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자료 유출’ 유해용 사건 판사 증인 “보고서 반출, 있을 수 없는 일”

입력 2019.10.07 (14:56) 수정 2019.10.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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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재판자료를 반출해 변호사 영업에 활용한 혐의 등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재판에 현직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밖으로 반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는 오늘(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사건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고, 이 모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소환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2015년 1월부터 2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했고, 현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있는 업무용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부장판사 등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했던 신건 검토보고서 파일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변호사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 대외비 문건인 재판연구관 검토 보고서를 무단 반출했다면서, 공무상 비밀누설과 절도 혐의 등을 적용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했던 판사가 퇴직 후 연구관 검토보고서 파일을 가지고 나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가 오늘 재판에서 "(연구관 검토보고서를 밖으로 갖고 나가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이유는 무엇이냐"라고 묻자 이 부장판사는 자세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지금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도 검토보고서를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라면서 "학술적이거나 논문 작성 이런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만 일부한테, 그것도 보고서 내용에 해당 부분을 다 삭제하고 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신건 검토보고서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은 잠정적인 결론인 데다가 당사자명과 1, 2심 판결문도 들어가 있고, 상고 이유에 대해 잠정적으로 검토를 한다"라면서 "잠정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신건 연구보고서대로 (대법관들이) 결론을 내려놓고, 결론이 바뀌더라도 바뀐대로 아주 예민한 내용"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밖에서 당사자들이 왜 내가 졌냐 이겼냐를 가지고 그 보고서를 통해 항의하거나 확인하거나 한다면 대법원으로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신건 보고서는 사후 4~5년씩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들이라 밖으로 유출된다면 되게 큰일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사가 "법관이었던 사람이 퇴직 후 검토보고서를 가지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2016년 당시) 하신 적 있냐"라고 묻자 이 부장판사는 "굉장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제가 작성한 신건 보고서가 외부에 나가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제 명예도 훼손이 될 뿐아니라 대법원 전체적으로 문제가 심각해진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 측은 이 부장판사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변호인은 이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에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매우 중요한 법률적 쟁점이 잘 정리돼있고, 실제 판결문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판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자료이고, 변호사들에게도 그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한 데 대해 "증인은 변호사 경험이 있느냐"라고 추궁하면서 증인에게 "(재판연구관 보고서가 변호사에게 활용가치가 높다는 것은) 경험한 얘기가 아니라 추측"이라는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변호인은 특히 이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3일 'JTBC 뉴스룸' 앵커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한 전화 인터뷰를 한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증인의 태도와 주변 정황을 문제삼았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JTBC 뉴스룸 전화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해 "(재상고심을) 이렇게 5년 끈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징용 피해자분들이 계속 돌아가시는 상황을 누구나 알 수 있었는데도 왜 대법원에서 판결 선고를 안했는지 법관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 이유를 너무 알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선고 전인데 JTBC에 나가 대법원에서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이 안되고 있었는지, 심층 검토가 안되고 있었고 담당 연구관은 총괄부장연구관이다 그렇게 얘기했죠"라고 지적하며 "증인이 (그렇게) 말한 거는 그럼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되나"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이 부장판사는 언성을 높이며 "증인의 명예를 이렇게 훼손시켜도 되겠나" "제가 지금 죄인으로 취급받고 있다"라고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대해 주심 판사와 재판장은 이후 신문 과정에서 "인터뷰에 나가게 된 경위가 어떻게 되나" "증인이 인터뷰한 언론기관은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라고 직접 추가로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제가 (재판연구관) 심층조에 있을 때 팀장이었던 이 모 부장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이) 캐비넷에 가장 오래된 사건인데 갖고 있었다. 팀장은 주심 재판연구관으로 사건을 갖고 있지 않은데, 그 사건만 갖고 있었다"라면서 "이미 대법원에서 결론을 내린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사건을 그렇게까지 오래 갖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제가 굉장히 경악을 하고 뭔가 문제가 있구나 생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 당시 검찰 수사로 대법원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자들이 자신에게 공익 제보를 해달라고 계속 부탁했었다면서, "공무상 비밀도 있을 수 있지만 이익형량을 했을 때, 제가 언론에 나가서 그렇게 제보해서 (강제징용 사건의 원고가 다 돌아가시지 않고) 한 분이라도 남아계실 때 (대법원이) 빨리 선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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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7 14:56:22
