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혐한? 일본인 폭행 사건 논란의 진실은

입력 2019.08.24 (12:01) 수정 2019.08.24 (13: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 여행 온 일본인 여성이 한국인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제(23일) 오전 6시쯤 일본인 여성 20살 A씨가 서울 마포구에서 한 한국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KBS가 입수한 당시 영상에는 보라색 상의와 검은 반바지를 입은 젊은 남성이 갑자기 달려와 A 씨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찍혀 있는데요.

A 씨는 남성이 '같이 놀자'며 말을 걸었고, 이를 무시하고 걸어가자 갑자기 욕설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남성이 폭언하며 계속 따라오자 무서워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었더니, 자신에게 달려와 다짜고짜 폭행을 했다는 겁니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남성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조작된 것이다", "일본인이 혐한을 조장한다" 등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주작설'이 제기되고 있는 건데요. 영상과 피해 여성의 지인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봤습니다.

■ 주장 1. 영상에서 남자나 여자의 옷과 신발이 바뀐다?

남성이 피해 여성 A씨를 쫓아가는 장면남성이 피해 여성 A씨를 쫓아가는 장면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은 남성이 일본인 여성 A 씨를 쫓아갈 때와 폭행할 때 '신발'이 다르다고 말하는데요. 남성이 욕설을 하며 A 씨를 쫓아갈 때의 영상을 보면, 검정색 천과 흰색 신발끈의 신발을 신고 있고,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때릴 때도 마찬가지로 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해 여성 역시 남성이 쫓아갈 때부터 맞을 때까지 검정색 반팔과 검정색 반바지,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주장 2. 영상을 찍는 사람과 맞는 사람이 다르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영상을 보면, 피해 여성 A 씨를 향해 남성이 욕설을 하는 등 위협을 하고, 이에 A 씨는 동영상을 찍기 시작합니다. 이 남성은 A 씨가 영상을 찍는 것을 보고 달려오는데요. 이 때 영상이 흔들리며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로는 영상 찍는 사람과 폭행을 당한 사람이 다릅니다. 떨어진 카메라를 A 씨의 일행 중 한 명이었던 B 씨가 집어 들어 영상을 찍기 시작합니다. 이후 B 씨가 찍은 영상에서는 A 씨가 머리채를 잡힌 채 남성에게 맞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주장 3. 피해 여성은 원래 조작하는 혐한 유튜버?

피해 여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캡처. 한국 음식인 떡볶이를 요리하는 영상입니다.피해 여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캡처. 한국 음식인 떡볶이를 요리하는 영상입니다.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피해 여성은 유튜브 채널을 평소에 운영해 왔습니다. 이 채널에는 '한국 스타일로 화장하는 영상', '떡볶이 만드는 영상', '김밥 만드는 영상'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영상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A 씨의 계정 어디에도 그를 '혐한 유튜버'로 볼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흔히 말하는 '친한파' 일본인 유튜버로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 “한 명의 나쁜 행동일 뿐 한국의 잘못 아니야”

지난 20일 입국한 일본인 피해자 A 씨는 국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A 씨의 한국인 지인은 오늘(24일) 오전 통화에서 "A 씨가 이번 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지만, 이번 사태가 지나치게 커져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합니다.

같이 있던 피해 여성의 지인이 오늘 새벽 SNS에 올린 글같이 있던 피해 여성의 지인이 오늘 새벽 SNS에 올린 글

A 씨와 함께 있었던 일본인 여성 B 씨도 오늘 새벽 SNS에 글을 올려, "한 명의 나쁜 행동일 뿐 한국의 잘못이 아니"라며, "한일 관계가 나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SNS에 올라온 영상을 분석하는 등 본격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한 상황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방침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차원에서도 폭행을 당한 일본인 피해자 A 씨에게 처벌의사가 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일관계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양국의 일반 시민들까지 서로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지 않으려면,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조작? 혐한? 일본인 폭행 사건 논란의 진실은
    • 입력 2019-08-24 12:01:24
    • 수정2019-08-24 13:20:07
    취재K
한국에 여행 온 일본인 여성이 한국인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제(23일) 오전 6시쯤 일본인 여성 20살 A씨가 서울 마포구에서 한 한국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KBS가 입수한 당시 영상에는 보라색 상의와 검은 반바지를 입은 젊은 남성이 갑자기 달려와 A 씨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찍혀 있는데요.

A 씨는 남성이 '같이 놀자'며 말을 걸었고, 이를 무시하고 걸어가자 갑자기 욕설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남성이 폭언하며 계속 따라오자 무서워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었더니, 자신에게 달려와 다짜고짜 폭행을 했다는 겁니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남성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조작된 것이다", "일본인이 혐한을 조장한다" 등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주작설'이 제기되고 있는 건데요. 영상과 피해 여성의 지인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봤습니다.

■ 주장 1. 영상에서 남자나 여자의 옷과 신발이 바뀐다?

남성이 피해 여성 A씨를 쫓아가는 장면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은 남성이 일본인 여성 A 씨를 쫓아갈 때와 폭행할 때 '신발'이 다르다고 말하는데요. 남성이 욕설을 하며 A 씨를 쫓아갈 때의 영상을 보면, 검정색 천과 흰색 신발끈의 신발을 신고 있고, 여성의 머리채를 잡고 때릴 때도 마찬가지로 같은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해 여성 역시 남성이 쫓아갈 때부터 맞을 때까지 검정색 반팔과 검정색 반바지,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주장 2. 영상을 찍는 사람과 맞는 사람이 다르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영상을 보면, 피해 여성 A 씨를 향해 남성이 욕설을 하는 등 위협을 하고, 이에 A 씨는 동영상을 찍기 시작합니다. 이 남성은 A 씨가 영상을 찍는 것을 보고 달려오는데요. 이 때 영상이 흔들리며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로는 영상 찍는 사람과 폭행을 당한 사람이 다릅니다. 떨어진 카메라를 A 씨의 일행 중 한 명이었던 B 씨가 집어 들어 영상을 찍기 시작합니다. 이후 B 씨가 찍은 영상에서는 A 씨가 머리채를 잡힌 채 남성에게 맞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주장 3. 피해 여성은 원래 조작하는 혐한 유튜버?

피해 여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캡처. 한국 음식인 떡볶이를 요리하는 영상입니다.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피해 여성은 유튜브 채널을 평소에 운영해 왔습니다. 이 채널에는 '한국 스타일로 화장하는 영상', '떡볶이 만드는 영상', '김밥 만드는 영상'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영상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A 씨의 계정 어디에도 그를 '혐한 유튜버'로 볼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흔히 말하는 '친한파' 일본인 유튜버로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 “한 명의 나쁜 행동일 뿐 한국의 잘못 아니야”

지난 20일 입국한 일본인 피해자 A 씨는 국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A 씨의 한국인 지인은 오늘(24일) 오전 통화에서 "A 씨가 이번 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지만, 이번 사태가 지나치게 커져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합니다.

같이 있던 피해 여성의 지인이 오늘 새벽 SNS에 올린 글
A 씨와 함께 있었던 일본인 여성 B 씨도 오늘 새벽 SNS에 글을 올려, "한 명의 나쁜 행동일 뿐 한국의 잘못이 아니"라며, "한일 관계가 나빠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SNS에 올라온 영상을 분석하는 등 본격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한 상황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방침입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차원에서도 폭행을 당한 일본인 피해자 A 씨에게 처벌의사가 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일관계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양국의 일반 시민들까지 서로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지 않으려면,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