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환자 피하려 스스로 업무정지? NO!

입력 2019.08.23 (16:34) 수정 2019.08.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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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입맛대로 환자 골라 진료?...여의도성모병원 과징금 처분 확정

긴 법정공방 끝에 진료비 부당청구액이 확정된 여의도 성모병원, 이 병원의 이상한 행정처분 이야기를 지난 6월 전해드렸습니다. '업무정지'와 '과징금 납부'란 선택지 앞에, 병원은 건강보험 부당청구에 대해선 과징금 납부를, 의료급여 부당청구에 대해선 업무정지 47일을 택했습니다.


[연관기사] “돈 안 되는 환자 안 받아”…과징금 내느니 업무정지 택한 병원

돈이 되는 건강보험 환자는 받으면서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환자만 진료하지 않는 '의료 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보도 이후 복지부가 의료급여에 대해서도 과징금 납부를 하도록 했고, 어제(22일) 과징금 처분서를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병원 측도 15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12개월에 나눠서 내기로 했습니다.

"병원은 의료보호 환자가 더 좋아요?"...의료급여 환자는 언제나 찬밥 신세

언뜻 보면 행복한 결말 같습니다. 하지만 의료급여 대상자에 한해서만 업무를 정지하려던 건 비단 이 병원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여러 병원이 의료급여 환자는 빼고 일반 환자만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료급여에 대해서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매달 보험료를 내고 혜택을 받는 건강보험과 달리,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국고 즉 세금으로 혜택을 줍니다. (추가적인 설명은 [연관기사] 병원 입맛대로 환자 골라 진료? 업무정지 처분의 허점에 있습니다.)


당시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병원들이 '의료급여 환자는 미수금이 없어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과연 병원이 의료급여 환자를 좋아할까요? 의료급여 대상자의 규모와 수익성을 따져보면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149만 명, 건강보험 적용자는 5,100만 명으로 일단 규모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수익성은 어떨까요? 병원이 큰 수익을 내는 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통해서입니다. MRI나 초음파 검사 등 비싼 비급여 검사를 많이 할수록 병원의 주머니는 두둑해지죠. 그런데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환자에겐 이런 고가의 비급여검사를 추천하기 힘듭니다. 환자 수가 적은 데다 진료비 단가도 낮은 의료급여 환자는 병원 입장에선 큰 수익원이 아니죠.

과연 이곳만?...'꼼수 병원 더 많아'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의료급여 대상자만 업무정지를 한 곳은 행정처분이 바뀐 여의도 성모병원을 제외하고도 14곳이 더 있었습니다.

(사례1)
인천 부평구의 한 한의원은 시간제 한의사를 상근 한의사인 것처럼 속여 2015년 건강보험 부당청구로 적발됐습니다. 건보 부당청구에 대해선 4천만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내고 계속 건강보험 환자를 받았습니다. 의료급여에 대해선 업무정지를 선택해 130일 넘게 진료를 보지 않았습니다.

(사례2)
경북 봉화군의 한 요양병원은 근무인원을 속여 건강보험 허위청구로 적발됐습니다. 올해 1월 과징금 6억 원을 내고 건보 환자는 계속 받았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40일간 받지 않았습니다.

해당 병원들 가운데 가장 긴 업무정지 기간은 159일이었습니다. 일반 병·의원뿐만 아니라 종합병원도 한 곳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도자 의원은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 대한 행정처분이 각기 다른 법과 부서에서 별도로 진행돼 의료급여 수급자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복지부 "앞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제도적 보완 필요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급여에 대한 행정처분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처분을 내릴 때 해당 병원이 공익성이 크고 의료급여 대상자의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면, 업무정지와 과징금 납부를 선택하도록 하지 않고 과징금 납부만 하게 하는 겁니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법에는 '의료급여 대상자에게 심한 불편을 초래할 경우'로만 정의되어 있어, 병원의 규모나 대상자의 숫자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선방안이 더 잘 지켜지려면 구체적인 기준 마련은 물론,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런 상황을 미리 방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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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안 되는 환자 피하려 스스로 업무정지? NO!
    • 입력 2019-08-23 16:34:09
    • 수정2019-08-23 16:34:29
    취재K
병원 입맛대로 환자 골라 진료?...여의도성모병원 과징금 처분 확정

긴 법정공방 끝에 진료비 부당청구액이 확정된 여의도 성모병원, 이 병원의 이상한 행정처분 이야기를 지난 6월 전해드렸습니다. '업무정지'와 '과징금 납부'란 선택지 앞에, 병원은 건강보험 부당청구에 대해선 과징금 납부를, 의료급여 부당청구에 대해선 업무정지 47일을 택했습니다.


