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서른 살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그가 이번에 남긴 것

입력 2019.09.03 (07:01) 수정 2019.09.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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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어제(2일) 다시 독일로 출국했다. 지난 2017년 북미 최고 권위의 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 무대에서도 이름을 더 널리 알리게 된 선우예권은 이번 내한에서도 짧지만 굵은 일정들을 소화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의 독주회를 시작으로 29일에는 전라남도 여수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제3회 여수음악제에 오프닝 콘서트 협연자로 나섰고, 그다음 날에는 한센인 회복자들을 돕기 위해 건립된 여수애양병원에 찾아가 무료공연을 펼쳤다.

시차 적응도 쉽지 않을 텐데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여러 곳을 돌며 연주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그런 무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뿐 아니라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와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 한국인 최초 1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인터라켄 클래식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피아노 캠퍼스 국제 콩쿠르 1위, 플로리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무려 8번의 한국인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그는 "생계유지 때문에 나간 것"이라며 "우승 상금으로 1년 치 집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곤 했다"고 겸손하게 회고했다.

그래서일까? 선우예권은 이제 자신이 그동안 받은 것을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돌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수석 입학과 졸업(명예졸업), 전액 장학생으로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해 라흐마니노프 상을 수상하며 졸업, 줄리아드 대학원 졸업 시에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상 수상. 경력으로만 보면 그동안 죽 빛나는 길만 걸어왔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선우예권에게는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주변 지인들은 물론, 다니던 교회로부터의 도움 등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처럼 공부하고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 오늘날에는 선우예권에게 '받은 마음을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명동대성당 독주회 직전 리허설 중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지난달 26일 서울 명동대성당 독주회 직전 리허설 중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그래서 명동성당 측에서 기획한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해달라는 흔치 않은 요청을 받았을 때도 선우예권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전석 매진된 명동성당 리사이틀 공연 수익금을 전액 기부해 후배 피아니스트들에게 연주장학금으로 주고, 더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망한 10~20대 후배 피아니스트 7명을 선정해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매달 한 명씩 리사이틀 기회를 주자는 특별한 프로젝트에 누구보다 기쁘게 참여했다는 것이다.

"20대 후반을 지나고 하면서, 특히 최근에 공연·연주를 많이 다니고 지내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감정도 많이 느끼며 살았던 것 같아요. 당연히 연주 활동을 하면 때로 공허한 마음이 생길 때도 있고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있고, 삶의 원동력을 찾기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제 만 서른이 되니까 '아, 누군가를 위해서 그래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그런 일을 통해서 오히려 제가 더 여러 가지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도 같아요. 또 후배들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동료 음악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거나 하면 편안히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대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지난달 29일 KBS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3회 여수음악제 오프닝 콘서트에서 지휘자 요엘 레비(좌)와 함께 협연한 선우예권(우)지난달 29일 KBS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3회 여수음악제 오프닝 콘서트에서 지휘자 요엘 레비(좌)와 함께 협연한 선우예권(우)

이런 선우예권의 배려로 오는 23일 임주희를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 이혁, 11월 25일에는 이택기, 12월 23일에는 김송현, 내년 1월 20일에는 최형록, 2월 24일에는 홍민수, 3월 30일에는 임윤찬 등 매월 한 번씩 월요일 저녁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라는 릴레이 피아노 독주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만 서른이라는 나이. 더 이상 '신동'이나 '신예'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장'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젊은, 음악가로서는 다소 '애매하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30대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이렇게 맞이하고 있었다.

선우예권은 다시 독일로 돌아갔지만, 그가 남기고 간 뜻은 후배들을 통해 계속되도록.

후배들을 위한 선우예권의 진심 어린 당부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 그리고 피아니스트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인간 선우예권의 꿈은 이어지는 인터뷰 영상을 통해 더욱 자세히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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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 서른 살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그가 이번에 남긴 것
    • 입력 2019-09-03 07:01:16
    • 수정2019-09-03 10:55:57
    취재K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어제(2일) 다시 독일로 출국했다. 지난 2017년 북미 최고 권위의 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 무대에서도 이름을 더 널리 알리게 된 선우예권은 이번 내한에서도 짧지만 굵은 일정들을 소화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의 독주회를 시작으로 29일에는 전라남도 여수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제3회 여수음악제에 오프닝 콘서트 협연자로 나섰고, 그다음 날에는 한센인 회복자들을 돕기 위해 건립된 여수애양병원에 찾아가 무료공연을 펼쳤다.

시차 적응도 쉽지 않을 텐데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여러 곳을 돌며 연주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그런 무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뿐 아니라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와 방돔 프라이즈(베르비에 콩쿠르) 한국인 최초 1위,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인터라켄 클래식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피아노 캠퍼스 국제 콩쿠르 1위, 플로리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무려 8번의 한국인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그는 "생계유지 때문에 나간 것"이라며 "우승 상금으로 1년 치 집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곤 했다"고 겸손하게 회고했다.

그래서일까? 선우예권은 이제 자신이 그동안 받은 것을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돌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수석 입학과 졸업(명예졸업), 전액 장학생으로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해 라흐마니노프 상을 수상하며 졸업, 줄리아드 대학원 졸업 시에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상 수상. 경력으로만 보면 그동안 죽 빛나는 길만 걸어왔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선우예권에게는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주변 지인들은 물론, 다니던 교회로부터의 도움 등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처럼 공부하고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 오늘날에는 선우예권에게 '받은 마음을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명동대성당 독주회 직전 리허설 중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그래서 명동성당 측에서 기획한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해달라는 흔치 않은 요청을 받았을 때도 선우예권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고.

전석 매진된 명동성당 리사이틀 공연 수익금을 전액 기부해 후배 피아니스트들에게 연주장학금으로 주고, 더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망한 10~20대 후배 피아니스트 7명을 선정해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매달 한 명씩 리사이틀 기회를 주자는 특별한 프로젝트에 누구보다 기쁘게 참여했다는 것이다.

"20대 후반을 지나고 하면서, 특히 최근에 공연·연주를 많이 다니고 지내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감정도 많이 느끼며 살았던 것 같아요. 당연히 연주 활동을 하면 때로 공허한 마음이 생길 때도 있고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있고, 삶의 원동력을 찾기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제 만 서른이 되니까 '아, 누군가를 위해서 그래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그런 일을 통해서 오히려 제가 더 여러 가지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도 같아요. 또 후배들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동료 음악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거나 하면 편안히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대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지난달 29일 KBS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3회 여수음악제 오프닝 콘서트에서 지휘자 요엘 레비(좌)와 함께 협연한 선우예권(우)
이런 선우예권의 배려로 오는 23일 임주희를 시작으로, 다음 달 21일 이혁, 11월 25일에는 이택기, 12월 23일에는 김송현, 내년 1월 20일에는 최형록, 2월 24일에는 홍민수, 3월 30일에는 임윤찬 등 매월 한 번씩 월요일 저녁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라는 릴레이 피아노 독주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만 서른이라는 나이. 더 이상 '신동'이나 '신예'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장'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젊은, 음악가로서는 다소 '애매하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30대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이렇게 맞이하고 있었다.

선우예권은 다시 독일로 돌아갔지만, 그가 남기고 간 뜻은 후배들을 통해 계속되도록.

후배들을 위한 선우예권의 진심 어린 당부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 그리고 피아니스트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인간 선우예권의 꿈은 이어지는 인터뷰 영상을 통해 더욱 자세히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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