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쓸모] 동물권, 동물만의 문제 아니다

입력 2019.09.05 (08:45) 수정 2019.09.05 (08: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순서, 영화의 쓸모 시간입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더불어 동물복지, 또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도 함께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동물의 권리를 생각할수록 쉽게 결론내릴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지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된 영화들 이야기, 송형국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송 기자, 동물권이라는 말을 우리가 쓰기 시작한 지도 사실 얼마 안 됐는데요.

어디까지 동물의 권리를 지킬 것인가,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기자]

네, 동물에게도 최소한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얼핏 쉬운 얘기인 것 같은데 깊이 들어갈수록 딜레마와 부딪히게 됩니다.

특히 논란이 큰 부분이 공장식 축산 문제하고 동물을 가둬두는 동물원, 이 계속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 같은 것들이 있을 텐데요.

먼저 동물원의 딜레마를 다룬 작품 한 편이 오늘 개봉했습니다.

함께 보시겠습니다.

청주동물원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껏 돌보는데요, 그럴수록 이 분들의 딜레마가 커집니다.

동물원은 과연 필요한 곳일까.

[동물원 관계자 :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고 많은 사람들이 와가지고 소리지르고 자기들이 먹지도 않는 음식인데 집어던져서 먹게 하고 그로 인해서 탈이 나게 하고, 동물들 입장에서 봐서는 (동물원은) 필요가 없다고 봐요."]

특히 야생 본능을 거스르는 동물원 환경이 대부분 극심한 스트레스와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위해 만들어놓은 시설을 동물의 생태 중심으로 주거 환경을 바꿔주는 게 요즘 동물원들의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나라에선 무엇보다 예산 문제에 부딪힙니다.

동물원 측은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종의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표범을 위해 걸어다닐 통행로 하나 만들어주는 데도 예산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더이상 밖에서 살아가기 힘든 동물들을 위해서라도 동물원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어느 한쪽에만 무게를 싣지 않기 위해 애쓴 부분이 돋보이는데요.

[김정호/청주동물원 수의사 : "자연의 위대함을 얘기를 해줘야 되는 곳이거든요. 자연에 대한 경이를 배울 수 있는 그런 곳이어야지, 돌 던지고 놀리고 이런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이 돼요."]

영화를 보고나면 우리가 쉽게 놀러가던 동물원에 대해서 유지냐 폐지냐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고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함으로써 동물권 논의를 좀더 촉발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앵커]

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요, 인간이 동물을 사냥해서 먹고, 가축으로 만들어 키우기도 하고 이런 오랜 역사가 있었잖습니까.

그래서 동물권이라는 이상과 지금 우리의 현실이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서구에서도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통용된 게 1970년대 중반부터거든요.

그 이전까지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은 동물을 죽여서 먹어왔고 그 진화의 역사를 갑자기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축산업과 육식 문제로 들어가면 딜레마가 깊어지는데요, 다음 작품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돼지농장을 취재하면서 더이상 고기를 먹지 않게 된 이야기인데요.

보통 돼지농장 하면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동물복지가 실현되는 곳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돼지농장의 0.2%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시중에서 사먹는 돼지고기는 거의 이같은 공장식 축사에서 생산된다고 보면 됩니다.

고기로 태어난 돼지들은 평생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살찌우는 기계로 살아가고 암컷은 인공수정과 출산, 새끼와 생이별, 다시 임신, 이 과정을 일생동안 반복하다 출산 성적이 안좋아지면 도축당합니다.

돼지는 이런 고통을 못느끼는 존재일까.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새끼를 떼어놓는 장면을 보면 돼지들이 신체적 고통은 물론 감정도 똑같이 느끼고, 성격도 각각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민한 성격의 십일순이가 격하게 화를 내며 새끼들을 숨긴다."]

반면 우리가 현재의 가격으로 고기를 사먹을 수 있는 건 이런 공장식 축산 덕분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장식 축사 관계자 : "공장이라고 생각하셔야 되는 거죠. 요즘에 뭐 동물복지고 뭐고 자꾸만 얘기가 나오는데 그러면 고기 먹지 말아야 돼요."]

그렇다면 동물권 주장이 동물만을 위하자는 걸까.

예를 들어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 방식으로 키우고 도축해야 한다는 등의 강력한 동물보호법을 시행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다른 존재의 고통을 내버려두는 사회가 아니다라는 합의를 국민들이 공유하게 되는 것이고, 다른 약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그만큼 민감하게 공감하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게 다수 인류학자나 사회학자들의 연구결과인데요.

그래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지과학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핑커는 인류사의 폭력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이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소수인종, 여성, 아동, 동성애자, 동물을 위한 진보는 함께 진행되었다.

우리는 감각 있는 다른 존재들의 처지에 스스로를 대입해봄으로써 그들의 이해를 고려하게 된다.

[앵커]

네, 동물권 문제는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말이 좀 더 다가오는 것 같네요.

