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강릉 1박 41만 원 바가지’ 보도는 하루살이 저널리즘”

입력 2019.08.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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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요금을 개선하려면 변하는 모습, 달라지는 모습에 대한 추적이 필요한데 기자들은 과거에 자신이 어떤 기사를 썼는지조차 참조하지 않은 채 늘 새롭게, 새롭지 않은 기사를 쓰고 있다. 한 철 장사를 비판하는 언론이 스스로 한 철 장사를 하는 것이다. '하루살이 저널리즘' 아닌가."

일부 관광객의 바가지요금 경험을 인용해 대안 없이, 매년 비슷비슷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은 '하루살이 저널리즘'이라고 불렀다.

현장 취재 없는 현장 기사?

지난 5일 연합뉴스는 강릉시청 자유게시판에 한 시민이 올린 글을 인용해 <"1박에 41만 원...다신 안 온다" 피서지 바가지요금 극성>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4인 가족 숙소를 예약해 1박에 25만 원을 결제했다"면서 "현장에 가니 아이들 1인당 2만 원씩 4만 원, 바비큐 1인당 2만 원씩 8만 원 등 1박에 41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맛은 개판, 가격은 바가지에 완전히 망쳤다. 다시 오면 성을 갈겠다"고 덧붙였다. (중략) 지자체들은 숙박 요금이 자율 요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들어 바가지요금 근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피서객이 사전에 꼼꼼히 점검했어야 한다며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온라인 반응은 뜨거웠다. 4,5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강릉시와 지역 상인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사실일까? 이 기사를 통해서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바가지를 씌운 펜션은 어디일까. 바가지요금을 받는 곳은 이곳뿐일까. 더 많지 않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기사만 봐서는 알 수 없다. 기자는 J 취재진에게 현장 취재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준희 교수는 저널리즘토크쇼 J(이하, J) 녹화에 참여해 이 기사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비슷한 경험의 다른 사례를 찾는 게 맞는다고 본다. 만약 두 건 이상 게시글이 있다면 실제 그 업소들이 어땠는지 현장을 뒤져봐야 한다. 이 사례가 특이한 경우였는지, 실존하지 않는 곳인지, 일반적인지 살펴야 한다. 게시판 글을 인용한 기사가 동해안 경포대에 있는 수많은 숙박업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장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런 기사들이 피서지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강 교수는 "피서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기사다. 그런데 이미지는 실제 평판이 아니라 '인지된 평판'이다. 인지된 평판은 상업적이고 조작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여행은 시간이 좀 흐르면 좋은 추억과 기억이 남지만 당장은 생각보다 피곤하고 많은 비용을 썼다는 것에 대한 경제적 지출 체감이 크다. 애초에 게시판에 남겼던 그분의 체험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확인은 없는 기사의 무한 복제..."불쾌감만 증폭시켜"

연합뉴스 기사가 나간 뒤 연합뉴스와 비슷한 내용과 형식의 기사가 쏟아졌다. 제목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결같이 강릉시청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인용했고 강릉 현장 취재를 한 기사는 역시 한 건도 없었다.

〈국내여행 증가에도 바가지요금 여전 "다시 오면 성을 갈겠다"(MBN, 8월 5일)〉
〈"미친 숙박비...이럴 바에는 베트남 가" 피서지 바가지요금 극성(중앙일보, 8월 5일)〉
〈1박에 41만 원? 피서지 '바가지요금' 극성...누리꾼들 분노 "매국노들"(한국경제TV, 8월 5일)〉
〈강릉 1박에 41만 원..."그 돈이면 차라리 해외여행 간다"(조선일보, 8월 13일)〉



강유정 교수는 바가지요금을 받는 일부 상인을 매국노에 빗댄 시민의 불만 글을 언론이 그대로 인용한 데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적이기도 하고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라는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의미를 행간에 숨기고 있다."고 비평했다.

