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어떻길래…일본 공사 불러 “답변하라”

입력 2019.08.20 (08:07) 수정 2019.08.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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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총리는 기자들 앞에서 먹는 걸 즐겨합니다.

가자미 구이도 한 입 베어 물고요 주먹밥을 들고 나오기도 합니다.

메뉴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식재료가 모두 후쿠시마산이란 점.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악몽을 어떻게든 지워버리고 싶은 바람은 이런 '먹방'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아베/일본 총리 : "저는 매일 후쿠시마 쌀과 물을 먹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민당 총재 3선을 했기 때문에, 안정성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벌써 8년 5개월 전의 일입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역사상 전례없던 규모 9.0의 지진은 평온했던 한 세상을 완벽히 붕괴시켰습니다.

거대한 지진과 15m 높이의 해일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후쿠시마현 바닷가를 덮쳤고, 원전 4기를 모두 무너뜨렸습니다.

거기서 유출된 방사능은 태평양을 넘실거리며 지금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합니다.

최근 한일 갈등 국면 속에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카드를 꺼내든 건, 아베 정권의 가장 취약점 중 하나가 원전 사고란 점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과 가까운 우리의 경우에는 공포의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는 쿠로시오 해류가 흐릅니다.

일본 동해안을 따라 북상한 이 해류는 적도 위의 북태평양 지역 연안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회귀하는데, 한국의 동해와 남해가 이 해류 영향권에 있습니다.

[김인철/외교부 대변인 :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일본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과 정보공개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입니다."]

어제는 일본 경제 공사를 불러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달라는 외교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이 서한에는 최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제기한 100만t 해양 방류설, 그러니까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말 바다로 흘려보낼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 5개가 들어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비슷한 내용의 입장을 일본에 전했지만,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외교 문서의 형식을 갖춰 전달의 무게감을 높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니시나가 공사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 오염수의 처리 방안과 시기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핵에 관한 한 일본만큼 불행한 나라는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두 차례나 투하된 '과거'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진행중입니다.

방사성 오염수는 원전 안에 남아있는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쏟아부은 물과 지하수가 합쳐진 것으로 그 양이 하루 170t씩 늘고 있는 상탭니다.

이를 물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계속 쌓아놓고 있는데, 이 오염수의 저장고가 내년 8월에는 꽉 찬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내년 7월 하순 시작되는 도쿄올림픽 기간과 겹칩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서 성화 봉송이 시작되고 70km 떨어진 곳에서는 야구 개막식이 열립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촌 식탁에 올린다고 합니다.

방사능 우려가 올림픽 보이콧 주장으로까지 번지게 된 이윱니다.

일본 정부도 고민이 많습니다.

일본은 56년 만에 다시 자국에서 치르게된 하계올림픽을 통해 안전한 나라의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합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으로 전후의 부흥상을 과시했다면 반세기가 흐른 이번에는 방사능 공포에서 자유로운 나라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국적과 세대 불문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토마스 맥도넬, 지난달 후쿠시마 지역에서 방역복 차림의 사람들이 벼를 수확하는 사진을 게시하고 “추수할 때도 저렇는데 먹는 사람은 어떻게 되겠냐"는 글을 남겼습니다.

얼마 전, 그룹 엑소의 일본 콘서트 장소 중 한 곳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인근으로 알려졌을 땐 어린 팬들의 콘서트 취소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태평양 연안 국가 모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란 점에서 명확한 해결이 필요한 문젭니다.

당장 내일 베이징에서 열리는한일 외교 장관 회담에서도 다시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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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0 08:10:37
    • 수정2019-08-20 08:45:54
    아침뉴스타임
일본 아베 총리는 기자들 앞에서 먹는 걸 즐겨합니다.

가자미 구이도 한 입 베어 물고요 주먹밥을 들고 나오기도 합니다.

메뉴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식재료가 모두 후쿠시마산이란 점.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악몽을 어떻게든 지워버리고 싶은 바람은 이런 '먹방'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아베/일본 총리 : "저는 매일 후쿠시마 쌀과 물을 먹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민당 총재 3선을 했기 때문에, 안정성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벌써 8년 5개월 전의 일입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역사상 전례없던 규모 9.0의 지진은 평온했던 한 세상을 완벽히 붕괴시켰습니다.

거대한 지진과 15m 높이의 해일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후쿠시마현 바닷가를 덮쳤고, 원전 4기를 모두 무너뜨렸습니다.

거기서 유출된 방사능은 태평양을 넘실거리며 지금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합니다.

최근 한일 갈등 국면 속에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카드를 꺼내든 건, 아베 정권의 가장 취약점 중 하나가 원전 사고란 점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과 가까운 우리의 경우에는 공포의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는 쿠로시오 해류가 흐릅니다.

일본 동해안을 따라 북상한 이 해류는 적도 위의 북태평양 지역 연안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회귀하는데, 한국의 동해와 남해가 이 해류 영향권에 있습니다.

[김인철/외교부 대변인 :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일본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 표명과 정보공개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갈 계획입니다."]

어제는 일본 경제 공사를 불러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달라는 외교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이 서한에는 최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제기한 100만t 해양 방류설, 그러니까 후쿠시마 오염수를 정말 바다로 흘려보낼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 5개가 들어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비슷한 내용의 입장을 일본에 전했지만,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외교 문서의 형식을 갖춰 전달의 무게감을 높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니시나가 공사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 오염수의 처리 방안과 시기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핵에 관한 한 일본만큼 불행한 나라는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두 차례나 투하된 '과거'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진행중입니다.

방사성 오염수는 원전 안에 남아있는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쏟아부은 물과 지하수가 합쳐진 것으로 그 양이 하루 170t씩 늘고 있는 상탭니다.

이를 물탱크에 넣어 원전 부지에 계속 쌓아놓고 있는데, 이 오염수의 저장고가 내년 8월에는 꽉 찬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내년 7월 하순 시작되는 도쿄올림픽 기간과 겹칩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서 성화 봉송이 시작되고 70km 떨어진 곳에서는 야구 개막식이 열립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촌 식탁에 올린다고 합니다.

방사능 우려가 올림픽 보이콧 주장으로까지 번지게 된 이윱니다.

일본 정부도 고민이 많습니다.

일본은 56년 만에 다시 자국에서 치르게된 하계올림픽을 통해 안전한 나라의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합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으로 전후의 부흥상을 과시했다면 반세기가 흐른 이번에는 방사능 공포에서 자유로운 나라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국적과 세대 불문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토마스 맥도넬, 지난달 후쿠시마 지역에서 방역복 차림의 사람들이 벼를 수확하는 사진을 게시하고 “추수할 때도 저렇는데 먹는 사람은 어떻게 되겠냐"는 글을 남겼습니다.

얼마 전, 그룹 엑소의 일본 콘서트 장소 중 한 곳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인근으로 알려졌을 땐 어린 팬들의 콘서트 취소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태평양 연안 국가 모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란 점에서 명확한 해결이 필요한 문젭니다.

당장 내일 베이징에서 열리는한일 외교 장관 회담에서도 다시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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