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이 마약 의혹’, 돌고 돌아 경찰 손에…‘느림보 수사’ 성공할까

입력 2019.09.0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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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사이에서 조율이 되지 않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가수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의혹 수사를 경찰에서 하게 됐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오늘(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나름대로 수사를 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며 "검찰도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비아이 마약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6월 중순인데, 2달 반이 넘도록 수사가 한 발짝도 진전이 없다가 이제서야 '느림보 수사'가 시작된 셈이다.


‘비아이 마약·양현석 무마 의혹’이 핵심

KBS는 지난 6월 12일 비아이 관련 마약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비아이가 2016년 마약을 한 정황이 있는데, 경찰이 당시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서 비아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핵심 증인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KBS 보도에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는 공범 진술이 나왔는데도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기용인동부경찰서가 비아이를 불러 조사하거나 마약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의혹에 대해 경찰은 당시 비아이를 따로 수사하려고 했지만, 검찰이 사건을 송치하라고 해서 수사를 하지 못하고 검찰로 넘겼다고 진술했다. 이번에는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됐는데, 검찰은 송치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검·경의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경찰 수사팀 꾸렸지만, 사건은 검찰에

최초 수사 담당이었던 용인동부경찰서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의혹 제기 이후 마약수사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빠르게 해소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2016년 경찰 수사 당시 비아이 마약 의혹을 진술했다가 번복했고, 이 번복이 양현석 씨의 강요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던 A 씨가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한 것이다.

신고 내용은 비아이 마약 의혹, 양현석 씨의 수사 무마 의혹,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 등을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A 씨 측은 경찰 관련 의혹이기 때문에 경찰보다는 검찰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

권익위는 A 씨 측의 입장 등으로 고려해서 공익신고를 대검찰청에 넘겼다. 대검찰청은 수원지검도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 점을 의식해서인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결국, 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이 사건을 맡게 됐다.


검·경 사이에서 3달 가까이 ‘허송세월’

경기남부청은 최초 입장대로 수사를 맡기를 원했다. 그러나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서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서울지방경찰청이 아닌 경기남부청을 수사 지휘하는 건 사건 관할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검찰로선 경찰에서 수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A 씨 측의 의사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사건을 들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경찰에서 수사팀까지 꾸렸는데 검찰이 수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이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왔다.

경기남부청은 검찰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연락을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해체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총장 교체와 검찰 인사가 줄줄이 예정된 상황이라 수사를 누가 할지 조율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사건은 검찰에, 수사는 경찰이?

아무 성과도 없이 2달 반이 흘러간 뒤인 오늘(2일) 경찰은 비아이 수사를 경찰이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수사가 더딘 상황에서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수사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A 씨 측이 검찰 수사를 원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설득을 하고 있다"며 "변호사는 어느 정도 설득이 됐으니까 당사자도 우리 조사에 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원지검으로 넘어오는 건 아니다. 배 청장은 수사 지휘 형태로 사건을 넘겨달라고 했는데 검찰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자체 수사를 경찰에서 개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이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권익위에서 받은 사건을 경기남부청으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기남부청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검찰로서는 제보자가 검찰 수사를 원해서 받은 사건을 경찰로 넘기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직접 수사하기를 원치는 않으니 사건은 서울에서 들고 있으면서 수사는 경기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일종의 '꼼수'를 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앞으로 이렇게 기묘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공익제보는 서울중앙지검에 머무르고, 경기남부청은 사건을 직접 인지해서 수사하는 행태로 수사하는 방식이다. 경찰의 인지 수사 형식이기 때문에 강제수사 영장이 필요할 경우 수원지검의 지휘를 받으면 법적인 문제도 없다. 서울중앙지검의 사건은 경기남부청 수사가 끝난 뒤 병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사는 법적인 문제보다도 '사실 규명의 문제'가 더 크다. 사건 자체가 3년 전 일인 데다 의혹이 불거지고 3달이 다 지나서야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미지수다. 증거를 없애고도 남을 시간이 지나 '느림보 수사'를 개시한 경찰이 자신을 향한 의혹에 얼마나 답을 낼 수 있을지가 수사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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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아이 마약 의혹’, 돌고 돌아 경찰 손에…‘느림보 수사’ 성공할까
    • 입력 2019-09-02 15:31:41
    취재K
검·경 사이에서 조율이 되지 않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가수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의혹 수사를 경찰에서 하게 됐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오늘(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나름대로 수사를 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며 "검찰도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비아이 마약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6월 중순인데, 2달 반이 넘도록 수사가 한 발짝도 진전이 없다가 이제서야 '느림보 수사'가 시작된 셈이다.


