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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황 폐기물이 적외선 카메라로?
입력 2019.08.28 (07:00) 취재K
한밤중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산속에서 실종자를 찾느라 야간에 투입된 드론. 이 두 가지에 필요한 것은? 바로 '적외선 센서'다. 깜깜한 밤에도 움직이는 물체의 온도를 감지해 사람인지, 동물인지, 마네킹인지를 구별해내는 '적외선 카메라'는 현재까지는 고가의 비용 때문에 군사용·산업용 용도에 한정돼 쓰이고 있다. 이 같은 적외선 카메라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는 길이 열렸다. 버려지는 '황 폐기물'을 이용해서다.

'황 폐기물'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찌꺼기다. 석유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원유를 수입해와서 황을 제거하는 '탈황' 과정을 거쳐 휘발유, 경유를 만들어 쓴다. 탈황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엔진에서 휘발유가 탈 때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황이 나오게 된다. 탈황 과정으로 나오는 황은 다시 황산을 만드는 데 쓰거나 비료 공장으로 보내진다. 여기서도 남는 '황 폐기물'은 더는 쓸 곳도, 처리할 방법도 없어 묻어버리거나 쌓아두는 게 전부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중국이 이 폐기물을 수입해 써왔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최근 정유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체적으로 '황 폐기물'이 쏟아져나오게 되면 한국산 황을 더는 수입할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국내에 대량의 황 폐기물을 축적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에 석유화학 부산물을 활용한 화학소재 개발이 시급해진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골칫덩이' 황 폐기물로 새로운 소재의 플라스틱을 개발해냈다.

황 신소재 합성 공정황 신소재 합성 공정

본래 황은 섭씨 16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플라스틱처럼 성형이 가능한 열가소성 물질이 된다. 하지만 온도를 낮추면 거칠고 잘 부서지는, 모래 같은 본래의 성질로 돌아가기 때문에 활용이 어려웠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황에 '파라-디아이오도벤젠'이라는 유기물질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신소재를 얻었다. 두 물질이 결합하면 상온에서도 본래의 황으로 돌아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플라스틱 성질을 유지하게 된다. 합성 과정에서 실리콘 오일을 첨가하고 황 고분자에 신축성, 적외선 투과, 자가치유 등의 특성을 갖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덕분에 새로 개발한 이 플라스틱은 양 끝을 잡고 당길 때 길이가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이 300%에 달하고, 표면에 흠집이 나도 자외선을 비추자 5분 뒤 자가치유되는 게 확인됐다. 말랑말랑하고 잘 늘어나 필름 형태 등 다양한 가공이 가능해 웨어러블 전자소자,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에 응용이 가능하다.

(왼쪽)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의 끝을 잡아당겼더니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난 걸 볼 수 있다. 3분 뒤 처음 형태로 회복됐다. (가운데) 신소재 표면에 흠집을 낸 뒤 자외선을 비추자 4분 뒤 흠집이 사라지는 ‘자가치유 특성’이 확인됐다. (오른쪽) 잘게 잘린 황 신소재 필름을 고온 프레스 공정으로 원래 상태로 재가공했다.(왼쪽)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의 끝을 잡아당겼더니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난 걸 볼 수 있다. 3분 뒤 처음 형태로 회복됐다. (가운데) 신소재 표면에 흠집을 낸 뒤 자외선을 비추자 4분 뒤 흠집이 사라지는 ‘자가치유 특성’이 확인됐다. (오른쪽) 잘게 잘린 황 신소재 필름을 고온 프레스 공정으로 원래 상태로 재가공했다.

화학연 화학소재연구본부의 김동균 박사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황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소재에 신축성이 없어 쉽게 부서지는 등 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뚜렸했다"면서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의 특성을 활용하면 고부가가치 응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바닥에 황 신소재 필름(아래)과 폴리이미드 필름(위)을 올려놓고 적외선을 투과하는 실험. 아래의 신소재 필름은 적외선이 투과돼 투명하게 보이지만, 위의 필름은 적외선이 투과되지 않아 붉게 보인다.

