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월급 ‘0원’ 인 택시업체 사장이 수십억 소송당한 사연은?

입력 2019.09.16 (11:23) 수정 2019.09.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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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편안 환영' 택시연합회…웃지 못한 김 사장

7월 17일 정부는 '타다'와 같은 운송서비스를 플랫폼 운송사업으로 인정해 제도화하는 내용의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두고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영업의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 모빌리티 업체들은 반발했다. 반면 법인택시 업체들로 이뤄진 택시연합회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서 택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그는 여전히 울상이었다. 기사들과의 소송으로 회사가 당장 문을 닫게 생긴 판국이라 택시와 타다 사이의 갈등 같은 건 관심도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2015년 경기도의 한 택시업체를 인수했다. 차량이 30대 남짓인 작은 업체다. 택시업체로는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경영자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해왔다고 자부해왔다. 2018년도 택시 경영 및 서비스평가에서 경기도 업체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했다고도 했다.


■ 사장 연봉까지 반납했지만…날아든 내용증명

열심히 해도 경영사정은 늘 빠듯하다는 게 김 사장의 하소연이다. 김 사장이 운영하는 택시업체의 손익계산서를 확인해 보니 2017년 매출 14억 원에 당기순이익은 5,100만 원 손실이었다. 2018년에는 매출이 10억 5천만 원으로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600만 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그런데 김 사장은 회사 사정이 나아져 흑자가 난 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상실신고서와 무보수 확인서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2017년 7,800만 원이었던 본인의 연봉을 2018년 4월부터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본인의 급여를 통째로 포기하고 나서야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회사를 꾸려가던 김 사장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청구'라는 내용증명과 최고장이 무더기로 날아든 것이다. 현직기사와 퇴직기사 일부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근무하면서 지급받은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면서, 미지급분에 대한 임금을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현재 퇴직기사 16명과 현직기사 등 2명이 이 택시회사를 상대로 13억 5천만 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낸 상태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기사들도 더 있어 소송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 1년 매출보다 더 많은 금액이 소송으로 걸린 셈이다.

■ 최저임금 못 주는 '사납금제'가 부메랑

김 사장의 택시업체는 기사들에게 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주지 않은 걸까. 업체가 기사들을 일방적으로 착취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월급제가 아닌 '사납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체와 노조 사이에 맺어진 단체협약을 보면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택시업체의 2017년 임금 산정표를 보면 1일 8시간 근무기준을 위한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40분으로 정해져 있다. 26일 만근했을 해도 한 달 소정근로시간은 111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송을 건 택시기사들은 월 242시간 일한 것만큼의 월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하루에 8시간씩 일했을 경우 26일 기준으로 월 208시간에 주휴시간 35시간을 합치면 월 242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소송을 건 기사들은 "하루 8시간 근무했는데 업체가 3시간 40분밖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나머지 4시간 20분 만큼의 월급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 "노사합의된 근로시간도 최저임금 못 미치면 불법"

기사들의 요구도 정당한 근거가 있다. 앞서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모 씨 등 택시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된 임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기사들 손을 들어줬다.

승소한 기사들 역시 사납금제를 채택한 택시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2010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택시회사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취업규칙에 월 209시간이던 근로시간을 115~116시간으로 줄인 것이다.

기사들은 최저임금 미만의 고정급을 받는 대신 운송수입금을 회사에 내고, 사납금을 뺀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다시 돌려받았다. 전형적인 '사납금 제도'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사납금 제도를 형식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을 지급한 것처럼 만든 '꼼수'라고 봤다. 택시운전 기사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 법규를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탈법 행위로 무효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이런 대법원 판결 이후, 사납금 제도를 채택했던 지방 택시업체들에는 미지급한 임금을 내놓으라는 소장이 밀려들고 있다. 김 사장의 택시업체도 비슷한 사정인 셈이다.


■ 정책혼선 나 몰라라…"악덕업주라니 억울합니다"

어찌 됐든 대법원 판결에서 위법이 명백하게 확인된 이상 미지급된 월급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김 사장에게 물었다.

김 사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상 어쩔 수 없지만, 사납금으로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더구나 잘못된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랐다가 결국 도산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에 더 억울하다고 김 사장은 항변했다.

김 사장은 그 근거로 택시업체가 소정근로시간 산정과 관련해 질의한 내용에 대해 노동청이 회신한 공문을 보여줬다. 그 공문에는 "노사 당사자가 단체협약 등을 통해 1일 배차시간을 8시간으로 하고, 1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정한다고 하여 이를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적혀 있었다.

물론 근로시간 이외의 보상에 대해서는 '노사가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르면 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하지만 이는 당시 노사합의로 갈음한 것이라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결국,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 사장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업체들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망할 곳은 망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는 게 사실상 국토부의 입장" 이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라고 하소연했다.