‘비아이 마약·양현석 무마 의혹’이 핵심

KBS는 지난 6월 12일 비아이 관련 마약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비아이가 2016년 마약을 한 정황이 있는데, 경찰이 당시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서 비아이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핵심 증인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KBS 보도에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는 공범 진술이 나왔는데도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기용인동부경찰서가 비아이를 불러 조사하거나 마약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의혹에 대해 경찰은 당시 비아이를 따로 수사하려고 했지만, 검찰이 사건을 송치하라고 해서 수사를 하지 못하고 검찰로 넘겼다고 진술했다. 이번에는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됐는데, 검찰은 송치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검·경의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경찰 수사팀 꾸렸지만, 사건은 검찰에

최초 수사 담당이었던 용인동부경찰서를 관할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의혹 제기 이후 마약수사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빠르게 해소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2016년 경찰 수사 당시 비아이 마약 의혹을 진술했다가 번복했고, 이 번복이 양현석 씨의 강요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던 A 씨가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한 것이다.

신고 내용은 비아이 마약 의혹, 양현석 씨의 수사 무마 의혹,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 등을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A 씨 측은 경찰 관련 의혹이기 때문에 경찰보다는 검찰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했다.

권익위는 A 씨 측의 입장 등으로 고려해서 공익신고를 대검찰청에 넘겼다. 대검찰청은 수원지검도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 점을 의식해서인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결국, 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이 사건을 맡게 됐다.


검·경 사이에서 3달 가까이 ‘허송세월’

경기남부청은 최초 입장대로 수사를 맡기를 원했다. 그러나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서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서울지방경찰청이 아닌 경기남부청을 수사 지휘하는 건 사건 관할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검찰로선 경찰에서 수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A 씨 측의 의사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사건을 들고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경찰에서 수사팀까지 꾸렸는데 검찰이 수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이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왔다.

경기남부청은 검찰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연락을 기다려보겠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해체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총장 교체와 검찰 인사가 줄줄이 예정된 상황이라 수사를 누가 할지 조율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사건은 검찰에, 수사는 경찰이?

아무 성과도 없이 2달 반이 흘러간 뒤인 오늘(2일) 경찰은 비아이 수사를 경찰이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은 "수사가 더딘 상황에서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수사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A 씨 측이 검찰 수사를 원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설득을 하고 있다"며 "변호사는 어느 정도 설득이 됐으니까 당사자도 우리 조사에 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원지검으로 넘어오는 건 아니다. 배 청장은 수사 지휘 형태로 사건을 넘겨달라고 했는데 검찰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자체 수사를 경찰에서 개시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이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권익위에서 받은 사건을 경기남부청으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기남부청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검찰로서는 제보자가 검찰 수사를 원해서 받은 사건을 경찰로 넘기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직접 수사하기를 원치는 않으니 사건은 서울에서 들고 있으면서 수사는 경기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일종의 '꼼수'를 택한 것이다.

이 사건은 앞으로 이렇게 기묘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공익제보는 서울중앙지검에 머무르고, 경기남부청은 사건을 직접 인지해서 수사하는 행태로 수사하는 방식이다. 경찰의 인지 수사 형식이기 때문에 강제수사 영장이 필요할 경우 수원지검의 지휘를 받으면 법적인 문제도 없다. 서울중앙지검의 사건은 경기남부청 수사가 끝난 뒤 병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사는 법적인 문제보다도 '사실 규명의 문제'가 더 크다. 사건 자체가 3년 전 일인 데다 의혹이 불거지고 3달이 다 지나서야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미지수다. 증거를 없애고도 남을 시간이 지나 '느림보 수사'를 개시한 경찰이 자신을 향한 의혹에 얼마나 답을 낼 수 있을지가 수사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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