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한국당은 “검찰, 잘 한다” 왜 말을 못할까?

입력 2019.09.07 (11:01) 수정 2019.09.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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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는 거침이 없습니다. 거의 매일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고, 관련자 소환도 줄을 잇습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일, 후보자 부인을 전격 기소했습니다.

여당과 검찰의 불협화음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낙연 총리가 "검찰이 정치하겠다는 식으로 덤빈다"고 공개 면박을 주자, 검찰 역시 "수사 개입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치받았습니다. 부인 기소 직후, 여당에서 ‘정치 검찰’이란 단어가 나왔습니다.

검찰이 가려운 곳 긁어주는데…한국당은 왜?

검찰의 칼끝이 정권의 상징적 인물을 겨냥하고, 여당과 파열음까지 내는 상황.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두말 할 나위 없는 대형 호재(好材)입니다. 정치적 득실로만 보자면, 검찰이 한국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모양새입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비유가 생각나는 국면입니다. 한국당 역시 검찰과 최소한 보조를 맞춘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한국당이 고발한 사항을 기초로 해서 여러 가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당이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한 의혹 상당수는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속속 전해지는 검찰 수사 상황은 한국당의 근거가 되고 있다.한국당이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한 의혹 상당수는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속속 전해지는 검찰 수사 상황은 한국당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의 반응이 조금 이상합니다. 검찰 수사로 한국당이 적잖은 득점을 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 그렇습니다. 미묘합니다. 한국당의 최근 논평을 자세히 뜯어볼까요.

검찰이 첫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27일 당일, 한국당은 논평에서 '조국 사퇴'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 후보자의 부인 압수수색 다음날 나온 논평도 '조국 가족 규탄'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 자유한국당 논평(8월 27일) 「전방위 검찰 수사받는 법무부장관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조국 후보자 즉시 사퇴하라」 바로가기
□ 자유한국당 논평(9월 4일) 「조국 후보 부인은 증거인멸 시도 중단하고, 조민 씨는 대학원 입시 비리 의혹의 당사자로서 국민께 직접 해명하라.」 바로가기


수사를 하는 검찰을 향한 메시지는 아예 없습니다. '성역없는 수사' '예외없는 엄벌' 따위의 흔한 수사적 주문조차 실종됐습니다. 반면, 수사를 받는 조국 후보자 측을 향한 메시지만 넘쳐납니다. 검찰엔 입을 꾹 다물고, 조국만 폭격하는 셈입니다.

다가오는 '검찰의 시간', 임박한 징후 곳곳

이유가 뭘까요. 곧 다가올 검찰의 또 다른 수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동물 국회' 사태 이후, 여야는 서로를 무더기 맞고소·맞고발했습니다. 산더미 같은 고소장·고발장은 대부분 검찰에 접수됐습니다. 이른바 '패스트트랙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사건을 경찰로 내려보냈습니다. '골치 아픈' 정치적 사건에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패스트트랙 수사는 국회의사당을 관할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합니다. 익히 보도됐듯이, 한국당 의원들이 예외 없이 불출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경찰의 수사 종결 시점도 계속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이라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는 송치 시점도 늦어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경찰의 패스스트랙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게 되면,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주체가 된다.서울남부지검은 현재 경찰의 패스스트랙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게 되면,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주체가 된다.

그러나 검찰은 권한이 많습니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도 얼마든지 사건을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그 시점도 재량껏 정할 수 있습니다. 법률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사건이송명령을 내리거나 송치지휘권을 행사하는 겁니다. 당장 이번 달에도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검찰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본격 수사를 준비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최근 인사에서 정치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공공형사부(옛 공안부) 검사 수를 2배로 늘렸습니다. 공안부 라인이 아닌 특수부 라인검사도 배치했습니다.

수사 검사 2배로…'기계적 균형에 구애받지 말라' 지침도

아울러 대검찰청은 서울남부지검에 '기계적 균형에 구애받지 말라'는 취지의 지침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당 의원 3명 부르면, 야당 의원 3명 부르는 식의 꿰맞추기식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폭넓은 수사가 있을 수 있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스타일상, 일단 칼을 꺼내면 수사는 거침이 없을 공산이 큽니다. 조국 후보자 수사에서도 충분히 확인됐습니다. '선거가 코앞이니까…' '정치적 타협으로 풀 일이니까…'와 같은 정무적 고려는 더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이 언제 패스트트랙 수사에 본격 착수할지 아직은 미정입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의 한국당에만 집중할지, 더 나아가 공동 상해 혐의로 고발된 민주당 측에도 수사력을 모을지 역시 미지수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검찰청의 시계는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피해갈 길이 없는 '정해진 미래'입니다. 그간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한 한국당은 민주당보다 강제수사의 요건에 더 가깝습니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바라보는 한국당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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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한국당은 “검찰, 잘 한다” 왜 말을 못할까?
    • 입력 2019-09-07 11:01:43
    • 수정2019-09-07 11:31:57
    여심야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는 거침이 없습니다. 거의 매일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고, 관련자 소환도 줄을 잇습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일, 후보자 부인을 전격 기소했습니다.