    • 수정2019-10-07 14:58:23
    사회
대법원 재판자료를 반출해 변호사 영업에 활용한 혐의 등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재판에 현직 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밖으로 반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는 오늘(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사건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고, 이 모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소환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2015년 1월부터 2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일했고, 현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있는 업무용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부장판사 등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했던 신건 검토보고서 파일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이 영리를 목적으로 변호사 영업에 활용하기 위해 대외비 문건인 재판연구관 검토 보고서를 무단 반출했다면서, 공무상 비밀누설과 절도 혐의 등을 적용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했던 판사가 퇴직 후 연구관 검토보고서 파일을 가지고 나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가 오늘 재판에서 "(연구관 검토보고서를 밖으로 갖고 나가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이유는 무엇이냐"라고 묻자 이 부장판사는 자세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지금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도 검토보고서를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라면서 "학술적이거나 논문 작성 이런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만 일부한테, 그것도 보고서 내용에 해당 부분을 다 삭제하고 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신건 검토보고서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은 잠정적인 결론인 데다가 당사자명과 1, 2심 판결문도 들어가 있고, 상고 이유에 대해 잠정적으로 검토를 한다"라면서 "잠정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신건 연구보고서대로 (대법관들이) 결론을 내려놓고, 결론이 바뀌더라도 바뀐대로 아주 예민한 내용"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밖에서 당사자들이 왜 내가 졌냐 이겼냐를 가지고 그 보고서를 통해 항의하거나 확인하거나 한다면 대법원으로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신건 보고서는 사후 4~5년씩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들이라 밖으로 유출된다면 되게 큰일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사가 "법관이었던 사람이 퇴직 후 검토보고서를 가지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2016년 당시) 하신 적 있냐"라고 묻자 이 부장판사는 "굉장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제가 작성한 신건 보고서가 외부에 나가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제 명예도 훼손이 될 뿐아니라 대법원 전체적으로 문제가 심각해진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변호인 측은 이 부장판사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변호인은 이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에서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매우 중요한 법률적 쟁점이 잘 정리돼있고, 실제 판결문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판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자료이고, 변호사들에게도 그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한 데 대해 "증인은 변호사 경험이 있느냐"라고 추궁하면서 증인에게 "(재판연구관 보고서가 변호사에게 활용가치가 높다는 것은) 경험한 얘기가 아니라 추측"이라는 답변을 받아냈습니다.

변호인은 특히 이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3일 'JTBC 뉴스룸' 앵커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한 전화 인터뷰를 한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증인의 태도와 주변 정황을 문제삼았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JTBC 뉴스룸 전화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해 "(재상고심을) 이렇게 5년 끈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며 "징용 피해자분들이 계속 돌아가시는 상황을 누구나 알 수 있었는데도 왜 대법원에서 판결 선고를 안했는지 법관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 이유를 너무 알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선고 전인데 JTBC에 나가 대법원에서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이 안되고 있었는지, 심층 검토가 안되고 있었고 담당 연구관은 총괄부장연구관이다 그렇게 얘기했죠"라고 지적하며 "증인이 (그렇게) 말한 거는 그럼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되나"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이 부장판사는 언성을 높이며 "증인의 명예를 이렇게 훼손시켜도 되겠나" "제가 지금 죄인으로 취급받고 있다"라고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대해 주심 판사와 재판장은 이후 신문 과정에서 "인터뷰에 나가게 된 경위가 어떻게 되나" "증인이 인터뷰한 언론기관은 어떻게 정해진 것인가"라고 직접 추가로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제가 (재판연구관) 심층조에 있을 때 팀장이었던 이 모 부장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이) 캐비넷에 가장 오래된 사건인데 갖고 있었다. 팀장은 주심 재판연구관으로 사건을 갖고 있지 않은데, 그 사건만 갖고 있었다"라면서 "이미 대법원에서 결론을 내린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사건을 그렇게까지 오래 갖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제가 굉장히 경악을 하고 뭔가 문제가 있구나 생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 당시 검찰 수사로 대법원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자들이 자신에게 공익 제보를 해달라고 계속 부탁했었다면서, "공무상 비밀도 있을 수 있지만 이익형량을 했을 때, 제가 언론에 나가서 그렇게 제보해서 (강제징용 사건의 원고가 다 돌아가시지 않고) 한 분이라도 남아계실 때 (대법원이) 빨리 선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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