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 DNA 분석 수사 발달…‘45년 간직한 증거물’ 장기 미제사건 해결

입력 2019.09.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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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유기 배럴 통(좌)과 당시 희생자 몽타주(우) (출처:CNN)

1985년과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알렌스타운에 있는 베어 브룩 주립공원 경계지역에서 큰 배럴 통이 발견됐다. 그리고 경찰은 이 배럴 통에서 한 명의 성인 여성과 3명의 어린아이 시신을 발견한다. 당시 경찰은 희생자들의 몽타주까지 그려 공개했지만,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그런데 최근 이 장기 미제 사건 피해자들의 신원이 확인됐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소에서 개발된 새로운 DNA 감식법이 희생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실마리가 된 것이다.

DNA 분석 수사 발달…"뿌리 없는 머리카락 한 올도 DNA 추출"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 캠퍼스의 조시 캡 연구원은 "머리카락 한 올을 가지고도 여기서 딱 한 번만 추출을 하면 DNA를 분석해 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연구소에선 DNA를 많이 추출할 수 있는 머리카락의 뿌리가 없는 오래된 머리카락 한 올만을 사용해 DNA를 추출하는 새로운 분석 기법을 만들어 냈고, 이 분석기법은 뉴햄프셔의 수사관들에게 최근 획기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연구원(좌) 머리카락 DNA 추출(우) (출처:CNN)연구원(좌) 머리카락 DNA 추출(우) (출처:CNN)

"베어 브룩 사건 같은 경우, 배럴 통 안에서 회수된 머리카락 샘플을 이용했습니다. 시신의 부패과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들의 신원 확인이 어려웠지만, 머리카락은 부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조시 캡 연구원)

지난 6월, 수사관들은 베어 브룩 사건 피해자들의 신원을 공개할 수 있었다. 여성은 말리스 허니처치로 밝혀졌다. 그리고 발견된 3명의 아이 가운데 2명은 그녀의 딸인 마리와 사라로 밝혀졌다. 이들의 소재는 1978년 캘리포니아가 마지막이었다.

(출처:CNN)(출처:CNN)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밥 에반스라는 가명을 썼던 연쇄 살인범 테리 라스무센에 따라 뉴햄프셔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다른 3번째 아이의 신원은 테리 라스무센의 딸로 밝혀졌다. 살인범 테리 라스무센은 다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서 복역 중 사망했다.

'45년 간직한 증거물'로 살인사건 용의자 체포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45년간 미제로 남았던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경찰이 비슷한 방법으로 붙잡았다.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 카운티 경찰국은 1973년 발생한 스탠퍼드대학 졸업생 레슬리 마리 펄로브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존 아서 게트로(74)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용의자 존 아서 게트로 (출처:KTVU)용의자 존 아서 게트로 (출처:KTVU)

피해자 펄로브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가기 위해 공부하던 1973년 2월 대학 캠퍼스 인근 팔로 알토 지역에서 실종됐다. 같은 날 그녀의 차량은 옛 광산 지역에서 발견됐고, 3일 뒤 경찰은 언덕 나무 아래에서 펄로브의 시신을 찾아냈다. 펄로브는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당시 현장 증거로 용의자의 DNA 샘플을 수집해 보관해오다가 최근 DNA 분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 샘플을 버지니아주에 있는 패러본 나노랩스로 보내 감식을 의뢰한 지 수개월 만에 용의자를 붙잡을 수 있었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도 42년 만에 체포…DNA 분석 수사 활기

DNA 샘플 분석과 유전자 지도 제작을 하는 곳인 '패러본 나노랩스'는 지난해 4월 검거된 연쇄 살인마 '골든 스테이트 킬러' 조지프 드앤젤로의 검거 과정에도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를 뜻하는 '골든 스테이트 킬러'란 별칭이 붙은 용의자 조지프 드앤젤로(72)는 1970년에서 1980년대까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45명을 강간하고 1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드앤젤로는 복면을 하고 무장한 상태로 주로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골라 침입한 뒤 강간과 살인 행각을 벌여왔다.

용의자 드앤젤로 (출처:CNN)용의자 드앤젤로 (출처:CNN)

드앤젤로를 첫 범행 발생 42년 만에 검거한 이후 DNA 분석기법을 활용한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살인의 추억' 용의자 특정…'조디액 킬러'도 잡힐까?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최근 특정됐다.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도 뒤늦게나마 특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DNA 분석기술의 발달이 큰 몫을 했다.

미국에서도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조디악'이다. 미국 범죄 사상 가장 극악한 살인마로 꼽히는 '조디액 킬러'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국내에도 2007년에 개봉됐던 영화 '조디악'의 실제 주인공 '조디액 킬러'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와 인근 지역에서 모두 37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조디액 킬러 용의자 몽타주 (출처:abc)조디액 킬러 용의자 몽타주 (출처:abc)

최근 DNA 분석 수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아주 적은 양의 증거물에서도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고 또 빠른 시간 안에 분석도 이뤄진다.

