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해결난망 홍콩사태…이유는 서로 다른 ‘일국양제(一國兩制)’

입력 2019.08.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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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달리는 두 기차 '중국 vs 홍콩인'

'사상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 2019년 6월 9일 103만 명, 6월 16일에는 200만 명이 모였다. 치고받는 폭력 시위 양상에도 8월 18일 또 170만 명이 참여했다. 참여 인파에서 확인되듯 이번 홍콩 시위는 2014년 '우산 혁명'을 압도하고 있다. 시위 지속 일수도 '사상 최장' 기록을 27일 갈아 치운다.

홍콩인들은 주말인 31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홍콩인들은 2047년까지 보장된 '일국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를 중국 정부가 무시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일국양제'를 이유로 시위대를 비난하는 것은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무장경찰의 강제 진압과 유혈 사태, 최악의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지만, '중국과 홍콩인'….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차가 극적으로 화해할 지점은 없어 보인다. 왜?... 그들이 같은 이유를 대고 있는 '일국양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일국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

일국양제(一國兩制), 말 그대로 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반환 협상에서 중국식 사회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홍콩식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일정 기간(50년, 2047년) 공존하는 것을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 홍콩 사태를 보는 중국의 기본 인식은 이 일국양제 중 '일국(一國)'에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긴 한 좌담회가 열렸다. '덩샤오핑 동지의 홍콩 문제에 대한 중요 연설을 되새긴다.' 는 제목의 전문가 좌담회다. 24일 중국 선전에서 덩샤오핑 탄생 115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대서특필 좌담회를 전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국영 통신사 신화사 기사를 보면 저우예중(周叶中) 우한대학 교수는 좌담회에서 '일국양제'에서 '일국'은 '양제'의 전제이자 기초로 '일국'이 없으면 '양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왕전민(王振民) 칭화대학 홍콩·마카오 연구소 주임도 '일국'을 존중하고 잘 지킬 때만 '양제'도 무한한 발전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리아 탐 전국인민대표회의 홍콩 기본법위원회 부주임은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은 "허수아비가 아니다."라면서 '일국양제'를 수호하기 위해 "당연히" 개입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처럼 중국 지도층은 지금의 홍콩 사태를 일국에 대한 부정, 즉 중국에 대한 반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중국 관영매체 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번 사태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사주를 받은 반정부 세력이 중국 정부와 홍콩 특별행정구 권력을 탈취하려는 '색깔 혁명'이라고 논조의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그런데 홍콩인들의 생각은 이 '일국'이 아니라 '양제'에 중심이 잡혀 있다. 중국 정부가 '양제' 약속을 어기고, 홍콩의 자율성과 자치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이다. 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처벌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인도한다는, 어찌 보면 상식적이기도 한 법률(조례)에 홍콩인들이 득달같이 일어난 것도 이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제, 즉 최소한의 자치권도 인정하지 않는 나라 중국. 상식적인 법도 그 나라가 중국이라면 다르다는 불신이 깔린 것이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 150년은 홍콩인들의 삶을 많이도 바꿔 놓았다. 홍콩인들은 중국 광둥성 출신이 95%, 나머지는 푸젠성 출신이다. 그런데 지난달 5일 홍콩명보가 전한 보도를 보면 홍콩 젊은 층 중에서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밝힌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75%가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이라고 답했다. 홍콩 대학이 조사한 결과인데 본인의 조국을 '중국'으로 인식하는 홍콩인들은 매년 줄어들고 있고, 특히 젊은 층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도 평가에서도 홍콩인들은 10점 만점에 2.96점을 줬다. 낙제점이나 다름없는데, 응답자의 40.3%는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한 신뢰가 '0점'이라고 답했다. 이번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수아 웡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 홍콩 학생들의 열망은 한국에서 수십 년 전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한국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라면서 "최종적인 목표는 자유선거로, 홍콩사람들이 주인인 홍콩의 자치 정부를 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중국 70주년 D-35, 홍콩 사태 초읽기!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이른바 신중국 70주년을 맞는 해다. 10월 1일에는 천안문 장안대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군대 열병식이 열린다고 한다. 개혁개방 성과와 중국 공산당 지도력을 14억 중국 인민과 전 세계에 알리는 축제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이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면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다. 중국 지도부가 더는 홍콩 사태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천안문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중국 지도부가 사태 악화를 막는 임시방편적인 타협과 함께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하지만 최근 베이징에서는 국제사회의 지탄이 뻔한 중앙군사위 체제에 흡수(2017년)된 무장경찰(사실상 인민해방군) 투입이 아니라, 경찰력(시위 진압 전문 특수경찰)을 홍콩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강경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반란에 관용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지도부는 최악의 파국을 피하고,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에 대한 인식 차이를 매울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아니면 공산당 홍 군 대장정의 각오로 정면돌파를 할까? 35일 앞으로 다가온 신중국 창건 70주년. 홍콩사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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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해결난망 홍콩사태…이유는 서로 다른 ‘일국양제(一國兩制)’
    • 입력 2019-08-27 16:52:18
    특파원 리포트
마주 달리는 두 기차 '중국 vs 홍콩인'

'사상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 2019년 6월 9일 103만 명, 6월 16일에는 200만 명이 모였다. 치고받는 폭력 시위 양상에도 8월 18일 또 170만 명이 참여했다. 참여 인파에서 확인되듯 이번 홍콩 시위는 2014년 '우산 혁명'을 압도하고 있다. 시위 지속 일수도 '사상 최장' 기록을 27일 갈아 치운다.

