야기해줘서 다들 좀 편해졌어요."]
[박종훈/故 박종성 대원 유족 : "기약도 없었던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행복한 만남을 준비해준 우리 종성이가 정말 고맙습니다."]
고 박종성, 민준영 두 대원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결성된 민간 산악단체 직지원정대에서 활약한 산악인입니다.
2009년 9월 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을 오르다 실종됐습니다.
두 대원은 앞서 닦아진 길을 택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고 했고 이름도 '직지루트'로 불렀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금속활자본인 직지도 누군가에 의해서 새로운 창조, 도전, 개척을 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직지의 정신, 그리고 우리의 알파인 정신을 함께 전 세계에 알려보자는…."]
[배명석/동료 산악인 : "스스로 짐을 꾸리고 스스로 짐을 메고 모든 장비를 가지고 처음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가는 그런 등반을 알파인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형들은 항상 그 스타일을 고집했고…."]
도전 정신만큼이나 뛰어난 등반 실력으로 두 사람은 2008년에는 파키스탄 차라쿠사 지역의 한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에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가진 '직지봉'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직지루트'를 개척하려다 사고를 당했던 건데요.
이런 대화가 마지막 무전 됐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사고 당일) 아침, 새벽부터 날은 꽤 화창했고요. 8시 15분에 무전이 왔습니다. '지금 현재 컨디션은 매우 좋고 상태가 양호하다. 아마 등반 진행이 잘 될 거 같다.' 그리고 '등반 진행하는 중에 무전하기가 힘드니 등반이 끝나고 대장님께 무전을 드리겠다.'라고 무전이 왔고요."]
그렇게 맑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약속했던 무전은 오지 않았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열흘간 수색을 하면서 헬기 수색을 5번 했고요. 네팔의 수색대, 우리 등반팀 또 근처에 등반하러 온 사람들을 전방위적으로 저희들이 샅샅이 뒤졌는데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색은 중단됐지만 동료 산악인들은 그들을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인근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등반을 하며 시신 수색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배명석/동료 산악인 : "일 년에 한 번씩 추모대를 꾸려서 나갔었는데 그때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있는 분에게 그리고 현지 스태프들에게 항상 부탁을 드리고 왔어요. 조그마한 유품이라도 발견된다면 꼭 저희 쪽으로 연락을 달라고…."]
그러기를 10년, 지난달 23일 저녁 네팔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는데요.
[배명석/동료 산악인 : "양치기 목동이 그쪽에서 유해를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고 그쪽은 등반했던 게 저희밖에 없었던 거고 저희 형들이 확실하지 않나…."]
시신을 수습한 현지 경찰은 유품을 확인 한 뒤 연락을 해왔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시신은 두 구가 발견됐고 옷에는 한국 식량이 들어있고 입은 옷의 상표는 한국 상표다. 그 중엔 낯익은 물건도 있었습니다."]
[배명석/동료 산악인 : "종성이 형이 배낭 커버에다가 '나는 북벽을 오르겠다.'라는 그런 꿈을 적은 글귀가 있습니다. 그리고 종성이 형을 칭해서 불렀던 게 '철인 28호 깡통 로봇'(인데) 그 글씨가 적혀있었어요.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형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유족과 동료 산악인은 네팔로 향했고, 유전자 검사로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5년 이상 빙하 속에 있었고 지금이 노출돼서 지금 발견되지 않았으면 바로 부패하고 풍화되고 없어져서 못 찾았을 거다. (그리고) 빙하가 계속 녹아내려서 수습하러 갔을 때는 한참 내려가 있어서 지금 안 했으면 또한 발견 못 했을 거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 대원은 서로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부검의는 얼음 속에서도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비슷한 곳에 있을 수 있던 이유는 같이 줄에 연결돼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민규형/故 민준영 대원 유족 : "10년 동안 기다리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형과 종성이 형이 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향했습니다."]
10년 전 하지 못했던 하산 명령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영면에 들어갑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긴 과정의 등반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하산 명령 이제라도 들어줘서 고맙다. 집에 가서 편히 쉬어라."]
두 사람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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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직지원정대라고 아십니까?
우리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히말라야를 누볐던 등반대원들입니다.
10년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에 나섰던 직지원정대, 두 대원이 돌아오지 못했는데요.
고 민준영, 박종성 두 대원의 유해가 1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두 대원을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토요일 새벽 6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고 민준영, 박종성 두 산악인이 유족의 품에 안겨 고국의 땅을 밟았습니다.
