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기밀 누설’ 현직 법관들 “검찰 기소 부당…전혀 인정 못해”

입력 2019.08.19 (13:30) 수정 2019.08.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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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직 법관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오늘(19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받는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법정에 처음 출석한 신 전 수석부장판사 등은 모두 진술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습니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진술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저는 당시 사법행정업무를 담당한 형사수석부장 판사로서 직무상 마땅히 해야할 본분을 수행했다 생각한다. 따라서 사실관계나 법리적 측면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금 망설이다 "이 자리에서 더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우선 이 점만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변호인의 변론 내용으로 갈음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전 부장판사도 "공소제기된 내용은 저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법리로 보나, 사실관계 소명으로 보나, 범죄가 될 수 없는 사항이라 생각된다"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성 전 부장판사 역시 "이 사건 기소 내용에 대해선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구체적으로 상세한 부분은 앞으로 공판 진행 과정에서 이 사건 기소가 부당하다는 점을 다시 밝히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 당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검찰의 수사 관련 대응책 마련에 필요하니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통해 검찰의 수사상황 및 방향 등을 확인해 보고해달라"는 지시를 받고 조의연, 성창호 영장전담판사에게 수사기록 일부를 복사해달라고 요구한 뒤, 이를 전달받아 그 내용을 직접 정리한 문건 파일 9개와 검찰의 수사보고서 사본 1부를 임 차장에게 보냄으로써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조의연, 성창호 전 부장판사는 신 수석부장판사의 요구를 수락해 2016년 5월 3일부터 5월 9일까지 서울중앙지법 사무실에서, 영장청구서와 법관 비리 수사진행 상황과 증거관계, 향후 수사계획 등이 포함된 수사보고서 등의 수사기밀을 모두 10차례에 걸쳐 수집해 신 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준비해온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워가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변호인들은 우선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하려면 그 누설 행위로 국가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보고로 인해 검찰의 수사기능이나 법원의 재판기능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피고인들은 외부기관이 아니라 법원 '내부'기관인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일뿐이기 때문에 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서인 중앙지법이 사법행정부서인 법원행정처에게 '사법행정상 필요'에 의해 정보를 전달한 것이나, 영장전담판사가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영장처리 내용 등을 보고한 것은 직무수행의 일환이라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임종헌 차장에게 수사기밀 보고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고, 사무실에서 검찰의 수사보고서를 직접 복사한 적도 없다는 등 공소장에 적힌 사실관계 역시 부인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당초 오늘 재판에서 검찰이 이 사건에서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는지에 대해 판단을 내릴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무죄를 확신한다"면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으므로 재판부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저희가 보기엔 여전히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법리나 기존 판례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들이 그 주장을 계속하지 않는데 재판부가 굳이 직권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관련 판단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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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장기밀 누설’ 현직 법관들 “검찰 기소 부당…전혀 인정 못해”
    • 입력 2019-08-19 13:30:46
    • 수정2019-08-19 13:43:18
    사회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직 법관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오늘(19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받는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법정에 처음 출석한 신 전 수석부장판사 등은 모두 진술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습니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진술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저는 당시 사법행정업무를 담당한 형사수석부장 판사로서 직무상 마땅히 해야할 본분을 수행했다 생각한다. 따라서 사실관계나 법리적 측면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금 망설이다 "이 자리에서 더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우선 이 점만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변호인의 변론 내용으로 갈음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전 부장판사도 "공소제기된 내용은 저는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법리로 보나, 사실관계 소명으로 보나, 범죄가 될 수 없는 사항이라 생각된다"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성 전 부장판사 역시 "이 사건 기소 내용에 대해선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구체적으로 상세한 부분은 앞으로 공판 진행 과정에서 이 사건 기소가 부당하다는 점을 다시 밝히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 당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검찰의 수사 관련 대응책 마련에 필요하니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통해 검찰의 수사상황 및 방향 등을 확인해 보고해달라"는 지시를 받고 조의연, 성창호 영장전담판사에게 수사기록 일부를 복사해달라고 요구한 뒤, 이를 전달받아 그 내용을 직접 정리한 문건 파일 9개와 검찰의 수사보고서 사본 1부를 임 차장에게 보냄으로써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조의연, 성창호 전 부장판사는 신 수석부장판사의 요구를 수락해 2016년 5월 3일부터 5월 9일까지 서울중앙지법 사무실에서, 영장청구서와 법관 비리 수사진행 상황과 증거관계, 향후 수사계획 등이 포함된 수사보고서 등의 수사기밀을 모두 10차례에 걸쳐 수집해 신 수석부장판사에게 보고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준비해온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워가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변호인들은 우선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하려면 그 누설 행위로 국가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보고로 인해 검찰의 수사기능이나 법원의 재판기능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피고인들은 외부기관이 아니라 법원 '내부'기관인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일뿐이기 때문에 누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서인 중앙지법이 사법행정부서인 법원행정처에게 '사법행정상 필요'에 의해 정보를 전달한 것이나, 영장전담판사가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영장처리 내용 등을 보고한 것은 직무수행의 일환이라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임종헌 차장에게 수사기밀 보고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고, 사무실에서 검찰의 수사보고서를 직접 복사한 적도 없다는 등 공소장에 적힌 사실관계 역시 부인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당초 오늘 재판에서 검찰이 이 사건에서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는지에 대해 판단을 내릴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무죄를 확신한다"면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으므로 재판부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저희가 보기엔 여전히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법리나 기존 판례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들이 그 주장을 계속하지 않는데 재판부가 굳이 직권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관련 판단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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