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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논란에도 재임용된 교수, 결국 교육부 ‘해임하라’
입력 2019.08.27 (17:42) 취재K
성신여대 음대 교수, 1:1 수업 중 성폭력 논란

지난해 6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이른바 '스쿨 미투'(#SchoolMeToo)가 터져 나왔습니다. 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학과 소속 A 교수가 학부생들과의 1:1 전공수업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신고가 성 윤리위원회에 접수된 것입니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A 교수는 지난해 3~6월 1:1 전공수업을 받는 학생 2명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너를 보니 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학생들의 얼굴과 등을 쓰다듬거나 손 깎지를 끼는 등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피해 학생 가운데 1명에게는 위협적으로 쿠션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등 폭행과 폭언까지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A 교수는 오히려 신고자를 색출하려 하거나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을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했다고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주장했습니다.


'구두경고'·'재임용'…학생들 '포스트잇 시위'로 반발

피해 학생들의 신고를 접수한 대학본부 성 윤리위원회와 교원 인사위원회는 각각 '징계 의견'과 '재임용 탈락' 의견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교원 징계위원회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구두 경고'를 하는 데 그쳤습니다. '구두 경고'는 사립학교법에 정해진 징계의 종류가 아니어서 법적인 효력은 없습니다.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전임 교수였던 A 교수는 이사회 결정에 따라 지난 1월 재임용됐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학교법인 이사회는 교원 징계위원회의 구두 경고 처분을 토대로 재임용 탈락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A 교수의 재임용을 반대하는 메모지를 교내 곳곳에 붙이는 '포스트잇 시위'에 나서는가하면 거리 행진에 나서는 등 재임용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전국 대학 학생회 네트워크는 지난 6월 교육부 신고센터에 신고를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재임용된 A 교수는 올해 1학기에 강의를 개설했지만 학생들이 아무도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 결국 폐강됐습니다.

교육부, 성신여대에 '해임' 요구

신고를 받은 교육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5일 동안 조사한 결과 A 교수에 대한 성폭력 사실을 확인하고 성신여대 측에 중징계인 해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오늘(27일)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A 교수의 성 비위가 사립학교법 제55조에 따라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63조 상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교원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A 교수를 수업에서 즉각 배제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즉각 시행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은 성신여대에 통보된 뒤 30일간의 이의 신청 기간을 거쳐 확정됩니다.

지난해 12월 사립학교법이 개정됨에 따라 교육부나 교육청으로부터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해임 또는 징계를 요구받은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따라야 합니다. 만약 학교법인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성신여대 A 교수 건은 해당 조항이 개정된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입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도 교육 분야의 성희롱·성폭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성신여대 측은 "관련 공문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고 있는 단계"라며 "공문을 받는 대로 학교법인 이사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징계위에 외부인 참여해야"

학내 곳곳에서 '스쿨미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교수들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학교의 처벌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여전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서어서문학과 B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며 '파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B 교수는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대학원 제자의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를 받았습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B 교수의 신체 접촉 등이 사실로 인정된다면서도 지난해 12월 학교 쪽에 '정직 3개월'을 권고했습니다. B 교수는 지난 3월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입니다.

전북대에서도 인문대 소속 C 교수가 지난 3월 술을 마시고 외국인 계약직 여교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로 송치됐는데, 전북대가 성추행 사건 신고 뒤에도 한 달 동안 가해 교수를 피해 교수로부터 격리하지 않아 2차 피해를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학생들은 '학내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2학기에도 해당 교수가 강단에 서면 수업을 거부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온적 대처의 원인으로는 각 학교 징계위원회가 대부분 해당 학교의 교수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료 교수의 성폭력 사실을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제3자적 입장에서 엄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 위원이나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징계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 역시 "징계위원회에 학생 대표의 참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 성폭력 논란에도 재임용된 교수, 결국 교육부 ‘해임하라’
    • 입력 2019-08-27 17:42:20
    취재K
성신여대 음대 교수, 1:1 수업 중 성폭력 논란

지난해 6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이른바 '스쿨 미투'(#SchoolMeToo)가 터져 나왔습니다. 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학과 소속 A 교수가 학부생들과의 1:1 전공수업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신고가 성 윤리위원회에 접수된 것입니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A 교수는 지난해 3~6월 1:1 전공수업을 받는 학생 2명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너를 보니 전 여자친구가 생각난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학생들의 얼굴과 등을 쓰다듬거나 손 깎지를 끼는 등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습니다. 피해 학생 가운데 1명에게는 위협적으로 쿠션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등 폭행과 폭언까지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A 교수는 오히려 신고자를 색출하려 하거나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을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했다고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주장했습니다.


'구두경고'·'재임용'…학생들 '포스트잇 시위'로 반발

피해 학생들의 신고를 접수한 대학본부 성 윤리위원회와 교원 인사위원회는 각각 '징계 의견'과 '재임용 탈락' 의견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교원 징계위원회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구두 경고'를 하는 데 그쳤습니다. '구두 경고'는 사립학교법에 정해진 징계의 종류가 아니어서 법적인 효력은 없습니다.

2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전임 교수였던 A 교수는 이사회 결정에 따라 지난 1월 재임용됐습니다.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학교법인 이사회는 교원 징계위원회의 구두 경고 처분을 토대로 재임용 탈락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A 교수의 재임용을 반대하는 메모지를 교내 곳곳에 붙이는 '포스트잇 시위'에 나서는가하면 거리 행진에 나서는 등 재임용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전국 대학 학생회 네트워크는 지난 6월 교육부 신고센터에 신고를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재임용된 A 교수는 올해 1학기에 강의를 개설했지만 학생들이 아무도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 결국 폐강됐습니다.

교육부, 성신여대에 '해임' 요구

신고를 받은 교육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5일 동안 조사한 결과 A 교수에 대한 성폭력 사실을 확인하고 성신여대 측에 중징계인 해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오늘(27일)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A 교수의 성 비위가 사립학교법 제55조에 따라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63조 상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교원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A 교수를 수업에서 즉각 배제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즉각 시행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은 성신여대에 통보된 뒤 30일간의 이의 신청 기간을 거쳐 확정됩니다.

지난해 12월 사립학교법이 개정됨에 따라 교육부나 교육청으로부터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해임 또는 징계를 요구받은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따라야 합니다. 만약 학교법인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성신여대 A 교수 건은 해당 조항이 개정된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입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도 교육 분야의 성희롱·성폭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성신여대 측은 "관련 공문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고 있는 단계"라며 "공문을 받는 대로 학교법인 이사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징계위에 외부인 참여해야"

학내 곳곳에서 '스쿨미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교수들의 성폭력 의혹에 대한 학교의 처벌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여전합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서어서문학과 B 교수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며 '파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B 교수는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대학원 제자의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를 받았습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B 교수의 신체 접촉 등이 사실로 인정된다면서도 지난해 12월 학교 쪽에 '정직 3개월'을 권고했습니다. B 교수는 지난 3월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입니다.

전북대에서도 인문대 소속 C 교수가 지난 3월 술을 마시고 외국인 계약직 여교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로 송치됐는데, 전북대가 성추행 사건 신고 뒤에도 한 달 동안 가해 교수를 피해 교수로부터 격리하지 않아 2차 피해를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학생들은 '학내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2학기에도 해당 교수가 강단에 서면 수업을 거부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온적 대처의 원인으로는 각 학교 징계위원회가 대부분 해당 학교의 교수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료 교수의 성폭력 사실을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제3자적 입장에서 엄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수뿐 아니라 학생 위원이나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징계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 역시 "징계위원회에 학생 대표의 참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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