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허하라” 되살아난 홍콩 시위

입력 2019.10.07 (08:08) 수정 2019.10.0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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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드는가 싶던 홍콩 시위가 다시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마스크'가 문젭니다.

홍콩 정부가 사실상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캐리 람/홍콩행정장관/지난 4일 : "오늘 긴급법에 따른 권한을 발동해 '복면 금지법'을 제정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법이 폭력 시위자와 폭동에 대한 억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습니다."]

복면금지법, 모든 집회·시위 현장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위반하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홍콩 달러로 2만 5000불, 우리 돈 약 38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홍콩시간으로 5일 0시부터 시행됐습니다.

앞서 들으신대로 홍콩 정부는 폭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어 법 시행에 들어간다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을 자극한 격이 됐습니다.

마스크와 가면을 쓴 시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정부의 복면금지법을 규탄하며 격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다니엘/홍콩 시민 : "마스크를 쓰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입니다. 정부가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없어요. 우리는 정부와 싸워 나갈 겁니다."]

이 과정에서 14살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18살 고교생 피격에 이은 유혈 사탭니다.

시위대에게 복면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침묵'을 강조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최루 가스에 대비해 마스크를 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근본적 목적은 신원 노출을 피하기 위함일텐데요,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에 반발해 시민들 사이에선 이 법을 피할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 사진 한 번 보시죠 긴 머리의 여성이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묶어 눈 빼고는 다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긴 머리 가발을 쓰면 남성들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겠네요.

또 다른 네티즌은 '안면 영사기'를 소개합니다.

머리 위의 빔 프로젝터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비춰 내 모습을 감추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캐리 람 행정장관의 얼굴을 투사시켜 내 얼굴을 감출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홍콩 시민들은 복면금지법을 그들이 가장 우려하는 중국 통제 시스템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알려진대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베이징의 한 횡단보도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무단 횡단자의 인적 사항과 무단횡단 경력들이 실시간 공개된다고 하죠.

그래서 무단횡단을 다시 하려고하면 저 노란 기둥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고 합니다.

최근 미 상무부 소속 국가기술표준연구소(NIST)가 주최한 안면인식공급자대회(FRVT)에서는 1위에서 5위까지를 모두 중국업체들이 싹쓸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중앙정부가 이런 기술적 시스템에 새로운 법을 더 얹게 되면 상상 못할 억압과 통제가 가능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나는 마스크를 쓸 권리가 있다"는 외침이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노아/시위 참가자 : "지금은 홍콩 시민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가 됐어요. 자유를 위해서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가해 싸울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복면금지법 관련 규정을 둔 나라는 미국 프랑스 등 10여개 정도입니다.

하지만 폭력과 테러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원천적으로 복면을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복면금지법이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3년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화염병을 던진 사태가 법 추진의 발단이 됐습니다.

이후 2006년과 2009년, 2015년에도 법안이 나왔지만 국회에서 '회기 만료' 등을 이유로 폐기됐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어제 오후부터 홍콩섬 코즈웨이베이에서 ‘전민 마스크 착용 시위’와 ‘긴급법 반대 100만 시위’에 들어갔습니다 .

복면금지법을 계기로 다시 결집한 홍콩 시위가 또 다른 국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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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를 허하라” 되살아난 홍콩 시위
    • 입력 2019-10-07 08:10:16
    • 수정2019-10-07 13: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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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드는가 싶던 홍콩 시위가 다시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마스크'가 문젭니다.

홍콩 정부가 사실상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캐리 람/홍콩행정장관/지난 4일 : "오늘 긴급법에 따른 권한을 발동해 '복면 금지법'을 제정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법이 폭력 시위자와 폭동에 대한 억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습니다."]

복면금지법, 모든 집회·시위 현장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위반하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홍콩 달러로 2만 5000불, 우리 돈 약 38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홍콩시간으로 5일 0시부터 시행됐습니다.

앞서 들으신대로 홍콩 정부는 폭력이 고조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어 법 시행에 들어간다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을 자극한 격이 됐습니다.

마스크와 가면을 쓴 시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정부의 복면금지법을 규탄하며 격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다니엘/홍콩 시민 : "마스크를 쓰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입니다. 정부가 그 권리를 빼앗을 수 없어요. 우리는 정부와 싸워 나갈 겁니다."]

이 과정에서 14살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18살 고교생 피격에 이은 유혈 사탭니다.

시위대에게 복면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침묵'을 강조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최루 가스에 대비해 마스크를 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근본적 목적은 신원 노출을 피하기 위함일텐데요,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에 반발해 시민들 사이에선 이 법을 피할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 사진 한 번 보시죠 긴 머리의 여성이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묶어 눈 빼고는 다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긴 머리 가발을 쓰면 남성들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겠네요.

또 다른 네티즌은 '안면 영사기'를 소개합니다.

머리 위의 빔 프로젝터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비춰 내 모습을 감추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캐리 람 행정장관의 얼굴을 투사시켜 내 얼굴을 감출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홍콩 시민들은 복면금지법을 그들이 가장 우려하는 중국 통제 시스템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알려진대로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베이징의 한 횡단보도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무단 횡단자의 인적 사항과 무단횡단 경력들이 실시간 공개된다고 하죠.

그래서 무단횡단을 다시 하려고하면 저 노란 기둥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고 합니다.

최근 미 상무부 소속 국가기술표준연구소(NIST)가 주최한 안면인식공급자대회(FRVT)에서는 1위에서 5위까지를 모두 중국업체들이 싹쓸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중앙정부가 이런 기술적 시스템에 새로운 법을 더 얹게 되면 상상 못할 억압과 통제가 가능하리라 보고 있습니다.

"나는 마스크를 쓸 권리가 있다"는 외침이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노아/시위 참가자 : "지금은 홍콩 시민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가 됐어요. 자유를 위해서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가해 싸울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복면금지법 관련 규정을 둔 나라는 미국 프랑스 등 10여개 정도입니다.

하지만 폭력과 테러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원천적으로 복면을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복면금지법이 추진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3년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화염병을 던진 사태가 법 추진의 발단이 됐습니다.

이후 2006년과 2009년, 2015년에도 법안이 나왔지만 국회에서 '회기 만료' 등을 이유로 폐기됐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어제 오후부터 홍콩섬 코즈웨이베이에서 ‘전민 마스크 착용 시위’와 ‘긴급법 반대 100만 시위’에 들어갔습니다 .

복면금지법을 계기로 다시 결집한 홍콩 시위가 또 다른 국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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