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마오타이 효과 끝나니 반전?…코스트코 中 1호점 지금은

입력 2019.09.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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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첫날 '인산인해'…며칠 지나니 "반전"?

미국의 회원제 할인매장 코스트코는 중국의 경제 수도라 불리는 상하이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달 27일 코스트코 중국 1호점의 첫 영업 날, 일부 중국인은 셔터가 채 올라가기도 전에 기어서 들어가 상품을 카트에 담았다. 코스트코에 가려는 차들로 일대 교통이 마비되면서 경찰까지 동원됐고, 결국 개점 4시간여 만에 첫날 영업이 조기 마감됐다.

이를 두고 중국 매체들은 중국의 엄청난 소비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에서 탈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도 큰소리쳤다.

그런데 중국 매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반전'이 일어났다. 중국 관영 CCTV는 개장 첫 주말이 지난 뒤 코스트코에는 회원 카드를 환불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은 "쇼핑을 위해 두세 시간씩 기다려야 하고, 물건값도 싸지 않아 회원 카드를 환불한다"고 인터뷰했다. 'Costco 退卡"(코스트코 회원 카드 환불)는 중국 SNS상에서 며칠째 핫한 키워드이다.

소비자들이 코스트코 회원 카드를 속속 환불한다고 中 CCTV 방송이 보도했다.소비자들이 코스트코 회원 카드를 속속 환불한다고 中 CCTV 방송이 보도했다.

"마오타이 없으면 회원 안 해"...체리피커들의 탈퇴인가

세계 3대 명주로 꼽히는 마오타이(茅臺)는 추석을 앞둔 요즘 시중에서 3천 위안(한화 50만 원)까지 값이 치솟았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데다, 가짜도 판친다. 그런데 코스트코는 개장 첫날 이 마오타이를 1498위안에 내놨다. 또 다른 최고급 술인 우량예(五糧液)도 919위안 딱지를 붙여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팔았다. 에르메스·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소비자들은 코스트코가 특가에 내놓은 고가품에 열광했다.

순식간에 동이 나버린 고가품들은 며칠간 '매진' 상태였다가 지금은 시중과 비슷한 선에서 팔리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마오타이를 사려고 회원 카드를 만든 건데, 값이 올랐으니 더는 회원이 필요없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회원가로 마오타이 12병을 산 뒤 웃돈을 얹고 팔아 만 2천 위안(한화 200만 원)을 벌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마오타이 매진을 알리는 안내마오타이 매진을 알리는 안내

“온 가족을 동원해 마오타이 12병을 구매해 만 2천 위안을 벌었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온 가족을 동원해 마오타이 12병을 구매해 만 2천 위안을 벌었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코스트코의 회원 카드 환불은 '체리피커(Cherry Picker)'들의 움직임일까? 체리피커는 케이크 위에 올려져 있는 체리만 먹는, 즉 최소한의 비용으로 실속만을 차리는 데 관심을 두는 소비자를 뜻하는 용어이다. 온라인상에는 외지인들이 와서 하루 쇼핑 체험을 하고 곧장 카드를 환불하고 간다는 글도 종종 눈에 띈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의 중국 연회비는 299위안, 한화 약 5만 원 정도로 책정됐다. 회원 유효기간 내에 탈퇴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지만 6개월 이내에 재가입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코스트코는 회원 카드 환불 움직임이 있지만, 전 세계 매장 기준으로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SNS에는 코스트코 '인증샷'…美 제품 선호하는 中 소비자들

하지만 회원 카드를 환불하려는 줄보다 훨씬 긴 건 코스트코에 입장하려는 고객 줄이다. 매장에 들어가기까지 평일에도 여전히 한 시간은 기본이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등에는 '인증샷'과 함께 상하이 코스트코의 생생한 쇼핑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코스트코가 중국에서 두 달 새 모은 유료 회원은 10만 명이 넘는다.

이처럼 미국 제품을 대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입장은 서슬 퍼런 양국 관계보다는 훨씬 부드러워 보인다. 지난해 텐센트가 조사한 중국인의 국내외 선호 브랜드에서도 중국 텐센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건 미국 애플사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 11월 11일)에서 미국산 제품은 수년째 일본산에 이어 해외 직구(수입) 부문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성비 끝판왕' 美 코스트코…中 유통 만리장성 넘을까?

코스트코를 향한 높은 관심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일단 미국 제품에 대한 선호에 더해 코스트코는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성비'를 만족시켰다. 코스트코는 대용량 포장을 하고 취급 품목 수를 적절히 제한해 유통 구조를 효율화함으로써, 고품질과 저가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정책을 실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코스트코의 핵심 운영 정책인 유료 회원제에 대해서도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돈을 내고라도 회원제의 이점을 누리려는 행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중국 중산층은 가격을 중시하는 것만큼이나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 '신소매'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중한 입장도 있다. 후춘차이(胡春才) 상하이 상이컨설팅 대표는 대용량· 냉동식품이 많은 코스트코 상품에 대해 "중국인들은 한꺼번에 많이 사 두고 쓰는 습관 등이 보편적이지 않다"며 코스트코에 현지화 노력을 조언했다. 김윤희 코트라 중국 우한무역관장은 "가격에 충성하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마오타이 같은 판촉 행사를 이어가고, 타 유통업체들과 차별점을 키우는 게 장기 전망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까르푸와 월마트 등 굴지의 글로벌 유통업체들도 중국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특히 중국에는 알리바바와 징둥(京東) 같은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튼튼한 온·오프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유통 만리장성을 뚫고, 미국의 코스트코가 무역전쟁으로 홀쭉해진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계속 열 수 있을지 코스트코의 다음 전략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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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마오타이 효과 끝나니 반전?…코스트코 中 1호점 지금은
    • 입력 2019-09-07 11:05:32
    특파원 리포트
개장 첫날 '인산인해'…며칠 지나니 "반전"?

