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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월 12만 원 ‘쪽방’ 여인숙…불 앞에 속수무책
입력 2019.08.22 (08:31) 수정 2019.08.22 (08:55) 아침뉴스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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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월 12만 원 ‘쪽방’ 여인숙…불 앞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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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혹시 여인숙이라고 아십니까?

규모가 작고 값이 싼 여관인데, 젊은 세대들은 모르는 경우도 많죠.

지난 월요일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화재로 세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모두 7, 80대 노인들이었는데요.

성인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쪽방에서 생활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소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현장으로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여인숙에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건,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대였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때가 4시야. 4시. 내가 딱 깨서 내려다보니까 뻥뻥 소리가 나더라 이 말이에요. 그 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이 세상에서 들을 수가 없는 소리였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번쩍번쩍 불이 지금 타는 거예요. 부탄가스. 할아버지가 그런 거를 모았어요. 고철로. 근데 가스가 조금씩 남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뻥뻥 터지는 거예요."]

48년된 여인숙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11개의 방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연기가 거기서 시커멓게 솟구치는 거예요. 저 앞에 서서 "동네 사람들아, 불이 났다. 빨리 나와라. 빨리 나오고 119에 빨리 빨리 신고를 해라."]

소방관이 진화에도 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습니다.

일부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는데요.

두 시간 만에 겨우 불길은 잡혔습니다.

[안준식/전주 완산소방서장 : "저희가 현장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외부로 화염이 분출된 상태였고 화재진압 초기에 건물이 붕괴돼 있었습니다."]

세 개의 객실에 있던 어르신 세 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어제 여인숙을 관리하며 40년 넘게 살아온 김 모 할머니의 발인이 있었는데요.

[유족/음성변조 :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다 보니까 많이 안 좋죠. 자식이 저 하나라 저만 생각하시고 저만 바라보시고…."]

김 할머니는 지난 14일, 임대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지만, 이날 여인숙 관리차 묵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르신 가운데 일부는 폐지나 고철 등을 팔아 생계를 꾸려왔는데요.

월 12만 원을 내고 6.6제곱미터 남짓의 쪽방에서 살아왔습니다.

세 어르신 모두, 어렵지만 열심히 살던 분들로 이웃들은 기억합니다.

[고물상 주인/음성변조 : "보니까 그 노란 손수레를 내가 만들어드렸거든요. 할머니가 끄는 것을. 그게 언뜻 딱 스쳐서 지나가더라고. 그 분들 착하신 분들이에요. 열심히 사셨죠. 힘든 일 하시고 남들 안 하는 일을 하시려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폐지를 너무너무 잠 안 자고 주우러 다니던 남자예요. (다리를) 쩔뚝쩔뚝하고 몸을 끌고 다녔어요."]

불이 난 여인숙은 단층 건물.

어르신들은 왜 빠져나오지 못했을까요?

새벽 시간이었던 탓도 있지만, 경찰은 여인숙 자체가 일부 목재로 지어진 데다 주변에 놔둔 보일러용 경유 때문에 불길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집 앞에 쌓아둔 폐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이불이고 말하자면 저 신발이고 아주 옷이고 상자고 아주 별별 것을 거기다 다 쌓아놓고 이 골목에다가 저 끄트머리까지 다 쌓아놓고 사람들이 이런데 걸어 다니지도 못했었어요."]

불이 난 여인숙 앞마당엔 타다 남은 폐지와 부탄가스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고물상 주인/음성변조 : "고물인지 아닌지 모르고 막 쌓아놓으시는 거예요. "이거 버리셔야 돼요."해도 못 버리시고. 언젠간 돈 되겠지 하고 그냥 쌓아놓으시고…."]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이 건물은 숙박시설임에도 불구하고 48년 간 주택으로 등재돼있어 그야말로 사각지대였습니다.

때문에 스프링클러나 방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고 소방정기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주 완산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주택이니까 소방점검에 제외대상이죠. 점검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죠."]

[전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올해는 생활형 숙박업 위주로 (점검을) 했고, 작년엔 대형 숙박업을 해서 영업장 면적이 1,000㎡ 이상인 업소를 했고…."]

하지만, 이런 오래된 여인숙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불이 난 여인숙 근처의 또다른 여인숙입니다.

한번 보시죠.

[인근 주민/음성변조 : "이거 건물은 (지어진 지) 몇십 년 됐죠. 50년도 넘었죠."]

이곳 역시 7, 80대 노인들이 관리를 하며 장기 투숙을 하고 있습니다.

방 안에는 식사 등을 위한 휴대용 가스버너가 놓여있고 입구에는 이렇게 폐지가 쌓여있습니다.

낡은 여인숙을 바라보는 주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진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를 막 쌓아놔요. 저렇게 지금도 쌓아놨죠. 밑에도 막 쌓아놔요. 저 밑에도. 가스통을 떼서 저리로 옮겼어요. 여기가 위험해서. 원래 여기에 있었거든요."]

지자체는 이같은 오래된 여인숙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 수준의 여인숙, 1970년 이전에 저희가 영업 허가를 내준 여인숙하고요. 1970년 이후에 여인숙으로 영업 허가를 내준 12개소를 점검할 계획이거든요."]

고시생 없는 고시원, 여행객 없는 여인숙 등 생활고를 겪는 우리 이웃들에게 사실상 집과 다름없는 곳들이 많죠.

