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600mm 폭우 태풍이 온다!

입력 2019.09.20 (11:21) 수정 2019.09.20 (13: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즘 부쩍 서늘해진 공기 느끼시죠? 오늘(20일) 아침에도 대관령의 최저기온이 7.1도까지 내려갔고, 서울도 15.8도로 예년 이맘때보다 쌀쌀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것 같은데 뜬금없이 태풍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어제(19일) 발생한 17호 태풍' 타파'입니다.

기상청이 오늘(20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태풍 ‘타파’ 예상 진로도기상청이 오늘(20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태풍 ‘타파’ 예상 진로도

태풍은 어제 오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쪽 470km 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타파'는 발생 전에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았죠. 태풍의 전 단계인 열대저압부로 발달했던 지난 17일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줄 거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이 전망은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은 당분간 북서쪽으로 이동하다 내일(21일) 밤 북위 30도를 넘어서면서 점차 동쪽으로 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후 보통의 가을철 태풍처럼 방향을 급격히 꺾어 일본을 향하지 않고, 완만하게 동쪽으로 틀어 모레(22일) 밤 대한해협을 통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선한데 태풍이 찬 바람을 뚫고 올라오겠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태풍의 한반도 영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찬 바람을 뚫고 오는 것은 아니고, 찬 바람이 잠시 빠진 틈을 타 한반도 부근으로 북상하는 것입니다.

 5km 상공 예상 일기도. (좌) : 오늘(20일), (우) : 내일(21일) 5km 상공 예상 일기도. (좌) : 오늘(20일), (우) : 내일(21일)

위 그림은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5km 상공의 일기도입니다. 오늘은 -12도 이하의 찬 공기가 중부지방까지 내려온 반면, 더운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은 일본 남쪽 해상으로 밀려난 모습입니다. 그런데 내일(21일)이 되면 북쪽의 찬 공기는 북한 지역으로 올라가고,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열도를 뒤덮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는데 이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태풍도 일본이 아닌 대한해협 또는 부산 부근을 향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입니다. 태풍이 부산에 가장 접근하는 시점은 일요일인 모레(22일) 밤 10시로, 이때 부산과 태풍 중심과의 거리는 약 40km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제주와 남부지방 전역, 그리고 충청과 강원 일부 지역까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부터 모레까지 기상청 슈퍼컴퓨터 강수 예상도. 붉게 보이는 지역에는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오늘부터 모레까지 기상청 슈퍼컴퓨터 강수 예상도. 붉게 보이는 지역에는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찬 공기는 태풍의 북상을 막지는 못하고, 오히려 많은 비를 몰고 올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이 몰고 오는 덥고 습한 기류가 한반도 상공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부딪치면서 강한 비구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상청은 이 때문에 '타파' 본체의 비구름이 유입되기 전부터 한반도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당장 오늘 밤 제주도부터 비가 시작돼 내일 오전에는 남부지방, 오후부터 밤사이에는 중부지방까지 비가 확대되겠고, 일요일(22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23일) 낮까지는 태풍에 동반된 비구름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 ‘타파’가 발생하던 어제 오후 위성 영상태풍 ‘타파’가 발생하던 어제 오후 위성 영상

지난 7일 상륙했던 '링링'은 확연히 비보다는 바람이 강한 태풍이었죠. 그런데 이번 태풍 '타파'는 '비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태풍 발생 당시 위성 영상을 보면 이번 태풍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납니다. 태풍의 외곽에는 멀리까지 발달한 구름대가 펼쳐져 있는데요. 태풍 중심부는 오히려 구름이 듬성듬성 비어 있는 모습입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이에 대해 "이른바 '몬순 저기압(계절풍에 의해 발생한 대규모 소용돌이)'으로부터 형성된 태풍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이러한 태풍은 중심 부근보다도 외곽의 더 폭넓은 영역에서 강한 비바람이 부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더라도 넓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태풍이 지나는 동안 제주 산간에 최대 600mm 이상, 제주 해안가와 영남 동해안에도 최고 400mm의 많은 비가 예상되고, 강원 영동과 영남, 전남 지역에도 100~300mm의 집중호우가 예상됩니다. 태풍 중심부와 가까운 제주나 남해안뿐만 아니라 강원 영동 등 동해안에도 이렇게 큰 비가 예상되는 것은 지형 효과 때문입니다. 과거 비슷한 진로로 한반도를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는 울산에, 2018년 태풍 '콩레이'는 경북 영덕에 물난리를 낸 바 있습니다. 태풍 중심 북쪽으로 태풍이 몰고 온 동풍이 백두대간에 부딪히면서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잦은 태풍과 가을장마로 연약해진 시설물이 많은 만큼 각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비가 더 위협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람 대비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내일부터 태풍이 지나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제주와 남해안, 동해안, 섬 지역에서는 최대 순간 풍속 초속 35~45m(시속 125~160k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고, 내륙 지역에서도 최대 순간 풍속 초속 15~30m(시속 55~110km)의 강풍이 예상됩니다.