1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뤄진 두 사람의 귀향
[민규형/故 민준영 대원 유족 : "어머님이 많이 우셨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많이 담담해 하시고 우리 품으로 이제 돌아온다는 거죠. 좋은 일이라고 계속 이야기해줘서 다들 좀 편해졌어요."]
[박종훈/故 박종성 대원 유족 : "기약도 없었던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행복한 만남을 준비해준 우리 종성이가 정말 고맙습니다."]
고 박종성, 민준영 두 대원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결성된 민간 산악단체 직지원정대에서 활약한 산악인입니다.
2009년 9월 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을 오르다 실종됐습니다.
두 대원은 앞서 닦아진 길을 택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고 했고 이름도 '직지루트'로 불렀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금속활자본인 직지도 누군가에 의해서 새로운 창조, 도전, 개척을 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직지의 정신, 그리고 우리의 알파인 정신을 함께 전 세계에 알려보자는…."]
[배명석/동료 산악인 : "스스로 짐을 꾸리고 스스로 짐을 메고 모든 장비를 가지고 처음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가는 그런 등반을 알파인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형들은 항상 그 스타일을 고집했고…."]
도전 정신만큼이나 뛰어난 등반 실력으로 두 사람은 2008년에는 파키스탄 차라쿠사 지역의 한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에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가진 '직지봉'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직지루트'를 개척하려다 사고를 당했던 건데요.
이런 대화가 마지막 무전 됐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사고 당일) 아침, 새벽부터 날은 꽤 화창했고요. 8시 15분에 무전이 왔습니다. '지금 현재 컨디션은 매우 좋고 상태가 양호하다. 아마 등반 진행이 잘 될 거 같다.' 그리고 '등반 진행하는 중에 무전하기가 힘드니 등반이 끝나고 대장님께 무전을 드리겠다.'라고 무전이 왔고요."]
그렇게 맑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약속했던 무전은 오지 않았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열흘간 수색을 하면서 헬기 수색을 5번 했고요. 네팔의 수색대, 우리 등반팀 또 근처에 등반하러 온 사람들을 전방위적으로 저희들이 샅샅이 뒤졌는데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색은 중단됐지만 동료 산악인들은 그들을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인근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등반을 하며 시신 수색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배명석/동료 산악인 : "일 년에 한 번씩 추모대를 꾸려서 나갔었는데 그때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있는 분에게 그리고 현지 스태프들에게 항상 부탁을 드리고 왔어요. 조그마한 유품이라도 발견된다면 꼭 저희 쪽으로 연락을 달라고…."]
그러기를 10년, 지난달 23일 저녁 네팔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는데요.
[배명석/동료 산악인 : "양치기 목동이 그쪽에서 유해를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고 그쪽은 등반했던 게 저희밖에 없었던 거고 저희 형들이 확실하지 않나…."]
시신을 수습한 현지 경찰은 유품을 확인 한 뒤 연락을 해왔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시신은 두 구가 발견됐고 옷에는 한국 식량이 들어있고 입은 옷의 상표는 한국 상표다. 그 중엔 낯익은 물건도 있었습니다."]
[배명석/동료 산악인 : "종성이 형이 배낭 커버에다가 '나는 북벽을 오르겠다.'라는 그런 꿈을 적은 글귀가 있습니다. 그리고 종성이 형을 칭해서 불렀던 게 '철인 28호 깡통 로봇'(인데) 그 글씨가 적혀있었어요.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형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유족과 동료 산악인은 네팔로 향했고, 유전자 검사로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5년 이상 빙하 속에 있었고 지금이 노출돼서 지금 발견되지 않았으면 바로 부패하고 풍화되고 없어져서 못 찾았을 거다. (그리고) 빙하가 계속 녹아내려서 수습하러 갔을 때는 한참 내려가 있어서 지금 안 했으면 또한 발견 못 했을 거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 대원은 서로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부검의는 얼음 속에서도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비슷한 곳에 있을 수 있던 이유는 같이 줄에 연결돼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민규형/故 민준영 대원 유족 : "10년 동안 기다리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형과 종성이 형이 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향했습니다."]
10년 전 하지 못했던 하산 명령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영면에 들어갑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긴 과정의 등반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하산 명령 이제라도 들어줘서 고맙다. 집에 가서 편히 쉬어라."]
두 사람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돼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한국 산악인은 100여 명, 가족과 동료들은 이번 기적이 마지막이 아니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혹시 직지원정대라고 아십니까?
우리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히말라야를 누볐던 등반대원들입니다.
10년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에 나섰던 직지원정대, 두 대원이 돌아오지 못했는데요.
고 민준영, 박종성 두 대원의 유해가 1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부터 두 대원을 만나보시죠.
