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약물 처방 사망’ 병원도 책임…‘3분 진료’ 관행 경종

입력 2019.08.28 (12:23) 수정 2019.08.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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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작용 약물을 꼼꼼히 따져온 환자가, 이 약물 처방 때문에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작 의사는 환자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건데요.

법원이 이례적으로 병원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으며, 의료계의 '급속 진료' 관행을 꼬집었습니다.

진희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의사의 문진 시간을 기록한 다큐 영화입니다.

["어르신이 진료실에서 나온 시간은 31초 후. 그 다음 41초. 29초. 29초..."]

대기시간보다 짧은 진료는 비일비재합니다.

[김경희/충북 청주시 : "정말 허무해요. 아침 일찍 9시에 예약하고 서둘러 가잖아요? 교수님 보는 시간은 진짜로 1분도 안 걸리는 거 같아요."]

[조원학/충북 청주시 : "어떻게 해서 아프고 어떻게 할 건지 설명을 자세하게 해 줘야 하는데... 자기가 필요한 것만 물어서 NO냐, YES냐 그것만 해."]

2016년 보은의 한 병원에서 특정 약물에 부작용이 있던 50대 남성이 이 성분이 든 주사를 맞고 두 시간도 안 돼 숨졌습니다.

평소 지병을 앓아 부작용 약물의 이름을 쪽지에 적어 다닐 정도로 주의를 기울였지만, 발목 부상으로 찾아간 병원의 의사는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겁니다.

재판부는 병력이나 투약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의사의 과실은 물론, 기본 확인 체계를 갖추지 않은 병원 경영진의 책임도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의료진에게 점검 항목을 준수하게 해 환자들의 목숨을 살린 한 의료기관의 모범 사례를 들며, 유족에게 병원 재단이 2억 3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지윤섭/청주지방법원 공보판사 : "사전 문진표 작성이나 설명서 교부 등 비교적 간단한 조치를 하여, 의료진의 과실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아니한 점을 지적해서..."]

의료계조차 일부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는 '3분 진료' 관행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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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작용 약물 처방 사망’ 병원도 책임…‘3분 진료’ 관행 경종
    • 입력 2019-08-28 12:32:54
    • 수정2019-08-28 12:38:35
    뉴스 12
[앵커]

부작용 약물을 꼼꼼히 따져온 환자가, 이 약물 처방 때문에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작 의사는 환자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건데요.

법원이 이례적으로 병원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으며, 의료계의 '급속 진료' 관행을 꼬집었습니다.

진희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의사의 문진 시간을 기록한 다큐 영화입니다.

["어르신이 진료실에서 나온 시간은 31초 후. 그 다음 41초. 29초. 29초..."]

대기시간보다 짧은 진료는 비일비재합니다.

[김경희/충북 청주시 : "정말 허무해요. 아침 일찍 9시에 예약하고 서둘러 가잖아요? 교수님 보는 시간은 진짜로 1분도 안 걸리는 거 같아요."]

[조원학/충북 청주시 : "어떻게 해서 아프고 어떻게 할 건지 설명을 자세하게 해 줘야 하는데... 자기가 필요한 것만 물어서 NO냐, YES냐 그것만 해."]

2016년 보은의 한 병원에서 특정 약물에 부작용이 있던 50대 남성이 이 성분이 든 주사를 맞고 두 시간도 안 돼 숨졌습니다.

평소 지병을 앓아 부작용 약물의 이름을 쪽지에 적어 다닐 정도로 주의를 기울였지만, 발목 부상으로 찾아간 병원의 의사는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겁니다.

재판부는 병력이나 투약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의사의 과실은 물론, 기본 확인 체계를 갖추지 않은 병원 경영진의 책임도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의료진에게 점검 항목을 준수하게 해 환자들의 목숨을 살린 한 의료기관의 모범 사례를 들며, 유족에게 병원 재단이 2억 3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지윤섭/청주지방법원 공보판사 : "사전 문진표 작성이나 설명서 교부 등 비교적 간단한 조치를 하여, 의료진의 과실을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아니한 점을 지적해서..."]

의료계조차 일부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는 '3분 진료' 관행에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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