여당과 검찰의 불협화음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낙연 총리가 "검찰이 정치하겠다는 식으로 덤빈다"고 공개 면박을 주자, 검찰 역시 "수사 개입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치받았습니다. 부인 기소 직후, 여당에서 ‘정치 검찰’이란 단어가 나왔습니다.

검찰이 가려운 곳 긁어주는데…한국당은 왜?

검찰의 칼끝이 정권의 상징적 인물을 겨냥하고, 여당과 파열음까지 내는 상황.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두말 할 나위 없는 대형 호재(好材)입니다. 정치적 득실로만 보자면, 검찰이 한국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모양새입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비유가 생각나는 국면입니다. 한국당 역시 검찰과 최소한 보조를 맞춘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한국당이 고발한 사항을 기초로 해서 여러 가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당이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한 의혹 상당수는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속속 전해지는 검찰 수사 상황은 한국당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의 반응이 조금 이상합니다. 검찰 수사로 한국당이 적잖은 득점을 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 그렇습니다. 미묘합니다. 한국당의 최근 논평을 자세히 뜯어볼까요.

검찰이 첫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달 27일 당일, 한국당은 논평에서 '조국 사퇴'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 후보자의 부인 압수수색 다음날 나온 논평도 '조국 가족 규탄'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 자유한국당 논평(8월 27일) 「전방위 검찰 수사받는 법무부장관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조국 후보자 즉시 사퇴하라」 바로가기
□ 자유한국당 논평(9월 4일) 「조국 후보 부인은 증거인멸 시도 중단하고, 조민 씨는 대학원 입시 비리 의혹의 당사자로서 국민께 직접 해명하라.」 바로가기


수사를 하는 검찰을 향한 메시지는 아예 없습니다. '성역없는 수사' '예외없는 엄벌' 따위의 흔한 수사적 주문조차 실종됐습니다. 반면, 수사를 받는 조국 후보자 측을 향한 메시지만 넘쳐납니다. 검찰엔 입을 꾹 다물고, 조국만 폭격하는 셈입니다.

다가오는 '검찰의 시간', 임박한 징후 곳곳

이유가 뭘까요. 곧 다가올 검찰의 또 다른 수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4월 '동물 국회' 사태 이후, 여야는 서로를 무더기 맞고소·맞고발했습니다. 산더미 같은 고소장·고발장은 대부분 검찰에 접수됐습니다. 이른바 '패스트트랙 사건'입니다.

당시 검찰은 사건을 경찰로 내려보냈습니다. '골치 아픈' 정치적 사건에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패스트트랙 수사는 국회의사당을 관할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합니다. 익히 보도됐듯이, 한국당 의원들이 예외 없이 불출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경찰의 수사 종결 시점도 계속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이라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는 송치 시점도 늦어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경찰의 패스스트랙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게 되면,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주체가 된다.
그러나 검찰은 권한이 많습니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도 얼마든지 사건을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그 시점도 재량껏 정할 수 있습니다. 법률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사건이송명령을 내리거나 송치지휘권을 행사하는 겁니다. 당장 이번 달에도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검찰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본격 수사를 준비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최근 인사에서 정치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공공형사부(옛 공안부) 검사 수를 2배로 늘렸습니다. 공안부 라인이 아닌 특수부 라인검사도 배치했습니다.

수사 검사 2배로…'기계적 균형에 구애받지 말라' 지침도

아울러 대검찰청은 서울남부지검에 '기계적 균형에 구애받지 말라'는 취지의 지침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당 의원 3명 부르면, 야당 의원 3명 부르는 식의 꿰맞추기식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폭넓은 수사가 있을 수 있음을 예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스타일상, 일단 칼을 꺼내면 수사는 거침이 없을 공산이 큽니다. 조국 후보자 수사에서도 충분히 확인됐습니다. '선거가 코앞이니까…' '정치적 타협으로 풀 일이니까…'와 같은 정무적 고려는 더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이 언제 패스트트랙 수사에 본격 착수할지 아직은 미정입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의 한국당에만 집중할지, 더 나아가 공동 상해 혐의로 고발된 민주당 측에도 수사력을 모을지 역시 미지수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검찰청의 시계는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피해갈 길이 없는 '정해진 미래'입니다. 그간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한 한국당은 민주당보다 강제수사의 요건에 더 가깝습니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바라보는 한국당의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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