미국의 회원제 할인매장 코스트코는 중국의 경제 수도라 불리는 상하이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달 27일 코스트코 중국 1호점의 첫 영업 날, 일부 중국인은 셔터가 채 올라가기도 전에 기어서 들어가 상품을 카트에 담았다. 코스트코에 가려는 차들로 일대 교통이 마비되면서 경찰까지 동원됐고, 결국 개점 4시간여 만에 첫날 영업이 조기 마감됐다.

이를 두고 중국 매체들은 중국의 엄청난 소비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에서 탈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도 큰소리쳤다.

그런데 중국 매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반전'이 일어났다. 중국 관영 CCTV는 개장 첫 주말이 지난 뒤 코스트코에는 회원 카드를 환불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은 "쇼핑을 위해 두세 시간씩 기다려야 하고, 물건값도 싸지 않아 회원 카드를 환불한다"고 인터뷰했다. 'Costco 退卡"(코스트코 회원 카드 환불)는 중국 SNS상에서 며칠째 핫한 키워드이다.

소비자들이 코스트코 회원 카드를 속속 환불한다고 中 CCTV 방송이 보도했다.
"마오타이 없으면 회원 안 해"...체리피커들의 탈퇴인가

세계 3대 명주로 꼽히는 마오타이(茅臺)는 추석을 앞둔 요즘 시중에서 3천 위안(한화 50만 원)까지 값이 치솟았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데다, 가짜도 판친다. 그런데 코스트코는 개장 첫날 이 마오타이를 1498위안에 내놨다. 또 다른 최고급 술인 우량예(五糧液)도 919위안 딱지를 붙여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팔았다. 에르메스·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소비자들은 코스트코가 특가에 내놓은 고가품에 열광했다.

순식간에 동이 나버린 고가품들은 며칠간 '매진' 상태였다가 지금은 시중과 비슷한 선에서 팔리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마오타이를 사려고 회원 카드를 만든 건데, 값이 올랐으니 더는 회원이 필요없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회원가로 마오타이 12병을 산 뒤 웃돈을 얹고 팔아 만 2천 위안(한화 200만 원)을 벌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마오타이 매진을 알리는 안내
“온 가족을 동원해 마오타이 12병을 구매해 만 2천 위안을 벌었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사진 출처: 웨이보)
코스트코의 회원 카드 환불은 '체리피커(Cherry Picker)'들의 움직임일까? 체리피커는 케이크 위에 올려져 있는 체리만 먹는, 즉 최소한의 비용으로 실속만을 차리는 데 관심을 두는 소비자를 뜻하는 용어이다. 온라인상에는 외지인들이 와서 하루 쇼핑 체험을 하고 곧장 카드를 환불하고 간다는 글도 종종 눈에 띈다.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의 중국 연회비는 299위안, 한화 약 5만 원 정도로 책정됐다. 회원 유효기간 내에 탈퇴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지만 6개월 이내에 재가입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코스트코는 회원 카드 환불 움직임이 있지만, 전 세계 매장 기준으로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SNS에는 코스트코 '인증샷'…美 제품 선호하는 中 소비자들

하지만 회원 카드를 환불하려는 줄보다 훨씬 긴 건 코스트코에 입장하려는 고객 줄이다. 매장에 들어가기까지 평일에도 여전히 한 시간은 기본이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등에는 '인증샷'과 함께 상하이 코스트코의 생생한 쇼핑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코스트코가 중국에서 두 달 새 모은 유료 회원은 10만 명이 넘는다.

이처럼 미국 제품을 대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입장은 서슬 퍼런 양국 관계보다는 훨씬 부드러워 보인다. 지난해 텐센트가 조사한 중국인의 국내외 선호 브랜드에서도 중국 텐센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건 미국 애플사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 11월 11일)에서 미국산 제품은 수년째 일본산에 이어 해외 직구(수입) 부문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성비 끝판왕' 美 코스트코…中 유통 만리장성 넘을까?

코스트코를 향한 높은 관심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일단 미국 제품에 대한 선호에 더해 코스트코는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성비'를 만족시켰다. 코스트코는 대용량 포장을 하고 취급 품목 수를 적절히 제한해 유통 구조를 효율화함으로써, 고품질과 저가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정책을 실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코스트코의 핵심 운영 정책인 유료 회원제에 대해서도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돈을 내고라도 회원제의 이점을 누리려는 행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중국 중산층은 가격을 중시하는 것만큼이나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찾는 '신소매'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중한 입장도 있다. 후춘차이(胡春才) 상하이 상이컨설팅 대표는 대용량· 냉동식품이 많은 코스트코 상품에 대해 "중국인들은 한꺼번에 많이 사 두고 쓰는 습관 등이 보편적이지 않다"며 코스트코에 현지화 노력을 조언했다. 김윤희 코트라 중국 우한무역관장은 "가격에 충성하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마오타이 같은 판촉 행사를 이어가고, 타 유통업체들과 차별점을 키우는 게 장기 전망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까르푸와 월마트 등 굴지의 글로벌 유통업체들도 중국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해 왔다. 특히 중국에는 알리바바와 징둥(京東) 같은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튼튼한 온·오프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유통 만리장성을 뚫고, 미국의 코스트코가 무역전쟁으로 홀쭉해진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계속 열 수 있을지 코스트코의 다음 전략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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