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스크린 밖으로 나온 ‘조커’의 공포

입력 2019.10.02 (20:33) 수정 2019.10.02 (20: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재희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오늘 국내에서 '조커'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조커가 누군지 아시나요?

[앵커]

배트맨과 싸우는 악당 아닌가요?

[기자]

네, 이전에도 몇번 영화에 나온적 있던 배트맨의 숙적 조커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나온건데요.

조커가 대체 왜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됐는지 그 배경을 다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미국에선 이틀 전 개봉했는데 벌써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영화 속 조커를 현실에서 따라하는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는 건데요.

오늘의 키워드, "스크린 밖으로 나온 '조커'의 공포"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저도 영화를 아직 못 봤는데 평가가 좋다고 들었어요.

[기자]

네, '조커'는 이번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습니다.

베니스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잖아요.

특히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중엔 처음으로 영화제 대상을 받은거라 화제가 됐는데요.

["토드 필립스의 '조커!'"]

감독 역량이 뛰어났고 무엇보다 조커 역을 맡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광기에 빠진 악당 자체가 됐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네요.

[토드 필립스/'조커' 감독 : "호아킨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사납고 용감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자입니다. 아름다운 영혼과 미친 재능을 지닌 그가 나를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앵커]

작품성도 좋고 배우 연기도 뛰어난데 무슨 문제가 있는거죠?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문제가 됐습니다.

영화 배경은 빈부격차가 심한 1980년대인데요.

가난하고 멸시받던 코미디언이 범죄자가 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해요.

여기에 배우의 열연까지 더해져 악당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극중 젊은이들이 조커를 따라 폭동을 일으키고, 특권층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도 범죄를 선동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영화와 현실은 다른데 너무 지나친 걱정 아닌가요?

[기자]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몇년 전 미국에서 모방범죄가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 극장에서 총기 난사로 12명이 숨진 사건인데요.

공교롭게도 당시 배트맨 영화가 상영 중이었고, 체포된 총격범은 자신이 조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영화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걱정이 더욱 큰 거고요.

미국 타임지는 영화 조커에 대해 "잠재적인 폭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 "조커 같은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올해만 해도 여러 차례 총기 난사 사건이 있던 것으로 아는데, 얘길 들어보니 걱정이 클 법도 하네요.

[기자]

네, 영화 개봉에 맞춰 미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LA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데요.

조커를 상영하는 주요 극장가에 최고 수준의 경계령을 내리고 순찰을 강화했습니다.

미 육군과 FBI도 극단주의자들이 조커 상영관에서 총기 난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알렸는데요.

특히 미 육군은 군인들에게 "상영관에서 2개의 탈출 경로를 확인하고, 주변을 의식하라"고 경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앵커]

제가 미국에 살았다면 무서워서 영화보러 못 갈것 같아요.

[기자]

저도 그런데요.

관객들 걱정을 줄이기 위해 미국 주요 극장들은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미 극장 체인, '랜드마크 극장'은 조커가 상영되는 기간 캐릭터로 변장하고 극장에 오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마스크나 장난감 무기도 들고 갈 수 없다고 합니다.

7년 전 총기 난사가 일어났던 오로라 극장 측은 아예 '조커'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앵커]

이런 논란을 감독과 배우들도 알 텐데, 반응이 어떤가요?

[기자]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범죄를 다룬 수많은 영화가 있는데 조커만 다르게 평가받는 건 이상하다는 겁니다.

[호아킨 피닉스/조커 역 : "영화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불편한 시선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의 희생자 유족들은 '조커'의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유족들은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당신들의 영향력과 플랫폼을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샌디 필립스/희생자 유가족 : "영화 상영 금지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우린 그들이 시민 그리고 기업으로서 책임을 갖고, 생존자들처럼 옳은 일을 하길 바랍니다."]