이번 태풍이 위험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발생해서 제주와 남해안에 전면부의 비구름이 접근하기까지 채 36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하루 낙엽 등으로 막힌 배수구를 점검하고, 연약한 간판이나 위험한 시설물을 단단히 고정하는 등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태풍 영향에 드는 이번 주말은 외출을 삼가야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최고 600mm 폭우 태풍이 온다!
    • 입력 2019-09-20 11:21:54
    • 수정2019-09-20 13:33:18
    취재K
요즘 부쩍 서늘해진 공기 느끼시죠? 오늘(20일) 아침에도 대관령의 최저기온이 7.1도까지 내려갔고, 서울도 15.8도로 예년 이맘때보다 쌀쌀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것 같은데 뜬금없이 태풍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어제(19일) 발생한 17호 태풍' 타파'입니다.

기상청이 오늘(20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태풍 ‘타파’ 예상 진로도
태풍은 어제 오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쪽 470km 해상에서 발생했습니다. '타파'는 발생 전에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았죠. 태풍의 전 단계인 열대저압부로 발달했던 지난 17일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줄 거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이 전망은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은 당분간 북서쪽으로 이동하다 내일(21일) 밤 북위 30도를 넘어서면서 점차 동쪽으로 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후 보통의 가을철 태풍처럼 방향을 급격히 꺾어 일본을 향하지 않고, 완만하게 동쪽으로 틀어 모레(22일) 밤 대한해협을 통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선한데 태풍이 찬 바람을 뚫고 올라오겠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태풍의 한반도 영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찬 바람을 뚫고 오는 것은 아니고, 찬 바람이 잠시 빠진 틈을 타 한반도 부근으로 북상하는 것입니다.

 5km 상공 예상 일기도. (좌) : 오늘(20일), (우) : 내일(21일)
위 그림은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5km 상공의 일기도입니다. 오늘은 -12도 이하의 찬 공기가 중부지방까지 내려온 반면, 더운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은 일본 남쪽 해상으로 밀려난 모습입니다. 그런데 내일(21일)이 되면 북쪽의 찬 공기는 북한 지역으로 올라가고,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열도를 뒤덮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는데 이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태풍도 일본이 아닌 대한해협 또는 부산 부근을 향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입니다. 태풍이 부산에 가장 접근하는 시점은 일요일인 모레(22일) 밤 10시로, 이때 부산과 태풍 중심과의 거리는 약 40km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제주와 남부지방 전역, 그리고 충청과 강원 일부 지역까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부터 모레까지 기상청 슈퍼컴퓨터 강수 예상도. 붉게 보이는 지역에는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찬 공기는 태풍의 북상을 막지는 못하고, 오히려 많은 비를 몰고 올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이 몰고 오는 덥고 습한 기류가 한반도 상공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부딪치면서 강한 비구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상청은 이 때문에 '타파' 본체의 비구름이 유입되기 전부터 한반도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당장 오늘 밤 제주도부터 비가 시작돼 내일 오전에는 남부지방, 오후부터 밤사이에는 중부지방까지 비가 확대되겠고, 일요일(22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23일) 낮까지는 태풍에 동반된 비구름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 ‘타파’가 발생하던 어제 오후 위성 영상
지난 7일 상륙했던 '링링'은 확연히 비보다는 바람이 강한 태풍이었죠. 그런데 이번 태풍 '타파'는 '비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태풍 발생 당시 위성 영상을 보면 이번 태풍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납니다. 태풍의 외곽에는 멀리까지 발달한 구름대가 펼쳐져 있는데요. 태풍 중심부는 오히려 구름이 듬성듬성 비어 있는 모습입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이에 대해 "이른바 '몬순 저기압(계절풍에 의해 발생한 대규모 소용돌이)'으로부터 형성된 태풍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이러한 태풍은 중심 부근보다도 외곽의 더 폭넓은 영역에서 강한 비바람이 부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더라도 넓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태풍이 지나는 동안 제주 산간에 최대 600mm 이상, 제주 해안가와 영남 동해안에도 최고 400mm의 많은 비가 예상되고, 강원 영동과 영남, 전남 지역에도 100~300mm의 집중호우가 예상됩니다. 태풍 중심부와 가까운 제주나 남해안뿐만 아니라 강원 영동 등 동해안에도 이렇게 큰 비가 예상되는 것은 지형 효과 때문입니다. 과거 비슷한 진로로 한반도를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는 울산에, 2018년 태풍 '콩레이'는 경북 영덕에 물난리를 낸 바 있습니다. 태풍 중심 북쪽으로 태풍이 몰고 온 동풍이 백두대간에 부딪히면서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잦은 태풍과 가을장마로 연약해진 시설물이 많은 만큼 각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비가 더 위협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람 대비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내일부터 태풍이 지나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제주와 남해안, 동해안, 섬 지역에서는 최대 순간 풍속 초속 35~45m(시속 125~160k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고, 내륙 지역에서도 최대 순간 풍속 초속 15~30m(시속 55~110km)의 강풍이 예상됩니다.

이번 태풍이 위험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발생해서 제주와 남해안에 전면부의 비구름이 접근하기까지 채 36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하루 낙엽 등으로 막힌 배수구를 점검하고, 연약한 간판이나 위험한 시설물을 단단히 고정하는 등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태풍 영향에 드는 이번 주말은 외출을 삼가야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