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북미 협상 가시권, ‘하노이 교훈’ 되새겨야

입력 2019.09.25 (07:42) 수정 2019.09.2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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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해설위원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한미 두 정상이 북한의 대화 제의에 긍정적인 메시지로 화답하면서 북미 실무협상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70년 북미 적대관계의 청산을 선언한 싱가포르 회담, 끝내 결렬된 하노이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협상이 새로운 국면의 3라운드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겁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다시 만난 한미 두 정상의 화두는 단연 비핵화였습니다.두 정상은 최근 북한의 대화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 실무 협상을 조기에 열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싱가포르 합의 정신의 유효성도 재확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전쟁 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 번영의 대북 3원칙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분위기는 일단 긍정적입니다.북한이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을 발표했습니다. 또 북한이 강력 반발해온 '리비아식 모델'을 사실상 폐기하며 이른바 '새로운 방법론'을 거론했습니다.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 '새 방법론'에 대해 말을 아꼈고, 3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일단은 실무협상의 결과를 지켜본 뒤 다음 단계를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기조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북한은 협상 시한으로 연말을 제시했고, 미국 역시 올해를 넘기면 본격적인 대선국면입니다. 실무 협상에서 세부적인 로드맵 등 구체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자칫 오랜만에 되찾은 기회를 다시 흘려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윱니다. 하노이 회담이 준 교훈은 명확합니다. 서로의 셈법만 고집해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으면 정상 간 만남도 한계가 분명할 거라는 점입니다. 작은 것 하나부터 합의를 이루고, 이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이후 협상의 동력을 살려가야 합니다. 시간은 더 이상 미국 편도, 북한 편도 아닙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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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5 07:48:39
    • 수정2019-09-25 07: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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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석 해설위원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한미 두 정상이 북한의 대화 제의에 긍정적인 메시지로 화답하면서 북미 실무협상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70년 북미 적대관계의 청산을 선언한 싱가포르 회담, 끝내 결렬된 하노이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협상이 새로운 국면의 3라운드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겁니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다시 만난 한미 두 정상의 화두는 단연 비핵화였습니다.두 정상은 최근 북한의 대화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 실무 협상을 조기에 열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싱가포르 합의 정신의 유효성도 재확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전쟁 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 번영의 대북 3원칙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분위기는 일단 긍정적입니다.북한이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을 발표했습니다. 또 북한이 강력 반발해온 '리비아식 모델'을 사실상 폐기하며 이른바 '새로운 방법론'을 거론했습니다.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 '새 방법론'에 대해 말을 아꼈고, 3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일단은 실무협상의 결과를 지켜본 뒤 다음 단계를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기조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북한은 협상 시한으로 연말을 제시했고, 미국 역시 올해를 넘기면 본격적인 대선국면입니다. 실무 협상에서 세부적인 로드맵 등 구체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자칫 오랜만에 되찾은 기회를 다시 흘려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윱니다. 하노이 회담이 준 교훈은 명확합니다. 서로의 셈법만 고집해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으면 정상 간 만남도 한계가 분명할 거라는 점입니다. 작은 것 하나부터 합의를 이루고, 이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이후 협상의 동력을 살려가야 합니다. 시간은 더 이상 미국 편도, 북한 편도 아닙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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