송기자 오늘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영화의 쓸모] 동물권, 동물만의 문제 아니다
    • 입력 2019-09-05 08:51:36
    • 수정2019-09-05 08:58:10
    아침뉴스타임
[앵커]

영화를 통해 우리 삶의 가치를 찾아보는 순서, 영화의 쓸모 시간입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 증가와 더불어 동물복지, 또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도 함께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동물의 권리를 생각할수록 쉽게 결론내릴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지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된 영화들 이야기, 송형국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송 기자, 동물권이라는 말을 우리가 쓰기 시작한 지도 사실 얼마 안 됐는데요.

어디까지 동물의 권리를 지킬 것인가,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기자]

네, 동물에게도 최소한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얼핏 쉬운 얘기인 것 같은데 깊이 들어갈수록 딜레마와 부딪히게 됩니다.

특히 논란이 큰 부분이 공장식 축산 문제하고 동물을 가둬두는 동물원, 이 계속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 같은 것들이 있을 텐데요.

먼저 동물원의 딜레마를 다룬 작품 한 편이 오늘 개봉했습니다.

함께 보시겠습니다.

청주동물원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동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껏 돌보는데요, 그럴수록 이 분들의 딜레마가 커집니다.

동물원은 과연 필요한 곳일까.

[동물원 관계자 :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고 많은 사람들이 와가지고 소리지르고 자기들이 먹지도 않는 음식인데 집어던져서 먹게 하고 그로 인해서 탈이 나게 하고, 동물들 입장에서 봐서는 (동물원은) 필요가 없다고 봐요."]

특히 야생 본능을 거스르는 동물원 환경이 대부분 극심한 스트레스와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위해 만들어놓은 시설을 동물의 생태 중심으로 주거 환경을 바꿔주는 게 요즘 동물원들의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나라에선 무엇보다 예산 문제에 부딪힙니다.

동물원 측은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종의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표범을 위해 걸어다닐 통행로 하나 만들어주는 데도 예산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더이상 밖에서 살아가기 힘든 동물들을 위해서라도 동물원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어느 한쪽에만 무게를 싣지 않기 위해 애쓴 부분이 돋보이는데요.

[김정호/청주동물원 수의사 : "자연의 위대함을 얘기를 해줘야 되는 곳이거든요. 자연에 대한 경이를 배울 수 있는 그런 곳이어야지, 돌 던지고 놀리고 이런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이 돼요."]

영화를 보고나면 우리가 쉽게 놀러가던 동물원에 대해서 유지냐 폐지냐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고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함으로써 동물권 논의를 좀더 촉발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앵커]

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요, 인간이 동물을 사냥해서 먹고, 가축으로 만들어 키우기도 하고 이런 오랜 역사가 있었잖습니까.

그래서 동물권이라는 이상과 지금 우리의 현실이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서구에서도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통용된 게 1970년대 중반부터거든요.

그 이전까지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조상들은 동물을 죽여서 먹어왔고 그 진화의 역사를 갑자기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축산업과 육식 문제로 들어가면 딜레마가 깊어지는데요, 다음 작품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돼지농장을 취재하면서 더이상 고기를 먹지 않게 된 이야기인데요.

보통 돼지농장 하면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동물복지가 실현되는 곳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돼지농장의 0.2%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시중에서 사먹는 돼지고기는 거의 이같은 공장식 축사에서 생산된다고 보면 됩니다.

고기로 태어난 돼지들은 평생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살찌우는 기계로 살아가고 암컷은 인공수정과 출산, 새끼와 생이별, 다시 임신, 이 과정을 일생동안 반복하다 출산 성적이 안좋아지면 도축당합니다.

돼지는 이런 고통을 못느끼는 존재일까.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 새끼를 떼어놓는 장면을 보면 돼지들이 신체적 고통은 물론 감정도 똑같이 느끼고, 성격도 각각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민한 성격의 십일순이가 격하게 화를 내며 새끼들을 숨긴다."]

반면 우리가 현재의 가격으로 고기를 사먹을 수 있는 건 이런 공장식 축산 덕분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장식 축사 관계자 : "공장이라고 생각하셔야 되는 거죠. 요즘에 뭐 동물복지고 뭐고 자꾸만 얘기가 나오는데 그러면 고기 먹지 말아야 돼요."]

그렇다면 동물권 주장이 동물만을 위하자는 걸까.

예를 들어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 방식으로 키우고 도축해야 한다는 등의 강력한 동물보호법을 시행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다른 존재의 고통을 내버려두는 사회가 아니다라는 합의를 국민들이 공유하게 되는 것이고, 다른 약자의 권리에 대해서도 그만큼 민감하게 공감하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게 다수 인류학자나 사회학자들의 연구결과인데요.

그래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지과학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핑커는 인류사의 폭력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이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소수인종, 여성, 아동, 동성애자, 동물을 위한 진보는 함께 진행되었다.

우리는 감각 있는 다른 존재들의 처지에 스스로를 대입해봄으로써 그들의 이해를 고려하게 된다.

[앵커]

네, 동물권 문제는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말이 좀 더 다가오는 것 같네요.

송기자 오늘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