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독일, ‘통일세’ 폐지…배경은?

입력 2019.08.27 (20:39) 수정 2019.08.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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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 정부가 ‘통일세’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분단국가에서 통일국가가 되면서 동서독 경제격차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던 세금인데요.

30년 가까이 유지했던 통일세를 이제는 없애도 괜찮은 이유, 또는 폐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유광석 특파원 통일세 폐지 결정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지난 12일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통일세 명목으로 부과하던 세금을 2021년부터 사실상 폐지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통일세’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효성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통일세’라는 세목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소득세와 법인세에 5.5% 추가 세율을 부가하는 이른바 ‘연대할증’인데요.

독일에서는 줄여서 ‘졸리’라고 부릅니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동독 경제를 지원할 목적으로 도입됐는데요.

원래는 1년 한시적으로 시작했지만 통일비용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구요.

애초 7.5%였던 세율을 1997년에 5.5%로 낮춰 현재까지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독일 정부는 연간 20조 원을 웃도는 세수를 확보하고 있는데요.

2012년 무렵부터 동독 지원금보다 통일세가 많아지면서 잉여세금이 발생했고, 따라서 실효성도 줄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독일 연방내각은 지난 21일 연대할증, 즉 통일세의 폐지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2021년부터는 고소득자 10%만 이 세금을 내게 됩니다.

[앵커]

네. 세금이 실질적 효과가 없다면 당연히 국민들의 조세저항감도 커질 텐데요.

그럼 통일세를 폐지한 게 국민여론을 감안한 결정일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독일의 통일세가 비교적 단기간에 동서독 격차를 줄이고 경제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1995년 통일세를 재도입할 당시 언론에는 ‘월급봉투의 충격’이란 헤드라인이 등장할 정도로 조세저항이 적지 않았고 이후에도 폐지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10년 전인 2009년 설문조사에서 통일세가 적절하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이 80%였습니다.

최근 다수 통계에서도 독일 국민 80%가 통일세는 충분히 납부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헌 논란도 있었습니다.

독일납세자 연맹은 2006년 연방헌법재판소에 ‘통일세 위헌 소송’을 냈습니다.

한시적으로 도입한 세금이 장기세금이 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건데요.

각 지역 금융법원이 합헌과 위헌, 엇갈린 판결을 내리면서 독일 내 여론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통일세를 도입할 당시 헬무트 콜 서독 총리의 약속은 ‘필요할 때까지만 통일세를 적용한다’였습니다.

동독 지원과 통일세가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통일세 폐지를 이행할 때가 왔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된 겁니다.

[앵커]

또 한편으로는 이게 집권당이 경기부양책으로 꺼낸 카드다, 이런 시각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이번 통일세 폐지 결정이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정부는 6월 산업생산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신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0.4%에 그쳤고 2분기에는 마이너스 예측이 나옵니다.

[클라우스/독일 경제학자 : "통일세 폐지가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는 있겠지만,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독일은 다음 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인 기민·기사당과 사회민주당 연정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우익성향인 독일 대안당에 패배할 수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통일세 폐지라는 감세정책으로 여론을 환기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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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7 20:50:21
    • 수정2019-08-27 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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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 정부가 ‘통일세’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분단국가에서 통일국가가 되면서 동서독 경제격차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던 세금인데요.

30년 가까이 유지했던 통일세를 이제는 없애도 괜찮은 이유, 또는 폐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유광석 특파원 통일세 폐지 결정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지난 12일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통일세 명목으로 부과하던 세금을 2021년부터 사실상 폐지한다고 발표했는데요.

‘통일세’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효성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통일세’라는 세목이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소득세와 법인세에 5.5% 추가 세율을 부가하는 이른바 ‘연대할증’인데요.

독일에서는 줄여서 ‘졸리’라고 부릅니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동독 경제를 지원할 목적으로 도입됐는데요.

원래는 1년 한시적으로 시작했지만 통일비용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구요.

애초 7.5%였던 세율을 1997년에 5.5%로 낮춰 현재까지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독일 정부는 연간 20조 원을 웃도는 세수를 확보하고 있는데요.

2012년 무렵부터 동독 지원금보다 통일세가 많아지면서 잉여세금이 발생했고, 따라서 실효성도 줄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독일 연방내각은 지난 21일 연대할증, 즉 통일세의 폐지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2021년부터는 고소득자 10%만 이 세금을 내게 됩니다.

[앵커]

네. 세금이 실질적 효과가 없다면 당연히 국민들의 조세저항감도 커질 텐데요.

그럼 통일세를 폐지한 게 국민여론을 감안한 결정일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독일의 통일세가 비교적 단기간에 동서독 격차를 줄이고 경제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1995년 통일세를 재도입할 당시 언론에는 ‘월급봉투의 충격’이란 헤드라인이 등장할 정도로 조세저항이 적지 않았고 이후에도 폐지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10년 전인 2009년 설문조사에서 통일세가 적절하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이 80%였습니다.

최근 다수 통계에서도 독일 국민 80%가 통일세는 충분히 납부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헌 논란도 있었습니다.

독일납세자 연맹은 2006년 연방헌법재판소에 ‘통일세 위헌 소송’을 냈습니다.

한시적으로 도입한 세금이 장기세금이 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건데요.

각 지역 금융법원이 합헌과 위헌, 엇갈린 판결을 내리면서 독일 내 여론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통일세를 도입할 당시 헬무트 콜 서독 총리의 약속은 ‘필요할 때까지만 통일세를 적용한다’였습니다.

동독 지원과 통일세가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통일세 폐지를 이행할 때가 왔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된 겁니다.

[앵커]

또 한편으로는 이게 집권당이 경기부양책으로 꺼낸 카드다, 이런 시각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이번 통일세 폐지 결정이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정부는 6월 산업생산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신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0.4%에 그쳤고 2분기에는 마이너스 예측이 나옵니다.

[클라우스/독일 경제학자 : "통일세 폐지가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는 있겠지만,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독일은 다음 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인 기민·기사당과 사회민주당 연정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우익성향인 독일 대안당에 패배할 수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통일세 폐지라는 감세정책으로 여론을 환기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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