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은’ 호날두는 왜 시상식에 불참했나

입력 2019.09.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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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영예는 결국 리오넬 메시(32)에게로 돌아갔다. 메시의 통산 최다인 6회 수상 못지 않게 화제를 모은 건 그의 라이벌 호날두의 '노쇼'였다. FIFA 올해의 선수 최종 3인의 후보에 올랐지만, 자신의 수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소식을 미리 접한 호날두는 시상식 참가 자체를 보이콧해버린 것이다.


영국 BBC는 호날두의 시상식 불참에 대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11명의 FIFA 올해의 베스트 11을 소개하는 순서에 단 한 명, 호날두만 빠진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BBC는 구글맵까지 동원해가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에 유벤투스 소속의 호날두가 불참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BBC는 "왜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은 시상식에 불참했을까? 유벤투스는 오는 수요일 브레시아 원정을 앞두고 있다. 시상식이 이 경기보다 불과 24시간 전에 앞두고 열려, 유벤투스의 사리 감독은 호날두가 근육통을 호소해 불참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면서 "그런데 시상식이 열린 밀라노는 유벤투스의 연고지인 토리노와 브레시아의 중간 지대에 있고, 호날두의 팀 동료인데 리트는 시상식에 참석했다"고 꼬집었다.


사실 메시 역시 주중에 중요한 리그전을 앞둔 건 마찬가지였다. 비야레알과 홈경기가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밀라노까지 비행시간은 90분. BBC는 "이는 호날두가 시상식 참가 뒤 토리노로 돌아가는 시간보다 더 긴 여정"이라며 다시 한 번 호날두의 '노쇼' 사태에 대해 간접적인 비판의 메시지를 날렸다.

호날두의 불참은 명백히 '불편한 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상식이 열린 날 밤 호날두는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겼다. 그는 "인내와 끈기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다……. (중략)…. 밤이 지나면 언제나 새벽이 오게 마련이다"는 문구와 함께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진을 게시했다.


호날두의 시상식 불참이 유달리 축구팬들의 빈축을 사는 이유는 또 있다. 시상식 당일 공개된 각국 대표팀 주장의 투표 결과, 호날두는 자신과 수상을 놓고 경합한 메시와 판다이크(리버풀)에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메시는 호날두를 2순위에, 판다이크는 리오넬 메시를 1순위에 놓고 표를 행사했다.

그렇다면 호날두가 과연 시상식 보이콧과 SNS에 불만을 쏟아낼 만큼 확실한 올해의 선수 1순위 후보였을까.

메시는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총 58경기 출전해 54골을 터트렸다. 반면 호날두는 47경기 31골이다. 23골 차이다. 메시의 소속팀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넉넉한 격차로 리그 우승했을 뿐 아니라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 8강에 그친 유벤투스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다. 국가 대항전에서는 우열을 가릴 만한 큰 대회는 없었지만,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점에서 근소하게 앞섰다고는 볼 수 있다.

이번 올해의 선수 시상식은 메시에게는 영광을, 호날두에게는 상처를 남겼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둘의 '위대한 선수' 논쟁에서 메시가 또 한 번 앞서나갈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사실 최근 3~4년은 한 발짝 앞서 있던 메시를 호날두가 맹추격하는 형국이었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를 3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연속으로 석권했다. 하지만 그 흐름은 유벤투스로 옮기면서 끊어졌고, 지금은 다시 메시가 한 발 더 앞서 나간 상황이다.

34살에 접어든 호날두의 추격이 또다시 가능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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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먹은’ 호날두는 왜 시상식에 불참했나
    • 입력 2019-09-24 14:28:55
    스포츠K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영예는 결국 리오넬 메시(32)에게로 돌아갔다. 메시의 통산 최다인 6회 수상 못지 않게 화제를 모은 건 그의 라이벌 호날두의 '노쇼'였다. FIFA 올해의 선수 최종 3인의 후보에 올랐지만, 자신의 수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소식을 미리 접한 호날두는 시상식 참가 자체를 보이콧해버린 것이다.


영국 BBC는 호날두의 시상식 불참에 대해 비중 있게 보도했다. 11명의 FIFA 올해의 베스트 11을 소개하는 순서에 단 한 명, 호날두만 빠진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BBC는 구글맵까지 동원해가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에 유벤투스 소속의 호날두가 불참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BBC는 "왜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은 시상식에 불참했을까? 유벤투스는 오는 수요일 브레시아 원정을 앞두고 있다. 시상식이 이 경기보다 불과 24시간 전에 앞두고 열려, 유벤투스의 사리 감독은 호날두가 근육통을 호소해 불참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면서 "그런데 시상식이 열린 밀라노는 유벤투스의 연고지인 토리노와 브레시아의 중간 지대에 있고, 호날두의 팀 동료인데 리트는 시상식에 참석했다"고 꼬집었다.


사실 메시 역시 주중에 중요한 리그전을 앞둔 건 마찬가지였다. 비야레알과 홈경기가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밀라노까지 비행시간은 90분. BBC는 "이는 호날두가 시상식 참가 뒤 토리노로 돌아가는 시간보다 더 긴 여정"이라며 다시 한 번 호날두의 '노쇼' 사태에 대해 간접적인 비판의 메시지를 날렸다.

호날두의 불참은 명백히 '불편한 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상식이 열린 날 밤 호날두는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겼다. 그는 "인내와 끈기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다……. (중략)…. 밤이 지나면 언제나 새벽이 오게 마련이다"는 문구와 함께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사진을 게시했다.


호날두의 시상식 불참이 유달리 축구팬들의 빈축을 사는 이유는 또 있다. 시상식 당일 공개된 각국 대표팀 주장의 투표 결과, 호날두는 자신과 수상을 놓고 경합한 메시와 판다이크(리버풀)에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메시는 호날두를 2순위에, 판다이크는 리오넬 메시를 1순위에 놓고 표를 행사했다.

그렇다면 호날두가 과연 시상식 보이콧과 SNS에 불만을 쏟아낼 만큼 확실한 올해의 선수 1순위 후보였을까.

메시는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총 58경기 출전해 54골을 터트렸다. 반면 호날두는 47경기 31골이다. 23골 차이다. 메시의 소속팀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넉넉한 격차로 리그 우승했을 뿐 아니라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 8강에 그친 유벤투스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다. 국가 대항전에서는 우열을 가릴 만한 큰 대회는 없었지만,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점에서 근소하게 앞섰다고는 볼 수 있다.

이번 올해의 선수 시상식은 메시에게는 영광을, 호날두에게는 상처를 남겼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둘의 '위대한 선수' 논쟁에서 메시가 또 한 번 앞서나갈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사실 최근 3~4년은 한 발짝 앞서 있던 메시를 호날두가 맹추격하는 형국이었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를 3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연속으로 석권했다. 하지만 그 흐름은 유벤투스로 옮기면서 끊어졌고, 지금은 다시 메시가 한 발 더 앞서 나간 상황이다.

34살에 접어든 호날두의 추격이 또다시 가능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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