빨대나 숟가락 등에 남아 있는 아주 적은 양의 세포로도 DNA 분석을 할 수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증거물에서도 DNA 샘플을 채취할 수 있게 돼, 이제는 DNA 분석을 못 하는 증거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수사관도 요즘은 사건 현장에서 미세한 증거물까지 체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DNA 분석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희대의 연쇄살인마 '조디액 킬러'도 조만간 잡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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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0 11:27:47
    특파원 리포트
시신 유기 배럴 통(좌)과 당시 희생자 몽타주(우) (출처:CNN)

1985년과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알렌스타운에 있는 베어 브룩 주립공원 경계지역에서 큰 배럴 통이 발견됐다. 그리고 경찰은 이 배럴 통에서 한 명의 성인 여성과 3명의 어린아이 시신을 발견한다. 당시 경찰은 희생자들의 몽타주까지 그려 공개했지만,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그런데 최근 이 장기 미제 사건 피해자들의 신원이 확인됐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소에서 개발된 새로운 DNA 감식법이 희생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실마리가 된 것이다.

DNA 분석 수사 발달…"뿌리 없는 머리카락 한 올도 DNA 추출"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 캠퍼스의 조시 캡 연구원은 "머리카락 한 올을 가지고도 여기서 딱 한 번만 추출을 하면 DNA를 분석해 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연구소에선 DNA를 많이 추출할 수 있는 머리카락의 뿌리가 없는 오래된 머리카락 한 올만을 사용해 DNA를 추출하는 새로운 분석 기법을 만들어 냈고, 이 분석기법은 뉴햄프셔의 수사관들에게 최근 획기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연구원(좌) 머리카락 DNA 추출(우) (출처:CNN)
"베어 브룩 사건 같은 경우, 배럴 통 안에서 회수된 머리카락 샘플을 이용했습니다. 시신의 부패과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들의 신원 확인이 어려웠지만, 머리카락은 부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조시 캡 연구원)

지난 6월, 수사관들은 베어 브룩 사건 피해자들의 신원을 공개할 수 있었다. 여성은 말리스 허니처치로 밝혀졌다. 그리고 발견된 3명의 아이 가운데 2명은 그녀의 딸인 마리와 사라로 밝혀졌다. 이들의 소재는 1978년 캘리포니아가 마지막이었다.

(출처:CNN)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밥 에반스라는 가명을 썼던 연쇄 살인범 테리 라스무센에 따라 뉴햄프셔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다른 3번째 아이의 신원은 테리 라스무센의 딸로 밝혀졌다. 살인범 테리 라스무센은 다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서 복역 중 사망했다.

'45년 간직한 증거물'로 살인사건 용의자 체포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45년간 미제로 남았던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경찰이 비슷한 방법으로 붙잡았다.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 카운티 경찰국은 1973년 발생한 스탠퍼드대학 졸업생 레슬리 마리 펄로브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존 아서 게트로(74)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용의자 존 아서 게트로 (출처:KTVU)
피해자 펄로브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가기 위해 공부하던 1973년 2월 대학 캠퍼스 인근 팔로 알토 지역에서 실종됐다. 같은 날 그녀의 차량은 옛 광산 지역에서 발견됐고, 3일 뒤 경찰은 언덕 나무 아래에서 펄로브의 시신을 찾아냈다. 펄로브는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당시 현장 증거로 용의자의 DNA 샘플을 수집해 보관해오다가 최근 DNA 분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 샘플을 버지니아주에 있는 패러본 나노랩스로 보내 감식을 의뢰한 지 수개월 만에 용의자를 붙잡을 수 있었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도 42년 만에 체포…DNA 분석 수사 활기

DNA 샘플 분석과 유전자 지도 제작을 하는 곳인 '패러본 나노랩스'는 지난해 4월 검거된 연쇄 살인마 '골든 스테이트 킬러' 조지프 드앤젤로의 검거 과정에도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를 뜻하는 '골든 스테이트 킬러'란 별칭이 붙은 용의자 조지프 드앤젤로(72)는 1970년에서 1980년대까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45명을 강간하고 1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드앤젤로는 복면을 하고 무장한 상태로 주로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골라 침입한 뒤 강간과 살인 행각을 벌여왔다.

용의자 드앤젤로 (출처:CNN)
드앤젤로를 첫 범행 발생 42년 만에 검거한 이후 DNA 분석기법을 활용한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살인의 추억' 용의자 특정…'조디액 킬러'도 잡힐까?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최근 특정됐다.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도 뒤늦게나마 특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DNA 분석기술의 발달이 큰 몫을 했다.

미국에서도 '살인의 추억'과 같은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조디악'이다. 미국 범죄 사상 가장 극악한 살인마로 꼽히는 '조디액 킬러'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국내에도 2007년에 개봉됐던 영화 '조디악'의 실제 주인공 '조디액 킬러'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와 인근 지역에서 모두 37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조디액 킬러 용의자 몽타주 (출처:abc)
최근 DNA 분석 수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아주 적은 양의 증거물에서도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고 또 빠른 시간 안에 분석도 이뤄진다.

빨대나 숟가락 등에 남아 있는 아주 적은 양의 세포로도 DNA 분석을 할 수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증거물에서도 DNA 샘플을 채취할 수 있게 돼, 이제는 DNA 분석을 못 하는 증거물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수사관도 요즘은 사건 현장에서 미세한 증거물까지 체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DNA 분석 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희대의 연쇄살인마 '조디액 킬러'도 조만간 잡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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