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처방 받은 임신부에게 ‘낙태 수술’…“환자 착각했다”

입력 2019.09.23 (21:41) 수정 2019.09.2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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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으려 온 환자에게 낙태 수술을 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환자를 착각한 건데, 의료진 두 명은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양예빈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

지난달 7일 남편과 이 병원을 찾은 베트남 이주 여성 A씨는 임신 6주를 진단받았습니다.

처방받은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분만실에 올라간 A 씨.

하지만 간호사는 신원 확인없이 A씨에게 마취제를 주사했고, 의사도 별다른 확인없이 낙태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임신 중 사망한 태아를 자궁에서 빼내야하는 이른바 '계류유산' 환자로 의료진이 잘못 안 겁니다.

A 씨는 하혈이 계속되자 다음 날 병원을 다시 찾았고 자신이 엉뚱하게 낙태 수술을 당한 것을 알았습니다.

A 씨는 경찰에 의료진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진의 착오로 낙태가 이뤄져서 임신부의 동의 없이 낙태를 했을 때 적용하는 '부동의 낙태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신명철/변호사 : "의사가 환자의 동의나 촉탁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낙태해야 부동의 낙태죄에 해당되는데 (이 사안은) 계류유산에 따른 낙태로 보았기 때문에..."]

대신 낙태 과정에서 산모의 몸에 손상이 가해졌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도 우선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해당 간호사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확인 안 해드렸잖아요. 저희도 모르는 일인데..."]

엉뚱한 낙태 수술로 태아를 잃게 만든 의사는 현재 해당 병원을 떠나 다른 대학 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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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양제 처방 받은 임신부에게 ‘낙태 수술’…“환자 착각했다”
    • 입력 2019-09-23 21:43:16
    • 수정2019-09-23 21: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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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으려 온 환자에게 낙태 수술을 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환자를 착각한 건데, 의료진 두 명은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양예빈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산부인과.

지난달 7일 남편과 이 병원을 찾은 베트남 이주 여성 A씨는 임신 6주를 진단받았습니다.

처방받은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분만실에 올라간 A 씨.

하지만 간호사는 신원 확인없이 A씨에게 마취제를 주사했고, 의사도 별다른 확인없이 낙태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임신 중 사망한 태아를 자궁에서 빼내야하는 이른바 '계류유산' 환자로 의료진이 잘못 안 겁니다.

A 씨는 하혈이 계속되자 다음 날 병원을 다시 찾았고 자신이 엉뚱하게 낙태 수술을 당한 것을 알았습니다.

A 씨는 경찰에 의료진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진의 착오로 낙태가 이뤄져서 임신부의 동의 없이 낙태를 했을 때 적용하는 '부동의 낙태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신명철/변호사 : "의사가 환자의 동의나 촉탁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낙태해야 부동의 낙태죄에 해당되는데 (이 사안은) 계류유산에 따른 낙태로 보았기 때문에..."]

대신 낙태 과정에서 산모의 몸에 손상이 가해졌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도 우선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해당 간호사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확인 안 해드렸잖아요. 저희도 모르는 일인데..."]

엉뚱한 낙태 수술로 태아를 잃게 만든 의사는 현재 해당 병원을 떠나 다른 대학 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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