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곤충의 날’…‘식용곤충’이 대체 뭐가 그리 좋을까?

입력 2019.09.07 (07:01) 수정 2019.10.1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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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7일, 오늘은 우리나라가 정한 1회 '곤충의 날'이다. '곤충의 날'은 곤충의 환경적·영양학적 가치와 그에 따른 곤충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즉, 대체식량, 환경정화 능력, 약용, 정서 함양과 사료 등 용도가 다양하고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식량으로서 곤충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20억 명가량이 곤충을 먹고 있으며, 식용으로 쓰이는 곤충의 종류도 1천 900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식용곤충을 '작은 가축'이라고 부르며 미래 식량난을 해소할 자원으로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본능적으로 일단 징그럽게(?) 느껴지는 외양은 아무리 식용곤충이라 하더라도 곤충을 식량으로써 활용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갖게 하는 큰 걸림돌이다. 그래서 아프리카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식용곤충을 '가루 형태'로 만들어 고급 요리(gourmet dish)로 탈바꿈시키는 시도가 최근 행해졌다.

남아공의 셰프, 마리오 바너드는 '고메 그럽(Gourmet Grubb)'이라는 곤충 식품을 만드는 현지 스타트업과 제휴해 지난 6월 케이프타운 교외 우드스톡이라는 곳에 '식용곤충 요리 전문 식당'을 임시 개점했다.

이름하여 '곤충 체험(The Insect Experience)'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동애등에 버터 넛 라비올리(만두처럼 속을 채운 파스타의 일종)를 구운 마늘 칠리소스와 곁들여 팔고, 토마토 칠리 처트니(채소에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인도식 소스)와 함께 나오는 모파인 벌레 튀김도 팔고 있다.

벌레 튀김이라고 해서 온전한 형태의 벌레가 튀겨져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사람들은 곤충을 온전한 형태로 보면서 먹는 것은 절대 즐기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외양만으로는 곤충의 흔적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식용곤충인 모파인 벌레 가루로 만든 튀김 요리. 남아공의 ‘곤충 체험’ 식당 등에서 팔고 있으며 가격은 50랜드(4천 원) 정도라고.식용곤충인 모파인 벌레 가루로 만든 튀김 요리. 남아공의 ‘곤충 체험’ 식당 등에서 팔고 있으며 가격은 50랜드(4천 원) 정도라고.

물론 일부러 모험을 즐기고 싶다면 밀웜이라는 갈색거저리 애벌레 같은 벌레 한 접시씩을 즐길 수도 있고, 아프리카 일부 나라들에서 실제로 '별미'로 여겨지는 모파인 벌레(mopane worm)를 말린 채로 시식해볼 수는 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별미’로 여겨지는 모파인 벌레로 만든 요리. 모파인 벌레는 이렇게 생겼지만, 남아공 ‘식용곤충 요리’ 전문 식당에서는 이를 가루로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낸다.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별미’로 여겨지는 모파인 벌레로 만든 요리. 모파인 벌레는 이렇게 생겼지만, 남아공 ‘식용곤충 요리’ 전문 식당에서는 이를 가루로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낸다.

영어로 'Black soldier fly'라고 하는 파리의 일종인 동애등에로는 버터 넛 라비올리 외에도 그 유충으로 유제품 대체품 엔토밀크(EntoMilk)를 만들어 아이스크림을 제조하기도 한다.

파리의 일종인 동애등에 성충(좌하단)과 그 유충으로 만든 엔토밀크를 사용한 아이스크림파리의 일종인 동애등에 성충(좌하단)과 그 유충으로 만든 엔토밀크를 사용한 아이스크림

이 같은 '식용곤충'으로 만든 요리만을 판매하는 '곤충 체험' 식당은 원래 팝업 스토어 형태로 8월까지만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일단 오는 11월까지 기간이 연장됐다. 그럴 뿐만 아니라 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곤충 맥주와 비스킷, 반려동물용 사료 제조도 시도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식용곤충'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

우선 영양 측면이다. 식품영양학자들에 따르면 식용곤충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현재 식량의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철분과 칼슘, 아연도 풍부하고 섬유질 함량도 높으며 질 좋은 지방의 함량도 뛰어나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환경적 측면인데 "식용곤충을 사용할 경우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 공급이 가능해 미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맛의 측면에서도 창의적이고 먹음직스러운 음식 외관 개발로 선입견이나 거부감만 극복하면 상용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식용곤충을 이용해 만든 유제품 대체재 엔토밀크EntoMilk.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도 환경친화적이라고.식용곤충을 이용해 만든 유제품 대체재 엔토밀크EntoMilk.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도 환경친화적이라고.