[리포트]
지난 토요일 새벽 6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고 민준영, 박종성 두 산악인이 유족의 품에 안겨 고국의 땅을 밟았습니다.
1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뤄진 두 사람의 귀향
[민규형/故 민준영 대원 유족 : "어머님이 많이 우셨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많이 담담해 하시고 우리 품으로 이제 돌아온다는 거죠. 좋은 일이라고 계속 이야기해줘서 다들 좀 편해졌어요."]
[박종훈/故 박종성 대원 유족 : "기약도 없었던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행복한 만남을 준비해준 우리 종성이가 정말 고맙습니다."]
고 박종성, 민준영 두 대원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결성된 민간 산악단체 직지원정대에서 활약한 산악인입니다.
2009년 9월 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을 오르다 실종됐습니다.
두 대원은 앞서 닦아진 길을 택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고 했고 이름도 '직지루트'로 불렀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금속활자본인 직지도 누군가에 의해서 새로운 창조, 도전, 개척을 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직지의 정신, 그리고 우리의 알파인 정신을 함께 전 세계에 알려보자는…."]
[배명석/동료 산악인 : "스스로 짐을 꾸리고 스스로 짐을 메고 모든 장비를 가지고 처음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가는 그런 등반을 알파인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형들은 항상 그 스타일을 고집했고…."]
도전 정신만큼이나 뛰어난 등반 실력으로 두 사람은 2008년에는 파키스탄 차라쿠사 지역의 한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에 유일하게 한글 이름을 가진 '직지봉'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직지루트'를 개척하려다 사고를 당했던 건데요.
이런 대화가 마지막 무전 됐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사고 당일) 아침, 새벽부터 날은 꽤 화창했고요. 8시 15분에 무전이 왔습니다. '지금 현재 컨디션은 매우 좋고 상태가 양호하다. 아마 등반 진행이 잘 될 거 같다.' 그리고 '등반 진행하는 중에 무전하기가 힘드니 등반이 끝나고 대장님께 무전을 드리겠다.'라고 무전이 왔고요."]
그렇게 맑았던 날씨가 오후 들어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약속했던 무전은 오지 않았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열흘간 수색을 하면서 헬기 수색을 5번 했고요. 네팔의 수색대, 우리 등반팀 또 근처에 등반하러 온 사람들을 전방위적으로 저희들이 샅샅이 뒤졌는데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색은 중단됐지만 동료 산악인들은 그들을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습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인근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등반을 하며 시신 수색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배명석/동료 산악인 : "일 년에 한 번씩 추모대를 꾸려서 나갔었는데 그때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있는 분에게 그리고 현지 스태프들에게 항상 부탁을 드리고 왔어요. 조그마한 유품이라도 발견된다면 꼭 저희 쪽으로 연락을 달라고…."]
그러기를 10년, 지난달 23일 저녁 네팔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는데요.
[배명석/동료 산악인 : "양치기 목동이 그쪽에서 유해를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고 그쪽은 등반했던 게 저희밖에 없었던 거고 저희 형들이 확실하지 않나…."]
시신을 수습한 현지 경찰은 유품을 확인 한 뒤 연락을 해왔습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시신은 두 구가 발견됐고 옷에는 한국 식량이 들어있고 입은 옷의 상표는 한국 상표다. 그 중엔 낯익은 물건도 있었습니다."]
[배명석/동료 산악인 : "종성이 형이 배낭 커버에다가 '나는 북벽을 오르겠다.'라는 그런 꿈을 적은 글귀가 있습니다. 그리고 종성이 형을 칭해서 불렀던 게 '철인 28호 깡통 로봇'(인데) 그 글씨가 적혀있었어요.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형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일 유족과 동료 산악인은 네팔로 향했고, 유전자 검사로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5년 이상 빙하 속에 있었고 지금이 노출돼서 지금 발견되지 않았으면 바로 부패하고 풍화되고 없어져서 못 찾았을 거다. (그리고) 빙하가 계속 녹아내려서 수습하러 갔을 때는 한참 내려가 있어서 지금 안 했으면 또한 발견 못 했을 거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 대원은 서로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부검의는 얼음 속에서도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비슷한 곳에 있을 수 있던 이유는 같이 줄에 연결돼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민규형/故 민준영 대원 유족 : "10년 동안 기다리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형과 종성이 형이 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향했습니다."]
10년 전 하지 못했던 하산 명령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영면에 들어갑니다.
[박연수/前 직지원정대장 : "긴 과정의 등반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하산 명령 이제라도 들어줘서 고맙다. 집에 가서 편히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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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기자 k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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