화재 등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관심과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월 12만 원 ‘쪽방’ 여인숙…불 앞에 속수무책
    • 입력 2019.08.22 (08:31)
    • 수정 2019.08.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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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월 12만 원 ‘쪽방’ 여인숙…불 앞에 속수무책
[기자]

혹시 여인숙이라고 아십니까?

규모가 작고 값이 싼 여관인데, 젊은 세대들은 모르는 경우도 많죠.

지난 월요일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화재로 세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모두 7, 80대 노인들이었는데요.

성인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쪽방에서 생활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소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현장으로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여인숙에 불길이 치솟기 시작한 건,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대였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그때가 4시야. 4시. 내가 딱 깨서 내려다보니까 뻥뻥 소리가 나더라 이 말이에요. 그 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이 세상에서 들을 수가 없는 소리였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번쩍번쩍 불이 지금 타는 거예요. 부탄가스. 할아버지가 그런 거를 모았어요. 고철로. 근데 가스가 조금씩 남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뻥뻥 터지는 거예요."]

48년된 여인숙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11개의 방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연기가 거기서 시커멓게 솟구치는 거예요. 저 앞에 서서 "동네 사람들아, 불이 났다. 빨리 나와라. 빨리 나오고 119에 빨리 빨리 신고를 해라."]

소방관이 진화에도 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습니다.

일부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는데요.

두 시간 만에 겨우 불길은 잡혔습니다.

[안준식/전주 완산소방서장 : "저희가 현장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외부로 화염이 분출된 상태였고 화재진압 초기에 건물이 붕괴돼 있었습니다."]

세 개의 객실에 있던 어르신 세 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어제 여인숙을 관리하며 40년 넘게 살아온 김 모 할머니의 발인이 있었는데요.

[유족/음성변조 : "너무 갑작스러운 사고다 보니까 많이 안 좋죠. 자식이 저 하나라 저만 생각하시고 저만 바라보시고…."]

김 할머니는 지난 14일, 임대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지만, 이날 여인숙 관리차 묵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르신 가운데 일부는 폐지나 고철 등을 팔아 생계를 꾸려왔는데요.

월 12만 원을 내고 6.6제곱미터 남짓의 쪽방에서 살아왔습니다.

세 어르신 모두, 어렵지만 열심히 살던 분들로 이웃들은 기억합니다.

[고물상 주인/음성변조 : "보니까 그 노란 손수레를 내가 만들어드렸거든요. 할머니가 끄는 것을. 그게 언뜻 딱 스쳐서 지나가더라고. 그 분들 착하신 분들이에요. 열심히 사셨죠. 힘든 일 하시고 남들 안 하는 일을 하시려고…."]

[이웃 주민/음성변조 : "폐지를 너무너무 잠 안 자고 주우러 다니던 남자예요. (다리를) 쩔뚝쩔뚝하고 몸을 끌고 다녔어요."]

불이 난 여인숙은 단층 건물.

어르신들은 왜 빠져나오지 못했을까요?

새벽 시간이었던 탓도 있지만, 경찰은 여인숙 자체가 일부 목재로 지어진 데다 주변에 놔둔 보일러용 경유 때문에 불길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집 앞에 쌓아둔 폐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이불이고 말하자면 저 신발이고 아주 옷이고 상자고 아주 별별 것을 거기다 다 쌓아놓고 이 골목에다가 저 끄트머리까지 다 쌓아놓고 사람들이 이런데 걸어 다니지도 못했었어요."]

불이 난 여인숙 앞마당엔 타다 남은 폐지와 부탄가스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고물상 주인/음성변조 : "고물인지 아닌지 모르고 막 쌓아놓으시는 거예요. "이거 버리셔야 돼요."해도 못 버리시고. 언젠간 돈 되겠지 하고 그냥 쌓아놓으시고…."]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이 건물은 숙박시설임에도 불구하고 48년 간 주택으로 등재돼있어 그야말로 사각지대였습니다.

때문에 스프링클러나 방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고 소방정기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주 완산소방서 관계자/음성변조 : "일단 주택이니까 소방점검에 제외대상이죠. 점검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죠."]

[전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올해는 생활형 숙박업 위주로 (점검을) 했고, 작년엔 대형 숙박업을 해서 영업장 면적이 1,000㎡ 이상인 업소를 했고…."]

하지만, 이런 오래된 여인숙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불이 난 여인숙 근처의 또다른 여인숙입니다.

한번 보시죠.

[인근 주민/음성변조 : "이거 건물은 (지어진 지) 몇십 년 됐죠. 50년도 넘었죠."]

이곳 역시 7, 80대 노인들이 관리를 하며 장기 투숙을 하고 있습니다.

방 안에는 식사 등을 위한 휴대용 가스버너가 놓여있고 입구에는 이렇게 폐지가 쌓여있습니다.

낡은 여인숙을 바라보는 주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진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여기를 막 쌓아놔요. 저렇게 지금도 쌓아놨죠. 밑에도 막 쌓아놔요. 저 밑에도. 가스통을 떼서 저리로 옮겼어요. 여기가 위험해서. 원래 여기에 있었거든요."]

지자체는 이같은 오래된 여인숙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그 수준의 여인숙, 1970년 이전에 저희가 영업 허가를 내준 여인숙하고요. 1970년 이후에 여인숙으로 영업 허가를 내준 12개소를 점검할 계획이거든요."]

고시생 없는 고시원, 여행객 없는 여인숙 등 생활고를 겪는 우리 이웃들에게 사실상 집과 다름없는 곳들이 많죠.

화재 등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관심과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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