[연관기사] “돈 안 되는 환자 안 받아”…과징금 내느니 업무정지 택한 병원

돈이 되는 건강보험 환자는 받으면서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환자만 진료하지 않는 '의료 차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보도 이후 복지부가 의료급여에 대해서도 과징금 납부를 하도록 했고, 어제(22일) 과징금 처분서를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병원 측도 15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12개월에 나눠서 내기로 했습니다.

"병원은 의료보호 환자가 더 좋아요?"...의료급여 환자는 언제나 찬밥 신세

언뜻 보면 행복한 결말 같습니다. 하지만 의료급여 대상자에 한해서만 업무를 정지하려던 건 비단 이 병원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여러 병원이 의료급여 환자는 빼고 일반 환자만 진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의료급여에 대해서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매달 보험료를 내고 혜택을 받는 건강보험과 달리, 의료급여는 저소득층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국고 즉 세금으로 혜택을 줍니다. (추가적인 설명은 [연관기사] 병원 입맛대로 환자 골라 진료? 업무정지 처분의 허점에 있습니다.)


당시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병원들이 '의료급여 환자는 미수금이 없어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과연 병원이 의료급여 환자를 좋아할까요? 의료급여 대상자의 규모와 수익성을 따져보면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149만 명, 건강보험 적용자는 5,100만 명으로 일단 규모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수익성은 어떨까요? 병원이 큰 수익을 내는 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통해서입니다. MRI나 초음파 검사 등 비싼 비급여 검사를 많이 할수록 병원의 주머니는 두둑해지죠. 그런데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환자에겐 이런 고가의 비급여검사를 추천하기 힘듭니다. 환자 수가 적은 데다 진료비 단가도 낮은 의료급여 환자는 병원 입장에선 큰 수익원이 아니죠.

과연 이곳만?...'꼼수 병원 더 많아'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의료급여 대상자만 업무정지를 한 곳은 행정처분이 바뀐 여의도 성모병원을 제외하고도 14곳이 더 있었습니다.

(사례1)
인천 부평구의 한 한의원은 시간제 한의사를 상근 한의사인 것처럼 속여 2015년 건강보험 부당청구로 적발됐습니다. 건보 부당청구에 대해선 4천만 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내고 계속 건강보험 환자를 받았습니다. 의료급여에 대해선 업무정지를 선택해 130일 넘게 진료를 보지 않았습니다.

(사례2)
경북 봉화군의 한 요양병원은 근무인원을 속여 건강보험 허위청구로 적발됐습니다. 올해 1월 과징금 6억 원을 내고 건보 환자는 계속 받았지만 의료급여 환자는 40일간 받지 않았습니다.

해당 병원들 가운데 가장 긴 업무정지 기간은 159일이었습니다. 일반 병·의원뿐만 아니라 종합병원도 한 곳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도자 의원은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 대한 행정처분이 각기 다른 법과 부서에서 별도로 진행돼 의료급여 수급자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복지부 "앞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제도적 보완 필요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급여에 대한 행정처분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처분을 내릴 때 해당 병원이 공익성이 크고 의료급여 대상자의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되면, 업무정지와 과징금 납부를 선택하도록 하지 않고 과징금 납부만 하게 하는 겁니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법에는 '의료급여 대상자에게 심한 불편을 초래할 경우'로만 정의되어 있어, 병원의 규모나 대상자의 숫자에 대한 기준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선방안이 더 잘 지켜지려면 구체적인 기준 마련은 물론,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런 상황을 미리 방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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