일부 네티즌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 돈(1박 41만 원, 3박 123만 원)'으로 4인 가족이 베트남 리조트로 갈 수 있을까? J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베트남 다낭의 리조트로 가기 위해서는 3박 5일 일정 기준으로 1인당 최소 7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정 교수는 "기존 기사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거기에 대한 댓글을 가지고 기사를 써버리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증폭시키는 것 말고는 역할이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불쾌한 체험을 갖고 있는데 이 기사가 그런 불쾌감을 확장시켜준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라고 확정하고 통념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10년 전 트렌드 '호캉스'...여전히 트렌드라고?


J 패널들은 <강릉 1박 41만 원? 호갱 되기 싫어서 호텔 갑니다(머니투데이, 8월 13일)>를 주목했다.

휴가철이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가지요금에 피서객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 돈이면 차라리 서울 특급호텔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하는 편이 더 낫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실제 강릉, 속초 등지의 여행객은 감소세인 반면 휴가철 시내 호캉스족은 늘어나는 추세다.

기자는 J 취재진에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트렌드를 소개하고 싶어서 쓰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이 기사를 보는 패널들의 생각은 달랐다. 출입처인 호텔을 위한 기사이며 여행의 위계화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강유정 교수는 "여행은 가치 중립적인 것이다. 개인마다 형편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게 아무 문제가 없는 건데 호텔은 훨씬 더 나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준희 교수는 '바가지요금에 대한 반감을 재료로 활용해 생활 정보를 살짝 얹는 식으로 쓴 기사로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출입처까지 친절하게 챙기는 기사'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를 과연 트렌드 소개 기사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 기사는 10년 전에 나왔던 〈"멀리 갈 필요 있나요?"...호텔들 '패키지' 유혹(파이낸셜뉴스, 2009년 6월)〉 기사와 비슷하다.


K씨가 가족과 함께 서울 시내 호텔에서 휴가를 보냈을 때 드는 경비는 67만 원가량이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러나 속초로 떠날 경우 휴가철 예상되는 길 막힘과 바가지요금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 중이다.

계속될 '바가지요금'...'하루살이 저널리즘'도 계속될까

바가지요금을 다루는 기사 역시 10년 전과 비교해 다른 게 거의 없다. 지자체 게시판에 올라온 불만 글을 현장 확인 없이 인용하는 것도, 행정 기관을 비판하는 것도 똑같다.


전남 완도군 홈페이지에는 완도군 음식특화거리에 있는 한 식당에서 1인분에 만 원씩 하는 장어탕 2인분을 먹은 뒤 계산을 하려니 2만 8천 원을 요구해 허탈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강원도 속초시 사이트에는 K씨가 "아이 옷이 젖어 해수욕장 입구 상점에서 구입한 비치타월이 조잡한 품질에 터무니없는 가격이어서 기분을 망쳤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올해 기사가 아니다. 2009년 7월 23일 '파이낸셜뉴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바가지요금 만큼이나 바가지요금을 다루는 언론의 관행도 바뀌지 않았다. 바가지요금 보도는 언론이 매년 때맞춰 보도하는 일종의 '달력보도'가 된 셈이다.


정준희 교수는 바가지요금 관행이 뿌리 뽑히고 바가지요금 보도가 달력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언론의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어느 정도를 더 받아야 성수기 요금으로 적당할까'에 대해 소비자와 상인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요금 차이는 30%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상인들은 성수기에 많게는 200% 정도를 더 받고 있다. 소비자와 상인이 다르게 생각하는 이 상황을 언론이 정교하게 지적하지 않는다면 바가지요금 관행 역시 계속될 것이다.

정 교수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이 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공급이 한정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그러나 가격을 비합리적으로 만들어내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번째,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정보 비대칭이 있다. 두번째, 품질이 가격에 못 미치는 경우다. 세번째, 파라솔 대여와 같은 독점 문제다. 이런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많이 사라지곤 있지만 일부 남아있는 부분이 있고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25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56회는 <강릉은 왜 '바가지 피서지'가 됐나>라는 주제로 방송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안톤 숄츠 독일 ARD 기자, 송수진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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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강릉 1박 41만 원 바가지’ 보도는 하루살이 저널리즘”
    • 입력 2019-08-24 07:01:48
    저널리즘 토크쇼 J
"바가지요금을 개선하려면 변하는 모습, 달라지는 모습에 대한 추적이 필요한데 기자들은 과거에 자신이 어떤 기사를 썼는지조차 참조하지 않은 채 늘 새롭게, 새롭지 않은 기사를 쓰고 있다. 한 철 장사를 비판하는 언론이 스스로 한 철 장사를 하는 것이다. '하루살이 저널리즘' 아닌가."