워너 측은 "폭력을 옹호하거나 조커를 영웅으로 묘사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오늘의 픽] 스크린 밖으로 나온 ‘조커’의 공포
    • 입력 2019-10-02 20:40:07
    • 수정2019-10-02 20:42:52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이재희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오늘 국내에서 '조커'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조커가 누군지 아시나요?

[앵커]

배트맨과 싸우는 악당 아닌가요?

[기자]

네, 이전에도 몇번 영화에 나온적 있던 배트맨의 숙적 조커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나온건데요.

조커가 대체 왜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됐는지 그 배경을 다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미국에선 이틀 전 개봉했는데 벌써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영화 속 조커를 현실에서 따라하는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는 건데요.

오늘의 키워드, "스크린 밖으로 나온 '조커'의 공포"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저도 영화를 아직 못 봤는데 평가가 좋다고 들었어요.

[기자]

네, '조커'는 이번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습니다.

베니스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잖아요.

특히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중엔 처음으로 영화제 대상을 받은거라 화제가 됐는데요.

["토드 필립스의 '조커!'"]

감독 역량이 뛰어났고 무엇보다 조커 역을 맡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광기에 빠진 악당 자체가 됐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네요.

[토드 필립스/'조커' 감독 : "호아킨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사납고 용감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자입니다. 아름다운 영혼과 미친 재능을 지닌 그가 나를 믿어줘서 고맙습니다."]

[앵커]

작품성도 좋고 배우 연기도 뛰어난데 무슨 문제가 있는거죠?

[기자]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문제가 됐습니다.

영화 배경은 빈부격차가 심한 1980년대인데요.

가난하고 멸시받던 코미디언이 범죄자가 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해요.

여기에 배우의 열연까지 더해져 악당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극중 젊은이들이 조커를 따라 폭동을 일으키고, 특권층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도 범죄를 선동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영화와 현실은 다른데 너무 지나친 걱정 아닌가요?

[기자]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몇년 전 미국에서 모방범죄가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 극장에서 총기 난사로 12명이 숨진 사건인데요.

공교롭게도 당시 배트맨 영화가 상영 중이었고, 체포된 총격범은 자신이 조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영화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걱정이 더욱 큰 거고요.

미국 타임지는 영화 조커에 대해 "잠재적인 폭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 "조커 같은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올해만 해도 여러 차례 총기 난사 사건이 있던 것으로 아는데, 얘길 들어보니 걱정이 클 법도 하네요.

[기자]

네, 영화 개봉에 맞춰 미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LA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데요.

조커를 상영하는 주요 극장가에 최고 수준의 경계령을 내리고 순찰을 강화했습니다.

미 육군과 FBI도 극단주의자들이 조커 상영관에서 총기 난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알렸는데요.

특히 미 육군은 군인들에게 "상영관에서 2개의 탈출 경로를 확인하고, 주변을 의식하라"고 경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앵커]

제가 미국에 살았다면 무서워서 영화보러 못 갈것 같아요.

[기자]

저도 그런데요.

관객들 걱정을 줄이기 위해 미국 주요 극장들은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미 극장 체인, '랜드마크 극장'은 조커가 상영되는 기간 캐릭터로 변장하고 극장에 오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마스크나 장난감 무기도 들고 갈 수 없다고 합니다.

7년 전 총기 난사가 일어났던 오로라 극장 측은 아예 '조커'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앵커]

이런 논란을 감독과 배우들도 알 텐데, 반응이 어떤가요?

[기자]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범죄를 다룬 수많은 영화가 있는데 조커만 다르게 평가받는 건 이상하다는 겁니다.

[호아킨 피닉스/조커 역 : "영화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불편한 시선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의 희생자 유족들은 '조커'의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유족들은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당신들의 영향력과 플랫폼을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샌디 필립스/희생자 유가족 : "영화 상영 금지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우린 그들이 시민 그리고 기업으로서 책임을 갖고, 생존자들처럼 옳은 일을 하길 바랍니다."]

워너 측은 "폭력을 옹호하거나 조커를 영웅으로 묘사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