■ '샴페인' 이르다…지방 택시업체 대책 마련돼야

정부가 미지급 임금 지불 문제로 도산위기에 몰린 업체들에 대해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아니, 정부뿐만 아니라 법인택시 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택시연합회마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산에 몰린 업체들이 서울이나 광역시 등 대도시 소재 택시 업체가 아니라 지방 소도시 소재 영세 업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택시 수입금이 많은, 사납금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대도시권의 경우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소정 근로 시간을 높여 잡았기 때문에 미지급분 임금이 많지 않다.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은 만큼 기사들의 소송도 거의 없다.

하지만 수입이 적기 때문에 사납금을 적게 낼 수밖에 없었던 지방 소도시 업체들은 소정근로시간을 3, 4시간까지 낮춰잡았기 때문에 미지급분 임금이 기사 1명당 몇천만 원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소정 근로시간을 낮게 합의해 최저임금 미지급으로 소송전에 내몰린 중소 택시업체들은 전국에서 수십 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도산위기에 몰린 업체들을 대변해 줄 목소리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전국택시연합회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연합회 관계자는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면서 지역 업체들에게는 법률 자문 등 대응방안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택시월급제 법안 통과를 자축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을지로위원장 박홍근 의원, 택시 유관단체 대표들은 을지로위원회 현황판에 꽃을 달았다. 택시노동자인 '을'들의 민원인 '택시월급제'가 해결됐다는 의미다.

택시월급제의 시행은 택시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일보 진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택시 월급제 안착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험난하다. 당장 김 사장의 경우처럼 도산에 몰린 지방 중소업체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통과된 택시월급제 법안은 지역에 따라 차례로 시행된다. 2022년 서울을 시작으로 나머지 지역은 준비 상황에 따라 5년 이내에 시행시기를 정하도록 했다. 지역마다 택시 수입금이 다르고, 업체들의 사정을 참작한 것이다.

한 번에 월급제를 시행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국회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에서의 사납금제는 사실상 유지 불가능 하다는 결정을 내린 사법부(대법원)의 판결과 이번에 입법된 택시월급제 사이의 정책적 공백은 여전하다.

김 사장은 억울하다. "당장 올해, 내년에 소정근로시간을 몇 시간으로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지 대책이 없는 상황이에요. 국토부도, 노동부도, 대도시권의 대형 택시업체들이 실권을 잡고 있는 택시연합회조차도 시골의 작은 택시업체들이 처한 상황에는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 그냥 이렇게 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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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6 11:23:54
    • 수정2019-09-16 17:03:21
    취재K
■ '개편안 환영' 택시연합회…웃지 못한 김 사장

7월 17일 정부는 '타다'와 같은 운송서비스를 플랫폼 운송사업으로 인정해 제도화하는 내용의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두고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영업의 제약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 모빌리티 업체들은 반발했다. 반면 법인택시 업체들로 이뤄진 택시연합회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서 택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그는 여전히 울상이었다. 기사들과의 소송으로 회사가 당장 문을 닫게 생긴 판국이라 택시와 타다 사이의 갈등 같은 건 관심도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2015년 경기도의 한 택시업체를 인수했다. 차량이 30대 남짓인 작은 업체다. 택시업체로는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경영자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해왔다고 자부해왔다. 2018년도 택시 경영 및 서비스평가에서 경기도 업체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했다고도 했다.


■ 사장 연봉까지 반납했지만…날아든 내용증명

열심히 해도 경영사정은 늘 빠듯하다는 게 김 사장의 하소연이다. 김 사장이 운영하는 택시업체의 손익계산서를 확인해 보니 2017년 매출 14억 원에 당기순이익은 5,100만 원 손실이었다. 2018년에는 매출이 10억 5천만 원으로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600만 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그런데 김 사장은 회사 사정이 나아져 흑자가 난 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상실신고서와 무보수 확인서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2017년 7,800만 원이었던 본인의 연봉을 2018년 4월부터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본인의 급여를 통째로 포기하고 나서야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회사를 꾸려가던 김 사장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청구'라는 내용증명과 최고장이 무더기로 날아든 것이다. 현직기사와 퇴직기사 일부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근무하면서 지급받은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면서, 미지급분에 대한 임금을 청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현재 퇴직기사 16명과 현직기사 등 2명이 이 택시회사를 상대로 13억 5천만 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낸 상태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기사들도 더 있어 소송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 1년 매출보다 더 많은 금액이 소송으로 걸린 셈이다.