유엔은 오는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식량 생산이 현재의 배가 되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 하에 고기와 생선을 대체할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식용곤충 산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이 풍부하고 맛도 있으면서, 보기 좋고 먹기에도 편하고, 게다가 값도 싸고 환경에도 이로우며 살아있는 동물들을 고통 주거나 죽이지 않아도 된다면 '식용곤충'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곤충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배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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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곤충의 날’…‘식용곤충’이 대체 뭐가 그리 좋을까?
    • 입력 2019-09-07 07:01:18
    • 수정2019-10-14 07:36:13
    취재K
2019년 9월 7일, 오늘은 우리나라가 정한 1회 '곤충의 날'이다. '곤충의 날'은 곤충의 환경적·영양학적 가치와 그에 따른 곤충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즉, 대체식량, 환경정화 능력, 약용, 정서 함양과 사료 등 용도가 다양하고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식량으로서 곤충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20억 명가량이 곤충을 먹고 있으며, 식용으로 쓰이는 곤충의 종류도 1천 900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식용곤충을 '작은 가축'이라고 부르며 미래 식량난을 해소할 자원으로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본능적으로 일단 징그럽게(?) 느껴지는 외양은 아무리 식용곤충이라 하더라도 곤충을 식량으로써 활용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갖게 하는 큰 걸림돌이다. 그래서 아프리카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식용곤충을 '가루 형태'로 만들어 고급 요리(gourmet dish)로 탈바꿈시키는 시도가 최근 행해졌다.

남아공의 셰프, 마리오 바너드는 '고메 그럽(Gourmet Grubb)'이라는 곤충 식품을 만드는 현지 스타트업과 제휴해 지난 6월 케이프타운 교외 우드스톡이라는 곳에 '식용곤충 요리 전문 식당'을 임시 개점했다.

이름하여 '곤충 체험(The Insect Experience)'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동애등에 버터 넛 라비올리(만두처럼 속을 채운 파스타의 일종)를 구운 마늘 칠리소스와 곁들여 팔고, 토마토 칠리 처트니(채소에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인도식 소스)와 함께 나오는 모파인 벌레 튀김도 팔고 있다.

벌레 튀김이라고 해서 온전한 형태의 벌레가 튀겨져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사람들은 곤충을 온전한 형태로 보면서 먹는 것은 절대 즐기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외양만으로는 곤충의 흔적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식용곤충인 모파인 벌레 가루로 만든 튀김 요리. 남아공의 ‘곤충 체험’ 식당 등에서 팔고 있으며 가격은 50랜드(4천 원) 정도라고.
물론 일부러 모험을 즐기고 싶다면 밀웜이라는 갈색거저리 애벌레 같은 벌레 한 접시씩을 즐길 수도 있고, 아프리카 일부 나라들에서 실제로 '별미'로 여겨지는 모파인 벌레(mopane worm)를 말린 채로 시식해볼 수는 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별미’로 여겨지는 모파인 벌레로 만든 요리. 모파인 벌레는 이렇게 생겼지만, 남아공 ‘식용곤충 요리’ 전문 식당에서는 이를 가루로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낸다.
영어로 'Black soldier fly'라고 하는 파리의 일종인 동애등에로는 버터 넛 라비올리 외에도 그 유충으로 유제품 대체품 엔토밀크(EntoMilk)를 만들어 아이스크림을 제조하기도 한다.

파리의 일종인 동애등에 성충(좌하단)과 그 유충으로 만든 엔토밀크를 사용한 아이스크림
이 같은 '식용곤충'으로 만든 요리만을 판매하는 '곤충 체험' 식당은 원래 팝업 스토어 형태로 8월까지만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일단 오는 11월까지 기간이 연장됐다. 그럴 뿐만 아니라 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곤충 맥주와 비스킷, 반려동물용 사료 제조도 시도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식용곤충'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

우선 영양 측면이다. 식품영양학자들에 따르면 식용곤충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현재 식량의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철분과 칼슘, 아연도 풍부하고 섬유질 함량도 높으며 질 좋은 지방의 함량도 뛰어나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환경적 측면인데 "식용곤충을 사용할 경우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 공급이 가능해 미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맛의 측면에서도 창의적이고 먹음직스러운 음식 외관 개발로 선입견이나 거부감만 극복하면 상용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식용곤충을 이용해 만든 유제품 대체재 엔토밀크EntoMilk.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도 환경친화적이라고.
유엔은 오는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식량 생산이 현재의 배가 되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 하에 고기와 생선을 대체할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식용곤충 산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이 풍부하고 맛도 있으면서, 보기 좋고 먹기에도 편하고, 게다가 값도 싸고 환경에도 이로우며 살아있는 동물들을 고통 주거나 죽이지 않아도 된다면 '식용곤충'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곤충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배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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