일부 관광객의 바가지요금 경험을 인용해 대안 없이, 매년 비슷비슷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은 '하루살이 저널리즘'이라고 불렀다.

현장 취재 없는 현장 기사?

지난 5일 연합뉴스는 강릉시청 자유게시판에 한 시민이 올린 글을 인용해 <"1박에 41만 원...다신 안 온다" 피서지 바가지요금 극성>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4인 가족 숙소를 예약해 1박에 25만 원을 결제했다"면서 "현장에 가니 아이들 1인당 2만 원씩 4만 원, 바비큐 1인당 2만 원씩 8만 원 등 1박에 41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맛은 개판, 가격은 바가지에 완전히 망쳤다. 다시 오면 성을 갈겠다"고 덧붙였다. (중략) 지자체들은 숙박 요금이 자율 요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들어 바가지요금 근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피서객이 사전에 꼼꼼히 점검했어야 한다며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온라인 반응은 뜨거웠다. 4,5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강릉시와 지역 상인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사실일까? 이 기사를 통해서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바가지를 씌운 펜션은 어디일까. 바가지요금을 받는 곳은 이곳뿐일까. 더 많지 않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기사만 봐서는 알 수 없다. 기자는 J 취재진에게 현장 취재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준희 교수는 저널리즘토크쇼 J(이하, J) 녹화에 참여해 이 기사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비슷한 경험의 다른 사례를 찾는 게 맞는다고 본다. 만약 두 건 이상 게시글이 있다면 실제 그 업소들이 어땠는지 현장을 뒤져봐야 한다. 이 사례가 특이한 경우였는지, 실존하지 않는 곳인지, 일반적인지 살펴야 한다. 게시판 글을 인용한 기사가 동해안 경포대에 있는 수많은 숙박업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장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런 기사들이 피서지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강 교수는 "피서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기사다. 그런데 이미지는 실제 평판이 아니라 '인지된 평판'이다. 인지된 평판은 상업적이고 조작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여행은 시간이 좀 흐르면 좋은 추억과 기억이 남지만 당장은 생각보다 피곤하고 많은 비용을 썼다는 것에 대한 경제적 지출 체감이 크다. 애초에 게시판에 남겼던 그분의 체험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확인은 없는 기사의 무한 복제..."불쾌감만 증폭시켜"

연합뉴스 기사가 나간 뒤 연합뉴스와 비슷한 내용과 형식의 기사가 쏟아졌다. 제목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결같이 강릉시청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인용했고 강릉 현장 취재를 한 기사는 역시 한 건도 없었다.

〈국내여행 증가에도 바가지요금 여전 "다시 오면 성을 갈겠다"(MBN, 8월 5일)〉
〈"미친 숙박비...이럴 바에는 베트남 가" 피서지 바가지요금 극성(중앙일보, 8월 5일)〉
〈1박에 41만 원? 피서지 '바가지요금' 극성...누리꾼들 분노 "매국노들"(한국경제TV, 8월 5일)〉
〈강릉 1박에 41만 원..."그 돈이면 차라리 해외여행 간다"(조선일보, 8월 13일)〉



강유정 교수는 바가지요금을 받는 일부 상인을 매국노에 빗댄 시민의 불만 글을 언론이 그대로 인용한 데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정적이기도 하고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라는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의미를 행간에 숨기고 있다."고 비평했다.

