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살 어린이’가 19호 소유…임대업에 미성년까지 동원

입력 2019.09.24 (10:49) 수정 2019.09.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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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피해자들…무책임한 갭투자 배후는?

주부 A 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남편이 계약한 서울 화곡동 신혼집의 집주인 강 모 씨가 돌연 잠적했기 때문이다.

A씨가 사는 화곡동 다세대 빌라의 전세보증금은 2억 원가량. 수소문 끝에 간신히 연락이 닿은 집주인 강 씨는 대리인을 내세워 "보증금은 못 돌려주니 집 명의를 이전해서 가져가라"는 무책임한 답만 내놓았다.

A 씨의 비극은 더 이상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온라인에는 A 씨처럼 갭투자자에게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갭투자로 인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무책임한 갭투자의 뒤에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 바로 임대사업자 등록과 이에 따른 혜택이다. 그것도 정부가 보증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자발적인 등록을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세제혜택을 줬다.

다주택자들이 움직였다. 제도 도입 다음 해인 2018년에는 14만 8천 명에 달하는 임대업자가 임대업 등록에 나섰다. 38만 호의 임대주택이 등록됐다.

정부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로 임대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뒤에서는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이어지는 갭투자의 고리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10대 임대업자 10명이 주택 139호 소유…9살도 임대주

임대업자들의 집은 많고도 많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집을 가진 강서구의 40대 임대사업자는 무려 594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도 584호를 등록했다. 300호 이상의 집을 가진 임대사업자는 전국에서 18명이었다.

집이 단순히 많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만큼의 집을 사고, 소유하며, 임대주택으로 운영할 재력이 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특히 정부가 '임대업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판을 깔아놓은 이상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편법으로 임대업 등록 제도를 이용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전국의 임대사업자 가운데는 법적으로 성인이 아닌 미성년 임대업자가 수십 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나이가 10살도 안 되는 '꼬마 임대업자'가 집 여러 호를 굴리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도 확인됐다.


KBS가 국회 국토교통위 정동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임대사업자 현황을 분석해보니 19세 이하 다주택 임대사업자는 모두 47명이었다.

인천시 남동구에 거주하는 10살 이모 군은 같은 인천에 있는 다가구 주택 등 18호와 다세대 주택 1호 등 모두 19호를 본인 명의로 소유하며 임대로 주고 있었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이모 군이 집 19호를 관리하며 세를 주고, 임대료를 받고, 임차인들을 관리하는 게 가능할까? 이 군의 부모나 가족이 차명으로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강남구에 사는 13살 이모군 역시 비슷한 경우다. 서울에 16호, 구리에 2호 등 다세대와 단독 주택 13호를 소유하고 있다. 같은 강남구에 사는 18살 강모 군은 제주도에 오피스텔 12호를, 남양주시에 사는 14살 오모 군은 경기도 이천에 다가구 주택 12호를 보유하고 있었다.

주택 소유 기준으로 19세 이하 임대사업자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은 모두 139호. 이 가운데는 6살 아이가 다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경우도 있었다.

차명을 통한 임대사업 가능성은 물론이고, 불법 증여의 가능성까지 의심되는 경우다. 미성년 사업자의 임대용 주택의 구매 과정에서 탈루가 발생했다면 다달이 들어오는 임대수입이 고스란히 증여에 악용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해방구 임대사업등록, 집값 폭등 기폭제인가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등록 임대사업자는 모두 44만 명, 임대주택은 143만 호에 달한다. 특히 양도세 감면 혜택이 소멸하기 전인 2018년 임대사업 등록이 집중됐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임대사업자 등록 폭증이 지난해 발생한 집값 폭등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소수의 다주택자들이 세제 혜택에 대출까지 받아 손쉽게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해 8월 "등록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투기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듯하다"며 정책 부작용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결국,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뒷말이 나왔다. 지난해 폭등한 집값은 지금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BS는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과도한 세제혜택과 임대사업자 등록 급증, 2018년 집값 폭등과의 관계 등을 심층 취재해 나갈 계획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를 기다린다.