■ 최저임금 못 주는 '사납금제'가 부메랑

김 사장의 택시업체는 기사들에게 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주지 않은 걸까. 업체가 기사들을 일방적으로 착취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월급제가 아닌 '사납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체와 노조 사이에 맺어진 단체협약을 보면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택시업체의 2017년 임금 산정표를 보면 1일 8시간 근무기준을 위한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40분으로 정해져 있다. 26일 만근했을 해도 한 달 소정근로시간은 111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송을 건 택시기사들은 월 242시간 일한 것만큼의 월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하루에 8시간씩 일했을 경우 26일 기준으로 월 208시간에 주휴시간 35시간을 합치면 월 242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소송을 건 기사들은 "하루 8시간 근무했는데 업체가 3시간 40분밖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나머지 4시간 20분 만큼의 월급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 "노사합의된 근로시간도 최저임금 못 미치면 불법"

기사들의 요구도 정당한 근거가 있다. 앞서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모 씨 등 택시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된 임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기사들 손을 들어줬다.

승소한 기사들 역시 사납금제를 채택한 택시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2010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택시회사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취업규칙에 월 209시간이던 근로시간을 115~116시간으로 줄인 것이다.

기사들은 최저임금 미만의 고정급을 받는 대신 운송수입금을 회사에 내고, 사납금을 뺀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다시 돌려받았다. 전형적인 '사납금 제도'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사납금 제도를 형식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을 지급한 것처럼 만든 '꼼수'라고 봤다. 택시운전 기사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 법규를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탈법 행위로 무효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이런 대법원 판결 이후, 사납금 제도를 채택했던 지방 택시업체들에는 미지급한 임금을 내놓으라는 소장이 밀려들고 있다. 김 사장의 택시업체도 비슷한 사정인 셈이다.


■ 정책혼선 나 몰라라…"악덕업주라니 억울합니다"

어찌 됐든 대법원 판결에서 위법이 명백하게 확인된 이상 미지급된 월급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김 사장에게 물었다.

김 사장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상 어쩔 수 없지만, 사납금으로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더구나 잘못된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랐다가 결국 도산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에 더 억울하다고 김 사장은 항변했다.

김 사장은 그 근거로 택시업체가 소정근로시간 산정과 관련해 질의한 내용에 대해 노동청이 회신한 공문을 보여줬다. 그 공문에는 "노사 당사자가 단체협약 등을 통해 1일 배차시간을 8시간으로 하고, 1일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정한다고 하여 이를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적혀 있었다.

물론 근로시간 이외의 보상에 대해서는 '노사가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르면 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하지만 이는 당시 노사합의로 갈음한 것이라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결국,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 사장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업체들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망할 곳은 망하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는 게 사실상 국토부의 입장" 이라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라고 하소연했다.


■ '샴페인' 이르다…지방 택시업체 대책 마련돼야

정부가 미지급 임금 지불 문제로 도산위기에 몰린 업체들에 대해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아니, 정부뿐만 아니라 법인택시 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택시연합회마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산에 몰린 업체들이 서울이나 광역시 등 대도시 소재 택시 업체가 아니라 지방 소도시 소재 영세 업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택시 수입금이 많은, 사납금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대도시권의 경우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소정 근로 시간을 높여 잡았기 때문에 미지급분 임금이 많지 않다.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은 만큼 기사들의 소송도 거의 없다.

하지만 수입이 적기 때문에 사납금을 적게 낼 수밖에 없었던 지방 소도시 업체들은 소정근로시간을 3, 4시간까지 낮춰잡았기 때문에 미지급분 임금이 기사 1명당 몇천만 원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소정 근로시간을 낮게 합의해 최저임금 미지급으로 소송전에 내몰린 중소 택시업체들은 전국에서 수십 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도산위기에 몰린 업체들을 대변해 줄 목소리는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전국택시연합회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연합회 관계자는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면서 지역 업체들에게는 법률 자문 등 대응방안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택시월급제 법안 통과를 자축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을지로위원장 박홍근 의원, 택시 유관단체 대표들은 을지로위원회 현황판에 꽃을 달았다. 택시노동자인 '을'들의 민원인 '택시월급제'가 해결됐다는 의미다.

택시월급제의 시행은 택시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일보 진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택시 월급제 안착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험난하다. 당장 김 사장의 경우처럼 도산에 몰린 지방 중소업체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통과된 택시월급제 법안은 지역에 따라 차례로 시행된다. 2022년 서울을 시작으로 나머지 지역은 준비 상황에 따라 5년 이내에 시행시기를 정하도록 했다. 지역마다 택시 수입금이 다르고, 업체들의 사정을 참작한 것이다.

한 번에 월급제를 시행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국회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에서의 사납금제는 사실상 유지 불가능 하다는 결정을 내린 사법부(대법원)의 판결과 이번에 입법된 택시월급제 사이의 정책적 공백은 여전하다.

김 사장은 억울하다. "당장 올해, 내년에 소정근로시간을 몇 시간으로 노조와 합의해야 하는지 대책이 없는 상황이에요. 국토부도, 노동부도, 대도시권의 대형 택시업체들이 실권을 잡고 있는 택시연합회조차도 시골의 작은 택시업체들이 처한 상황에는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 그냥 이렇게 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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