홍콩인들은 주말인 31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홍콩인들은 2047년까지 보장된 '일국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를 중국 정부가 무시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일국양제'를 이유로 시위대를 비난하는 것은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무장경찰의 강제 진압과 유혈 사태, 최악의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지만, '중국과 홍콩인'….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차가 극적으로 화해할 지점은 없어 보인다. 왜?... 그들이 같은 이유를 대고 있는 '일국양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일국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

일국양제(一國兩制), 말 그대로 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반환 협상에서 중국식 사회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홍콩식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일정 기간(50년, 2047년) 공존하는 것을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 홍콩 사태를 보는 중국의 기본 인식은 이 일국양제 중 '일국(一國)'에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의 인식이 고스란히 담긴 한 좌담회가 열렸다. '덩샤오핑 동지의 홍콩 문제에 대한 중요 연설을 되새긴다.' 는 제목의 전문가 좌담회다. 24일 중국 선전에서 덩샤오핑 탄생 115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대서특필 좌담회를 전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국영 통신사 신화사 기사를 보면 저우예중(周叶中) 우한대학 교수는 좌담회에서 '일국양제'에서 '일국'은 '양제'의 전제이자 기초로 '일국'이 없으면 '양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왕전민(王振民) 칭화대학 홍콩·마카오 연구소 주임도 '일국'을 존중하고 잘 지킬 때만 '양제'도 무한한 발전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리아 탐 전국인민대표회의 홍콩 기본법위원회 부주임은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은 "허수아비가 아니다."라면서 '일국양제'를 수호하기 위해 "당연히" 개입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처럼 중국 지도층은 지금의 홍콩 사태를 일국에 대한 부정, 즉 중국에 대한 반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중국 관영매체 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 관영매체는 이번 사태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사주를 받은 반정부 세력이 중국 정부와 홍콩 특별행정구 권력을 탈취하려는 '색깔 혁명'이라고 논조의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그런데 홍콩인들의 생각은 이 '일국'이 아니라 '양제'에 중심이 잡혀 있다. 중국 정부가 '양제' 약속을 어기고, 홍콩의 자율성과 자치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이다. 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처벌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인도한다는, 어찌 보면 상식적이기도 한 법률(조례)에 홍콩인들이 득달같이 일어난 것도 이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제, 즉 최소한의 자치권도 인정하지 않는 나라 중국. 상식적인 법도 그 나라가 중국이라면 다르다는 불신이 깔린 것이다.

그리고 영국 식민지 150년은 홍콩인들의 삶을 많이도 바꿔 놓았다. 홍콩인들은 중국 광둥성 출신이 95%, 나머지는 푸젠성 출신이다. 그런데 지난달 5일 홍콩명보가 전한 보도를 보면 홍콩 젊은 층 중에서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밝힌 사람은 2.7%에 불과했다. 75%가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인'이 아니라 '홍콩인'이라고 답했다. 홍콩 대학이 조사한 결과인데 본인의 조국을 '중국'으로 인식하는 홍콩인들은 매년 줄어들고 있고, 특히 젊은 층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도 평가에서도 홍콩인들은 10점 만점에 2.96점을 줬다. 낙제점이나 다름없는데, 응답자의 40.3%는 중국 중앙 정부에 대한 신뢰가 '0점'이라고 답했다. 이번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수아 웡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 홍콩 학생들의 열망은 한국에서 수십 년 전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한국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라면서 "최종적인 목표는 자유선거로, 홍콩사람들이 주인인 홍콩의 자치 정부를 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중국 70주년 D-35, 홍콩 사태 초읽기!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이른바 신중국 70주년을 맞는 해다. 10월 1일에는 천안문 장안대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군대 열병식이 열린다고 한다. 개혁개방 성과와 중국 공산당 지도력을 14억 중국 인민과 전 세계에 알리는 축제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이 축제에 찬물을 끼얹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면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사태다. 중국 지도부가 더는 홍콩 사태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천안문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중국 지도부가 사태 악화를 막는 임시방편적인 타협과 함께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하지만 최근 베이징에서는 국제사회의 지탄이 뻔한 중앙군사위 체제에 흡수(2017년)된 무장경찰(사실상 인민해방군) 투입이 아니라, 경찰력(시위 진압 전문 특수경찰)을 홍콩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강경 진압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반란에 관용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지도부는 최악의 파국을 피하고,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에 대한 인식 차이를 매울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아니면 공산당 홍 군 대장정의 각오로 정면돌파를 할까? 35일 앞으로 다가온 신중국 창건 70주년. 홍콩사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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