<제보접수 :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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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9-24 13:33:56
    취재K
■잠 못 이루는 피해자들…무책임한 갭투자 배후는?

주부 A 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남편이 계약한 서울 화곡동 신혼집의 집주인 강 모 씨가 돌연 잠적했기 때문이다.

A씨가 사는 화곡동 다세대 빌라의 전세보증금은 2억 원가량. 수소문 끝에 간신히 연락이 닿은 집주인 강 씨는 대리인을 내세워 "보증금은 못 돌려주니 집 명의를 이전해서 가져가라"는 무책임한 답만 내놓았다.

A 씨의 비극은 더 이상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온라인에는 A 씨처럼 갭투자자에게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갭투자로 인한 임차인들의 피해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무책임한 갭투자의 뒤에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 바로 임대사업자 등록과 이에 따른 혜택이다. 그것도 정부가 보증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자발적인 등록을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세제혜택을 줬다.

다주택자들이 움직였다. 제도 도입 다음 해인 2018년에는 14만 8천 명에 달하는 임대업자가 임대업 등록에 나섰다. 38만 호의 임대주택이 등록됐다.

정부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로 임대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뒤에서는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이어지는 갭투자의 고리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10대 임대업자 10명이 주택 139호 소유…9살도 임대주

임대업자들의 집은 많고도 많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집을 가진 강서구의 40대 임대사업자는 무려 594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도 584호를 등록했다. 300호 이상의 집을 가진 임대사업자는 전국에서 18명이었다.

집이 단순히 많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만큼의 집을 사고, 소유하며, 임대주택으로 운영할 재력이 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특히 정부가 '임대업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판을 깔아놓은 이상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편법으로 임대업 등록 제도를 이용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전국의 임대사업자 가운데는 법적으로 성인이 아닌 미성년 임대업자가 수십 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나이가 10살도 안 되는 '꼬마 임대업자'가 집 여러 호를 굴리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도 확인됐다.


KBS가 국회 국토교통위 정동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임대사업자 현황을 분석해보니 19세 이하 다주택 임대사업자는 모두 47명이었다.

인천시 남동구에 거주하는 10살 이모 군은 같은 인천에 있는 다가구 주택 등 18호와 다세대 주택 1호 등 모두 19호를 본인 명의로 소유하며 임대로 주고 있었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이모 군이 집 19호를 관리하며 세를 주고, 임대료를 받고, 임차인들을 관리하는 게 가능할까? 이 군의 부모나 가족이 차명으로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강남구에 사는 13살 이모군 역시 비슷한 경우다. 서울에 16호, 구리에 2호 등 다세대와 단독 주택 13호를 소유하고 있다. 같은 강남구에 사는 18살 강모 군은 제주도에 오피스텔 12호를, 남양주시에 사는 14살 오모 군은 경기도 이천에 다가구 주택 12호를 보유하고 있었다.

주택 소유 기준으로 19세 이하 임대사업자 상위 10명이 보유한 주택은 모두 139호. 이 가운데는 6살 아이가 다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경우도 있었다.

차명을 통한 임대사업 가능성은 물론이고, 불법 증여의 가능성까지 의심되는 경우다. 미성년 사업자의 임대용 주택의 구매 과정에서 탈루가 발생했다면 다달이 들어오는 임대수입이 고스란히 증여에 악용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해방구 임대사업등록, 집값 폭등 기폭제인가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등록 임대사업자는 모두 44만 명, 임대주택은 143만 호에 달한다. 특히 양도세 감면 혜택이 소멸하기 전인 2018년 임대사업 등록이 집중됐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임대사업자 등록 폭증이 지난해 발생한 집값 폭등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소수의 다주택자들이 세제 혜택에 대출까지 받아 손쉽게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해 8월 "등록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세제 혜택이 투기꾼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준 듯하다"며 정책 부작용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결국,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뒷말이 나왔다. 지난해 폭등한 집값은 지금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BS는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과도한 세제혜택과 임대사업자 등록 급증, 2018년 집값 폭등과의 관계 등을 심층 취재해 나갈 계획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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