김용석 화학연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은 "황 폐기물은 무엇보다 값이 싼 게 가장 큰 장점이다. 1kg에 70원에서 150원으로 화학 물질치고는 매우 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황 폐기물은 전 세계적으로 340만 톤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 싸고 넘치는 황 폐기물을 이용한 신소재가 대량생산된다면, 앞서 언급한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보급형 적외선 카메라가 얼마든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골칫덩이’ 황 폐기물이 적외선 카메라로?
    • 입력 2019-08-28 07:00:13
    취재K
한밤중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산속에서 실종자를 찾느라 야간에 투입된 드론. 이 두 가지에 필요한 것은? 바로 '적외선 센서'다. 깜깜한 밤에도 움직이는 물체의 온도를 감지해 사람인지, 동물인지, 마네킹인지를 구별해내는 '적외선 카메라'는 현재까지는 고가의 비용 때문에 군사용·산업용 용도에 한정돼 쓰이고 있다. 이 같은 적외선 카메라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는 길이 열렸다. 버려지는 '황 폐기물'을 이용해서다.

'황 폐기물'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일종의 찌꺼기다. 석유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원유를 수입해와서 황을 제거하는 '탈황' 과정을 거쳐 휘발유, 경유를 만들어 쓴다. 탈황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엔진에서 휘발유가 탈 때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황이 나오게 된다. 탈황 과정으로 나오는 황은 다시 황산을 만드는 데 쓰거나 비료 공장으로 보내진다. 여기서도 남는 '황 폐기물'은 더는 쓸 곳도, 처리할 방법도 없어 묻어버리거나 쌓아두는 게 전부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중국이 이 폐기물을 수입해 써왔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최근 정유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체적으로 '황 폐기물'이 쏟아져나오게 되면 한국산 황을 더는 수입할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국내에 대량의 황 폐기물을 축적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에 석유화학 부산물을 활용한 화학소재 개발이 시급해진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골칫덩이' 황 폐기물로 새로운 소재의 플라스틱을 개발해냈다.

황 신소재 합성 공정황 신소재 합성 공정

본래 황은 섭씨 16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플라스틱처럼 성형이 가능한 열가소성 물질이 된다. 하지만 온도를 낮추면 거칠고 잘 부서지는, 모래 같은 본래의 성질로 돌아가기 때문에 활용이 어려웠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황에 '파라-디아이오도벤젠'이라는 유기물질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신소재를 얻었다. 두 물질이 결합하면 상온에서도 본래의 황으로 돌아가지 않고 안정적으로 플라스틱 성질을 유지하게 된다. 합성 과정에서 실리콘 오일을 첨가하고 황 고분자에 신축성, 적외선 투과, 자가치유 등의 특성을 갖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덕분에 새로 개발한 이 플라스틱은 양 끝을 잡고 당길 때 길이가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이 300%에 달하고, 표면에 흠집이 나도 자외선을 비추자 5분 뒤 자가치유되는 게 확인됐다. 말랑말랑하고 잘 늘어나 필름 형태 등 다양한 가공이 가능해 웨어러블 전자소자,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에 응용이 가능하다.

(왼쪽)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의 끝을 잡아당겼더니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난 걸 볼 수 있다. 3분 뒤 처음 형태로 회복됐다. (가운데) 신소재 표면에 흠집을 낸 뒤 자외선을 비추자 4분 뒤 흠집이 사라지는 ‘자가치유 특성’이 확인됐다. (오른쪽) 잘게 잘린 황 신소재 필름을 고온 프레스 공정으로 원래 상태로 재가공했다.(왼쪽)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의 끝을 잡아당겼더니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난 걸 볼 수 있다. 3분 뒤 처음 형태로 회복됐다. (가운데) 신소재 표면에 흠집을 낸 뒤 자외선을 비추자 4분 뒤 흠집이 사라지는 ‘자가치유 특성’이 확인됐다. (오른쪽) 잘게 잘린 황 신소재 필름을 고온 프레스 공정으로 원래 상태로 재가공했다.

화학연 화학소재연구본부의 김동균 박사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황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소재에 신축성이 없어 쉽게 부서지는 등 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뚜렸했다"면서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의 특성을 활용하면 고부가가치 응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바닥에 황 신소재 필름(아래)과 폴리이미드 필름(위)을 올려놓고 적외선을 투과하는 실험. 아래의 신소재 필름은 적외선이 투과돼 투명하게 보이지만, 위의 필름은 적외선이 투과되지 않아 붉게 보인다.

김용석 화학연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은 "황 폐기물은 무엇보다 값이 싼 게 가장 큰 장점이다. 1kg에 70원에서 150원으로 화학 물질치고는 매우 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황 폐기물은 전 세계적으로 340만 톤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 싸고 넘치는 황 폐기물을 이용한 신소재가 대량생산된다면, 앞서 언급한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보급형 적외선 카메라가 얼마든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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