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대기업 봐주고 피해자 배척한 셈”…‘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열려

입력 2019.08.27 (09:30) 수정 2019.08.2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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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의 '인체 무해' 광고의 거짓·과장 여부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거 판단이 대기업을 봐주고 피해자를 배척한 셈이 됐다는 비판이 재차 나왔습니다.

오늘(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주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은 오후 정부 분야 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유 국장은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무해' 광고를 둘러싼 공정위에 처분에 대해 "2011년 공정위가 (애경산업 등을) 조사하면서, 일부만 조사했고 조사한 부분은 은폐했다"며 "피해도 폐 섬유화로만 유해성을 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런 과정에서 (공정위가) 공무원이 대기업 봐주고 피해자 배척한 셈이 됐다"며 "이렇게 2018년까지 시간을 끌어오면서 공무원과 기업의 잘못 드러날 수 있는 공소시효가 지나가버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2012년 2월 애경산업 제품이 거짓·과장광고가 아니라며 표시광고법 위반을 무혐의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의혹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2016년부터 재조사에 나서 2018년 뒤늦게 표시광고법 위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과 유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특조위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협의체를 구성해 2017년 10월과 11월 공정위 표시광고법 형사 사건과 환경부 실험, 가습기 특별법 개정안 등과 관련해 논의한 기업 내부 회의록을 공개했습니다.

이 회의록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내부 동향과 환경부 시험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고, 일부 보수 언론매체를 선정해 가습기 특별법 개정안에 관한 비판 기사가 보도될 수 있도록 조치하자는 합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시험 결과 제품의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기업들이 제품 판매를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인 1994년 11월부터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출시해 판매한 부분을 지적하고,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의 흡입독성 시험 결과, 해당 제품의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제품 판매를 지속한 점을 비판했습니다.

안종주 특조위원은 "제품을 출시할 때 흡입독성 시험을 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한 것처럼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위 사기를 친 것"이라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유공은 계속해서 이 제품을 판매했고, 이영순 전 교수도 사후에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무관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비공개 참고인으로 출석한 SK그룹 계열사 전직 부장은 고 최종현 SK 회장이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1994년 이전부터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제품 사용을 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청문회 첫날인 오늘은 증인 46명과 참고인 6명이 출석했습니다. 주요 증인은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김철 현 SK케미칼 대표이사, 채동석 현 애경산업 대표이사,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등입니다.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는 청문회장에서 피해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최 전 대표이사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해서 피해와 고통을 당하신 피해자분들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법적 판단의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도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정말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피해자와 가족분들, 위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앞으로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맞는 대응을 하겠으며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업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피해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청문회장에는 피해자들 일부가 휠체어를 타거나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나온 가운데, 방청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사과하라", "법적 책임을 지라", "피해자를 살려내라"는 등 여러 차례 고함을 질렀습니다.

피해자 김태종 씨는 "원료를 만든 SK케미칼과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애경, 이를 자체상표상품으로 판매한 이마트 등 어느 한 군데도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며 "기업이 돈을 번 만큼 사회 공헌도 하고 책임질 일을 명확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은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청문회는 내일까지 열립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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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가 대기업 봐주고 피해자 배척한 셈”…‘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열려
    • 입력 2019-08-27 09:30:44
    • 수정2019-08-27 16:16:55
    사회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무해' 광고의 거짓·과장 여부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거 판단이 대기업을 봐주고 피해자를 배척한 셈이 됐다는 비판이 재차 나왔습니다.

오늘(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주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유선주 공정위 심판관리관(국장)은 오후 정부 분야 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유 국장은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무해' 광고를 둘러싼 공정위에 처분에 대해 "2011년 공정위가 (애경산업 등을) 조사하면서, 일부만 조사했고 조사한 부분은 은폐했다"며 "피해도 폐 섬유화로만 유해성을 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런 과정에서 (공정위가) 공무원이 대기업 봐주고 피해자 배척한 셈이 됐다"며 "이렇게 2018년까지 시간을 끌어오면서 공무원과 기업의 잘못 드러날 수 있는 공소시효가 지나가버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2012년 2월 애경산업 제품이 거짓·과장광고가 아니라며 표시광고법 위반을 무혐의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의혹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2016년부터 재조사에 나서 2018년 뒤늦게 표시광고법 위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과 유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특조위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협의체를 구성해 2017년 10월과 11월 공정위 표시광고법 형사 사건과 환경부 실험, 가습기 특별법 개정안 등과 관련해 논의한 기업 내부 회의록을 공개했습니다.

이 회의록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내부 동향과 환경부 시험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고, 일부 보수 언론매체를 선정해 가습기 특별법 개정안에 관한 비판 기사가 보도될 수 있도록 조치하자는 합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시험 결과 제품의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기업들이 제품 판매를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특조위는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인 1994년 11월부터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출시해 판매한 부분을 지적하고,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의 흡입독성 시험 결과, 해당 제품의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제품 판매를 지속한 점을 비판했습니다.

안종주 특조위원은 "제품을 출시할 때 흡입독성 시험을 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한 것처럼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위 사기를 친 것"이라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유공은 계속해서 이 제품을 판매했고, 이영순 전 교수도 사후에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무관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비공개 참고인으로 출석한 SK그룹 계열사 전직 부장은 고 최종현 SK 회장이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1994년 이전부터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제품 사용을 권유했다고 말했습니다.

청문회 첫날인 오늘은 증인 46명과 참고인 6명이 출석했습니다. 주요 증인은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김철 현 SK케미칼 대표이사, 채동석 현 애경산업 대표이사,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등입니다.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는 청문회장에서 피해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최 전 대표이사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해서 피해와 고통을 당하신 피해자분들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법적 판단의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도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정말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피해자와 가족분들, 위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앞으로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맞는 대응을 하겠으며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업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피해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청문회장에는 피해자들 일부가 휠체어를 타거나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나온 가운데, 방청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사과하라", "법적 책임을 지라", "피해자를 살려내라"는 등 여러 차례 고함을 질렀습니다.

피해자 김태종 씨는 "원료를 만든 SK케미칼과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애경, 이를 자체상표상품으로 판매한 이마트 등 어느 한 군데도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며 "기업이 돈을 번 만큼 사회 공헌도 하고 책임질 일을 명확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은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청문회는 내일까지 열립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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