일부 네티즌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 돈(1박 41만 원, 3박 123만 원)'으로 4인 가족이 베트남 리조트로 갈 수 있을까? J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베트남 다낭의 리조트로 가기 위해서는 3박 5일 일정 기준으로 1인당 최소 7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정 교수는 "기존 기사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거기에 대한 댓글을 가지고 기사를 써버리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증폭시키는 것 말고는 역할이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불쾌한 체험을 갖고 있는데 이 기사가 그런 불쾌감을 확장시켜준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라고 확정하고 통념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10년 전 트렌드 '호캉스'...여전히 트렌드라고?


J 패널들은 <강릉 1박 41만 원? 호갱 되기 싫어서 호텔 갑니다(머니투데이, 8월 13일)>를 주목했다.

휴가철이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가지요금에 피서객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 돈이면 차라리 서울 특급호텔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하는 편이 더 낫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실제 강릉, 속초 등지의 여행객은 감소세인 반면 휴가철 시내 호캉스족은 늘어나는 추세다.

기자는 J 취재진에 "호캉스(호텔+바캉스)라는 트렌드를 소개하고 싶어서 쓰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이 기사를 보는 패널들의 생각은 달랐다. 출입처인 호텔을 위한 기사이며 여행의 위계화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강유정 교수는 "여행은 가치 중립적인 것이다. 개인마다 형편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그게 아무 문제가 없는 건데 호텔은 훨씬 더 나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준희 교수는 '바가지요금에 대한 반감을 재료로 활용해 생활 정보를 살짝 얹는 식으로 쓴 기사로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출입처까지 친절하게 챙기는 기사'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를 과연 트렌드 소개 기사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 기사는 10년 전에 나왔던 〈"멀리 갈 필요 있나요?"...호텔들 '패키지' 유혹(파이낸셜뉴스, 2009년 6월)〉 기사와 비슷하다.


K씨가 가족과 함께 서울 시내 호텔에서 휴가를 보냈을 때 드는 경비는 67만 원가량이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러나 속초로 떠날 경우 휴가철 예상되는 길 막힘과 바가지요금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 중이다.

계속될 '바가지요금'...'하루살이 저널리즘'도 계속될까

바가지요금을 다루는 기사 역시 10년 전과 비교해 다른 게 거의 없다. 지자체 게시판에 올라온 불만 글을 현장 확인 없이 인용하는 것도, 행정 기관을 비판하는 것도 똑같다.


전남 완도군 홈페이지에는 완도군 음식특화거리에 있는 한 식당에서 1인분에 만 원씩 하는 장어탕 2인분을 먹은 뒤 계산을 하려니 2만 8천 원을 요구해 허탈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강원도 속초시 사이트에는 K씨가 "아이 옷이 젖어 해수욕장 입구 상점에서 구입한 비치타월이 조잡한 품질에 터무니없는 가격이어서 기분을 망쳤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올해 기사가 아니다. 2009년 7월 23일 '파이낸셜뉴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바가지요금 만큼이나 바가지요금을 다루는 언론의 관행도 바뀌지 않았다. 바가지요금 보도는 언론이 매년 때맞춰 보도하는 일종의 '달력보도'가 된 셈이다.


정준희 교수는 바가지요금 관행이 뿌리 뽑히고 바가지요금 보도가 달력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언론의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어느 정도를 더 받아야 성수기 요금으로 적당할까'에 대해 소비자와 상인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요금 차이는 30%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상인들은 성수기에 많게는 200% 정도를 더 받고 있다. 소비자와 상인이 다르게 생각하는 이 상황을 언론이 정교하게 지적하지 않는다면 바가지요금 관행 역시 계속될 것이다.

정 교수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이 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공급이 한정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그러나 가격을 비합리적으로 만들어내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번째,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정보 비대칭이 있다. 두번째, 품질이 가격에 못 미치는 경우다. 세번째, 파라솔 대여와 같은 독점 문제다. 이런 비합리적인 요소들이 많이 사라지곤 있지만 일부 남아있는 부분이 있고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오는 25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56회는 <강릉은 왜 '바가지 피서지'가 됐나>라는 주제로 방송된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안톤 숄츠 독일 ARD 기자, 송수진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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